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천

디딤돌 2010. 4. 9. 11:25

요즘은 아침저녁으로 다소 쌀쌀해도 걷기 딱 좋다. 나이 들면 건강을 위해 하루에 만보 이상 걸으라던데 저녁 먹고 아파트 주위의 녹지를 몇 바퀴 돈 뒤 샤워를 하면 책 내용이 머리에 쏙 들어오고 잠도 잘 든다. 예년에 비해 겨울이 길었던 만큼 여름이 서둘러 올 텐데, 금방 지나갈 이 봄날을 어서 만끽해야겠다.

 

예년보다 꽃소식이 늦지만 인천도 어느새 신록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운동화를 신고 밖으로 나가지만 가로수와 아파트단지 둔덕 사이라 해도 자동차 소음과 매연에서 자유롭지 않다. 걷는 이의 눈과 코, 그리고 폐가 편안할 리 없다. 개나리와 진달래에 이어 벚꽃도 만발할 시기를 맞아 가까운 산과 들길을 걷는 게 나을 성싶다. 마침 제주도에서 비롯된 전국의 걷기 열풍은 인천에도 전달돼 청동기부터 근현대 역사를 간직한 강화에 ‘둘레길’이 열렸다. 작년부터 이야기가 있는 길이 단장되었는데, 주말이 아니라면 가기 어려운 시민은 어디를 찾으면 좋을까.

 

문학경기장 근처에서 종합예술문화화관을 지나 동암역 직전까지 이어지는 중앙공원은 꽤 길다. 그래서 작심하고 걷는 이가 많지만 그 공원은 멀리 걷고 싶은 이에게 그다지 친절하지 않다. 아스팔트 도로에 의해 뚝뚝 끊어져 보행자 신호 앞에서 몇 번을 기다리게 만들 뿐 아니라 시설이 지나치게 많다. 하늘을 가릴 정도로 나무가 울창한 공원이 도심을 가로로, 또는 세로로 가로지르며 소음과 매연에 지친 시민의 휴식처와 허파 역할을 자임하는 유럽의 유서 깊은 도시와 달라도 많이 다르다. 시설이 그 주인공 같다.

 

농구장이나 매점은 주택과 가까운 입구에 배치하고 햇빛을 잘 받는 곳에 잔디를 푹신하게 깔아놓으면서 나무가 울창하게 이어지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공원이 도로에 의해 끊어지지 않는다면 많은 시민들은 공원에서 가족 친지와 어울리며 이 봄을 만끽할 수 있지 않을까. 녹지가 주제인 도심의 공원에서 나이 든 이는 천천히 걷거나 뛰고, 젊은이는 땀 흘려 자전거나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며 시인은 잔디에 누워 명상에 잠기거나 화가는 호수에 캔버스를 펼칠 수 있지 않겠나.

 

약간의 경사가 있고 폭이 충분하지 않아도 숲이 보전된다면 가느다란 물줄기를 흘려보낼 수 있고 그 물이 연못으로 흘러들게 만들면 빗물이 완충돼 지하수로 스며들 뿐 아니라 생물이 찾아든다. 수변에 새와 나비를 불러들이는 나무를 심는다면 중앙공원은 한층 새롭고 활발해지리라. 인천의 도심을 가로지르는 중앙공원이 그렇게 성숙된다면 인천에 주민등록을 둔 시민 중 많은 이는 부동산 시세를 좇아 다른 도시로 이사 가고 싶지 않을 것 같다.

 

그렇다고 중앙공원을 끊은 아스팔트들을 잔디와 관목을 덮은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로 뒤덮길 바라는 건 아니다. 거액의 예산이 들어갈 뿐 아니라 녹지의 효과도 그리 높지 않다. 구조물 아래가 음습해질 우려도 있으니 보행자와 자전거 타는 이들이 언제든 쉽게 건널 수 있는 나무다리가 놓이면 좋다. 독일의 슈투트가르트의 공원이 그렇다. 공원의 녹지를 아름답게 이어지는 작은 구름다리는 이용하는 시민에게 만족감을 베풀며 도시의 품위를 한껏 높이고 있었다. 도심의 공원은 생태적 가치보다 이용의 측면이 우선 고려되어야 할 테지만 떠들썩한 놀이보다 편안한 휴식이 보장되어야 한다. 녹지는 기존 공간에 확충하고 단절하는 아스팔트는 근사하게 이어주면 될 일이다.

 

다행히 한 시의원의 지적에 대해 인천시 당국에서 적극적인 의사를 표명했다. 자전거와 보행자는 물론이고 휠체어를 타는 이도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연결육교를 완만하게 설치하겠다고 화답하며 “특색 있는 경관조명으로 국제도시로서의 브랜드 가치를 높일 계획”임을 천명했다. 고맙기는 한데 중요한 건 이용하는 인천시민들의 만족감이다. 그러자면 외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경관조명보다 편안한 이용을 배려하는 녹지에 있다는 건 다시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를 위해 중앙공원의 녹지도 건강해야 한다. 외곽의 녹지와 이어질 수 있도록 배려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인천신문, 201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