도시·인천

디딤돌 2019. 5. 17. 10:50

 

백령도 물개바위를 찾은 점박이물범들은 편안할까? 겨울이면 발해만의 유빙에 새끼를 낳는 점박이물번의 서식환경은 예전 같지 않다. 다채로운 어패류가 가득했던 발해만은 천혜의 어장이었지만 요즘은 아니다. 온난화로 유빙 형성이 어려워졌을 뿐 아니라 공장폐수가 걷잡을 수 없게 쏟아지면서 물고기가 괴멸되어 점박이물범은 다음세대를 잇기 힘겹다. 그래도 잊지 않고 이맘때면 백령도를 찾아오니 고맙기 그지없다.


인당수에 물고기가 많은 덕분이라는데, 작년보다 많이 찾아온 점박이물범은 물개바위 차지하려는 경쟁이 치열하다고 한다. 안타까웠는지, 천연기념물의 보호를 위해 정부는 물개바위 인근에 넉넉한 쉼터를 만들었다. 지난달인데, 낯설어 그럴까? 물범들이 새 쉼터를 외면한다고 언론은 보도했다. 하지만 곧 새 쉼터에 올라갈 것이다. 한두 마리 도전하면 이내 북적일 텐데, 작년 봄 남동산업단지 유수지도 비슷하게 경험했다.


남동산업단지 유수지 안의 작은 섬은 저어새로 포화상태였다. 중국 남해안이나 타이완, 그리고 일본 남단 해안에서 겨울을 보내고 번식을 위해 우리 서해안을 찾는 저어새에게 남동산업단지 유수지는 안전을 보장한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악취가 심해도 천적이 없다. 가장자리에 나무가 빽빽해 사람의 접근을 차단했다. 무엇보다 자동차가 질주하는 도로 너머에 갯벌이 넉넉했다. 10여 년 전 첫 모험을 감행했던 저어새는 유수지에서 태어난 젊은 저어새들과 기억을 더듬어 다시 찾는 일이 반복되었고, 몇 년 전부터 비좁아진 것이다.



사진: 저어새가 둥지를 친 남동산업단지 유수지 안의 두 섬.



인천시는 순전히 저어새의 번식을 위해 기존 섬보다 넓게 새 섬을 유수지 안에 만들어주었지만 아쉽게 저어새들이 외면했다. 저어새의 번식 습성을 충분히 고려했어도 완공이 다소 늦었다. 작은 섬에 북적이던 저어새들이 공사 중인 섬을 피했고, 완공 후에도 사람들이 어슬렁거렸던 섬을 낯설어했다. 하지만 한 해가 지나니 달라졌다. 망원경을 준비하고 남동산업단지 유수지를 가보라. 큰 섬에 저어새들이 모여 알을 품거나 갓 낳은 새끼들을 보살피는 모습을 진귀하게 바라볼 수 있다. 작년 붐볐던 작은 섬은 오히려 한가해진 느낌이다.


사실 올해도 작은 섬을 찾았다. 사람 냄새도 사라지고 면적이 넓어도 낯설기에 피했는데, 변고가 생긴 것이다. 너구리가 작은 섬을 침입해 30여 둥지를 망가뜨리며 알을 먹어치운 게 아닌가. 황급히 새 섬으로 둥지를 옮겼고, 이어서 100쌍 넘게 찾아와 둥지를 쳤다. 요즘 큰 섬은 200여 저어새들로 하얗게 빛난다. 저어새가 찾기 전부터 모두 떠난 이후까지, 10년 동안 정성껏 모니터링을 하는 저어새네트워크는 이맘때 저어새 생일잔치를 연다. 고작 4000여 개체 남은 저어새의 보전에 인천시민이 앞장서길 바라는 마음의 발로일 것이다.


저어새 네트워크는 둥지재료인 나뭇가지들을 유수지 안의 섬에 넉넉하게 넣으며 번식을 돕지만 언제나 안타까운 마음이다. 유수지인 관계로 장마 전에 수위를 낮춰야하는데 그때 천적이 들어올 수 있다. 수위를 낮추지 않은 상태에서 호우가 밀려들면 둥지가 휩쓸릴 수 있다. 무엇보다 큰 걱정은 갯벌이 사라졌다는데 있다. 저어새가 찾아오거나 말거나 남은 갯벌을 모조리 매립하지 않았나. 갯벌을 잃은 저어새들은 먹성이 커지는 새끼를 위해 위험을 무릅써야 한다. 시흥시의 호조벌이나 관곡지 연꽃마을까지 부지런히 왕복한다. 위험은 천적만이 아니다. 병풍처럼 가로막는 초고층 아파트들이 더 위험할 수 있다.


