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반·개발

디딤돌 2009. 4. 19. 03:53

 

기상 관측 이래 4월 최고의 더위가 기상 관측 이래 최고의 3월 더위 이후에 맹위를 떨칠 때, 남동공단유수지와 길 건너 외암도유수지를 찾았다. 작년 늦은 가을에서 이른 겨울, 기억을 따라 내려왔던 겨울철새들이 떼로 죽어나가 인천의 환경단체 관계자들이 발을 동동 굴려야 했던 곳이다. 지금 그곳은 목하 공사 중이다. 아암도에서 이어지는 해안도로를 확장하느라 파일 내리치는 굉음이 고막을 자극하는 가운데 수많은 중장비가 들락거린다.

 

너른 갯벌을 매립해 조성한 남동공단은 바다를 연하는 남쪽 자리, 승기천이 갯벌로 빠져나갔던 곳에 남동공단유수지를 넓게 남겼다. 빗물을 완충하고 필요하다면 다시 채워둔 물을 사용하려는 의도였지만 한번도 활용된 바는 없다. 사실 갯벌을 평탄하게 매립한 곳에 유수지는 필요하다. 풍수해가 있을 수 없는 갯벌 위에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를 깔았으니 당연하다. 내리는 비는 어디론가 낮은 곳으로 흘러야하는데 매립지에서 마땅히 갈 곳이 없다. 넘치는 빗물이 공장이나 건물에 스며들도록 놔둘 수 없으니 빗물을 받는 하수도는 유수지로 이어지게 만든 것이다.

 

남동공단의 남쪽에 조성된 유수지는 한쪽으로 편중되었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활용하기 어렵다. 게다가 빗물을 받아야 하는 관에 공장 폐수관로를 잘못 이어놓는 일이 초기에 잦았다. 조성되자마자 폐수가 고이며 악취가 진동했으니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했지만 인근에 승기하수종말처리장이 생기면서 사정이 나아졌다. 남동공단과 연수구 아파트단지에서 발생한 오폐수가 정화돼 모이고, 하수관로가 다시 정비되면서 빗물이 흘러들자 남동공단유수지가 개과천선한 것이다. 아직 악취는 남았어도 철새가 날아들고, 철새를 반기는 시민들이 보전의 목소리를 높이기에 이르렀다.

 

조수간만의 차가 유난한 인천의 바닷물이 오랜 세월 밀고 썰며 만들어낸 남동공단 이전의 인천갯벌은 참으로 완만하면서 넓었다. 육지에서 쏟아지던 흙과 모래를 먼 바다로 가지고 나갔다 다시 바닷가로 되가지고 오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갯벌에는 생명들이 가득했다. 그 생명들이 먹고 숨 쉬며 후대를 이어오면서 갯벌은 육지에서 쏟아지는 영양염류를 정화했고 갯벌을 구성하는 막대한 식물성플랑크톤은 대기를 정화했다. 그 갯벌의 일부가 남동공단으로 매립돼 사라졌어도 나머지가 광활했을 때 갯벌을 미처 떠날 수 없었던 주민들은 맨손으로 수많은 어패류를 채취해왔고, 덕분에 시민들은 인천의 풍요로웠던 풍미를 조금이나마 기억할 수 있었다.

 

송도신도시를 위해 남동공단 너머의 갯벌까지 대부분 매립되면서 유구했던 인천의 맨손어업은 일거에 자취를 감췄다. 사람보다 먼저 깃들었던 생명들은 운 좋으면 화석으로 남을 것이다. 그런데 희한하게 남동공단보다 훨씬 광활한 송도신도시 부지에 공원은 넓어도 유수지가 없지만, 해안도로와 송도신도시 부지 사이에 물길을 조금 남겼다. 거기가 바로 겨울철새의 가녀린 안식처 외암도유수지다. 인근에 조그맣게 남은 송도11공구, 소래포구와 연한 ‘고잔갯벌’에 밀물이 높아질 때 바닷물의 일부가 교환되기는 하지만 허구헛날 정체되는 외암도유수지가 빗물을 완충할 능력은 없을 것이다. 드넓은 송도신도시 부지의 가운데를 관통해 바다로 이어지는 공원이 그 역할을 대신할 텐데, 확장되는 해안도로에 침식되는 외암도유수지는 송도신도시 7공구와 연접한 곳에 갈대가 무성하다. 지친 겨울철새들에게 쉼터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다.

