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반·개발

디딤돌 2011. 8. 2. 16:58

난데없는 서울 '물난리'... 원인은 당신 발아래 있다

 

밤에 집중되리라던 비가 아침부터 주룩주룩 내린다. 참 무심하기도 하지. 장마가 끝난 뒤에도 그리 퍼붓더니 아직 양이 안 찼나. 천재지변이라고 무책임하게 말을 하지만, 가끔 홍수와 가뭄이 오고, 그때마다 물이 길을 넘어 범람하거나, 강바닥이 쩍쩍 갈라지는 건 자연스런 물의 순환 현상이다. 물길에 삶을 기대는 삼라만상의 생명들은 그런 순환에 맞춰 뿌리를 내리고 알을 낳았다. 맨 나중에 들어온 사람도 마찬가지였는데, 언젠가부터 사람은 물의 자연스런 순환에 고통을 받기 시작했다.

 

라니냐에 밀린 무더운 북태평양 고기압이 장마가 지났어도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는 와중에 습기를 머금은 바람이 남중국에서 편서풍을 타고 들어오고, 마침 대륙에서 확산되는 차가운 기단과 만나 거대한 물풍선이 우리나라 여기저기에 떨어진다는 기상대의 설명은 원인이 아니라 현장에 대한 진단이다. 생소했던 국지성호우이나 장마 전후의 정체전선2000년 이후 심화되는데, 라니냐가 철지난 북태평양 고기압을 우리나라에 밀고, 중국 장강 유역에서 이맘때마다 물풍선을 몰고오는 이유는 뭘까. 온실가스 과소비로 인한 지구온난화와 중국의 장강을 가로막은 세계 최대 샨사댐과 정녕 무관한 걸까.

 

거리에 레인부츠라 칭하는 장화를 신은 젊은 여성이 자주 눈에 띈다. 후텁지근한 계절에 무릎까지 오르는 멋진 장화가 피부에 그리 좋을 것 같지 않은데, 예보를 믿었다 낭패를 본 시민에게 샌들 이상 유용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서울의 지난 강우는 무릎은커녕 걷는 이의 허리까지 차올랐는데, 이러다 가슴까지 올라가는 장화가 패션용품으로 등극하는 건 아닐까. 개인이야 우산이나 장화로 대비할 수 있지만 인구가 집중된 도시는 차원이 달라야 한다. 자연의 흐름을 방해하는 만큼 대책도 체계적이어야 사전에 시민의 안전을 책임질 수 있다.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칠갑이 된 서울을 비롯한 우리나라 대도시는 대부분 사막이다. 모래사막보다 끔찍하다. 비가 조금만 내려도 흥건히 젖어 빗물을 어디론가 흘려보내는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는 그치자마자 바싹 마른다. 그래서 끔찍하다. 삼청동 계곡과 인왕산과 사직공원을 적신 빗물이 깔때기처럼 모여드는 광화문이 그렇고 우면산과 매봉산을 적신 빗물이 역시 깔때기처럼 모여드는 강남 일원이 그렇다. 모여든 빗물을 체계적으로 신속하게 제거하지 않으면 시민의 일상은 버거워지고 때로 고통스럽다.

 

605만 제곱킬로미터의 면적에 1032만의 인구가 북적이는 서울은 만원이다. 그 인구를 위한 막대한 면적을 콘크리트로 채웠지만 모자란다 하고, 콘크리트 공간을 연결하는 아스팔트도 붐비는 만큼 모자란다고 아우성이다. 그래서 굽이쳐 흐르던 한강과 그 지천이 직선으로 좁아진 뒤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덮였고 남산에서 국립공원인 북한산까지 온 산자락이 야금야금 보습력을 잃었다. 퍼붓는 빗물은 물론이고 가뭄까지 완충하던 숲과 물길이 끔찍한 사막으로 뒤바뀐 거다. 그만큼 체계적인 홍수 대책을 세워야했는데, 서울은 이번 호우로 도 넘은 개발의 치부를 드러내고 말았다.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사막에 길들어진 시민들은 빗물이 머뭇거리면 귀찮아한다. 옷에 튀고 신발 속에 스밀 수 있으니 재빨리 눈앞에서 사라지길 바라고, 지방자치단체는 걸맞은 배수시설을 준비한다. 사막이 끔찍할수록, 내리는 빗물이 많을수록, 배수 규모가 늘어야 시민들은 안심할 수 있는데, 서울시는 실패했다. 겉모양을 앞세운 나머지, 허리까지 빠진 서울은 결국 인명과 재산 피해를 자초했다. 백년 빈도의 강우라는 걸 유난히 강조하지만, 지구온난화에 이은 국지성 호우는 1990년대 이후 심화되었다. 도시의 보습력보다 치장에 바빴던 서울에서 발생한 이번 수해는 정책결정자의 직무유기를 여실히 반영했다.

