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천

디딤돌 2009. 10. 13. 01:49

 

가을이 깊어지자 하늘이 맑다. 가로수로 심은 느티나무에 어느새 붉은 기운이 감도는데, 작년과 같은 늦가을 더위가 이어지지 않는다면 단풍도 꽤 붉을 것이다. 깊은 산에 들지 않아도 파란 하늘 아래 단풍이 참 아름답겠다.

 

우리 가을 하늘은 높고 구름 없을 때가 많은데, 아쉽게 전처럼 파랗지 않다. 일상에 치이는 시민들이 높은 건물에 가린 하늘을 올려다 볼 기회가 드물어 그렇지 가운데는 그런대로 파랗지만 가장자리는 붉으죽죽하다. 대기오염 물질이 진하게 보이는 까닭이다. 김포공항 상공에서 창문덮개를 열어 먼저 착륙하려는 비행기를 보면, 거무튀튀한 공기층으로 자맥질하는 모습이다. 괜찮을까 싶은데 내가 탄 비행기도 이내 그 공기층으로 착륙하고 만다. 우리네 집은 거기에 있다.

 

며칠 전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인천의 미세먼지 오염이 전국에서 가장 심각하다고 인천 이외에 지역구를 가진 국회의원이 걱정하고 나섰다. 2006년 세제곱미터 당 68마이크로그램이었던 미세먼지가 올해 57마이크로그램으로 다소 완화되었어도 대구와 더불어 최악의 대기질을 보인다고 지적한 그 의원은 “미세먼지 3제곱미터 당 10마이크로그램이 감소할 때마다 평균 수명이 1.1년 늘어나는 만큼 인천의 미세먼지를 일본 도쿄나 제주도 수준으로 낮추면 평균 수명을 3.3년 연장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는데, 바꾸어 이야기하면 인천시민은 도쿄나 제주도민에 비해 3.3년 일찍 사망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 된다.

 

대도시의 미세먼지는 대부분 오래된 경유차에서 집중된다. 수도권 수출입 집중되는 인천은 그만큼 경유차의 운행이 많아 대기오염 소지가 많은 게 사실일 게다. ‘수도권 대기환경개선을 위한 특별법’에 의거, 해마다 수백억 원의 비용을 들여 경유차에 매연저감장치를 부착하지만 대기질 개선 효과는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데, “세계보건기구(WHO)의 미세먼지 환경기준치가 20㎍/㎥인 것을 고려하면 인천은 아직도 기준치의 3배에 육박하고 있다”고 그 국회의원은 인천의 대기상태를 우려했다. 인천시의 국회의원은 물론이고 명품을 지향한다는 인천시는 불안해 할 시민에게 전할 말이 특별히 없는 모양이다.

 

도시의 대기를 미세먼지만으로 오염되었다 판정하지 않는다. 질소나 황산화물 오염농도가 눈으로 보는 하늘의 질을 좌우하기 십상인데, 화력발전소가 유난히 많은 인천의 상태는 시방 어떤가. 인구 300만을 바라보는 시민과 다른 지역에 비해 밀도가 높은 공장들에서 사용하는 용량의 3배 가까운 전기를 생산하는 인천의 대기는 그리 상쾌할 리 없다. 저감장치를 달았다고 해도 전국 수위를 다투는 질소와 황산화물이 인천시민 코 높이의 대기를 오염시키고 있건만 영흥도에 자리잡은 남동발전(주)은 80만 킬로와트 급 유연탄화력발전소를 현 4기에서 2기를 추가하려고 한다. 영흥도에서 부는 바람은 인천을 지나 수도권으로 확산될 텐데 앞으로 계속 추가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이런 와중에 중부발전(주)은 보령화력의 복합화력 발전설비를 서구 경서동으로 옮기려 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보령에서 생산한 전력을 수도권에 보내는 과정에서 전력손실로 경제성이 떨어져” 인천으로 옮기겠다고 밝힌 보령화력은 액화천연가스를 사용하므로 청정이라고 주장하고 싶을지 모르지만 아니다. 먼지와 황산화물 발생은 거의 없어도 액화천연가스를 고온과 고압으로 연소시키는 과정에서 유연탄화력발전설비보다 많은 질소산화물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 않은가. 만일 인천의 배출 할당량을 늘리면 된다고 두 발전회사가 생각한다면 그건 시민의 건강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위험한 발상으로 지탄받아야 한다.

 

유럽의 내륙 국가들은 시민과 사전에 충분히 합의하는 걸 전제로 강물을 냉각수로 활용하는 발전소를 도시 복판에 건설한다. 그렇다면 한강을 낀 서울과 경기도는 인천의 발전소 대부분을 가지고 가야 옳다. 발전회사의 경제성을 위해 인천시민의 건강이 일방적으로 희생되어야 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미세먼지와 질소와 황산화물 뿐 아니라 그만큼 이산화탄소가 넘치는 인천에서 ‘명품도시’는 오염된 하늘 아래 한낱 신기루로 그칠 것이다. (인천신문, 2009.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