 

인천의 오랜 체취가 사라진 송도신도시 부지에 갯벌센터와 컨벤션센터가 들어섰고 초고층 아파트단지가 완공된 후에 151층 쌍둥이 빌딩이 자리할 예정인데 아마도 유전자 어디에 자리잡았을 기억을 가다듬는 생명들이 인근의 습지에 깃든다. 호수가 얼어붙기 시작하는 시베리아를 떠나 지금의 남동공단과 송도신도시 일원의 갯벌로 해마다 찾아오는 겨울철새가 그들이다. 남은 곳이 고작 고잔갯벌이고 물이 고이는 쉼터가 겨우 남동공단유수지와 인근의 좁디좁은 외암도유수지에 불과하더라도 그들에게 대안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보톡스. 전직 대통령도 처방했다니, 주름살을 없애는 무슨 신비의 약인 줄 알았다. 알고 보니 독약이다. 그것도 아주 치명적인 보툴리눔 독소. 그 독소를 충분히 희석한 보톡스는 경험적 사실을 바탕으로 임상에 적용시킨 무수한 의약품 중에서 하나로, 성형에 이용하자 각광받은 예가 될 것이다. 성형에 적용하지 않았다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지 않았을 보톡스는 근육을 마비시키는 위험한 독성을 이용한다. 보톡스를 주입하면 마비된 근육은 사용하지 않을 테니 위축될 터. 그런 약효로 사각턱이 잠시 갸름해지고 주름이 한시적으로 제거된다는 거다. 성형외과 의사들은 안전을 장담하지만, 참으로 과감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다만 농도가 문제일 뿐 모든 물질은 독약이라고 어떤 화학자는 말한다지만 아무리 희석한다 해도 분명한 독극물이라면 환자 이외의 다수에게 예뻐지라며 처방할 의사는 없을 것 같은데, 보톡스를 주사맞는 이는 과연 환자일까. 차라리 고객이라 해야 옳지 않을까. 여기에서 그런 거 따지지 말자. 하기야 강력한 독성물질인 불소도 적당한 농도로 수돗물에 섞으면 이가 튼튼해진다고 주장하는 의사도 있다. 문제는 수돗물에 들어가면 싫어도 무차별적으로 마실 수밖에 없으므로, 선택의 문제에 부딪힌다는 점이다. 따라서 불소가 이를 튼튼하게 한다는 과학적인 증거가 분명하더라도 원하는 사람에게 제한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제기된다. 아무도 늙어가는 걸 좋아할 리 없다. 가능하다면 얼굴에 주름이 없기를 바란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불소와 같은 맥락으로 수돗물에 보톡스를 안전한 농도로 섞자는 발상은 나오지 않는다. 가격이 높거나 먹어 효과를 보는 약품이 아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몸에 축적되는 불소는 나이든 이의 뼈를 부러뜨릴 수 있지만 본격적으로 처방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런지 보톡스의 부작용 사례는 아직 보고되지 않았다. 그런데 분명한 건, 보툴리눔 독소는 심각한 식중독을 일으킨다는 사실이다.

