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천

디딤돌 2013. 8. 9. 09:53

 

유럽의 고즈넉한 도시들은 상가가 밀집한 지역을 차 없는 거리로 지정해 놓았다. 주말이나 휴일이면 차 없는 거리는 천천히 움직이는 사람들로 가득해 찻집도 상가도 손님 받기 분주하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자전거를 타고 찾아오는 시민들은 차 없는 거리에서 친구를 만나고 연인과 데이트를 즐긴다. 그렇다고 24시간 모든 차량의 출입을 통제하는 건 아니다. 응급차량은 언제든 들어갈 수 있고, 상점에 물건을 가져오는 차는 아침이나 늦은 오후 시간을 활용해 낮은 속도로 이동한다.


차 없는 거리는 유럽 뿐 아니라 세계의 유서 깊은 도시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차 없는 거리를 선정할 때 애초 반대했던 상인들은 운집한 시민들이 고객이 되자 환영하기 시작했고, 그러자 자연스럽게 여러 도시로 파급된다고 지역에서 차 없는 거리의 행사를 주도하는 시민단체는 주장한다. 지방자치단체는 모여드는 시민들을 위해 자전거 주차장을 확보하고 시민단체는 다양한 행사를 준비해 차 없는 거리는 주말이면 축제의 마당으로 변한다. 참여자들의 능동적인 준비와 뒷정리가 일상화되면서 지원이나 통제를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예산과 일거리는 줄어들게 되었다고 시민단체 담당자는 힘주어 말한다.


서울시 세종로는 세 번째 일요일이면 차 없는 거리가 된다. 오전 7시부터 오후 7까지 어린이와 외국인이 포함된 시민들의 벼룩시장 좌판이 깔리고 다양한 거리 공연이 열리며 여러 시민단체들이 홍보물을 나누며 행동하는 민주광장으로 열린다. 아쉬운 점도 있다. 찾아오는 시민과 자전거 행렬은 끊이지 않지만 이렇다 할 상가가 주변에 없어 일과성 행사로 그치고, 자전거 접근도 어렵다. 그래도 차 없는 거리 행사가 정례화되었기에 찾아오는 시민들은 늘어난다. 처음 불편은 느꼈을 운전자들은 회를 거듭하면서 양해하게 된다.


서울시는 신촌로터리에서 연세대학교까지 550미터의 도로를 대중교통과 보행자를 위한 공간으로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택시는 자정부터 새벽까지로 제한하는 대신 자전거를 위한 공간을 확대하고 보행자도로 폭을 늘려 각종 문화공연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를 위해 경찰청과 긴밀히 협의했고, 상인들과 영업 차량 이용 시간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한다. ‘신촌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이름 붙인 계획이 마무리되는 2014년이면 그 거리는 서울의 명소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한다.


인천은 지구의 날이면 차 없는 거리 행사를 하긴 한다. 그런데 행사를 하는 거리가 해마다 바뀌면서 시민들이 관심 기울이기 어렵다. 찾아오는 시민이 해마다 줄면서 행사에 참여하는 단체의 열의도 식어가는 실정이다. 인천시민들의 관심이 다른 도시에 비해 작다고 보기 어렵다. 상가들이 밀집하고 평소 찾는 시민들이 많은 길을 차 없는 거리로 지정해 행사를 정기적으로 실시했다면 달랐을 것이다. 더욱 많은 시민들이 찾아와 활성화되었을 테지만 인천시의 관심 부족과 인천 경찰청의 무사안일이 기회를 차단하는 결과를 빚었기 때문이리라.


2009년 인천시 일원에 급작스레 조성한 자전거도로는 이용자가 다소 늘었지만 아직 활발하지 않다. 자전거 주차장이 부족하고 연결이 자주 끊어질 뿐 아니라, 자전거도로를 침범하는 오토바이나 자동차들 때문에 불편하고 안전을 확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승용차 운전자들의 민원이 늘자 차도 가장자리에 만든 자전거도로를 보행자도로로 옮기는 경우도 발생한다. 자전거 이용자가 충분하지 못한 탓이다. 유럽처럼 승용차보다 자전거가 편리한 거리가 되면 사정은 바뀐다.


인천에도 차 없는 거리 행사를 정례화할 지역이 많다. 경찰청과 협의해 평소 찾는 이가 많은 거리를 여럿 지정해 차 없는 거리 행사를 주말마다 순환해 정기적으로 진행한다면 자전거 이용은 더욱 활발해질 것이다. 대형마트에 상권을 빼앗겼던 시내의 상가들은 가족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나오는 시민들로 주말마다 한층 활성화될 것이다. 여기저기 펼쳐지는 길거리 공연과 벼룩시장을 보려 나온 젊은이들로 차 없는 도로는 북적일 것이다. 자신이 사는 지역에 자부심이 생기는 시민들은 인천을 떠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기호일보, 2013.8.9.)