환경부는 최근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EAAFP) 사무국을 2024년까지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두기로 협약을 연장했다고 밝혔다. 그에 발맞춰 인천시장은 한반도를 찾는 철새의 60% 이상이 찾는인천 갯벌의 가치를 강조하면서 철새들의 서식지 보호를 약속했다. 시베리아 일원에서 호주와 동남아시아를 오고가는 철새와 나그네새들에게 갯벌은 생존을 위한 비빌언덕이요 징검다리다. 사람이 독점하기 전부터 겨울이나 여름, 봄가을에 먹이를 찾았지만 요즘 봉변이 심각하다. 갯벌을 남기지 않은 인천이 특히 그렇다. 낯선 섬을 마다하지 않은 저어새는 여전히 불안하다. 인천시장의 약속이 선언으로 그치지 않기를 바라겠지. (기호일보, 2019.5.17.)

 
 
 

환경일반·개발

디딤돌 2016. 7. 1. 07:44


부천 신시가지는 한여름에도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5.5킬로미터의 시민의 강10여 년 전부터 흐르기 때문이다. 강폭이 넓어야 5미터에 불과해도 제법 커다란 잉어가 떼를 이루며 움직이는 모습이 근사해 찾아온 친지에게 자랑하고 싶은 생각이 들게 만드는 시민의 강은 인근의 하수종말처리장에서 정화한 물을 꾸준히 흘릴 수 있기에 가능했다.


프랑스 파리는 도로 가장자리에 언제나 일정 양의 물이 흐른다. 받아놓은 빗물이 아니다. 도시 곳곳에서 처리한 하수를 흘리는 것이다. 그 물은 먼지를 제거하며 도시의 열을 식히거나 가로수와 공원의 나무와 잔디에 뿌리는 데 사용한다. 또한 시민들의 허드렛일이나 화장실의 대소변을 씻어내는데 사용할 수 있다. 도시에서 발생하는 엄청난 양의 하수를 많은 돈과 에너지를 들여 정화한 뒤 강이나 바다에 버리는 건 아까운 일이다. 수자원을 절약하고 도시를 깨끗하게 만드는 프랑스의 하수 중간처리는 20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한다.


일부 복개한 하천에 흘리지만 인천의 하수 대부분은 처리한 뒤 바다로 버린다. 물론 바다와 하천이 오염돼 악취를 내뿜고 어획고에 차질이 생기므로 버리기 전에 정화해야 옳지만 활용하지 못하는 만큼 아까운 건 사실이다. 하수종말처리장이 바다 인근에 위치하는 만큼 정화한 물을 활용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그런 시설을 도시 한가운데 설치하기 어려울 것이다. 활용 가능성과 별도로 민원을 감당할 수 없겠지.


도시 곳곳에서 하수를 중간처리한다면 달라질 수 있다. 바다나 강으로 버리기 직전 지점에서 한꺼번에 처리하는 하수종말처리 시설에 비해 규모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아파트단지와 공업단지의 크기에 맞게 짓고 그 시설의 주변 또는 지상에 습지를 가진 녹지를 조성하면 주민에게 공원이 추가로 제공될 수 있고 그만큼 미세먼지는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중간처리인 만큼 완벽할 필요는 없다. 도시나 공원관리, 허드렛물로 사용할 정도면 충분하다.


연수구의 승기하수종말처리장은 설계용량보다 많이 들어오는 하수를 감당하기 어려워 시설을 확장해야 할 처지라고 한다. 처리되지 않은 하수까지 바다로 나갈 수 있으니 승기하수처리장의 시설을 확대하는 게 옳지만 어느 곳에 새로운 시설을 지어야하는지 사회적 합의가 어려운 모양이다. 스스로 찾아온 국제 보호조류인 저어새가 깃드는 남동산업단지 유수지에 새로운 시설을 짓자는 제안이 나왔지만 국내외의 저항이 만만치 않다고 한다.


