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천

디딤돌 2010. 5. 12. 02:30

 

올봄은 구제역이 축산농가들을 고통에 빠뜨렸지만 근년에는 조류독감이 봄철의 연례행사였다. 정작 억울하게 죽어나가는 건 가축이지만 해당 농부도 살맛을 잃었을 것이다. 가축에 대한 극단의 품종개량으로 유전적 다양성의 폭이 위축되면서 발생한 일인데, 조류독감이든 구제역이든, 전염성이 강한 질병 때문에 멀쩡한 생명을 살처분하는 일은 결코 흔쾌할 리 없다. 그 중 조류독감이 우리나라에서 최근 만연된 원인은 갯벌 매립과 무관하지 않다. 겨울철새가 조류독감을 옮기는 게 확실하다면 그럴 것이다.

 

죽은 철새나 그 가검물을 수거해 조사하니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발견되었다고 방역당국은 발표하던데, 왜 철새는 닭이나 오리와 달리 떼로 죽지 않았는지, 예서 논하지 말자. 분명한 건 우리나라로 날아왔다 내릴 곳을 찾지 못하자 먼저 온 철새들이 바글거리는 갯벌이나 인근의 호수로 별 수 없이 내려가 더욱 복작거리게 되었다는 점이다. 철새들로 빼곡하니 질병에 쉽게 감염될 테고, 하필 조류독감에 감염된 철새가 하늘을 날다 배설물을 흘린다면 스프레이처럼 흩어진 바이러스가 양계장의 문틈으로 빨려들어갈 수 있다. 운 나쁘면 주위 300미터 안전반경 이내의 닭과 오리는 모조리 살처분될 테고, H5N1과 같은 고병원성이라면 안전반경은 3킬로미터로 확대되겠지.

 

최근 국토해양부는 2003년부터 5년 동안 여의도의 21배인 60.8㎢의 갯벌이 매립되었다고 밝혔다. 그중 절반이 넘는 33.2㎢의 갯벌은 인천에서 사라졌다고 했다. 2006년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은 1964년 3900여 ㎢에 달했던 갯벌이 32년 만에 2천여 ㎢로 줄었고 2015년이면 1500㎢ 이하로 급감할 거로 예상하면서 분별없는 매립을 자제해야 한다고 걱정한 적 있는데, 당시의 자료는 이번 국토해양부의 것과 달랐다. 2008년 말에 2489㎢던 갯벌이 5년 만에 60.8㎢로 줄었다고 수정한 건데, 어느 자료가 맞는지는 인천에서 그리 중요한 게 아니다. 중요한 건 알량하게 남은 인천의 갯벌마저 위기에 봉착했다는 사실이다. 다만 새만금을 비롯해 평택항과 여기저기 산업단지로 갯벌 매립을 주도한 국토해양부는 KEI와 달리 매립 자체를 우려한 게 아니라는 점은 기억하자.

 

송도신도시를 국제도시의 면모로 구색 맞추려는 노력이 승했는지, 2008년 말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EAAF) 사무국을 유치하는데 성공한 인천시는 이제야 철새보전종합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나섰다. 그를 위해 KEI와 종합대책을 수립하는 용역에 착수했다고 발표했는데, 정작 시는 엉뚱한 다리를 긁고 있다. 수도권매립지, 인천공항, 청라지구, 송도신도시, 백령도의 진촌지구 들을 열거하면서 갯벌 매립을 후회하는 모양새를 연출했지만 인천을 찾는 상당한 철새들이 내려앉는 송도11공구 갯벌의 보전을 언급하지 않은 것이다. 담당자는 지역을 대표하는 철새를 선정해 복원대책까지 세우겠다고 호언했지만, 철새들이 그 사실을 알면 얼마나 어처구니없어 할까.