 
 
 

공동체·인간

디딤돌 2010. 3. 11. 10:17

눈이 녹으면 봄이 온다고 했던가. 유난히 추웠던 이번 겨울에 잔뜩 쌓인 눈이 아파트 후미진 곳까지 말끔히 녹자 과연 따뜻해졌다. 하지만 자연에도 시샘이 있는 법. 3월 들어 영하의 날씨가 잦자들며 남녘의 꽃소식이 올라올 즈음, 제법 큰 눈이 쌓였다. 하지만 눈은 따뜻한 오후 날씨를 견디지 못하고 이내 삭으러들었는데, 그늘진 골목에는 그냥 남았다. 학교에서 돌아온 꼬마들이 삼삼오오 모여 모처럼 뽀드득거리는 눈을 뭉치며 노는 모습을 그날 저녁 뉴스 시간에 바라볼 수 있었다. 곧 신록의 계절이 다가올 것이다.

 

어릴 적 생각에 잠겼던 눈을 뜨고 이내 현실로 돌아와 뉴스 화면을 바라보자, 아이들이 눈싸움하는 공간은 골목이 아니라 근린공원이었다. 그러면 그렇지 자동차가 밤낮 없이 지나가는 곳이 도시의 골목 아닌가. 그런 골목에서 아스팔트 바닥에 달라붙은 눈을 뭉치기 어렵겠지만 세 걸음 떼기 무섭게 경적 울리며 다가오는 자동차 때문에 아이들이 마음 놓고 뛰어다닐 수 없는 노릇일 게다. 골목에서 눈싸움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어릴 적 기억에 마음을 빼앗긴 착각이었다.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면서 코흘리개 꼬맹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철없는 아이를 학교에 보낸 학부모도 걱정이 많겠지만 교실과 운동장 가리지 않고 뛰는 천방지축들을 온전히 집으로 돌려보내야 하는 교사들도 걱정이 많은 계절이 찾아온 거다. 입학 후 한달 정도는 마음을 졸이며 아이를 데려다주고 데려올 수 있지만 바쁜 일상에서 허구헛날 아이를 챙길 수 없는 일. 어지간하다 싶으면 신신당부하고 아이 혼자 학교를 다니도록 유도할 텐데, 부모는 자동차가 늘 걱정이다. 꼬맹이들의 등하교 시간이면 직장에 늦은 자동차들이 속도를 낼 시간과 얼추 일치하지 않던가.

 

아이들만이 아니다. 바구니 들고 시장 골목에 들어서는 주부들도 마찬가지다. 시도 때도 없이 빵빵 거리며 앞뒤에서 다가오는 자동차를 피하며 장을 보느니 차라리 대형마트로 가서 1주일 치 반찬거리를 한꺼번에 사는 편을 택하고 싶다. 모르긴 해도 한국을 대표한다는 인사동 골목을 찾은 외국 관광객들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일방통행으로 바뀌긴 했어도 짜증나게 다가오는 자동차들로 인해 다정한 친구와 마음 놓고 기념품을 들여다보며 흥정할 기분은 나지 않을 것이다.

 

자동차를 제한하는 토요일 오후, 인사동은 북새통을 이루지만 걷는데 전혀 불편하지 않다. 다양한 인종이 어깨를 부딪치며 걷지만 귀찮기보다 호기심을 더하고, 기념품보다 사람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약속 시간에 늦어도 지인은 양해할 것 같다. 뒤에서 자동차가 다가오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리라. 종로구는 커다란 액자나 고가구를 들여놓거나 팔려면 자동차 통행을 제한하면 안 된다고 주장하지만, 그럴까. 평일에도 자동차를 제한하는 해외의 유명한 중심 상가를 가보라. 사람들이 물결치고 가게에는 물건이 넘친다. 커다란 물건은 이른 아침이나 늦은 시간에 처리하고 사람들이 모이는 시간에는 자동차를 제한한 결과다. 우리 인사동은 왜 그럴 수 없어야 하는지, 아쉬우면서 부끄럽기 그지없다.

 

집에서 학교로, 학교에서 놀이터로, 놀이터에서 집으로 이어지는 우리의 골목도 마찬가지다. 등하교 시간에 맞춰 그 골목의 자동차 출입을 제한한다면 아이들은 물론이고 부모들과 교사들도 안심할 수 있을 것이다. 눈이 내린 날 제한한다면 꼬맹이는 물론이고 온 동네 이웃사촌들이 모여 흥겨운 놀이마당을 연출할 수 있을 것이다. 금요일 밤부터 월요일 새벽까지 자동차가 다니지 않는 골목은 동네의 잔치마당을 일부일마다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서로 잘 알게 된 동네 사람들은 우정을 돈독히 하게 되고 웬만한 일이 아니라면 이사 가고 싶지 않을 것 같다.

 

집에서 성당으로 이어지는 길 중에서 성당과 가까운 골목을 주일만이라도 자동차를 제한해보자. 밝은 얼굴을 한 이웃들이 열린 마음으로 성당을 찾게 되지 않을까. 내 뒤를 위협하는 자동차가 없으니 마음까지 열린다. 나아가 365일 하루 종일 제한한다면? 성당 주변에 성령이 충만하게 되지 않을까? (요즘세상, 2010년 3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