 

보통 상한 음식이나 통조림에 숨어있던 포자로 번성하는 미생물, ‘클로스트리움 보툴리눔’이 분비하는 보툴리눔 독성은 사린가스보다 10만 배나 강해 몸무게 1킬로그램 당 천분의1 마이크로그램으로 실험동물의 절반을 죽게 만들 정도라고 한다. 1995년 3월 동경 지하철에 사린가스를 살포하여 12명을 사망케 하고 5천여 명을 호흡곤란에 빠지게 한 오옴진리교는 그 전에 보툴리눔 독소를 살포하려 몇 차례 시도했다는데, 보툴리눔 독소는 위장 뿐 아니라 호흡기를 통해 몸에 들어와도 문제를 일으킨다. 먼저 발음과 발성이 마비되고 동공이 확장돼 시야가 흐려지며 골격근이 마비되다 호흡이 급격히 불가능해지면서 급기야 사망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복어 독 테트로도톡신처럼, 정신은 명료한 가운데 몸이 마비되면서 죽어가는 보툴리눔 독소증을 보툴리즘이라고 말한다. 젊음을 아름답게 유지하려는 욕망은 보톡스를 마다하지 않는데, 처방하는 의사나 처방을 받는 환자(어쩌면 고객)는 그 치명성을 모르는 것인가, 알면서도 감당하는 것인가. 아름다움이 반드시 젊음만은 아니지만 내면보다 외모의 아름다움을 향한 사람의 집착은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인가. 보톡스는 백혈병이 깊어진 라이너 마리아 릴케를 죽음으로 이끈 장미 가시보다 더욱 치명적인, 팜므파탈의 유혹인지 모른다.

 

보톡스는 안전하게 희석한 사람의 성형용 의약품일 따름이라고 의사들이 주장하니 이제 언급을 자제하기로 하고, 보툴리즘은 어느 동물에게나 치명적인데, 인천의 갯벌에 날아온 겨울철새에게 보툴리즘처럼 치명적인 사건은 이제껏 없었다. 신선한 풀을 찾아 수백 킬로미터를 이동하는 누와 순록 떼처럼, 섭생과 양육을 위해 크릴새우가 넘치는 남극을 찾아갔다 다시 적도로 돌아오는 혹등고래처럼, 시베리아의 호수가 단단히 얼어붙기 전에 청둥오리, 황오리, 흰죽지, 기러기 들은 수천 킬로미터를 아무 것도 먹지 않고 쉼 없이 날아 우리나라 서해안을 찾는다. 거기에 갯벌이 있기 때문이다. 무리를 이끌고 전에 내렸던 곳을 당도해 하늘에서 바라보니 온갖 중장비들이 몰려들어 갯벌을 떠들썩하게 매립한다면 그들은 당혹스러울 것이다. 허기지고 지친 몸은 쉴 장소로 찾아 더 날아가야 한다. 사람이나 철새나 기진맥진한 상태에서 쉴 자리를 찾지 못하면 더욱 피곤해진다.

 

겨울철새의 처지에서 생각해보자. 숨이 턱밑까치 차오르는데 남동공단유수지와 외암도유수지가 눈에 띈다. 드넓었던 갯벌이 사라진 뒤에 비좁게 물이 고였어도 거기엔 사람과 중장비가 들락거리지 않고 작년에 내려가 먹이도 구한 기억도 있다. 대부분의 철새들은 시화호나 화옹호, 천수만이나 멀리 금강하수의 더 넓은 곳을 찾아 남쪽으로 힘겹게 내려갔지만 거긴 먼저 도착한 겨울철새들로 북적인다. 갯벌이 자꾸 줄어드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리라. 더 날아갈 수 없이 기진맥진한 상태에서 가만히 내려다보니 오호라! 먼저 내려간 새들이 이미 자리잡고 있는 게 아닌가. 지친 몸을 어서 쉬려면 예도 감지덕지라 여긴 철새들이 비로소 안심하고 서둘러 내려간다.