 

그뿐이 아니다. 항만의 수심확보를 명분으로 퍼낸 준설토를 왜 하필 갯벌에 투기하는 걸까. 그런 식으로 사라졌거나 사라질 갯벌이 거의 12㎢에 달한다. 더욱 치명적인 곳이 있다. 인천시가 추진하는 강화조력발전은 7.65㎢의 갯벌을 손상시킬 예정이라 하고 국토해양부가 추진하는 인천만조력발전은 22.3㎢의 갯벌을 요절낼 계획이라지 않던가. 송도11공구의 6.19㎢ 갯벌마저 매립된다면 해안이 리아스식으로 복잡했던 인천은 누천년 이어진 갯벌을 당대에 모두 없애는 결과를 빚을 것이다. 철새를 쫓아내는 인천시는 EAAF 사무국을 반납해야 옳은 것이다.

 

국토해양부와 인천시는 조력발전이 친환경에너지인 양 선전하지만, 개발에 눈이 어두워 그런지, 그들은 갯벌 손상으로 잃는 지구온난화 방지 효과에 대해 극구 말을 아낀다. 갯벌이 제거하는 온실가스의 양이 무릇 얼마인가. 지구에서 산소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곳이 조간대의 갯벌이라는 건 상식이다. 바다보다 막대하게 분포하는 식물성플랑크톤이 갯벌의 면적만큼 피어오르며 생산하는 산소의 양은 그로 인해 제거되는 대표적 온실가스, 다시 말해 이산화탄소의 양을 반영한다. 그뿐인가. 갯벌에서 증식하는 규조류의 외골격과 갯벌을 터 삼은 어패류의 탄산칼슘 껍질은 이산화탄소를 고정한 결과물이다.

 

어패류의 산란장이므로 인체의 자궁, 육지에서 쏟아지는 유기물을 정화하므로 인체의 콩팥이라는 주장은 생략하자. 지구온난화가 심화되는 이때, 갯벌의 가치는 경제적으로든 생태적으로든 온실가스를 내뿜는 여느 개발과 비교할 수 없다. 기상이변과 황사를 심화시키는 지구온난화는 경제성장이나 개발로 극복할 수 없는데, 갯벌의 가치를 어찌 매립으로 얻는 한시적 탐욕과 비교할 수 있나. 전기와 석유의 과소비 없이 한순간도 마음 편히 운영할 수 없는 인천신공항이나 최첨단 초고층빌딩이 즐비한 송도신도시도 당연히 비교 대상일 수 없다. “미래의 성장동력”이라고 대통령이 상찬한 새만금도 갯벌을 매립한 이상, 친환경 개발의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비교를 불허한다.

 

저어새 무리는 올해도 남동산업단지의 유수지를 찾았다. 송도신도시 개발을 위해 밤낮 없이 질주하는 공사차량의 소음과 유수지를 맴도는 악취를 참으며 세계에서 2천 여 마리만 남은 저어새의 일부가 굳이 찾은 건, 인근 송도11공구 갯벌이 아직 온전하기 때문이다. 환경단체에서 둥지 재료를 슬쩍 제공했어도 사람을 지독하게 혐오하는 저어새에게 거기 말고 대안이 없었을 게다. 한데, 저어새 무리가 깃들어 새끼를 낳기에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곳은 사실 유수지가 아니라 인천에 유일하게 남은 송도11공구의 건강한 갯벌이었다. EAAF 사무국을 둔 대내외적인 명분이 서는 일이기도 했다.

 

지구가 온난화되면 해수면이 오르는 데 그치는 게 아니다. 그에 비례해 태풍은 드세질 테고 파고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먼 바다에서 뜨거운 에너지를 받고 들어오는 너울은 해안을 초토화시킬 수 있다. 넓고 완만한 갯벌이 해안에 펼쳐진다면 파고는 물론 완충될 테지만 매립해 개발한 건물이 바닷가 경관을 독점한다면? 피해는 감당할 수 없이 증폭될 게 틀림없다. 영화 <해운대>처럼. 갯벌은 검은 흙도, 개발 유보지도 아니다. 내일의 생명을 담보하는 생태적 기반이다. (리뷰인천, 2010년 여름호)

 
 
 

도시·인천

디딤돌 2009. 9. 6. 09:56

 

어느새 시 홈페이지에서 찾기 어려워졌지만, 2000년 9월 30일 인천시는 “우리에게는 세계적으로 희귀한 자연 유산, 갯벌이 있다”로 시작하는 <갯벌보전인천시민헌장>을 호기 있게 선포했다. 하지만 지금, 거금으로 세운 헌장비는 물론이고 그 정신마저 실종된 인천에서 갯벌은 아련한 추억을 지나 전설이 되려고 한다.

