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천

디딤돌 2008. 12. 1. 14:59

 

지난 달 말, 인천녹색연합은 겨울철새를 자연의 품에 돌려보냈다. 강화도 길상면의 논에서 하늘로 날아오른 겨울철새들은 남동공단유수지와 그 주변 갯벌에서 사경을 헤매다 보름 전 자원봉사하던 시민에 의해 구조된 10마리 중 5마리로, 주택에서 이온음료와 닭사료를 먹으며 건강을 회복한 청둥오리 3마리, 넓적부리 1마리와 고방오리 1마리다.

 

새를 마비시켜 죽게 만드는 보틀리즘균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겨울철새가 남동공단유수지와 송도신도시를 바라보는 갯벌에서 2천 마리 이상 집단 폐사한 것으로 보이는데, 사체 수거를 위한 자원봉사에 여러 차례 나선 시민과 학생들은 많은 겨울철새를 살리지 못해 안타까워한다. 살릴 수 있는 상태로 상당수의 겨울철새를 수거했건만 야생동물을 치료할 마땅한 시설이 없으므로 살처분할 수밖에 없다고 인천시의 관계자가 선포하는 게 아닌가. 명품을 지향하는 대도시 인천시에 야생물물구조센터가 없다니, 먼 시베리아에서 찾아왔다 병이 든 겨울철새를 무작정 집에 안고 간 시민들은 마음이 아프다.

 

남동공단유수지 주변만이 아니다. 비슷한 기간, 시화호 주변 갯벌에서 수천 마리의 겨울철새들이 죽어갔다. 당국은 심각한 식중독을 일으키는 살모넬라균을 그 원인으로 지목했으나 환경단체는 의문을 표시한다. 신뢰할만한 근거가 제시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감염경로조차 밝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원인을 모르니 비슷한 사고가 반복될 수 있다는 건데 보틀리즘균도 감염경로가 불분명한 건 마찬가지다. 가을철의 이상 더위로 갯벌에 쌓인 오염물질이 과하게 부식돼 구더기가 들끓었고, 보틀리즘균에 오염된 구더기를 먹은 겨울철새에게 보틀리즘균이 전파되었을 것으로 환경단체는 추정하지만, 당국의 이렇다 할 움직임은 아직 감지되지 않는다.

 

지난 달 26일, 송도 컨벤시아 회의실에서 송도복합화력발전소 건설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초안공청회가 슬그머니 열릴 뻔했다. 일방적으로 개최하려던 공청회가 주민들의 반발로 일단 무산되었으나, 반발이 없었다면 9천억 원을 들여 송도신도시 주변 매립지에 세우려는 100만 킬로와트 규모가 넘는 액화천연가스발전소 건설사업은 착착 진행되었을 테고, 발전터빈을 식힌 온배수가 하루 수십만 톤 추가로 쏟아질 인천앞바다는 더욱 뜨거워질 뻔했다. 뜨거워진 만큼 해양생태계의 변질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거대한 바다의 온도 변화는 아무리 미약하더라도 해양생태계에 치명적이다. 인천 바닷가에 자리한 발전소들은 현재에도 인천시 소비 전력의 2배 이상을 생산하지만 발전소 증설은 멈추지 않는다. 송도복합화력발전소만이 아니다. 겨울철새가 죽은 갯벌에 온배수 영향을 주는 영흥도 유연탄화력발전소도 증설을 서두르고 있다. 80만 킬로와트 급 2기가 진작 가동되는 가운데 2기의 추가 가동이 눈앞에 있고, 다시 2기에서 4기의 증설을 기정사실로 추진하면서 향후 12기의 화력발전소를 영흥도에 밀집시킬 예정이라는 소문이 흉흉하다. 막대한 온배수가 인천앞바다 해양생태계의 궤멸을 선고한 셈이다.

 

겨울철새는 이런 와중에 떼로 죽었다. 화력발전소에서 내뿜는 온실가스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인천 일원의 기온상승은 세계 평균의 2배를 넘어선지 오래다. 그 여파로 발생한 가을철 더위는 보틀리즘균을 갯벌에 만연시켰는데 갯벌보전시민헌장을 마련한 인천시는 갯벌매립에 여념이 없다. 내려앉을 갯벌이 더욱 위축되는 겨울철새에게 대안이 없다. 오랜 이동으로 지친 상태에서 오염된 갯벌이라도 내려앉을 수밖에 없고, 허기진 상태에서 구더기를 먹으니 보틀리즘균과 살모넬라균에 속절없이 감염되며, 죽은 철새에 끊는 구더기를 먹은 멀쩡한 철새도 잇따라 죽어가는 참상이 꼬리를 물었던 것이다.

