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천

디딤돌 2006. 12. 4. 12:49

 

     독일의 시민들은 자신이 사는 도시의 인구를 자랑하지 않는다. 도심의 하늘로 솟구친 높은 빌딩의 개성이 간혹 눈에 띄지만 건물의 높이가 자랑거리도 아니다. 우거진 나무 사이로 나무 높이보다 낮게 집과 건물을 지어놓고, 자전거나 걸어 출퇴근하는 독일 시민들은 넓지 않은 간선도로 주변에 나무가 빼곡하다는 걸 자랑스러워한다. 집이나 직장에서 5분 걸으면 반가운 이웃을 만날 수 있는 녹지에 나무가 가득한 걸 당연시한다.

 

인구보다 도시의 오랜 전통과 문화에 자부심을 갖는 독일의 시민들은 부동산 시세에 촉각을 곤두세우지 않고, 대입 선행학습으로 초등학교부터 친구들과 소원해질 일이 없다. 수업 끝나면 도심의 울창한 숲에 들어가 땀 흘리며 놀고, 저녁이면 집에 들어가 가족과 시간을 나눈다. 문화를 중시하는 도시 사이에 줄 세우기가 없고 개성이 뚜렷한 대학 사이에 우열이 없으며 아이 교육을 위해 돈 벌면 다른 도시로 이사할 생각을 아예 하지 않는다. 집이 투기대상이 아닌 까닭이다.

 

고급 승용차가 즐비한 독일에서 고속도로 위의 승용차가 아니라면 속도 무제한은 없다. 목표보다 과정을 중시하고 속도보다 환경을 먼저 생각하는 독일에서 성과를 부풀리는 개발계획은 섣불리 시행되지 않는다. 거듭되는 공청회를 통해 철저하게 검증되기 때문인데, 이동인구가 밀집된 독일 도시 내의 제한속도는 대개 시속 30킬로미터 이하다. 차선이 많지 않고 노선 폭이 좁은 도로에 보행자들이 수시로 길을 건너지만 교통사고가 거의 없는 이유가 무엇일까. 차에서 내리면 보행자가 되는 운전자들이 사회적 합의로 정한 제한속도를 스스로 지키기 때문이다.

 

독일 도시 도로의 중앙분리대는 황색선이 아니다. 함부르크의 간선도로는 충돌사고를 사전에 봉쇄한다. 풀을 잔뜩 심어놓은 둔덕에 가로수를 배열한 중앙분리대가 양방향의 차량을 차단하기 때문이다. 도로 중앙의 녹지는 교통사고를 예방할 뿐 아니라 시민에게 푸른 경관을 제공하고 대기오염을 완화한다. 차도는 물론 보행자도로와 분리된 자전거도로는 도시의 여유와 시민의 건강을 배려한다. 경전철은 물론이고 구멍 뚫린 블록을 깐 주차장 바닥에도 잔디를 심는 녹지정책이 빚은 도시의 환경은 부럽기 짝이 없다.

 

재작년 가을인가, 작은 공장과 공구상가가 밀집된 부천의 한 좁은 도로에서 가로수가 배열된 중앙분리대를 보았다. 오가는 자동차가 많아 서행되는 곳이지만 푸른 나무가 반대 차선을 가려주어 그런지 눈이 시원하다. 신호 없는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도 불안해보이지 않는다. 자동차보다 사람이 대접받는 도로라는 느낌이 들어 미터요금이 올라가는 택시 안에서 차창 너머를 흐뭇하게 바라볼 수 있었다.

 

얼마 전, 인천지하철 원인재역 주변을 걸으면서 일단의 인부들이 황색 차선 주변에서 바쁘게 일감 벌이는 모습을 보았는데, 어느새 가로수가 심긴 중앙분리대가 멋지게 장식되었다. 왕복 8차선은 비로소 안정감을 선보이고 자나가는 차량이 안전해 보인다. 개발과 속도가 칭송되는 인천에서 드디어 시민들 배려하는 도로를 보니 돈 벌면 떠나려던 시민들 상당수가 더 머물고 싶어 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이제 시작이다. 내년부터 높은 건물이나 자동차 속도보다 시민의 삶이 먼저 배려되는 도로를 인천 곳곳에서 계속 만나고 싶다. 녹지가 부족한 만큼 비록 범죄가 아직 많은 인천이지만, 떠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인천e뉴스, 2006년 12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