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천

디딤돌 2014. 11. 13. 15:53


파란 하늘이 높고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요즘,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시간이 충분하다면 둘레길을 걸으며 막바지 단풍을 만끽할 수 있겠지만 그건 로망이다. 아침저녁으로 삼사십 분 시간을 내 지하철 몇 정거장을 걷는다. 가로수 가지 사이로 파란 하늘이 새삼스럽고 밤새 우수수 떨어진 낙엽을 밟는 감촉이 즐겁다. 간선도로에서 끊이지 않는 타이어 마찰음이 걷는 내내 귀를 거슬리지만 피할 재간이 없는데, 목이 좀 칼칼하다.


대부분의 작은 건물과 주택들이 석탄으로 난방을 하는 중국은 북경을 중심으로 겨울이 되면 호흡기 질환 환자가 급증한다고 한다. 얼마 전까지 무연탄을 사용했던 우리나라도 겨울이면 대기에 먼지가 심해 와이셔츠를 하루 이상 입기 어려웠는데, 중국은 오죽할까. 가끔 중국에서 날아오는 먼지가 우리를 괴롭히는 정도를 미루어 중국인의 고통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심각할 게 틀림없다.


대기오염을 견딜 수 없는 중국이 전기차 보급에 앞장선다는 뉴스가 들린다. 그러자면 상당한 배터리가 필요할 텐데, 우리 기업이 그 특수를 누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전기차는 아스팔트와 마찰하는 먼지 이외는 발생시키지 않을 텐데, 모든 차량을 전기차로 바꾸더라도 석탄을 태우는 한 먼지는 크게 개선되지 않을 것이다. 한데 배터리에 담을 전기는 어디에서 구해야 할까? 중국 동해안, 다시 말해 우리 서해안을 마주하는 황해 연안에 밀집시키는 핵발전소를 활용하려나? 당장 석탄화력발전소의 전기가 요긴하겠지.


전기차가 늘어나는 만큼 발전소도 늘어나야 한다. 중국에서 날아오는 먼지가 늘어날 테고 자칫 방사성물질도 늘어날지 모르는데, 서해안에 화력발전소가 밀집된 우리는 어떤가. 먼지 제거시설이 최첨단이므로 괜찮을까? 석탄화력발전소의 굴뚝에서 배출되는 먼지는 제거장치의 필터를 통과한 만큼 입자가 작다. PM10 또는 PM2.5라고 하는 초미세먼지가 허파에 들어가 허파꽈리에 박히면 치료하기 어려운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이 경고하는데, 중국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석탄이 우리 발전소에서 괜찮을 리 없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세계에서 7번째로 많이 배출하는 우리나라는 52기의 석탁화력발전소를 보유하건만 계속 늘리려고 한다. 석탄을 세계 10번째로 많이 소비하면서 초미세먼지에 대한 대책은 세우지 않고 중국 타령으로 세월을 보낸다. 중국에서 날아오는 먼지가 적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우리 땅에서 발생하는 먼지가 더 많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화력발전소만이 아니다. 먼지 저감장치를 자발적으로 부착한 경유 자동차 차주는 그리 많지 않은 게 사실 아닌가. 의무 사항이 아니니.


배터리 가격이 떨어지고 효율이 아무리 높아져도 화력발전소가 그만큼 늘어나야 한다면 전기차가 대기오염을 크게 완화하지 못할 것이다. 핵발전소를 늘린다면 재앙의 수준은 훨씬 커질 수밖에 없다. 자동차를 타지 않아도, 먼지와 방사능을 배출하는 발전소를 늘리지 않아도, 살아가기 불편하지 않은 삶을 모색해야 한다. 직장과 학교와 시장과 관공서와 주택이 멀지 않아 걷거나 자전거로 충분히 이동할 수 있는 도시는 유럽의 신도시마다 일상이다. 그런 도시는 태양광 발전장치가 자동차보다 많다.