 

죽었거나 죽어가는 겨울철새를 수거하던 자원봉사자는 죄스러운 마음에 눈물을 흘렸다. 추우면 보일러 가동하고 더우면 에어컨 켜는 사람과 달리 겨울철새는 공청회를 막지 못한다. 겨울철새가 잠시라도 쉬지 못하는 땅에 사람은 언제까지 건강하게 머물 수 있을까. 오염된 갯벌의 겨울철새는 막장의 카나리아다. (인천신문, 2008년 12월 9일)

 
 
 

환경일반·개발

디딤돌 2008. 11. 17. 00:57

 

환경단체에서 주관하는 자원봉사에 늦도록 참여한 막내가 핸드폰 동영상을 보여준다. 집게로 머리를 툭툭 건드려도 겨울철새인 듯 보이는 오리는 달아나지 않았다. 아이 말로는, 감각이 마비된 듯 기진맥진한 채 물에 떠 있는 오리는 배에 구더기가 끓는 상태에서 죽어가고 있었다고 한다. 인천시 연수구의 승기하수처리장 주변의 유수지와 해안도로 주변에 겨울철새들이 떼로 죽었고, 그 사체를 수거하기 위한 봉사활동에 아이가 참여했던 것이다.

 

자원봉사를 주관한 환경단체는 인체에 해를 주지 않아도 새를 마비시켜 호흡곤란으로 죽이는 ‘보튤리즘균’에 철새들이 감염되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보튤리즘균이 발생한 이유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으나 늦가을답지 않은 무더운 날씨가 한동안 계속되면서 유기물이 부패를 일으키자 구더기가 발생했고, 구더기를 매개로 퍼져나간 보튤리즘균이 이맘때 날아오는 겨울철새를 치명적으로 감염시켰을 것으로 환경단체는 추정한다. 멋모르고 내려앉았다 세균에 감염돼 온몸이 마비된 상태로 죽어가는 오리의 몸에 예외 없이 구더기가 들끓었다고 안타까워하던 아이는 신발을 푹푹 빠지게 하던 습지의 바닥에서 악취가 진동했으며 개흙은 시커멓게 썩었다고 진저리쳤다.

 

보튤리즘균에 오염된 습지에 철새는 계속 내려앉는 모양이다. 철새를 다른 곳으로 날려보낼 방법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던 환경단체는 사체라도 어서 수거하길 바라지만 감당해야 할 습지가 워낙 넓으니 불가항력이었나 보다. 보통 수업이 없는 토요일을 택하던 자원봉사를 수업이 있는 토요일 오후를 모두 활용하고자 했으니. 몸은 고되었을 테지만 중학생인 아이는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제 눈으로 파악했고 그로 인해 죽어가는 자연 생물에 대한 동정과 연민, 죄스러움을 동시에 체험하게 되었다.

 

보튤리즘균이 창궐한 이유를 늦가을 더위로 한정할 수 없다. 하수종말처리장이 가까운 습지에 구더기가 발생할 정도로 유기물이 축적된 이유는 무엇일까. 작년까지 내려앉았던 철새의 분비물인가. 물 순환이 원활하지 않은 까닭은 아닐까. 정확한 조사가 뒤따라야 재발을 방지할 수 있겠지만, 분명한 점은 습지를 정화할만한 물이 공급되지 않는다는 사실일 것이다. 바닥의 지독한 오니가 거의 그대로인 남동공단 유수지는 말할 것 없고, 좁은 수로를 경계로 떨어진 광활한 면적의 송도신도시가 해수의 유통을 방해한 것은 분별없는 개발이었다. 결국 사람이 근본원인을 제공한 것이다.

 

절박한 환경단체는 봉사자들에게 갈대와 풀숲에서 눈에 띄지 않는 사체를 샅샅이 찾아줄 것을 부탁했지만 흔쾌히 팔 걷은 중고등학생과 대학생, 그리고 일반인 수십 명이 수거한 사체는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심각한 상황을 미리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수거작업에 들어간 봉사자는 우리의 환경 현실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지만 4시간 넘는 고역에 몹시 지쳤고 사체 썩는 냄새로 구역질을 감내하며 애를 쓰던 환경단체는 봉사자에게 사과하면서도 다시 나서줄 것을 눈물로 호소한다. 철새에게 죄송한 금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랜 이동으로 지친 겨울철새는 계속 습지에 내려앉는다. 지쳐 면역이 떨어진 상태에서 세균은 철새에게 치명적이었을 것이다. 대만은 보튤리즘균으로 저어새 수십 마리가 죽자 국가 차원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했다던데, 날개를 퍼덕거리며 죽어가는 쇠오리, 고방오리, 넓적부리, 흰죽지, 흰뺨검둥오리, 민물도요 옆에 국제적인 멸종위기 조류인 저어새와 천연기념물인 검은머리물떼새가 관찰되는 우리는 시방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나.

 

이번 겨울철새의 떼죽음은 자연의 매서운 경고다. 몰려드는 철새 규모보다 턱없이 비좁은 습지에 깨끗한 물을 시급히 공급할 현실적 수단이 없다면 대체 서식지를 황급히 조성해야 하는 상황을 인식하지 못하는 인천시는 수많은 철새가 찾는 송도11공구를 기필코 매립하려고 한다. 인천시도 사태의 원인을 반드시 직시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하지만 분별없는 매립으로 전국의 습지가 쪼그라드는 이때, 근본적인 반성과 대책은 국가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후손의 건강마저 떼로 잃지 않으려면. (요즘세상, 2008년 11월 ?일)

자연생태와 인간의 삶은 별개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참 안타갑습니다.
그들이 살고 회복 되어야 곧 우리가 살 길 인데 말입니다.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