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동물

디딤돌 2009. 11. 19. 22:37

 

요즘 대학생들은 등산갈 때 배낭에 뭘 넣을까. 의식주를 전부 집어넣고 떠났던 1970년대, 우리의 배낭에 꽁치와 정어리 통조림은 빠지지 않았다. 영양분이나 맛보다 그저 값이 쌌기 때문이었는데, 육포가 아주 비싸고 귀했던 시절, 산에서 밥해먹을 때 유용한 육식이 고작 그 정도였다. 1980년대 초 참치 통조림이 나오면서부터 세상은 바꿨다. 요즘은 정어리나 꽁치보다 각종 참치 통조림을 취향에 따라 챙길 것이다.

 

참치 통조림으로 간편하게 차릴 수 있는 음식은 정어리나 꽁치에 비해 다채롭다. 맑은 물로 쌀을 씻으며 손톱 사이의 떼를 말끔히 닦아내던 대학생들도 참치김치찌개를 비롯해 참치김치복음밥, 참치주먹밥, 참치김밥 들을 너끈히 만들 수 있고 참치라면도 식은 죽 먹기가 아닌가. 통조림만이 아니다. 주머니 사정이 얼마나 좋아졌는지 참치횟집도 전에 없이 늘었다. 회보다 붙어나오는 음식이 더 많던 횟집은 이제 인기가 시들하단다. 두툼하게 썬 회를 팁만 집어주면 덤으로 선뜻 내주는 식당일수록 손님이 많다는 거다. 그만큼 참치 수요는 늘어났고 원양어업 선단은 바쁘게 움직일 것이다. 이제 그만 잡아대자고 하소연하는 환경단체가 국내외에 생겼을 정도로.

 

참치는 정식 명칭이 아니다. 상수리나무, 갈참나무, 졸참나무, 굴참나무, 신갈나무, 그리고 떡갈나무를 통칭해 참나무라 하듯, 농어목 고등어과에 속하는 참다랑어를 비롯해 백다랑어, 눈다랑어, 황다랑어, 점다랑어, 가다랑어 들을 일컬어 참치라 말할 따름이다. 한데 사람들은 왜 참치라 했을까. 해방 후 물고기 이름을 기록하던 관리가 참다랑어의 동해안 사투리를 받아적어 그리 되었다는 설이 유력한데, 수많은 생선 중에 으뜸이기에 참치가 된 게 아닐까. 아무튼 바다 낚시꾼의 로망, 참치는 현재 멸종과 보존의 기로에 처해 있다.

 

2008년 12월 12일,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우리 환경연합과 부산 다대포에 모여 참치 장례식을 펼쳤다. 삼베 상복과 망건을 쓴 그린피스 대원은 왜 참치 영정과 관을 들어야 했을까. 마침 참치 어획량 감축을 논의하는 ‘중서태평양수산위원회’ 5차 연례회의가 부산에서 열렸는데 회의 마감 시간이 다가오도록 우리 대표단이 합의안을 거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속가능한 바다 생태계를 이루자!”고 개막 연설한 농림수산식품부 장태평 장관은 마감 시간 30분 뒤에야 수정안에 동의한 한국 대표단 덕분에 체면을 좀 덜 구겼지만, 참치의 자원을 보존하기에 턱없이 느슨한 과학위원회의 권고조차 완화시킨 한국 대표단의 처사는 환경단체의 비난만 받은 게 아니었다. 자국의 약탈적 어업 관행을 시종일관 두둔했을 뿐 아니라 어렵게 만든 합의안의 통과를 훼방한 행위에 대해 의장이 공개적으로 질책해 국제적 비난을 자초했다.

 

