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반·개발

디딤돌 2015. 3. 26. 11:11


봄이 황사의 계절이라는 말. 황사가 나쁘기만 한 건 아니라는 말. 다시는 꺼낼 수 없게 되고 말았다. 언젠가부터 황사는 시도 때도 없다. 얼어붙었던 중국과 몽골의 사막이 봄볕에 녹아 표층이 푸석푸석해질 때, 계절을 맞아 더욱 강력해지는 편서풍이 사막을 휩쓸면 표층의 고운 흙은 황사가 된다. 편서풍에 날아올랐다 강력한 제트기류에 실리는 황사는 한반도 하늘을 누렇게 변색시키며 일부 내려앉았다. 농경지에 무기염류를 그렇게 공급해주었는데, 이제 예년 같지 않다. 지구온난화에 이은 사막화 확장으로 시도 때도 없기 때문이 아니다.


중국 내륙의 사막에서 발원하는 황사는 중국 동해안에 밀집된 산업지대와 도시의 굴뚝에서 토하는 대기오염물질을 포함한 채 편서풍을 탄다. 유황성분이 많은 석탄을 주로 태우는 화력발전소와 공업단지, 그리고 난방연료로 석탄을 주로 소비하는 도시의 즐비한 건물에서 쏟아내는 오염물질로 중국인이 가장 고통스러울 것이다. 중국인의 사망 원인에 호흡기 질환의 비율이 가장 높다는 소식이 들리는데, 오염물질에 섞이는 미세먼지가 치명성을 높인다고 전문가들은 덧붙인다.


서쪽하늘부터 변색시키던 황사가 미세먼지에 바통을 넘겼나? 요즘은 황사주의보보다 미세먼지주의보가 더 잦다. 미세먼지도 황사처럼 중국에서 날아온다고 기상 캐스터는 설명하는데, 황사와 미세먼지는 얼마나 다를까? 미세먼지가 나쁨수준의 상태로 며칠 이어지면서 지하철 몇 정거장을 걷는 일이 흔쾌하지 않다. 잠시 걸어도 입안이 버석거리는 느낌이다. 미세먼지는 가늘수록 구강과 기관지에서 거르지 못한다. 허파꽈리에 박혀 침묵의 살인자로 부르는 초미세먼지는 호흡기질환을 일으키는 1급 독성물질이라는데, 중국만 원망해야 하나.


그간 중국을 원망했는데, 그렇지 않다고 국제 환경단체인 그린피스가 기자 간담회를 자청하고 나섰다. 세계보건기구가 ‘1급 발안물질로 규정한 초미세먼지가 발생하는 가장 큰 원인이 서해안에 산재한 우리 석탄화력발전소라는 게 아닌가. 중국의 영향은 3분의1 정도에 그친다면서, 석탄화력발전소를 계획대로 증설한다면 조기 사망하는 인구가 현재 연간 1600명에서 2800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그린피스와 전문가는 추산했다. 발전소 굴뚝에서 토하는 초미세먼지는 폐가 약한 노인이나 어린이의 생명부터 단축시킬 게 틀림없겠다.


우리나라 화력발전소의 오염물질 걸러내는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초미세먼지는 제대로 거르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을 비롯한 우리나라 도시의 초미세먼지는 세계보건기구의 권고 기준을 2배 이상 웃돌아 유럽과 미국 도시보다 월등하다고 밝힌 그린피스는 중국과 미국은 석탄화력발전소의 신규 건설을 금지했다면서 기술력이 높은 한국이 폭발적으로 확대되는 재생가능에너지 시장에 왜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않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시민의 건강보다 전기 사업자를 배려하는 정책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황사든 미세먼지든, 발생장소에서 가까운 지역의 사람에게 가장 큰 피해를 안길 텐데, 먼지 피해를 줄이려 주위에 나무를 열심히 심는 화력발전소는 오염물질을 멀리 보내기 귀해 굴뚝을 크게 높인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는 화력발전소에서 그치지 않는다. 디젤트럭에서 적지 않게 발생하지만 시멘트 공장도 예외일 수 없다. 언론은 시멘트 공장이 가동되는 영월과 장성, 그리고 삼척 인근의 주민에 심각하게 진폐증 환자가 늘어난다는 사실을 보도하고 있다.