 

아뿔싸. 그런데 거기에 보툴리눔 독소가 있을 줄이야. 썩은 통조림이 따뜻해질 때 번성해야 할 보툴리즘 균이 기상관측 이래 가장 더웠던 늦은 가을에 창궐한 것이다. 그것도 플랑크톤이 가득한 갯벌에서. 더위로 썩어버린 갯벌에 만연한 보툴리눔 독소가 겨울을 앞둔 계절까지 남아 있으리라고 창공에서 헤아릴 방법이 없었던 겨울철새는 단순히 운이 나빴던 걸까. 앞서 내려앉은 철새들이 평화롭게 보여 내려갔을 뿐인데. 내려와 보니 웬 구더기가 여기저기 눈에 띈다. 허기진 철새에게 구더기는 반가운 영양식임에 틀림없으니 허겁지겁 먹었을 테고, 이윽고 구더기는 보툴리눔 균을 겨울철새에 전파시킬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정신은 멀쩡한데 온몸은 마비되니 날아오르지 못하고 공포에 질려 물에 떠있을 뿐인데 창공에서 그 모습을 본 철새들이 연이어 내려온다. 그리고 구더기를 먹는다. 그 구더기는 유수지에 맥없이 떠있는 철새의 옆구리를 뚫고 빠져나온 것이다.

 

자원봉사 점수가 없다면 그렇게 많은 학생들이 환경단체에서 주관하는 행사현장에 모여들 리 없다. 학년이 올라갈 때마다 할당된 시간을 채워야하는 까닭에 하릴없이 관공서 유리창을 닦던 학생들을 불러모으려면 환경단체는 수업이 없는 토요일, 이른바 ‘놀토’를 택하는 게 불문율이었다. 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그럴 여유가 없이 다급했다. 내려오지 말라고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막대기를 하늘에 대고 정신없이 휘둘러도 아랑곳하지 않는 철새들은 당연한 듯 구더기를 먹지 않던가. 온몸이 마비돼 죽은 철새의 몸은 구더기로 뒤범벅이고 악취는 진동하건만 철새들은 또 내려온다. 이러다가 안 되겠다 싶어 황급히 자원봉사를 요청하지 않을 수 없었다. 놀토가 아니어도 와주는 학생이 있겠지. 한 사람이라도 더 와서 한 마리라도 더 날려 보내야하고, 죽은 철새는 한시바삐 수거해야 한다. 그래서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토요일 오후 남동공단과 외암도유수지에 약간의 학생들이 모였다.

 

겨울이 다가오는 계절에 내리는 비는 뼈마디를 파고들고 시커멓게 썩은 갯벌에 발이 푹푹 빠지니 여간 힘겨운 게 아니지만 사람이 다가가도 날아오르지 못한 채 눈만 껌뻑이며 죽어가는 철새들에 동정심을 느낀 학생들은 마음이 급해졌다. 갈대숲 사이 여기에도 저기에도 썩어가는 사체들, 분명히 살아 있지만 옆구리에서 구더기가 스멀거리는 철새는 구조해도 소용이 없었다. 머리를 잡아 올리면 다리와 몸이 떨어져나가며 죽고 마는 게 아닌가. 그렇다고 그냥 둘 수도 없다. 어쩌다 온전해 보여 번쩍 안아올린 철새도 맥을 못 추기는 마찬가지다. 짧아지는 해는 어느새 서편 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마음이 급해 안절부절못하던 자원봉사 학생들의 눈매는 어느새 촉촉해졌다. 빗물 때문이 아니다. 속절없이 죽어가는 철새들에 속죄하고 싶었을지 모른다.

 

그렇게 구한 철새는 죽어가는 철새의 지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본격적인 겨울이 다가와 구더기가 사라지기까지 내려온 철새는 그 이후에도 속절없이 죽어나갔다. 날씨가 쨍하고 추우면 몸이 성한 철새들은 남쪽으로 날아갈 테지만 이번 겨울도 기상관측 이래 가장 더웠다. 겨울철새에 닥친 보툴리즘은 남동공단유수지와 외암도유수지에서 한정하지 않았다. 안양천에도, 한강에도 철새들이 떼로 죽었다. 이상 고온으로 오염된 물의 용존산소가 고갈되자 보툴리즘을 일으키는 균이 이상 번성했기 때문이라고 보건환경연구소는 덤덤하게 밝혔지만 전문가의 원인 분석은 대개 거기까지다. 이상 기온이 계속되거나 심화되는 근본 이유는 문제 삼지 않는다. 그러니 철새가 죽어나간다고 가슴앓이 하지 않고, 대책을 세우지 못해 발을 동동 굴리지 않는다.

