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반·개발

디딤돌 2011. 6. 7. 10:26

 

최근 아일랜드에 이어 칠레에서 화산이 폭발했다. 징후로 보아 머지않아 백두산에서 화산이 폭발할 가능성도 많다는 소식도 들린다. 만일 백두산에서 화산이 폭발한다면, 규모가 며칠 또는 몇 달 동안 비행기 이착륙이 금지된 아일랜드 화산에 비할 바가 아니라는 주장이 나온다. 천지에 고인 막대한 물이 끓어 넘치며 주변 생태계와 마을을 덮칠 뿐 아니라 솟구칠 화산재는 북한 일대는 물론이고 남한과 주변 국가에 적지 않은 피해를 안길 거로 전문가는 예견한다. 일본 동북부 지진에 이은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도 걷잡을 수 없는 지경이니 제발 불길한 징후가 잠잠해지고, 아무 변고가 없기를 희망할 따름이다.

 

작년 9, 세계 굴지의 과학자들이 영국 런던에 모여 지질과 지형학적 위험에 대한 기후의 영향이라는 주제로 토론을 전개했다. 과학자들은 사람의 개발행위에 의해 지각의 균형이 무너질 경우 화산이나 지진, 그리고 산사태가 자주 발생할 수 있다고 토론을 정리했다는데, 지각은 민감하다는 결론이었다. 겨울철 육지에 눈이 쌓여 지각이 무거워지면 북반구의 해수면이 약간 낮아진다는데, 그때 화산을 빈번하게 폭발시키는 지구는 태평양의 수온 변화로 해수면이 상승할 때에 지진을 자주 일으킨다고 한다. 런던에 모인 과학자들은 인간 활동은 지각의 균형을 쉽게 무너뜨릴 수 있고,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사태는 사람이 감당할 수준을 넘어설 수 있다고 예측한 것이다.

 

우주에 떠서 태양을 돌며 움직이는 지구를 전문가는 펄펄 끓는 거대한 액체에 비유한다. 차가운 우주에서 표면이 살짝 굳은 지구는 중심에 매우 높은 압력을 받는 액체가 여전히 끓으며 움직이지만 비중이 워낙 높으므로 물 같이 사람의 눈에 띌 정도로 넘치는 건 아니고, 끓는 쇳물보다 훨씬 천천히 움직인다는 거다. 사과껍질보다 얇은 표면이 식어 지각을 이루고, 지각 위에 바다와 육지가 형성되자 온갖 생물이 다채롭게 퍼져 수십 억 년을 조화롭게 살아가고 있지만, 천천히 움직이는 내부의 흐름에 의해 지각의 틈이 벌어져 화산과 지진이 빈발하게 되면 인근 생태계는 한순간에 무너지며 수많은 개체들이 희생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 그런 지각 위에 사람도 목숨을 기대며 산다.

 

과학기술을 동원하며 지각의 움직임을 수시로 파악하고 대처하는 사람은 점점 오만해진다. 2004, 남아시아 해변에서 연말 휴가를 즐기던 관광객과 주민 수십만 명이 지진에 이은 쓰나미로 순식간에 목숨을 잃었지만, 그건 경보장치 확보로 해결할 수 있다고 자만한다. 양자강의 도도한 흐름을 가로막은 삼협댐이 막대한 물을 저장하며 지각을 누르자 20084월 쓰촨성에 지진이 발생해 8만이 희생되었다는 의혹이 일지만, 우연일 뿐 이후 별 문제가 없지 않느냐며 반문한다. 하지만 어떨까. 지진으로 삼협댐이 무너진다면? 지각을 누르던 수압이 갑자기 줄어든다면? 갑작스런 지각 변화는 걷잡을 수 없는 재해로 이어질 수 있다.

 

3월에 발생한 일본 동북부의 지진은 충분히 예측 가능했다고 전문가들은 동의한다. 하지만 과학기술을 제멋대로 신봉하는 사람은 지진대 위에 핵발전소를 세워놓고 안전을 무턱대고 장담했다. 무모한 개발이라며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내진설계가 완전하고 제방이 충분히 높아 쓰나미 피해가 없을 거라 대응했다. 사람 눈에 둔한 것 같은 지각은 섣부른 예견을 넘어서며 움직인다. 폭발하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핵발전소를 지진대에 일렬로 세운 무모함은 시방 어떤 결과를 빚었는가. 과학기술을 내세운 일본, 그 일본의 재해로 끝날 일이 아니다. 하루에 수천 톤의 지하수가 솟아나는 땅속에 핵폐기장을 만들고, 쓰나미가 걱정스러운 곳에 세운 핵발전소의 수명을 결국 연장한 우리도 과학기술을 지독하게 앞세운다.

 

자연을 정복했다며 오만해할수록 재해의 폭과 깊이는 커진다. 지각이 불안정해질수록 후손의 생명은 위태로워진다. 실상에 무너진 과학기술의 한계를 보라. 자연에서 태어난 인간은 나약하다. 자연에 순응할 때 몸은 물론, 마음도 건강하다. 최근에 속출하는 지진과 쓰나미와 화산은 작은 경고에 불과할지 모른다. (요즘세상, 2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