생김새가 독특한 저어새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대만과 일본의 시민사회에서 지극정성으로 보살펴 700마리에서 3000마리 넘게 늘어났지만 아직도 국제적 멸종위기종이다. 그 저어새가 갯벌이 가까운 남동산업단지 유수지로 찾은 지 8년이 되어간다. 저어새를 가까이에서 쌍안경만으로 바라볼 수 있는 세계에서 유일한 곳에 납득할만한 대안 없이 하수종말처리장을 짓겠다는 발상은 국제적 우려를 낳을 것이고 밀어붙인다면 우리나라와 인천시에 항의가 빗발칠 뿐 아니라 조롱거리로 남을 게 틀림없다. 아시아장애인게임의 상징동물이 저어새 아니었나.


하수처리와 저어새 보전 모두 문제없는 대안을 모색해야 할 텐데, 어떤 방법이 있을까? 저어새의 산란과 서식환경을 개선하면서 하수종말처리장을 개선할 합리적 대안을 시민사회와 전문가와 인천시 당국과 충분히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싶은데, 한 가지 제안하고 싶은 게 있다. 종말처리장으로 들어가는 하수를 어느 정도 곳곳에서 처리해 부담을 줄이는 방법을 모색하면 어떨까? 그게 가능하면 기존 하수처리장의 낡은 시설의 수선과 교체만으로 충분할 수 있고 연수구와 남동산업단지를 깨끗하게 만들 수 있을 텐데.


현재 법적 제도적 장치의 한계로 하수 중간처리의 시설이 어려울 수 있다. 그렇다면 시민사회가 앞장서서 행동해야 한다. 국회의원이나 시의원에게 하수 중간처리의 타당성을 알리고 상황에 맞는 제도를 만들도록 요구하는 행동이다. 시민의 허파를 위협하는 미세먼지는 빗물에만 수동적으로 맡길 수 없다. 도시 곳곳에서 적극적으로 씻어내려면 중간에서 처리한 하수가 적격이다. 도랑 치우며 가재 잡는 일이 아닐까? (기호일보, 2016.7.1.)

 
 
 

생태계·동물

디딤돌 2016. 4. 10. 12:54



저어새는 올해도 오는데

 

올해 저어새는 몇 마리나 올까? “적어도 140쌍이 알을 품으면 좋으련만.” 저어새네트워크 회원들은 그리 소망한 걸까? 8년 전부터 남동산업단지 유수지 안의 작은 섬에 저어새가 보름 전부터 찾아왔고, 오자마자 알을 품기 시작했다. 20여 쌍이지만 더 찾을 것이다. 저어새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모였다. 유수지에 배를 띄워 작은 섬을 점검하고 둥지 재료인 나뭇가지를 미리 준비했던 이들은 가슴을 졸인다. 작년에 태어난 저어새들도 왔으니 올해 태어날 새끼들도 고향을 찾겠지.


613800의 면적의 남동산업단지 유수지는 960에 달하는 산업단지를 홍수로부터 보호한다. 갯벌을 매립해 1992년 준공한 인천의 남동산업단지는 편평하다. 빗물은 우왕좌왕하며 낮은 곳으로 흐를 텐데 남동산업단지가 품는 6천여 공장의 지하시설은 억수 같은 장대비를 제때 배제하지 못하면 침수되지만 유수지가 있으니 안심이다. 유수지에 모이는 빗물은 바닷물이 만조일 때 보관되고, 낮아지면 바다로 나갈 테니까.


남동산업단지의 사업체들은 폐수를 인근 승기하수종말처리장으로 보내지만 하수처리장은 공단보다 3년 늦게 완공되었다. 온갖 공장의 폐수가 3년 이상 유수지로 흘러들었다는 의미다. 하수처리장 완공 이후에도 공장 폐수는 한동안 유수지로 직행했다. 하수처리장으로 향하는 관로에 이어야 할 공장의 폐수관이 우수관에 실수로, 어쩌면 의도적으로 연결된 탓이었다. 이후 오접된 관거가 정리되었지만 악취가 여전하니 남동산업단지의 유수지는 사람에게 민원의 대상이요, 철새에게 기피 지역이 되었다.


민원이 거세니 어떻게든 악취를 줄여야했는데, 오랜 기간 가라앉은 오니의 처리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인천시는 일부를 긁어 유수지 안에 작은 섬을 만들었다. 시간은 흘렸다. 비는 해마다 내렸고 유수지에 모인 빗물이 씻어주면서 수질은 차차 나아졌다. 그 덕분인지 봄가을로 도요새와 물떼새 종류들이 가끔 유수지를 들리더니 요즘은 내려앉아 먹이를 찾는다. 작은 섬에 심은 나무는 일찌감치 말라죽었어도 가마우지가 앉아 날개를 말리려 앉는 횃대로 손색이 없었다.