 

 

 

인천에서 영흥도로 가려면 시화방조제를 건넌다. 그때 왼편 차창은 화성의 파란 하늘을, 오른편 차창은 인천 연수구의 시커먼 하늘을 뚜렷하게 대비시킨다. 그 시커먼 하늘 아래 유수지에서 겨울철새들이 떼로 죽었다. 왜 그런 하늘을 택했을까. 인천에서 조금 더 먼 깨끗한 하늘로 날아와 주민들이 팔 걷고 보호하는 시화호나 지자체 차원에서 도래지를 관리하는 천수만과 금강하구로 날아갈 것이지. 철새로 붐비는 천수만과 금강하구에 내릴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로 서열이 낮았던 걸까. 아무튼, 저토록 오염된 하늘을 뚫고 날아왔으니 지칠만하기도 하겠다. 날아온 것만으로 용하고 고맙다.

 

영흥도에는 현재 80만 킬로와트급 석탄화력발전소 4기가 가동 중이다. 화력발전소 부지 확보를 위해 영흥도 해변의 갯벌을 매립하려 할 때, 주식회사 남동화력은 지키지 않을 협약을 매립허가권을 가진 인천시와 맺었다. 우선 2기는 석탄을 연료로 하는 발전소로 짓고 나머지는 청정에너지를 원칙으로 논의하겠다고 철석같이 약속했건만 부지를 넓게 매립한 후 약속이행을 외면한 것이다. 법적 구속력 없는 협약을 남동화력이 지키지 않은 것인데, 인천시는 협약의 한계를 진작 알고 있었다. 오염된 대기 아래에서 숨쉬고 살아야 하는 인천시민은 누구를 원망하야 하나. 한데 문제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최근 정부에 석탄화력 4기를 추가해달라고 신청했다 2기의 건설을 허가받은 남동화력은 모두 6기에서 만족할 자세가 아니가 때문이다. 8기를 늘 가동할 수 있도록 12기를 확보하려는 의지를 은근히 드러내곤 하지만 인천시는 거기에 대해 어떠한 발언권도 행사할 수 없다.

 

인천시는 수도권의 대기를 청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크고 작은 건물의 주인에게 보일러를 교체토록 종용했지만 그 효과는 영흥도에서 2기의 석탄화력발전소를 가동하면서 사라지고 말았다. 그런데 2기가 추가된 현재 모두 4기가 24시간 가동되고 있다. 황이나 질소산화물의 배출 총량이 늘어나지 않았으니 악화된 건 아니라고 남동화력은 강변하고 싶겠지만 그건 대기에 한한다. 온배수를 따져보면 사정이 달라진다. 고온 고압의 수증기로 터빈을 돌리는 발전소는 터빈을 빠져나온 수증기를 식혀야 하는데, 그를 위해 깊은 바다에서 차가운 물을 퍼올리고, 수증기를 식히고 데워진 물을 인근 바다로 내보낸다. 그 물이 온배수다. 발전용 터빈이 늘어날수록 온배수의 양이 늘고, 그만큼 주변 해역의 수온은 오를 수밖에 없다.

