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천

디딤돌 2009. 7. 5. 17:23

 

남동산단 유수지가 세계적인 철새 도래로 명성을 떨칠 순간이다. 습지 보호를 위해 활동하는 국제인사들이 속속 인천의 환경단체에서 설치한 조촐한 천막, 다시 말해서 ‘저어새 홍보관’으로 모여들기 때문이다. 올해 초 세계 각국의 모니터링 집계로 2041마리로 확인한 저어새가 50마리 이상 찾아와 번식에 들어간 곳이라는 점이 주목되었지만 무엇보다 그런 저어새를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안정적으로 관찰할 수 있다는 사실에 매혹되었다고 한다.

 

30센티미터 가까운 두툼한 검은 부리의 끝 부분이 둥근 저어새는 영어 이름인 spoonbill의 의미처럼, 주걱 같이 커다란 부리를 저으며 갯벌이나 논에서 먹이를 건지는 습성을 가진다. 생긴 모습과 행동이 호기심을 충분히 자극하는 저어새는 사람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기에 먼발치에서 고성능 망원경으로 들어다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는데, 남동산단 유수지는 다르다. 남동산단 측면의 자그마한 숲에서 쌍안경으로 자태를 누구나 얼마든지 감상할 수 있다. 아직은 그렇다.

 

람사르 네트워크 일본 측 담당자를 비롯하여 ‘일본 해안을 보호하는 모임’의 대표, 국제야생생물기금(WWF) 일본 담당자, 아사하야만 보존운동에 청춘을 바친 일본 활동가 들이 환경단체가 두 달 가까이 밤을 새우며 지키는 홍보관을 찾은 지난 7월 첫 토요일 아침. 장마를 대비해 물을 빼놓은 남동산단 유수지는 언뜻 보기에도 오염이 심각했고 역한 악취를 토해내고 있었지만 번식을 마친 재갈매기 둥지를 차지한 저어새들은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나무 몇 그루가 전부인 자그마한 인공섬에서 번식활동에 여념이 없었다. 오죽하면 예까지 찾아야 했을까.

 

다 자란 새끼들이 어미를 집요하게 따라다니며 먹을 걸 요구하는 모습을 망원경으로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는 세계 유일의 저어새 홍보관은 처음 부화해 꽤 자란 어린 저어새들이 ‘송도11공구’의 갯벌로 먹이를 찾아 떠난 둥지부터 어젯밤에 막 부화한 9번째 둥지까지 완벽한 모니터링을 실시한다. 날기 연습이 충분치 못한 새끼들은 승기천이 들어오는 습지에서 먹이를 찾고, 어떤 암수는 짝짓기에 여념이 없으며, 한 어미는 다 자란 새끼에게 둥지 짓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다. 남동산단 유수지에서 태어난 녀석들은 물론이고, 성공리에 번식을 마친 저어새들도 내년에 다시 찾을 게 틀림없고, 홍보관을 다녀간 이의 보고서가 세계로 알려지면서 남동산단 유수지를 찾는 이도 부쩍 늘어날 게 분명하다.

 

인천시는 작년 말 ‘국제철새사무국(EAAFP)을 성공적으로 유치했다. 북경을 따돌리고 동아시아 10개국과 관련 시민단체와 국제기구 19개 파트너가 참여하는 국제철새사무국을 유치한 이후 “인천이 철새의 이동 경로인 시베리아로부터 적도를 거쳐 오세아니아로 가는 도중에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한 인천시장은 “철새들이 강화도나 갯벌에서 쉬고 먹이를 찾을 수 있도록 철새들을 위한 많은 행정을 할 수 있어 인천이 철새들의 수도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걸 대외에 천명했다. “철새 파트너십 사무국 설립으로 국제협력을 통한 이동철새들의 서식지 보전은 물론 우리나라가 철새보전 중심국가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는 인천시의 현재 자세는 어떤가. 해마다 증가할 저어새를 맞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

 

현재 갯벌을 죽인 자리에 솟아오른 갯벌센터에 터 잡은 국제철새사무국은 약속과 달리 텅텅 비었다. 송도11공구 갯벌은 아직도 매립 위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드넓었던 갯벌 중 마지막 남은 가녀린 갯벌에서 먹이를 찾고 유수지의 인공섬으로 돌아오는 저어새는 시방 소음과 오염으로 위협받는데, 세계가 주목할 철새도래지의 악취와 수질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경쟁을 거쳐 국제철새사무국을 유치한 인천시의 시급한 자세는 무엇이어야 할까. 저어새만이 아니다. 송도7공구의 공터에서 알을 품는 검은머리갈매기를 비롯해 무수한 철새가 찾는 습지 보전을 위한 행정이 철새의 눈높이에서 펼쳐져야 한다. 세계가 주목하는 이때, 인천시는 저어새의 처지를 대신해 악취를 감내하며 홍보관을 지키는 환경단체의 주장에 귀를 기울일 의무가 있다. (인천신문, 2009년 7월 14일)

그나마 반가운 소식입니다. 저어새 사진까지 곁들이면 좋을 듯 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