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추억

디딤돌 2007. 6. 7. 23:47
 


《죽음의 향연》, 리처드 로즈 지음, 안정희 옮김, 사이언스북스, 2006

《얼굴 없는 공포, 광우병》, 콤 켈러허 지음, 김상윤ㆍ안성수 옮김, 고려원북스, 2007



최근 24년 사이, 미국에서 알츠하이머로 사망한 환자가 8900퍼센트 증가했다고 한 의사는 증언한다. 그는 8년 동안 광우병을 연구해서 《얼굴 없는 공포, 광우병》을 2004년에 발표한 콤 켈러허다. 알츠하이머는 치매를 말한다. 미국인 평균수명은 24년 동안 늘었을 것이므로 수명만큼 늘어나는 치매도 늘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치매가 90배나 늘어날 리 없다. 콤 켈러허는 치매가 사람 광우병을 가렸다고 주장한다. 치매가 늘어나는 동안 미국은 소에게 죽은 소를 가공한 육골분 사료를 먹였다.


치매와 광우병은 증상으로 구별하기 어렵다. 사망자의 뇌를 부검해야 확인할 수 있지만 65세 이상의 노인이라면 의사는 부검하지 않을 것이다. 1997년 《죽음의 향연》을 쓴 리처드 로즈는 불길한 사실을 증언한다. 사람에게 오는 광우병, 다시 말해 변형 클로이츠펠트야곱병은 수술 과정에서 전파될 수 있다는 건데, 그렇다면 의사는 치매 사망자를 부검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에 사람 광우병 사망자가 없다는 보건당국의 주장은 전혀 위안이 되지 못한다.


지금까지 연구된 정황을 분석할 때 학자들은 프리온이라 명명된 단백질이 변형돼 변형 클로이츠펠트야곱병이 전파되는 것으로 본다. 높은 온도와 압력에도 죽지 않는 변성 프리온은 극미량에 노출돼도 감염자는 예외 없이 사망한다. 뼈와 뇌와 눈이 특히 위험하지만 살코기와 혈액도 예외가 아니다. 나이에 관계없이 치매로 죽게 만든다. 처참하게 죽어가는 환자는 별 느낌이 없을 수 있다. 하지만 얼마 전까지 건강했던 그를 기억하는 식구의 고통은 말로 다 못한다.


리처드 로즈의 《죽음의 향연》과 콤 켈러허의 《얼굴 없는 공포, 광우병》은 흥미진진하다. 전개되는 긴박감으로 책에서 눈을 뗄 수 없다. 빼어난 글솜씨에 부러움이 생긴다. 실명을 사용하며 역사와 문화적 맥락을 추적하는데, 가슴이 떨린다. 주제가 중복되니 등장인물이 같지만 두 책은 서로 보완한다. 경각심을 부각하는 무게가 비슷하게 무겁다. 소름끼친다. 발행 순서로 읽지 않아도 관계없지만, 두 권을 다 읽은 독자는 미국산 쇠고기는 먹고 싶지 않을 것이다.


이미 많은 이들이 알고 있듯, 광우병은 동종을 지속적으로 먹을 때 나타난다. 소의 광우병은 양의 스크래피와 비슷하다. 모두 동종의 사체를 사료로 먹었다. 밍크도 마찬가지다. 그런 질병에 걸린 고기를 먹은 사람에게 변형 클로이츠펠트야곱병이 온다. 증세는 기본적으로 같다. 운동균형이 무너지면서 지능이 급격히 저하되면서 죽는다. 잠복기도 모두 길다. 그러므로 감염 직후에는 증세가 없다.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30개월 미만 미국 소는 안전할까. 20개월 미만을 수입하는 일본은 모든 소를 모두 검사하는데, 우리는 0.04퍼센트에 만족한다. 조사는 수출업자에게 맡긴다.


리처드 로즈는 뉴기니 동부 고지대에서 발생한 쿠루라는 질병을 조명한다. 남성 중심사회에 대한 여성의 반란. 으슥한 밤에 무덤에서 죽은 자를 꺼내 먹는 의식이 아이를 동반한 여성들에 의해 은밀하게 전개되었다. 시체를 사이좋게 나누어먹은 여성과 아이에게 발생한 쿠루는 남성 주술사에 문제가 있다 여겼다. 여성들이 치매로 죽어 성비가 무너지자 책임이 있다고 지목된 주술사는 무자비하게 살육되었다. 콩팥을 터뜨리고, 성기를 짓뭉개고, 대퇴골을 때려부수고, 목을 잘라 기관을 뜯어내는 미개함. 나중에 노벨상을 받은 의사의 노력으로 뉴기니에서 쿠루는 사라졌다. 과학은 주술사회를 몰아낸 것일까.