 

한 언론이 서울시 수해방지 예산이 현 시장 임기 내에서 10분의1로 위축되고 광화문 물난리는 단장된 청계천 때문이라는 괴담이 돈다고 보도하자, 친절하게도 경찰청이 나섰다. 근거 없는 괴담을 유포하는 자를 엄단하겠다고. 소셜네트워크로 복잡한 근거를 조목조목 담아낼 수 없을 텐데, 진실 찾기를 외면한 언론은 독자를 길들이려 했고 경찰청은 네티즌에게 자기검열을 요구한 셈이다. , 그런다고 사실이 뒤집히는 건 아니다. 시민 저항이 약해질지라도, 끔찍한 사막만큼 대책이 뒤따르지 못하는 도시에 물난리는 필연이다.

 

우면산 산사태로 16명의 소중한 인명과 1천억에 달하는 재산을 잃은 서초구가 지난달 29일 정부와 서울시에 특별재난지역선포를 의뢰했다. 태풍 곤파스로 작년에 산사태가 났어도, 산림청에서 산사태 경고를 거듭 발령해도, 꿈쩍도 않던 서초구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돈이 많은 자치단체 중의 하나다. 우면산에 저수지가 딸린 생태공원을 멋지게 만드는 호기를 부렸지만 물길을 무시해 화를 자초한 건데, 특별재단지역 선포를 요구하다니. 경기도 포천시와 강원도 춘천시는 대책부터 강구하건만! 자신의 일처럼 팔 걷어붙인 2만여 명의 자원봉사자와 군인과 의경에게 누되는 요구에 시민들은 짜증부터 난다.

 

천재든 인재든, 최고 680mm의 비로 62명이 숨지고 9명이 실종되었으며 12천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이번 수해를 계기로 더욱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한데 반성은 보이지 않고, 제안된 대책도 근본에서 거리가 멀다. 1980년대까지 상습침수지역의 대명사였던 서울 망원동과 풍남동을 참고하잔다. 제방을 높게 쌓고 빗물 펌프장을 증설했으며, 하수관을 개량하는데 그치지 않고 주민들이 실시간으로 침수상황을 확인할 수 있도록 대처하자 과거보다 많은 비가 내려도 피해를 면했다는 거다. 하지만 서울의 보습력을 억제한 개발을 반성하자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기상이변이 속출하는 시대에 걸맞게 재난안전의 기준을 강화하라는 전문가의 지당한 주장과 산자락 아래 펜션을 지양해야 한다는 공허한 목소리가 들리는 와중에 조기경보시스템 도입과 빗물이 흐르는 지역의 녹지 확보, 그리고 지천 범람을 물길 분산으로 예방하자는 지적이 나왔다. 합당한 예산을 편성하고 실천으로 이어져야 효과를 빚을 것인데, 그러자면 도시는 개발욕구를 대폭 접어야 한다. 빗물을 잠시 모으는 지상의 유수지 확보 제안은 회색도시에서 당연한데, 서울시는 있는 유수지마저 개발하지 못해 안달이었다.

 

평소 차도로 사용하다 유사시 빗물 임시 저장시설로 활용하는 방안과 지하에 대량의 빗물을 저장할 수 있는 저류소를 제안하는 전문가는 해외의 사례를 긍정적으로 소개한다. 실제 서울시는 광화문 일대의 30년 빈도 침수를 예방하려고 2킬로미터에 달하는 지름 3.5미터의 대심도 빗물배수터널2013년까지 지하 40미터에 설치하겠다고 벼른다. 환경부도 대형 빗물 저장시설을 도심 곳곳에 설치하겠다고 발표했다. 대부분 막대한 예산이 동반되어야 실현 가능한 번지르르한 대안인데, 숲으로 둘러싸인 넓은 공원에 호수를 마련하는 유럽의 도시들처럼, 개발을 억제한 자리에 보습력을 자연스레 확보하자는 제안은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잠시 주춤했던 물폭탄이 중부지방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떨어질 거로 기상대는 무표정하게 예상했다. 태풍도 동참할 수 있다니 머뭇거릴 시간이 없는데, 거듭된 경고를 아무리 무시했어도 그렇지 하늘은 야속하지만 하다. 보습력을 잃은 번지르르한 서울은 잠시 퍼부은 비로 이미 젖을 만큼 젖었다. 조금만 더 젖어도 치명적일 수 있는데, 도무지 반성 없는 서울은 대책이 당장 난감할 수밖에 없다. 개발업자들이 쌍수를 들고 환호할 콘크리트 지하 저류소는 근본 대안이 아닌데, 서울 이외의 도시는 시방 괜찮은가. 앞으로 괜찮을 것인가. (오마이뉴스, 2011.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