 

영흥도에 화력발전소가 가동한 이후 축적된 모니터링 결과가 아직 충분하지 않아 정확한 예측은 불가능하겠지만, 현재의 4기에서 6기로, 앞으로 8기에서 어쩌면 12기로 발전용량을 늘일 경우, 인천 앞바다의 수온은 예전에 없이 상승할 테고, 생태계는 괴멸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 수온 변화는 해양 생태계의 기반인 플랑크톤의 분포에 변화를 초래하게 만드는데 영흥도 석탄화력발전소의 온배수는 지구온난화로 생태계 안정성이 흔들리는 바다를 더욱 교란할 게 틀림없다. 게다가 시화호와 송도신도시 개발로 대부분의 인근 갯벌마저 사라진 마당이 아닌가.

 

최근 겨울철새들의 집단 폐사가 끊이지 않는다. 2000년 천수만의 가창오리 만 여 마리가 죽은 사건을 필두로 제주도와 한강, 안양천과 탄천에서 수십에서 수백 마리의 철새들이 한꺼번에 죽어간다. 농약이나 밀렵꾼의 독극물도 빼놓을 수 없고 지구온난화로 이동 시기를 제대로 맞추지 못한 이유도 배제할 수 없지만, 광범위한 갯벌 매립으로 내려앉을 곳을 찾지 못한 게 근본 이유일 가능성이 높다. 얼마 남지 않은 갯벌마다, 광활하게 매립한 지역에 넓게 조성한 저수지마다 철새들이 운집되었으니 바이러스의 창궐은 그만큼 쉽다. 기력이 쇠진한 상태에서 도착한 철새들의 면역이 약화된 상태가 아닌가. 보툴리즘과 더불어 가금콜레라도 겨울철새들을 위협하지만 거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방역당국을 긴장시키는 조류독감이 반복되는 이유의 설명이기도 하다.

 

이번 봄에 우리 땅에서 조류독감이 창궐하지 않았다. 조류독감에 감염된 철새가 없었는지 알 수 없으나 이동하면서 조류독감 바이러스를 양계장에 옮기지 않은 모양인데, 올해는 이대로 넘길 것인가. 내년 이후에도 마냥 안심할 수 있을까. 서해안에 갯벌이 광활했을 때 철새는 조류독감을 양계장에 퍼뜨리지 않았다. 조류독감에 걸린 철새 또한 면역이 지나치게 약화되지 않았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 어느 정도 앓다 이내 회복되어 돌아갔을 것이다. 농가를 돌아다니며 벌레를 잡아먹는 닭들도 마찬가지였을 텐데, 지금 마당에 놓아기르는 닭은 거의 없다. 용도에 따라 극단적으로 육종한 까닭에 유전자 다양성의 폭이 현저히 좁아진 닭들만이 사육조건을 엄격히 관리하는 축사에 갇혀 사육될 따름이다. 그런 닭은 질병에 매우 취약하다. 철새의 배설물에 섞인 조류독감 바이러스에 속절없이 넘어진다. 올 봄에 시베리아로 떠난 철새들이 조류독감을 전하지 않았다 해도 올 겨울에 다시 찾을 철새들도 그럴지, 알 수 없다. 시베리아가 아니라 우리의 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남동공단과 외암도유수지에서 겨울철새들이 맥없이 죽어나갈 때 가까운 시화호에도 철새 천여 마리가 무더기로 죽었다. 바싹 긴장한 당국은 조류독감 바이러스나 보툴리눔 균을 먼저 의심했으나 간세포의 괴사를 유발하는 살모넬라 균에 의한 패혈증이라고 발표했다. 물론 살모넬라 균이 창궐한 이유는 밝히지 않았는데, 한 환경운동가는 이의를 강하게 제기했다. 그는 한국수자원공사가 ‘멀티테크노 단지’를 만들기 위해 호수 주변에 ‘순환골재’라는 이름하에 15톤 덤프트럭 8000대 분량을 매립한 폐콘크리트에 그 혐의를 둔다. 노출된 사람도 위험에 빠지게 하는 폐시멘트 독성이 때문이라는 건데, 어느 주장이 맞든, 결국 분별없는 개발이 근본 원인인 셈이다.