나이가 들어가 그런가. 한 사나흘 지나면 괜찮아지던 목감기가 떨어지지 않는다. 열이 없어 다행이지만 한 달이 넘게 목이 간지럽다. 인천 앞바다, 그 중 영흥도에 밀집된 화력발전소가 작년보다 2기 늘어나서 그런 건 아닐까? 목감기가 낫지 않는다는 사람이 주위에 의외로 많다. 6기의 대형 발전소가 늘어선 영흥도에 2기가 발전회사 의지대로 추가되면 인천시민들은 어떡하나. 유난히 전기난방이 많은 우리나라에 전기래인지가 급격히 늘어난다. 겨울이 다가오는 문턱이다. 하늘은 파랗고 대기는 상쾌하지만, 잔기침이 멈추지 않는다. (지금여기, 2014.11.11)

 
 
 

공동체·인간

디딤돌 2011. 1. 10. 14:52

 

환경단체에서 운영하는 생활협동조합은 손으로 전기를 일으켜 가동하는 충전식 라디오나 회중전등을 판다. 5, 작은 손잡이를 열심히 돌리면 라디오는 한 시간, 전등은 3분 정도 사용할 수 있다. 그러고 보니 태엽이 풀리는 힘으로 움직이는 시계나 장남감도 주위에 흔했는데 통 보이지 않는다. 자전거 페달로 충전시킨 배터리로 텔레비전이나 세탁기를 사용하는 다리 튼튼한 이가 있다던데, 흔해빠진 건전지에 밀렸는지 태엽은 거의 사라졌다.

 

어릴 적에 과학잡지를 보고, 손으로 거대한 톱니바퀴를 땀을 뻘뻘 흘리며 돌리면 우리집 전기료 적정은 꽤 덜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 발전기가 불가능한 건가 궁금했는데, 고등학교에 진학해 풀렸다. “덥다고 냉장고 문을 활짝 열어놓으면 집안이 시원할까?” 묻는 물리 선생님의 질문에 대답이 궁하고 아리송했지만 이후 에너지 보전의 법칙이라 일컫는 열역학 제1법칙을 이해하면서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각인했다.

 

많은 에너지 전문가들이 지구온난화 시대에 맞을 석유위기를 걱정한다. 머지않아 석유 생산량이 정점을 지날 것으로 주장하는데, 사실 석유를 생산하는 게 아니라 끌어올릴 따름인 사람은 수억 년 전 생성된 석유를 잠깐 사이에 흥청망청 소비했다. 땅 속 석유의 압력이 남아 있을 때 끌어올리는 에너지가 많지 않아 우린 값싼 석유를 한동안 사용해왔지만, 지금은 사정이 바뀌었다. 끌어올리는데 들어가는 에너지가 올라온 석유에서 얻는 양보다 크다면 유정에 분명히 석유가 남았더라도 사용할 수 없다. 유정에 물을 부어 석유를 밀어올리기도 하지만 한계가 있다.

 

세계적으로 석유 소비량은 줄어들 기세를 보이지 않는데, 생산량이 감소한다는 예상이 나오면 어떤 혼란이 초래될까. 국제 석유는 선물로 거래한다. 눈앞에 석유를 놓고 상인과 흥정하는 게 아니라 나중에 인도할 석유의 가격을 미리 정하는 식이다. 그 경우 석유는 투기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선물 계약서가 거래되면서 소문에 따라 석유 가격이 부풀거나 폭락하기도 한다. 정점이 멀지 않았다는 소문, 매장량이 막대한 유전이 개발될 거라는 소문이 투기를 부추길 것이다. 투기가 반영된 결과, 실제 거래되는 석유가격은 배 가까이 튀겨졌을 거로 의심하는 전문가도 있다.

 

올해 들어 세계 석유 가격이 오르기만 한다. 비축량이 충분하다지만 급증하는 사용량에 비하면 보잘 것 없을 것이다. 새로운 유전이 발견된다지만 매장량은 그리 많지 않다. 끌어올리는 양이 소비를 감당하지 못한다면 결국 가격은 오르지만 불안을 증폭시키는 소문은 가격 앙등에 기여할 게 틀림없는데, 가격 오르기 전날 주유소에 길게 줄을 잇는 일반인들은 석유에 얽힌 소문의 정황을 알지 못한다. 그저 효율 좋은 자동차라는 위안으로 핸들을 놓지 못하며 불안하기만 하다. 석유정점이 오긴 오는 건지, 이미 지났다는 말도 있는데, 그때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하는지, 도무지 종잡지 못한다. 다만 조금 내리다 금세 뛰어오른 경험에 익숙해지면서 석유 가격이 획기적으로 떨어지지 않을 거로 체념할 뿐이다.

