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반·개발

디딤돌 2009. 9. 21. 01:16

 

골프장은 녹지인가. 서양 잔디를 정성스레 심은 골프장은 분명 녹색이다. 그러므로 녹지라고 해도 될까. 적어도 녹지라면 다양성이 존중되어야 하지만 골프장은 아니다. 오로지 잔디만이 심겨질 뿐이다. 하지만 인천시장이 녹지라고 규정했다. 거의 창세기의 ‘말씀’ 수준이었다. 그러자 그 순간부터 국장도 과장도 이구동성으로 골프장은 녹지라고 우기기 시작한 걸 보면. 골프장이 녹지인지 아닌지를 생태학자에게 묻지 않은 건 물론이다. 인천시장의 ‘말씀’대로라면 당구대도 녹지인가. 녹색안경을 쓰면 삼라만상이 녹지가 된다.

 

흐름을 보로 막고 바닥의 모래와 자갈을 퍼내는 토목사업을 “4대강 살리기”라 대통령이 규정했다. 그 과정에서 강의 생명을 연구해온 생태학자나 수리학자와 충분히 연구하고 검토했다는 사실은 알려지지 않았다. 수많은 연구들은 흐름이 차단된 강이 오염되어 버림받는다는 걸 웅변하건만, 살린다고 ‘말씀’한다. 그러면 강은 살아나는가. 모두 국민을 위한 거라는데 어떤 국민을 뜻하는지 모르겠다. 지구온난화를 위해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데, 토목으로 지구온난화를 막을 수 있다고 대통령이 ‘말씀’하면 그대로 되는 건가. 물론 지구온난화를 늦추거나 막으려 무던히도 애를 쓰는 어떤 전문가나 환경단체하고 사전에 충실히 논의했다는 소문도 들은 바 없다.

 

4대강 살리기에 들어가는 비용 때문에 지방정부에 전해질 예산이 줄어든다고 아우성이다. 그러자 수자원공사에서 상당한 공사비를 떠맡을 것이니 안심하라는 ‘말씀’이 이어졌다. 수자원공사는 돈을 찍어내지 않는다. 4대강 여기저기에 보를 만들어 물길을 가로막고 물고기의 산란장인 모래와 자갈을 퍼내는데 들어가는 돈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된다. 벌써부터 수돗물 원수의 가격을 인상할 거라는 소문이 들린다. 수돗물 가격이 오르는 걸로 그치지 않을 공산이 크다. 4대강 주변을 개발해서 수익을 얻으려할지 모른다. 이제 4대강은 오염원을 곁에 두게 되는 걸까.

 

우리에게 강물이 훌륭한 수자원인 건 흐르기 때문이다. 국토의 65퍼센트가 경사가 심한 산지이고 비가 여름 한철에 집중되어도 상류에서 하류까지 굽이쳐 흘러왔기에 마실 수 있었다. 이제 모래와 자갈을 잃고 흐름까지 멈춘 4대강은 보를 뜯어낼 때까지 점원 비점원에서 들어오는 오염원을 제대로 정화하지 못할 것이다. 적지 않은 돈과 에너지를 퍼부어 화학처리하면 마실 수 있을 테지만 그 때문에 지구는 더 더워질 수밖에 없다. 그냥 마실 수 있는 물을 왜 오염시킨 뒤 정화처리해서 마셔야 한다는 건지, 납득할만한 ‘말씀’은 없다.

 

과학적 사실도 물론이지만 지구온난화 대책도 ‘말씀’으로 규정할 수 없다. 4대강이 잘못되면 여간해서 돌이키기 어려울 것이다. 규모가 훨씬 작은 토목공사도 충분한 검토와 합리적 평가를 거쳐 시행하는데, 제기되는 문제를 일방적인 홍보로 덮고 밀어붙이는 ‘말씀’의 뒷감당은 누가 어떻게 떠맡게 될 것인가. ‘말씀’으로 재단되는 민주주의가 걱정이다. (경향신문, 2009.9.23)

보를 쌓고 물을 가두어서 생기는 수질오염을 정화처리시설을 많이 만들어서 예방한답니다. 보를 만들지 않고 정화처리시설을 많이 만들면 1급수가 될텐데 말입니다. 그나저나 일단 보에 갇혀서 오염된는 물은 어떻게 처리를 할 지 의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