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인간

디딤돌 2010. 5. 11. 17:44

 

지방자치 선거가 본격적으로 막이 올랐다. 거리에는 가을 낙엽처럼 떨어진 명함이 수묵하고 출퇴근 시각 지하철 입구마다 낯모르는 이가 어찌나 반갑게 악수를 청하는지 민망하기 그지없다. 6월 2일이 지나면 썰물처럼 사라질 풍경. 이젠 지겹다.

 

선거관리위원회가 붙인 거리의 펼침막은 여덟 번 투표하는 이번 선거가 참 쉽다고 홍보하지만 대부분의 유권자는 동의하지 않는다. 6명이나 뽑아야 하는 선량 후보들의 됨됨이를 유권자는 어떻게 짐작해야 할까. 정당은 변별력을 가지고 있던가. 앞으로 4년 동안 어떤 후보가 시와 지방의 의원으로, 또는 장으로 올바르게 처신할 역량과 소신을 가지고 있는지, 명함은 증명하지 못한다. 한 움큼 받은 명함을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얼굴만 부각될 뿐, 됨됨이를 짐작하기 어렵다.

 

명함으로 후보의 성향이나 포부를 설득력 있게 알리는데 한계가 있지만 선거운동 기간에 선거관리위원회에서 가정으로 배포하는 인쇄물은 분별을 가능하게 할까. 그렇게 기대하는 선거관리위원회라면 무척 순진하거나 무책임한 그 기관일 따름이다. 유권자는 그런 기관에 신뢰를 보내기 어렵다. 여덟 번에 달하는 투표의 각 후보마다 자화자찬을 늘어놓은 두툼한 홍보물을 누가 문자 그대로 믿겠는가. 홍보물 도착 이튿날 쓰레기장을 둘러보라. 뜯지 않은 봉투가 쌓인다. 사정이 그러니 후보마다 더 많은 유권자를 만나려 노력하지만, 언제 보았다고 만면에 웃음을 머금고 다가오는 후보에 시민들은 넌더리낸다. 얼굴 마주하며 악수하기 귀찮으니 받은 명함을 그저 거리에 던질 뿐이다.

 

선기운동 기간이 짧은가. 그렇긴 하다. 고작 13일 동안 수십 명에 달하는 후보의 됨됨이를 일일이 파악할 방법이 유권자에 없다. 선거운동 기간을 늘린다고 나아질 것 같지도 않다. 유권자가 후보들의 됨됨이를 미리 짐작할 수단이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선거기간과 관계없이, 자신의 의견을 대의할 대의원을 유권자가 사전에 판별할 수 있는 어떤 장치도 우리 사회에 없지 않은가. 저 많은 후보 중에 도대체 누가 내 의견을 민주적으로 청취한 뒤 투명하게 조례를 만들고 행정을 펼칠지, 유권자는 무슨 수로 짐작해야 하나.

 

고단한 시행착오를 숱하게 거치며 민주주의가 성숙된 나라의 유권자들은 대의제의 한계를 분명히 인식하고 시민운동으로 선거판을 견인한다. 선거운동 기간에 구애받지 않고 시민단체는 회원의 의견을 선량과 정당에 질의하거나 민의에 대한 실천을 요구하면서 진정성이 누구에게 더 있는지 점검하고 발표한다. 시민단체에 가입한 유권자들은 선량 후보의 됨됨이를 진작 파악할 수 있으니 선거운동 기간이 짧아도, 명함에 사진을 요란하게 인쇄하지 않아도, 웃음을 머금고 악수를 청하지 않아도, 선택에 혼란이 없다. 정당도 시민의 기대에 미치지 않는 이를 후보로 내세울 리 없다.

 

시민단체의 회원 수가 유권자의 수와 비슷한 그런 국가와 달리 시민단체의 분야와 회원의 수가 턱없이 모자란 우리나라에서 꿈같은 이야기지만, 그래도 유권자는 어떤 후보가 민의를 제대로 대의하려는지 파악해야 무책임하지 않다. 정책 결정이나 조례 제정에 앞서 유권자의 견해를 물으려 노력한 이가 후보에 있다면 선택하기 쉽지만 그렇지 못하니 유권자는 후보들에게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 관심이 많은 지역의 다양한 현안은 물론이고 국내외 문제들에 대한 후보들의 진정성 있는 견해를 청취할 기회가 공평하게 주어져야 한다. 그런데 우리 선거판은 시방 어떤가.

 

선거관리위원회는 대의에 대한 후보의 견해를 묻는 유권자의 행동은 적극 권장해하고 특정 후보를 헐뜯어 정당한 민의를 방해하려는 행위는 통제해아 할 텐데, 어찌된 영문인지 유권자의 모든 행동과 질문을 차단하려는 모습을 연출한다. 민의를 알려 후보의 자세를 견인하려는 유권자의 행동은 대의제에서 제한되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지 않은가. 모두 동의할만한 방법을 찾으려하지 않고 민의부터 차단하려 든다면 선거는 의미를 잃는다. 대의제 민주주의 정신에 부합하지 못하는 선거라면 차라리 없는 것보다 낫지 않을 것이다. (기호일보, 2010.5.21)

유권자를 우습게 알기 때문이지요. 우습게 보인 유권자들에게도 문제가 있습니다.
시민단체도 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못하고있음도 반성을 해야겠습니다.
누구말대로 자식을 많이 나아서 투표인구수를 늘리기라도 해야 할 판입니다.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