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에너지

디딤돌 2011. 11. 25. 09:44

낙엽마저 사라져 쌀쌀해진 가을에

 

걸을 때마다 바스락거리던 낙엽이 가을비를 맞고 잠시 추레했는데, 어느 틈에 말끔히 치워졌다. 쓸어내 마대에 담고 담아도 또 떨어져 쌓이는 낙엽. 낙엽을 부르던 가을비는 머지않아 살얼음을 부르는 겨울비로 바뀔 텐데, 부지런한 미화원들은 거리의 낙엽을 말끔히 치웠다. 무성했던 잎을 거의 잃은 나뭇가지 사이로 드러나는 파란 하늘은 아침저녁으로 차갑다. 겨울이 멀지 않았다고 선언하는 것 같지만 한낮의 태양은 여전히 따사롭다. 스포츠웨어 기업마다 극성스레 광고하는 오리털 파커는 입을 때가 아니다.

 

움츠러들기 쉬운 이맘때, 걷기 참 좋다. 가벼운 옷차림으로 아파트단지를 크게 두 바퀴를 빠르게 걸으면 땀이 적당히 돌고, 집에 와 씻으면 마음도 상쾌해진다.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지 않는다면 걷는데 아무 지장이 없는데, 어느새 낮 시간이 짧아졌다. 저녁 6시면 벌써 어둡다. 지하철을 빠져나오는 사람들은 어두워진 길을 총총 걸어 집을 향하는데, 벌써 그렇게 춥나? 외투에 목도리까지 둘렀다. 요즘 아파트들은 난방을 자동으로 조절하므로 금방 따뜻해지겠지.

 

가을이 깊어지면서 집밖은 영하로 다가가지만, 집안은 가을이 아니다. 여름에 시원했던 실내는 겨울에 다가갈수록 따뜻해진다. 여름 내내 에어컨이 가동되던 집안의 난방 온도를 잔뜩 올려놓기 때문이다. 지난 9, 무더운 날씨에 에어컨 가동이 늘어나면서 전국은 전력 대란을 겪었는데, 전력당국은 겨울철 전력 비상을 경계한다. 겨울철 난방에 사용하는 전기가 늘어나면서 비롯된 현상이다. 오리털 파커를 벗자마자 진땀을 흘려야 하는 실내라면 틀림없이 선풍기처럼 생긴 전열기 여러 대가 돌아가고 있을 것이다.

 

전국이 전력 대란으로 고생한 다음날, 도시의 상가들은 밖으로 에어컨 바람을 펑펑 쏟아내며 손님을 유혹했는데, 겨울도 마찬가지겠지. 그러느라 발전소들은 가동을 멈추지 못하겠지. 아마 핵발전소도 마찬가지일 터. 한국에서 가장 비싼 전기요금이 적용되는 가정은 전자제품의 플러그를 뽑으며 대기전력까지 아끼지만, 전기요금이 저렴하게 책정된 상가와 기업들은 시민들의 알뜰한 노력을 비웃는다. 우리 전력당국의 요금 체계는 전기 절약에 역행한다. 겉으로 전기 절약을 요구하면서 내심 발전소 세우기 급급한 정부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전기의 24퍼센트는 난방이 차지한다. 석유 한 방울 나오지 않는다면서 전기를 펑펑 쓰는 건, 핵발전소 덕분일까. 그리 여기는 이가 많은데, 유럽인들은 겨울에 얇은 옷차림으로 땀을 흘리는 우리를 이해하지 못한다. 우리보다 겨울이 춥지 않지만 실내에서 옷을 두툼하게 입는 독일을 비롯한 북유럽인들은 소득이 우리의 두 배에 가까워도 전기 사용량은 3분의2에 불과하다. 한여름에 찾아간 독일 베를린 시내의 고급 식당은 실내가 우리처럼 밝지 않았고 에어컨도 가동하지 않았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가동 중인 핵발전소 8기를 즉각 중지한 독일은 2022년까지 모든 핵발전소를 폐쇄하겠다고 법으로 약속했다. 독일에 이어 벨기에도 수명을 다하는 대로 핵발전소를 폐쇄하기로 천명했는데, 녹색당이 약진해서였을까. 전기의 75퍼센트를 핵발전으로 얻는 프랑스도 핵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겠다고 야당을 중심으로 선언했다. <AFP> 통신이 야당이 모여 2025년까지 50%로 낮추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는데, 야당보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프랑스 현 정부는 난색을 표했다지만 유럽의 추세는 핵에너지 폐쇄로 이미 기울었다.

 

우리나라가 생산하는 전기에서 핵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32퍼센트다. 전기로 난방을 하지 않는다면 핵에너지를 얼마든지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핵발전소의 3분의2 이상을 끈 일본에서 전력 비상은 없었다. 산업도 마비되지 않았다. 그러므로 우리도 유럽의 추세처럼 핵발전소를 줄일 수 있다. 아끼면 된다. 독일인처럼, 아니 우리 선조처럼 여름이 여름답고 겨울이 겨울답게 지낸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거리의 나무들처럼 4계절의 흐름에 적응된 우리는 계절에 어긋나게 살면서 허약해졌다. 올 겨울부터라도 이제는 좀 춥게 지내보자. (기호일보, 2011.11.25.)

 

일 때문에 방문하는 기업체 여직원들 책상아래에는 어김없이 전열기가 들어 있더군요.
기업은 전기료를 싸게 내고 서민은 많이 내는 요금체계의 손질이 시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