 

석유는 사실 난방이나 자동차를 위해 태워 없애기 아까운 자원이다. 의식주는 물론이고 의학을 비롯한 각종 산업에 요긴하게 사용하는 석유는 정점이 지나면서 가격이 급등할 텐데, 우리는 어떤 대안을 모색해야 할까. 집과 직장과 시장과 관공서와 공원 사이가 먼 도시는 자동차를 쉽사리 포기할 수 없다. 도시 구조를 바꾸지 않는다면 대중교통과 자전거는 대안이 아니고 오토바이는 자동차와 사정이 같다. 전기자동차는 아직 가격이 높고 충전도 쉽지 않다. 수소자동차? 자동차에 넣을 수소를 물을 분해해 얻으려면 수소를 태워 나오는 에너지보다 많은 석유가 들어간다.

 

대부분의 전기는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를 태워 얻는다. 종류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화석연료는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이산화탄소를 대기에 내놓고 석탄의 경우 적지 않은 대기오염 물질을 배출한다. 핵발전? 그건 이산화탄소에 비교할 수 없이 끔찍한 핵폐기물을 감당할 수 없게 내보낸다. 한 세대 전기 펑펑 쓰자고 10세대 이상의 후손에게 핵폐기물을 떠맡길 수 없다. 게다가 사용 후 핵연료는 조금도 방심할 수 없는 위험 덩이리다. 전쟁이나 예기치 못한 자연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후손을 재앙으로 불안하게 만들 수 없는 노릇이지만, 핵발전이 지구온난화에 대한 대안도 아니다. 핵연료의 채굴, 정제, 운송을 비롯해, 안전해질 때까지 핵폐기물을 관리하는데 들어가는 에너지 총량을 감안한다면 이산화탄소 같은 온실가스의 배출량이 그리 줄어들지 않는다.

 

온실가스도 줄이고 석유를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원으로 바이오 연료를 제시하는 사람도 있는데, 어떨까. 콩이나 옥수수를 가공한 디젤이나 에탄올을 사용하면 매연이 거의 없다지만 산업농업으로 생산하는 그런 곡물을 연료로 가공하는데 들어가는 석유 에너지를 상정한다면 어처구니없다. 드넓은 농토에 무거운 기계로 씨를 뿌린 뒤 석유를 가공해 생산하는 화학비료와 화학농약을 듬뿍 살포하며 콤바인으로 수확해 트럭과 대형 선박으로 수송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산업농업은 곡물에서 얻는 에너지의 10배의 석유 에너지를 소비한다. 바이오 연료로 가공하는데 들어가는 에너지는 바이오 연료로 얻는 에너지에 육박할 정도다. 그뿐인가. 자동차 한 대에 넣을 연료를 위해 200킬로그램의 콩이나 옥수수가 들어가는데, 한 사람이 1년 먹을 양에 달한다. 바이오 연료가 늘어날수록 석유위기와 지구온난화는 심화되고 굶주리는 인구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최근 이산화탄소를 모아 처리하겠다는 계획이 나와 대안에 골치가 아픈 이의 눈을 크게 뜨게 만들었다. 이미 늘어난 대기의 이산화탄소가 아니라 앞으로 굴뚝으로 나올 이산화탄소를 모으겠다는 계획인데, 모은 이산화탄소 처리할 구체적 방법은 아직 없다. 기술 개선으로 이산화탄소를 모으는데 들어가는 에너지는 줄였어도 기껏 모은 이산화탄소를 대기로 날린다면 소용없는 일이다. 미국은 채굴이 끝난 유정에 넣은 뒤 폐쇄하는 방안을 모색하지만, 지진과 같은 사고를 견딜 수 있는 기술의 영구적 완전성을 확신할 수 없어 실행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만일 가스나 메탄올로 합성할 수 있다면? 이산화탄소를 자동차와 난방 연료는 물론 플라스틱으로 가공할 수 있다는 맹랑한 제안이 나왔다는데, 그게 가능할까. 연구비에 목마른 과학자들은 경제성까지 운운하며 물주를 유혹하는 모양이지만, 열역학법칙을 무시한 얼빠진 속임수에 불과하다.

 

이제와 같은 낭비구조를 놔둔 에너지 대책은 불가능하다. 이미 대기에 농축된 430ppm의 온실가스를 350ppm 이하로 줄이지 못한다면 온난화는 계속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그렇다면 자동차를 거의 사용하지 않아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도시와 농촌으로 당장 바꿔야 한다. 그런데 반성하지 않는 자가 구상하는 대안은 터무니없게 끔찍하다. 후손의 환경을 담보로 흥청거린 당대부터 희생할 대안을 찾아내야 하는데, 도무지 탐욕을 버리지 않는다. 냉장고를 열어놓는다고 집안이 시원해지는 게 아닌데. (작은책, 20113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