가마우지가 앉은 모습을 보았을까? 봄이 되자 재갈매기가 둥지를 치기 시작했다. 인천 연근해의 한적한 섬이 매립을 위한 토석채취로 만신창이가 되었으니 악취가 진동해도 남동산업단지 유수지의 빈자리를 마다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재갈매기는 적응력이 뛰어나지 않던가. 서해안의 무인도에서 힘겹게 둥지를 치던 저어새도 그 작은 섬을 보았겠지? 냄새가 불쾌할 뿐 아니라 주변을 내달리는 자동차 소음에 진저리치며 대부분 접근하지 않았지만 한두 마리가 슬며시 내려앉았을지 모른다.


작은 섬에 내려간 저어새들은 새끼들이 빠져나간 재갈매기의 둥지를 빌렸을까? 덩치가 더 큰 저어새의 접근이 부담스러운 재갈매기가 피한 건 아닐까? 저어새가 알을 품는 모습을 하늘에서 본 다른 저어새들도 용기를 냈고, 재갈매기의 둥지에서 나뭇가지를 빼냈을지 모른다. 재갈매기가 저항한다면? 주걱처럼 커다란 부리로 제압했을 테지. 아무튼 8년 전부터 작은 섬에서 저어새가 사람들의 눈에 띄기 시작했고, 그 소식을 들은 탐조인들이 쌍안경과 필드스코프를 들고 모였다. 인천의 탐조인이 전국의 탐조인을 불러 모으자 일본과 대만, 그리고 유럽과 호주의 탐조인까지 악취를 무릅쓰는 일이 잦아졌다.


서해안의 작은 무인도는 저어새가 새끼를 키우기 척박하다. 갯벌이나 논과 같은 습지가 멀리 있으니 먹이를 구하기 힘겹다. 남동산업단지 유수지의 작은 섬은 저어새에게 약속의 땅이었다. 저어새들이 무던했을지라도, 악취와 소음, 밤낮을 가리지 않고 달려드는 자동차의 번쩍거림을 참아내며 둥지를 친 큰 이유는 풍부한 먹이가 아니었을까? 유수지를 조금만 벗어나면 갯고랑이 근사한 갯벌이 넓게 펼쳐진다. 주걱처럼 넓은 주둥이를 갯고랑에 넣고 저으면 무럭무럭 자라는 새끼들 먹이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소문을 들은 저어새는 해마다 늘어났다. 작은 섬에서 새끼를 키워낸 저어새와 그 섬에서 태어난 새끼들까지 자라서 동참하니 작은 섬은 어느새 비좁아졌다. 둥지 재료 쟁탈전이 심했지만 그 어려움은 곧 해결되었다. 야음을 틈타 나뭇가지를 보충해주던 저어새네트워크의 활동가들이 이듬해 재료를 듬뿍 준비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은 덕분인데, 다른 방해꾼이 생겼다. 유수지를 바라보는 송도신도시에 초고층 아파트단지가 병풍처럼 솟는 게 아닌가. 커다란 날개로 휘젓는 저어새에게 넘지 못하는 절벽이 되었다. 갯벌로 가려면 절벽을 우회해야했는데, 거기에도 방해꾼이 나타났다.


송도신도시의 초고층아파트를 우회해 갯벌로 향하는 길목을 가로막는 현수교가 등장했지만 차차 익숙히 넘어가게 되었으니 다행인데, 이런! 갯벌이 송두리째 사라지는 게 아닌가. 두세 마리의 새끼들을 거뜬히 먹일 만큼 갯지렁이와 어패류가 풍성했는데, 갯고랑이 있는 인천 인근의 마지막 갯벌은 그렇게 사라졌다. 작은 섬에 자리 잡은 저어새의 90%가 부리를 저었던 그 갯벌을 개발업자들은 송도11공구라 했다.


드넓은 갯벌을 매립한 송도신도시가 송도11공구만큼 더 넓어진 이듬해부터 작은 섬의 저어새들은 손바닥 아니 손가락만큼 남은 갯벌에서 먹이 쟁탈전을 벌여야 한다. 전에 없던 일이다. 아니면 더 멀리 대부도 주변으로 날아가 먹이를 찾아야 한다.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호시절을 떠나보낸 저어새들은 새끼 한두 마리만 간신히 키워야 했다.


