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반·개발

디딤돌 2019. 7. 7. 00:04

 

하지가 지났다. 길어지던 낮 시간이 조금씩 짧아지지만 점점 더워진다. 작년 폭염에 놀란 마음은 벌써 움츠려드는데, 기상 전문가는 올여름은 나을 거로 예상했다. 티베트 여름의 눈이 작년과 달리 사라지지 않았다는 걸 근거로 제시했지만, 위안이 되지 않는다. 5월부터 폭염주의보가 내리지 않았나. 중부지방에 폭염주의보가 내린 24, 하필 그날, 125개국 1600개 도시에서 청년들이 동맹파업에 나섰다.


스웨덴의 16세 소녀 그레타 툰베리는 금요일이면 국회의사당 앞에서 1인시위에 나선다. 작년 12월 폴란드 카토비체에서 열친 24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어른들은 무엇보다 아이들을 사랑한다고 떠들면서 우리 눈앞에서 미래를 빼앗아 간다!”고 연설한 그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말하지 않는 어른 같지 않은 어른을 향해, ‘녹색성장이나 지속가능성장라는 허울 좋은 말잔치에서 그치지 말고 절박한 마음으로 행동하라고 요구한다.



사진: 기후위기를 일으킨 어른에게 책임을 물으며 등교거부를 하는 그레타 툰베리.


시사 주간지 타임은 그를 2018년 가장 영향력 있는 청소년으로 선정했고, 노르웨이 국회의원 3명이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했지만, 그 사실에 전혀 관심이 없는 툰베리는 청년에게 등교거부와 동맹파업을 제안했다. 그에 대한 호응은 전 세계 청소년에서 그치지 않았다. 영국을 중심으로 유럽의 시민들이 멸종저항운동으로 모여 섬뜩한 행동에 나섰다. 영국 의회에 난입해 시위를 벌이고 프랑스 파리의 박물관 앞에 붉은 물감을 뿌리며 정부에 책임 있는 정책을 촉구했다. 그에 발맞춰 유럽 시민들은 기후변화에 가장 명징한 의견을 내놓는 녹색당에 손을 들어주기 시작했다.


몬순 계절인 6월이 와도 비가 내리지 않자 인도에 섭씨 50도를 육박하는 폭염이 계속되고 열사병 사망자가 급증한다는 외신이 들렸다. 그때 낙동강 여기저기에 녹조가 스멀거린다는 보도가 있었다. 수온이 본격 오르기 전부터 전조가 심각하다는 신호였지만 촛불이 창출한 정부는 여태 꿈적도 하지 않는다. 유구했던 강의 흐름을 8군데에서 가로막은 대형 보들도 여전하다. 뙤약볕에 정체된 낙동강의 썩어가는 물은 복잡한 정수 과정 없다면 마실 수 없다. 끈적끈적하게 늘어난 남조류는 과감한 화학처리로 어느 정도 정화하겠지만 독성은 제거하기 어렵다. 낙동강의 생태계는 얼마나 버틸까? 온전한 생태계 없이 생존이 불가능한 존재가 사람인데, 돈과 과학기술이 청년의 미래를 열어줄까?


작년 호주는 기후변화로 생존에 위협을 느꼈나보다. 전에 없는 폭염과 가뭄으로 밭이 말라붙었고, 수출은커녕 먹는 밀조차 수입해야 할 지경이었다고 한다. 재난을 되풀이할 수 없으니 기후변화 연구에 집중한 모양인데, 호주 국립기후복원센터는 지금처럼 방관한다면, 30년 이내에 세계 인구 절반 이상의 생존이 불투명해질 것으로 전망했다고 세계 언론이 주목했다. 인류가 버리고 싶지 않은 현재의 문명을 유지하려면 온실가스 배출을 당장 멈춰야한다고 연구자가 경고했다고 한다. 하지만 무슨 급한 일이 그리 많은지, 어떤 국가의 정부도 성의 있는 행동을 시작하지 않았다. 대한민국도 다르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기후와 관련된 잠재적 안보 위협으로 제목을 명료하게 붙인 보고서에서 연구팀은 막대한 산소 공급원인 아마존 같은 열대우림이 타들어가고 해수면 상승으로 도시 대부분이 물에 잠겨, 세계 인구의 55%가 터전 잃을 것으로 예견했다. 하지만 공허하기만 했다. 앞으로 20년 안에 전쟁과 같은 긴박함으로 행동하지 않으면 재앙을 피할 수 없다고 강조했지만, 정책 책임자들은 이번에도 식상해했다. 사실이라고 해도 아직 먼 이야기로 여기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지엽적으로 발생하는 기상이변에 잠깐 허둥거리는 우리나라는 해마다 더워지는 여름 폭염을 걱정할 뿐이다.