인구가 드문 곳에 위치하므로 시멘트 공장의 진폐증 유발 소식은 도시인에게 실감나게 들리지 않지만, 환경성 질환을 연구하는 학자는 심각성을 경고한다. 시멘트와 석회석 분진에 포함되는 실리카에는 유리규산이 섞일 수 있는데, 유리규산은 국제암연구소가 지정한 명백한 발암물질로 폐암, 진폐증, 만성폐쇄성 폐질환을 일으킨다는 게 아닌가. 노동자를 니켈이나 6가크롬과 같은 중금속에 노출시켜 피부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는데, 그로 인한 피해도 물론 노인과 어린이에게 심각할 게 분명하다.


만일 시멘트 공장이 도시에, 그것도 초등학교 인근에 가동한다면 학부모는 잠자코 있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 서해안의 화력발전소와 중국에서 넘어오는 미세먼지도 참기 어려운데 학교 근처에서 시멘트 가루를 들이마시게 놔둘 수 없는 노릇이 아닌가. 더구나 우리나라의 시멘트는 그 성분이 의심스럽다. 일본에서 내버리는 타이어를 비롯해 악취가 진동해 가까이 다가갈 수 없는 온갖 쓰레기와 섞으며 제조하지 않던가. 다른 나라의 제품보다 맹독성 물질인 6가크롬이 심각한 농도로 검출될 정도다.


콘크리트혼화제 연구소? 콘크리트에 무얼 섞는 실험을 하는 시설인가? 콘크리트의 강도를 측정하기 위해 온갖 화학물질을 다룬다던데, 그런 시설을 하필 도시의 보전녹지를 허물고 초등학교 바로 앞에 지으려는 지역이 있다. 용인시 기흥구 지곡초등학교 바로 앞산이 그곳이다. 30년에서 50년 생 참나무가 무성해 개발이 불가능한 녹지자연도 8등급의 수려한 생태계가 유지되는 산림이므로 4년 전 용인시는 사업자 신청을 반려했지만 무슨 영문인지 2014년 용인시와 한강유역환경청은 승인했다.


사업을 추진하는 측이 녹지자연도를 7등급으로 왜곡한 현장을 학부모를 비롯한 주민들이 밤낮 없이 지키고 있다. 사업자 측에서 느닷없이 들이닥쳐 나무를 베어낸 뒤의 일이다. 하천 생태계를 조사할 때, 하천에 시멘트가 조금이라도 스며들면 많은 민물고기들이 허옇게 배를 드러내며 떠오르는 걸 보아야 했다. 실험을 위해 넣은 금붕어를 바로 죽게 만드는 화학물질까지 포함된 시멘트는 공장 굴뚝이나 하수구로 빠져나갈 것인데, 운동장에서 뛰어놀 지곡초등학교 학생들은 금붕어 신세가 되어야 한다는 겐가?


초미세먼지는 화력발전소의 최첨단 시설로 걸러내지 못하는데, 독성물질 포함된 시멘트 분진을 배출할 수밖에 없는 시설을 도시에, 그것도 초등학교가 내려다보이는 숲에 지어야 옳은가? 투자와 이윤을 중시하는 기업인이라도 자식을 키웠거나 키울 텐데,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 지금은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다. 아이들의 생명을 위태롭게 만들기 전에, 용인시와 한강유역환경청은 승인을 취소해야 옳다. 건강하게 자라야 할 아이에게 중요한 건 숲이다. 기업의 이윤 대가로 내놓는 독성물질일 수 없다. (작은책, 2015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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