 

“다양한 어패류의 서식처로서 생산력이 풍부한 수산 자원의 보고”인 인천의 갯벌은 “저어새, 노랑부리백로 등 멸종 위기에 처한 희귀조의 도래지로서 국제적으로 주목받”을 뿐 아니라 “시민들의 건강한 삶을 위협하는 오염을 막아주는 자연이 준 거대한 정화지”이므로 “매립을 비롯한 각종 위협으로부터 갯벌을 보호하고, 인간과 자연이 함께 살아 숨 쉬는 건강한 갯벌로 가꿔, 후손들에게 자랑스럽게 물려줄 수 있도록 영원히 보전하고자” 한다더니, 약속한 정책개발과 재원마련을 도외시한 인천시는 시민 감시체제나 국내외 단체와 협력은커녕 개발에 여념이 없다. 시방 인천 갯벌의 실상은 어떤가.

 

지구촌에 2천여 마리 남았다는 저어새가 남동산업단지의 유수지에 모습을 드러냈다. 1000만 제곱미터에 가까운 갯벌을 매립해 조성한 남동산업단지는 바다 쪽에 61만 제곱미터의 유수지를 가지고 있는데, 그 유수지 안에 만든 자그마한 인공 섬에 50여 마리가 둥지를 친 것이다. 공사 차량이 밤낮없이 질주하는 송도신도시가 지척일 뿐 아니라 공단 오폐수를 오래 담겼던 관계로 악취가 진동하는 유수지를 오죽하면 찾은 걸까. 인간의 소음과 떼가 덕지덕지해도 재갈매기가 남긴 둥지가 게 있고, 먹이가 풍부한 갯벌이 가까운 곳에 남은 곳이 오로지 거기이기 때문일 게다.

 

송도11공구. 신도시 부지를 위해 매립하려는 마지막 갯벌이다. 갯벌보존시민헌장을 선포한 인천시는 작년 말 베이징을 따돌리고 ‘국제철새사무국(EAAFP)’을 성공적으로 유치했다고 자랑했음에도 고작 10만여 제곱킬로미터 남은 그 갯벌마저 없애려든다. “철새들이 강화도나 갯벌에서 쉬고 먹이를 찾을 수 있도록 철새들을 위한 많은 행정을 할 수 있어 인천이 철새들의 수도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대외에 천명한 만큼 약속대로 “철새 파트너십 사무국 설립으로 국제협력을 통한 이동철새들의 서식지 보전은 물론 우리나라가 철새보전 중심국가로 자리매김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할 텐데,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로 실현하기 위한 의료복합단지, IT융합밸리 등 첨단산업클러스터”를 위해 남은 갯벌의 70퍼센트를 반드시 매립하겠다는 거다.

 

요사이 인천은 신종플루의 공세를 외면하며 세계도시축전에 올인하고 있다. 그 초기 행사인 세계환경포럼에서 인천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0’으로 상쇄하겠다며 ‘탄소중립 선언’을 했다. “실생활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사회적 책임을 통해 해결해 나가자는 국민 참여 실천운동”을 전재하겠다는 선언이었다. “행동으로 옮기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는 것”으로 큰소리친 관련 사무국장은 세계도시축전에 탄소중립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녹색성장관’에서 온실가스 저감 프로그램을 마련하겠다고 대내외에 다짐했다.

 

갯벌을 메워 세계 일류도시로 발전하는 인천의 현재에 찬사를 아끼지 않은 대통령이 “인류가 상상하고 바라왔던 최첨단의 도시를 현실에 구현”한다고 축사하고 시장이 “미래도시의 참모습을 전 세계인에게 보여주고 나아가 국가브랜드 향상에 기여하는 행사”를 약속한 세계도시축전 행사의 내용은 무엇이었던가. 첨단 로봇이 커피를 서비스하고, 소녀와 로봇의 모험과 우정을 감동적으로 보여주며, 다양한 테디베어 인형이 각국 문화를 소개하는 한편 거액을 들인 홍보대사인 가수 소녀시대와 엠씨몽, 포미닛, 샤이니, 에스지워너비 들이 출연하는 축하무대를 앞세웠다. 인천시가 강조하던 ‘재미와 감동’보다 국적 모를 곡마단과 같은 북적거림이 지배해, 여론 조사 결과, 다시 찾고 싶은 이는 거의 없었다.