열심히 공부하면 뭐하나? 내일이 온존할지 알 수 없는데.” 세계 청년들은 등교를 거부하는데 3기 신도시를 구상하는 대한민국 정부는 가정 전기료 누진제 완화를 검토한다. 그러자 언론이 걱정에 나섰다. 누진제 완화는 한국전력 적자로 이어질 테고, 나중에 전기료를 한꺼번에 인상한다면 산업이 마비되는 게 아닐까? 청년의 고민은 안중에 없었다. 부산과 인천에서 경쟁적으로 해안을 매립해 화려하게 세운 초고층 아파트는 우리 청년의 내일을 저당했다. 에너지 과소비로 휘황찬란하지만 기후변화로 버림받게 될 날이 멀지 않았는데, 3기 신도시 타령이 제정신인가? 우리 언론은 따지지 않았다.


정부와 언론만이 아니다. 기후변화 시대의 등교 거부를 청년의 처지에서 이해한 어른은 얼마나 있었을까? 그런 행동이 논의된다는 사실을 감지한 우리 교장과 교사들은 학생을 성원하며 격려했을까? 그럴 리 없다. 일부 교사 애써 모르는 체해도 학부모가 가만히 있지 않았겠지. 그래서였을까? 우리 청년들이 뜻을 모아 등교를 거부했다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았다. 어른들의 압박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운 대학생도 마찬가지였다. 기후변화에 대한 강의를 듣는 학생에게 등교 거부에 대해 물었지만 학점과 무관해서 그런지 시큰둥했다. 기후변화는 어렵싸리 구한 일자리라고 봐주지 않는데.


환경에 관심 보이는 인천의 어떤 어른은 지자체장으로 일하면서 그레타 툰베리를 초청해 우리 청년과 환경토론 마당을 열어보려 했다고 환경의 날 기념식장에 모인 청년들 앞에게 자랑했다. 행사장에서 환경동아리 활동을 소개하던 학생들은 온실가스 내뿜는 비행기를 탈 수 없으니 동영상으로 참여하겠다.”는 툰베리의 소견을 듣고 어떻게 생각했을까? 아쉬웠을까? 대견하다 여겼을까? 묻지 않아 모르겠는데, 툰베리를 초청하고 싶었던 어른은 우리 청년들이 툰베리처럼 기후변화에 민감해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 할까?



사진: 인류세는 피하거나 극복할 수 있는 재앙이 아니다. 돌이킬 수 없는 인류세의 파국을 직시하고 반성적 자세로 대안적 삶으로 시급히 바꿔야 한 그루 사과나무라도 심을 수 있을 것이다.


툰베리가 다니는 학교는 1인 시위를 배려하며 금요일 수업을 빼준다고 한다. 우리 학교는 그럴 용의가 있을까? 우리도 등교 거부에 나선 청년이 분명히 있다. 대안학교 중심의 작은 인원이었다. 졸업생 취업률에 관심이 큰 우리나라의 대학들은 어떨까? 기후변화에 대응해 민감하게 행동한 청년의 입학을 흔쾌히 받을까? 대학생들이 선호하는 기업들은 어떨까? 멸종저항에 나선 경험을 중요하게 여기는 젊은이를 선뜻 채용할까? 고개를 끄떡일 수 없다. 기득권인 어른은 시끄러운 자를 몹시 귀찮아한다. 내가 죽은 뒤에 벌어질 기후변화를 미리 왈가왈부할 시간과 성의가 없다. 다음세대에 대한 공감이 부족하다.


지금은 지질연대로 인류세(anthropocene). 인류세 화석으로 사람 이외에 무엇이 남을까? 닭뼈? 그리 예견하는 학자가 많은데, 우리 학계에 인류세 연구는 거의 감지되지 않는다. 인류의 탐욕으로 지구 생태계에 커다란 균열이 발생할 거라는 인류세, 그에 대해 대체로 무감각하다. 논리가 뒷받침되어야 행동에 힘이 실린다. 하지만 연구 자체가 목적일 수 없다.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 연구라면 의미가 없다.


가슴 속 말을 꺼내며 행동하는 청년이 우리나라에 드문 이유는 무엇일까? 경제성장에 목숨 거는 기득권에 주눅이 들었을까? ‘좋은 대학에 들어가야 성공한다는 어른의 압박 때문일까? 대한민국의 청년들이여! 그대 몫까지 차지한 어른들의 감언이설에 속지 않길 바란다. 자식 키우는 시민들도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지구라는 집에 큰불이 날 직전인데, 녹색성장이나 지속 가능한 발전이라는 신기루에 몸을 숨기지 말길 바란다. 허울보다 진실을 마주해야 한다. 자식이 건강해야 나이 든 삶을 행복하게 마무리할 수 있지 않은가. (작은책, 20197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