멸종 위기에 몰린 눈다랑어의 어획고를 당장 30퍼센트 줄이고 황다랑어는 10퍼센트 줄이자는 과학위원회의 제안은 오로지 눈다랑어만 3년 동안 10퍼센트씩 줄이는 걸로 수정되었고 참치를 모여들게 해 싹쓸이하게 만드는 장치를 전면 금지하자는 안은 산란기에 한해 사용하지 않는 안으로 고쳤으며 당초 3개 지점의 해역에서 조업을 삼가도록 하자는 안은 2개 지점으로 축소되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석하기도 하는 모양이지만, 개체수 유지 수준보다 1.5배 이상 남획하는 현실에서 참치 자원의 보존과 거리가 먼 결과였다. 환경단체는 모든 참치의 어획량을 절반 이하로 줄이고 태평양 도서국가 주변 해역의 참치는 개체수가 회복될 때까지 조업을 금지하자고 요구했건만 여타 국제회의와 마찬가지로 황금알 낳는 오리의 배를 가르려는 기업의 탐욕을 이번에도 배려하고 말았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최근 브라질에서 개최한 대서양참치보존위원회 21차 정례회의에 다녀와 한국 원양어선들이 대서양에서 잡을 수 있는 눈다랑어의 어획량이 800톤 늘어난 2900톤이라고 전했다. 내년에 올해보다 5천 톤 줄인 8만5천 톤으로 총 어획량을 조절했어도 1980년대 1만 톤을 잡은 실적을 앞세워 우리의 할당은 늘렸다고 무용담을 전한 것이다. 2007년 기준으로 회와 통조림으로 30만 톤의 참치를 소비하는 우리나라는 이제 안심해도 좋은 것일까. 과학자들은 대서양의 적정 어획량을 연간 7천 톤으로 분석한다는데, 5천 톤 줄이는 데 그쳐도 참치가 보존되려나.

 

세계 4위 어획고를 자랑하던 필리핀 해역에서 참치가 줄어들어 그곳 어민들이 울상이라고 한다. 지구온난화로 수온이 오르자 참치들이 시원한 곳으로 이주하기 때문이라는데, 때를 같이해 우리나라 근해에서 1미터가 넘는 대형 참다랑어가 대량으로 잡히기 시작했다는 기쁨에 겨운 소식이 들려온다. 서귀포 남쪽 바다에서 2천 마리를 잡아 5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거나 거문도와 거제도 남쪽에서 수천마리를 잡았다는 소식은 기름 값 인상에 한숨짓던 어부들의 가슴을 뛰게 만들기에 충분하지 않은가. 주로 남태평양에서 잡히던 참치가 쿠로시오 난류를 따라 1990년대부터 우리 해역에 여름철에 출현하긴 했어도 50센티미터 정도의 어린 개체였는데 울릉도 해역까지 커다란 참치가 잡힐 정도라니. 다분히 지구온난화 때문이라고 전문가는 풀이한다. 온난화가 더 진행되면 어떻게 변할까.

 

얼마 전 경상남도 욕지도와 서귀포 인근 해역에서 참치 양식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중앙정부와 경상남도, 그리고 여수시도 적극 지원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아직 어린 참치를 잡아와 키우는 선에서 그치고 있지만 장차 알을 받아 양식하는 기술을 확보한다면 크릴새우와 오징어를 먹으며 3년이면 50킬로그램 가깝게 성장하는 ‘메이드 인 코리아’ 브랜드의 참치로 연간 1조원의 일본 시장을 노크할 수 있을 거로 기대한데. 그럼 우리는 이제 참치 어획량 구속에서 벗어나게 되는 건가. 시속 60킬로미터로 쉬지 않고 움직이는 참치는 겨울에 추운 바다의 좁은 그물 속에서 얼마나 무섭고 갑갑해 할지, 따지지 말까.

 

주둥이를 조그맣게 열고 움직이며 물을 아가미로 흘려 호흡하는 참치는 근육에 혈액이 많아 쇠고기처럼 살이 붉어도 비타민E와 셀레늄이 많아 암 발생을 줄이고 성기능을 활발하게 해주지만 먹기 위험할 수도 있다. 동작을 멈추면 질식하는 참치는 죽자마자 혈액이 변성하며 체온이 급상승하고 이내 흑색으로 변하는 살에 독소가 생성된다는 게 아닌가. 그 때문에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위험한 음식으로 분류하지만 잡자마자 내장을 제거해 영하 60도 이하로 급냉동하면 문제될 게 없다고 한다. 지방이 많은 겨울철에 가장 맛있다고 하는 참치를 우리는 3월 7일을 ‘참치데이’로 정해 판매를 촉진한다. 먹이사슬 단계가 높은 만큼 중금속 오염이 심해 임산부는 피하라는 참치를 좀 덜 먹으면 어떨까. 바다 생태계가 회복될 때까지 만이라도. (물푸레골에서, 2009년 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