 

세계환경포럼 축사에서 탄소의 80퍼센트를 줄여야한다고 역설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갯벌이 초고층빌딩 숲을 꿈꾸는 인천 송도신도시를 부러워했다던데, 과연 세계 일류도시를 지향한다는 현장에서 탄소중립을 위한 노력을 엿볼 수 있나. ‘하늘에서 본 지구’ 사진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세계적 사진작가 얀 아르튀스-베르트랑은 세계도시축전 홍보대사로 임명된 본분을 망각하고 세계환경포럼 연설에서 송도신도시에 환경에 대한 고려를 찾을 수 없다고 혹평했다던데, 정작 시민들은 15만원이 넘는 입장료에 때문에 그들만의 선언 자리에 참석할 수 없었다. 선언에서 배제된 거다.

 

송도신도시 부지 매립하며 들어간 온실가스는 일단 접자. 대규모 행사장을 휘황찬란하게 마련하는데 얼마나 많은 온실가스가 배출되었을까. 막대한 에너지 낭비 없이 한 시간도 존립할 수 없는 초고층 건물이 현란하게 배출하는 온실가스, 관광객들이 하루 수만 이상 북적이며 배출하는 온실가스, 행사를 마친 뒤 폐기할 때 발생할 온실가스는 따지지 않아도 될까. 건물 외벽에 태양광패널 몇 장 붙여놓고, 제한된 실내 공간에서 신재생에너지를 홍보하므로 친환경이라는 식의 선언에 어떠한 절박함도 깃들어 있지 않다.

 

송도신도시 안에는 향후 개발계획을 뿌듯하게 전시하는 ‘갯벌센터’라는 건물이 있다. 영어로 ‘Get Pearl Center’다. 갯벌의 생태적 환경적 가치를 질식시킨 뒤 초고층 빌딩을 돋아 올렸고, 현재 무수히 올리고 있으며, 앞으로 계속 올릴 송도신도시는 친환경이나 저탄소를 앞세울 자격이 없다. 초고층의 번들거리는 신기루를 탄소중립으로 위장하다니, 허무맹랑한 속임수에 불과하다. “개발 논리를 앞세워 갯벌과 습지 보존을 포기하고 저탄소 녹색성장을 추진한다는 정부의 실체가 드러났다”고 주장하는 인천의 환경단체들은 작년 창원의 “람사르총회에서 습지 보전을 약속해놓고 1년도 안 돼 갯벌을 훼손하기로 한 것은 국제적 망신”이라면서 가녀리게 남은 갯벌의 보전을 요구하지만 인천시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갯벌을 보전하는 것이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송도국제도시의 위상에 맞다”는 한국해양수산연구원의 권고에도 귀를 닫았다.

 

5년 내에 북극의 빙원을 사라지게 만들 지구온난화는 그린란드의 빙하를 급속히 녹이고 있다. 그 실상을 확인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실효성 있는 행동을 세계 정부에 거듭 촉구하지만, 귀를 닫은 우리는 그저 선언으로 생색내려든다. 그린란드의 빙하가 모두 녹으면 해수면이 7미터 상승한다고 기후학자들은 예측했다. 그러면 세계도시축전 마당은 물론 초고층 숲인 송도신도시도 인천공항과 더불어 바다 속으로 잠길 것이다. 문제는 그린란드의 거대한 빙원이 육지에서 뚝뚝 바다로 빠질 때 발생한다. 그때마다 형성할 거대한 쓰나미와 너울성 파고는 갯벌이 사라진 우리 해안을 휩쓸 가능성이 크다. 영화 <해운대>처럼. 그런데 우리의 정부는 그저 선언할 따름이다. 최첨단으로 개발할 테니, 시민들이나 실천하라고. (작은책, 2009년 10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