 

 

 

7년 전, 보툴리즘으로 71마리의 저어새가 대만에서 집단 폐사했을 때, 정부의 체계적인 조사에 응한 전문가들은 “서식지의 단순화와 먹이자원의 고갈에 의한 밀집화 현상”을 원인으로 지목하며 분별없는 해안개발에 경고했다. 환경단체 외에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지만 남동공단과 외암도유수지에서 겨울철새들이 죽어나가기 한달 전부터 우리나라를 중간 경유하는 도요새와 물떼새 종류들이 먼저 죽은 적 있었다. 정확한 조사가 없었기에 보툴리즘에 의한 것인지 알 수 없어도, 사람에 의한 서식지 파괴와 오염에 의한 먹이 부족이 원인일 게 틀림없다. 거기에 지구온난화가 가중되었을 것인데 인천시는 마지막 남은 고잔갯벌마저 송도신도시 부지로 편입시키려고 혈안이다. 철새들이 죽어갈 때 누군가 보툴리눔 균은 새를 마비시켜 죽일 뿐 사람에 해를 마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죽은 새의 몸에 있는 균이 건강한 사람에 전파되지 않을 것이라는 안일한 믿음이었겠지만 사실 무모했다. 별 탈 없이 자나가 다행이었지만, 철새가 사라지는 환경에서 사람인들 편안할 수 있을까. 초고층빌딩을 편리하게 유지하게 하는 전기가 충분하다면 비록 자연이 황폐한 곳일지라도 사람의 행복은 내내 보장될까.

 

올 2월 ‘송도갯벌을 지키는 시민모임’은 동춘동의 평생학습관에서 특별한 사진전을 개최했다. ‘인천 환경과 생명을 지키는 교사모임’과 ‘인천녹색연합’의 손을 잡고 고잔갯벌을 포함하여 남동공단유수지와 외암도유수지를 찾아오는 야생조류를 촬영해온 성과를 골라 “인천의 마지막 갯벌, 송도에 오는 아름다운 새 사진전”을 연 것이다. 그들은 소박한 사진집에서 “그동안 우리 주변에 이렇게 아름다운 새들의 세상이 있었음을 깨닫고 나누지 못했던 자연 환경과 생태에 대한 관심을 일깨워 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바램”을 전하면서 “사라져가는 갯벌을 안타까워하는 마음으로 그곳에 깃들여서 살아가고 있는 아름다운 생명들을 기록”했다고 말한다. 고잔갯벌마저 매립되면 인천에서 다시 만날 수 없는 저어새, 검은머리물떼새, 검은머리갈매기, 장다리물떼새, 알락꼬리마도요와 고방오리, 혹부리오리, 넓적부리들로, 보툴리즘으로 희생된 무리의 목록과 같았다.

 

인천에서 오래 살아온 시민들은 아암도를 기억한다. 지금은 해안도로에 보잘 것 없는 혹처럼 붙었지만 매립되기 전에는 바닷물이 빠져나간 갯벌을 따라 가족이나 친구, 어쩌다 애인의 손을 잡고 한두 번 정도는 다녀왔을 곳인 까닭이다. 아암도를 다녀온 후 낙섬에서 석양을 바라볼 수 있던 인천은 지금 없다. 매립돼 기억 저편으로 사라졌다. 추억도 차차 삭으러들 것이다. 외암도는 아암도에서 밖으로 떨어진 곳에 있는 섬이라는 뜻인지 알 수 없는데, 그 이름을 딴 유수지에서 땀을 흘린 자원봉사자의 눈물겨운 노력으로 구조한 겨울철새들은 올 겨울에도 인천의 갯벌을 찾으려 할지, 걱정이다. 외암도유수지와 남동공단유수지는 시방 공사 중이기 때문이다. 더 넓고 빠른 도로, 더 높고 화려한 건물에 둘러싸일 철새도래지는 목하 성형수술 중이다. 보톡스를 맞는다. (황해문화, 2009년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