저어새가 찾던 갯고랑은 낚시꾼도 드나드는 곳이었다. 바닷물이 가장 먼저 밀고 들어왔다 가장 늦게 썰며 나가는 갯고랑에 실한 물고기는 많은 법. 한데 낚시꾼들은 걸핏하면 낚싯줄을 남긴다. 20센티미터에 가까운 검은 주둥이를 물속에 넣고 휘젓는 저어새에게 낚싯줄은 치명적이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야생동물을 구조하는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는 해마다 서너 마리의 저어새를 구조하지만, 살아날 가능성은 희박하다.


20139, 한 무리의 청소년이 저어새들이 먹이활동을 하던 매립지로 모였다. 어미가 기다리는 작은 섬을 떠나 천방지축 돌아다니다 먹이를 찾지 못해 탈진한 녀석을 저어새 모니터링하던 시민이 구조했고,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의 치료를 받아 방생하는 자리였다. 어린 저어새는 상자에서 풀려나왔고 눈가리개를 풀자 한발 두발 저 멀리 제 또래의 저어새들이 모인 곳으로 천천히 움직였다. ‘정이라는 이름을 받은 녀석은 2년이 지나 고향인 작은 섬에 돌아왔지만 낚싯줄에 걸려 쓰러진 저어새는 구조해도 소용없었다.


부리 끝이 노란 겨울철새 노랑부리저어새와 몸이 거의 판박인 저어새는 세계자연보호연맹(IUCN)이 적색목록으로 지정한 여름철새다. 우리나라 서해안과 중국 동북부 해안, 그리고 중부 일본의 일부 도서지방에서 여름을 보내며 번식하고 대만과 일본 남쪽 해안, 그리고 중국 하이난 섬과 인도차이나 반도에서 겨울을 지내는 저어새는 한때 300여 마리에 불과할 정도로 위기에 몰렸지만 우리를 포함해 일본과 대만의 생태보전 활동가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이제 3000마리를 바라보게 되었다.


안심할 단계로 들어선 걸까? 문화재청이 1968년부터 천연기념물 205호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지만 그건 서류상 조치일 뿐이다. 헌신적인 활동가들의 국제 협력으로 어렵사리 늘었어도 3000마리에 불과한 저어새는 아직 멸종위기를 벗어나지 못한다. 각별한 관심과 체계적인 보호가 필요하다.


송도11공구를 매립한 이후에도 다행스럽게 저어새의 작은 섬 방문은 줄지 않았다. 올해 저어새네트워크 회원들이 정성껏 마련한 둥지재료가 모자랄지 모르지만 어미를 따라 겨울 서식처로 건강하게 떠나는 새끼의 수는 늘지 못할 것이다. 인천시는 2009년 말 저어새를 비롯한 철새의 보전을 위해 송도신도시 인근 개벌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했지만 늦었고 터무니없이 좁다. 갯벌은 저어새를 비롯해 수많은 겨울철새와 봄가을 나그네새들의 비빌언덕이다. 고즈넉이 바라보는 사람에게 휴식과 안정을 선사하는 지평선이었다.


인천시는 2014 인천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의 상징동물로 저어새를 선정했다. 저어새가 그 사실을 반겼을지 알 수 없는데, 대회가 끝나자 저어새를 인천의 관광 상품으로 활용하겠다던 계획은 흐지부지되었다. 일본 구마모토 현의 캐릭터 구마몬이 지정 4년 만에 1조원의 수익을 끌어냈다는데, 인천은 저어새를 관광상품으로 활용할 구체적인 방법이나 예산안을 마련하지 않았다. 스스로 찾아온 저어새를 반길 생각이 있기는 있는 걸까? 저어새가 10년 가까이 남동산업단지 유수지에서 새끼를 낳고 인천 갯벌에서 키운다는 사실을 아는 시민도 많지 않을 것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송도11공구를 매립하면 15조 원 이상의 경제효과가 있다고 호언했다. 개발을 서두르는 이 치고 기대효과를 부풀리지 않는 경우는 없는데, 방치된 면적이 여전히 넓은 송도신도시에서 추가 매립이 시급했을까? 일부에서 낡고 비좁아진 승기하수종말처리장을 옮겨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그 장소가 하필 저어새가 찾는 남동산업단지 유수지여야 할까? 누구의 경제효과를 기대하는 걸까? 그렇듯 해안의 개발은 저어새의 안위를 살피지 않는데, 손가락만큼 남은 갯벌은 내내 온전할 수 있을지. 만시지탄이다. (중앙Sunday, 2016.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