남보다 빨리 많은 돈을 벌어들이려는 축산과학은 생명공학이 만든 성장호르몬과 유전자조작 농작물 사료와 항생제를 사료에 넣었다. 움직임을 없앤 축사에 밀집 사육하는 가축에 주는 첨단사료만이 문제의 전부는 아니다. 어린 송아지에 도살된 소가 흘린 피를 우유처럼 먹이고, 뼈와 내장을 갈아 만든 육골분을 일찍부터 먹였다. 그랬더니 소는 쑥쑥 자라고, 어린 소를 얼른 판 자본은 많은 이윤을 챙길 수 있었다. 양도, 밍크도 마찬가지였다. 그러자 가축들은 어린 나이에 미쳐 죽었다.


미쳐 죽은 가축을 먹은 사람도 미쳐서 죽자 과학축산은 반성했을까. 이제 소의 육골분은 돼지나 닭에게 주고, 닭과 돼지의 육골분은 소에게 준다. 그 과정에서 뒤섞이기도 한다. 닭이나 돼지고기는 안전할까. 리처드 로즈와 콤 켈러허는 당연히 위험하다며 사례를 들어 경고한다. 수술할 때 쓰는 실은 도살한 돼지에서 추출해 가공한다. 곱게 간 육골분은 고급퇴비가 되어 장미에 뿌린다. 세상에 안전한 게 없다고 지적한다. 이런 추세로 2020년이 되면 치매는 두 배로 늘어날 것으로 콤 켈러허는 추정한다. 최첨단으로 치장하지만, 생산력을 부추기는 최근의 과학기술은 새로운 주술이 아닐까.


광우병 있는 쇠고기를 먹은 젊은이가 변형 클로이츠펠트야곱병으로 죽고, 변형 클로이츠펠트아곱병에 걸린 사망자의 각막으로 끔찍한 질병이 이식되는 이때, 국제수역사무국은 미국을 광우병위험 통제국으로 발표했다. 미국은 우리에게 뼈 있는 쇠고기의 수입을 즉각 요구했고, 우리는 화답했다. 그러자 엘에이갈비는 현지에서 값이 치솟았다. 미국은 광우병을 완벽히 제어하는 국가일까. 서울대학교 수의대학의 면역학자는 “광우병 실태 파악과 확산을 막기 위한 예찰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이 경우 OIE에 심사를 요청하면 대부분 2등급으로 분류된다.”며 높은 경각심 유지를 주문한다. 하지만 미국산 쇠고기 시식회장에 소비자의 발길이 넘친다.


《죽음의 향연》과 《얼굴 없는 공포, 광우병》의 저자들은 현재 미국 당국의 대처는 위험한 내일을 예고한다고 동의한다. 영국산 쇠고기는 안전하다며 텔레비전에 나와 본질을 호도한 영국 정부는 사실 위험성을 직감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육업자의 이익을 고려해 위험성을 밝히던 연구자를 억압하며 사실을 은폐했다. 현재 미국이 그렇다고 저자들은 주장한다. 영국에서 변형 클로이츠펠트야곱병으로 환자들이 죽어나갈 때, 우리나라 당국자는 끓여먹으면 안전하다고 주장했다. 살코기는 물론 뼈까지 미국에서 수입하려는 우리 당국은 어떤 내일을 안내하려 하는가.


자연스럽지 않은 사육과 농경과 식습관을 유도하는 과학기술은 부메랑이 되었다. 싸다고 더 먹으면 위험도 증폭한다. 대안은 자연스러움의 회복이다. 두 책은 언급하지 않지만, 유기적으로 사육한 고기를 조금만 먹거나 안 먹으면 걱정은 줄어든다. 한미FTA도 어느 정도 극복한다. (출판저널, 2007년 7월호)

좋은 책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무척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곧 휴가차 미국 갈 일이 있는데 고기를 먹지 말아야할 것 같습니다. 수입쇠고기도 문제이나, 우리나라의 경우 가축의 사체를 가공한 사료가 유통되고 있진 않은가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