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천

디딤돌 2019. 7. 12. 13:36

 

한강하구의 실뱀장어 작황이 전에 없이 줄었다고 한다. 봄철 두어 달 열심히 매달리면 1년 수입을 책임졌다는 실뱀장어가 최근 줄어든 이유를 단적으로 설명하기 어렵지만, 그 원인을 주도면밀하게 연구한 학자는 합성머스크 화합물을 의심했다. 한강에 막대하게 쏟아내는 하수종말처리장 처리수에 포함되는 물질로 화장품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한다.


우리는 강 하구에서 잡은 실뱀장어를 양식해서 먹는다. 장어요리의 가격에 푸념하는 식도락가를 위해 정부가 화장품 사용을 제한할까? 그럴 리 없을 것이다. 화장품 산업의 입김보다 합성머스크까지 정화하는 비용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리라. 갈색 변질로 한바탕 홍역을 앓은 인천시의 수돗물에 비린내가 난다는 보도가 다시 나왔다. 수온이 따뜻해지는 한강에 녹조가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 관계자는 안전에 문제는 없다고 장담했다는데, 갈색 수돗물에 놀란 주민들은 안심하기 어려울 듯하다.


아무리 안전하더라도 비린내 수돗물로 가족 마실 물을 준비하기 어려울 것이다. 한강물을 상수원으로 사용하는 지역은 이맘때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까? 취수원이 자신의 지역에 있지 않는 인천은 서울시에 항의하기도 어렵다. 상수원을 지역에서 확보할 수 없으니 뾰족하게 대비할 방법을 찾기 어렵다. 이제 수돗물의 오염은 어느 정도 해결된 모양인데, 같은 사고는 앞으로 반복되지 않을까? 원인을 제대로 분석했다면 대응이 이어질 테니 반복되지 않으리라 기대하고 싶다. 이미 전문가는 그 대안을 제시하니 다행이긴 하다.


홍역을 앓은 인천 뿐 아니라 다른 지역도 문제를 공유하면서 대책을 세울 게 틀림없다. 경각심을 갖고 예산을 투입하고 관련 공무원을 더 채용하겠지. 복잡한 관로 중간에 물때를 주기적으로 제거할 장치도 마련하겠지. 하지만 상수원에 대한 대안은 좀처럼 찾기 어려울 것이다. 먼 곳에서 대량으로 취수해야 한다면 대안은 불가능에 가까울 텐데,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의 한무영 교수는 빗물의 활용을 제안해왔다.


집안에 들어오는 수돗물 중 가족이 마시는 양은 그리 많지 않다. 그 정도의 양은 지역에 내리는 빗물로 충분하다고 한다. 마실 수 있을 정도로 깨끗이 정화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크지 않다고 한다. 마을이나 아파트 단지에서 빗물을 받아 정화하여 개별 가구마다 공급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춘다면 마실 물을 위해 먼 상수원을 찾지 않아도 된다. 정수기를 거치지 않은 가정의 수돗물은 세탁이나 집안 청소에 활용할 수 있다.


목욕이나 설거지, 세탁이나 집안청소로 발생하는 생활하수를 하수종말처리장으로 보내 많은 비용을 들여 정화처리한 뒤 바다로 버리는 일은 아주 아깝다. 한강으로 빠져나간 처리수는 실뱀장어의 오랜 생태계를 교란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초고도 정화처리하고 버리는 건 더욱 아까운 일이다. 그런 한강물을 끌어와 상수원으로 사용하는 것, 이제 거림직하다. 안심하고 마실 정도로 처리하려 지역마다 많은 비용을 들이지만 시민의 신뢰는 낮을 수밖에 없다.


개인이 정화 비용을 추가로 들이지 않는 수돗물을 집안에서 마시는 이외의 용도로 활용한 뒤 마을 또는 아파트 단지 단위로 모야 중간처리하면 어떨까? 프랑스를 비롯해 유럽의 많은 도시는 수돗물을 중간처리하여 만든 중수도를 적극 활용한다. 거리를 청소하거나 정원수와 같은 허드렛물로 사용한다. 그뿐인가? 여름철 아스팔트를 식히는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녹지를 더욱 건강하게 만드는 습지를 조성하는데 활용할 수 있다. 이후 도시의 미세먼지는 크게 줄어들 것이다.


마을이나 아파트 단지에 근린공원이 있다. 악취가 발생하지 않는 시설을 안전하게 갖추려면 비용과 시간이 어느 정도 필요하겠지만, 근린공원에 중수도를 생산하는 시설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200년 전 프랑스에서 시도했다. 우리도 이제 시도해야 옳지 않을까? 중수도를 적극 활용한다면 하수종말처리장의 용량과 비용은 그만큼 줄어든다. 나무와 습지가 건강한 공원은 시민의 휴식처가 될 텐데, 수돗물로 크게 혼이 난 인천부터 시범적 설치를 시작하면 어떨까? 관련 연구를 제안해본다. (인천in, 2019.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