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반·개발

디딤돌 2012. 11. 30. 12:26

    여전히 숨통을 막는 개발 계획

 

기원 전 400년에 활동한 철학자 플라톤은 왜 철인통치를 이야기했을까. 그의 스승 소크라테스가 사약을 당당하게 받아 마시고 죽었기 때문일까? 소크라테스는 왜 회피할 수 있던 사약을 굳이 마셨을까. 민주주의를 위해서? 그 방면에 문외한인 처지에 주석을 달 능력은 없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이상사회를 가꾸는데 민주주의로 어려움이 많았던 모양이다. 우리 4대강이 망가진 것, 이제 보니 선거라는 민주주의 절차와 무관하지 않았다. 히틀러도 선거로 당선되었지 않았나. 곧 대통령 선거가 직접투표로 실시되는데, 국회의원과 지방선거 이후 선량들이 펼치는 정치와 행정의 결과는 이상사회와 얼마나 가까웠던가. 플라톤도 그 시절, 괴로웠던 모양이다.


암흑과 같은 동굴을 빠져나가야 한다고 외치는 철학자가 대중의 지지를 받아 횃불을 높이 들고 정치를 했다면, 히틀러 같은 자가 선출돼 유대인이거나 사상을 달리하는 이들을 가스실로 보내는 전횡을 부리지 않을 것이다. 지구가 23.3도 기울어 자전과 공전을 하는 까닭에 굽이쳐 흐르는 강줄기를 대형 보로 가로막는 독선을 자행하는 대통령은 선출되지 않았을 것이다. 개인이나 집단이 권력 또는 탐욕을 독점하려고 선거라는 수단으로 선량한 유권자를 속이거나 선동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듯 선거 제도는 도덕적 이상사회를 꿈꾸는 철인을 세상에 내보내게 하지 못한다. 철인의 진정성은 눈앞의 이익을 챙겨주겠다는 감언이설에 빠지기 쉬운 유권자들을 설득하기 어렵기 때문인가 보다.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의 의식이 성숙돼 있다면 선거로 지도자를 선출하더라도 이상사회에 비교적 가까워질 수 있을 거라 기대하는 이 드물지 않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는 모양이다. 플라톤이 고민했던 시대처럼, 민주주의 맹아기에서 머뭇거리는 우리도 현실은 열악하기 그지없다. 군사독재의 압박에서 헤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런지,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는 여전히 천박성을 극복하지 못했다. 사회 구성원의 교육 높낮이와 관계가 크지 않다. 총장을 선출하는 대학사회도 마찬가지다. 말초적 권력과 금력을 자극하는 약속으로 표를 구걸하려는 이가 총장으로 출마하는 경우가 많다고 자조하는 대학교수가 많은 걸 보면 짐작할 수 있는 노릇이다. 권력의 총체적 집단인 검찰을 직선제로 선출해도 비슷한 결과를 빚을지 모른다. 패거리가 선택의 기준이 된다면 사회정의는 물건거갈 가능성이 높지 않은가.


전라남도 영암군에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자동차경주장이 있다. 전라남도는 자체적으로 건설과 운영비용을 부담하기 어려워도 물경 34백 억 원을 들여 경기장을 신축했고, 요란하게 몇 차례 경기를 열었지만, 현재 운영비가 턱없이 모자란 모양이다. 서울이나 부산과 같은 대도시의 축구전용경기장도 적자를 면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러니 1년에 한 차례 경기로 그치는 군소재지의 자동차경기장이 흑자일 수 없다. 애초 예상했지만 전라남도는 경기장 유치를 고집했고, 감당하기 어렵게 되자 대통령 출마자에게 적자보전을 요구했다고 소식통은 전한다. 표를 구걸할 처지에 있는 후보들은 응했다는데, 약속이 지키질 지 여부보다, 무모한 개발은 지원을 요청하기 전에 반성했을까. 경기장을 그 곳에 세우지 않았다면 지출하지 않아도 될 예산은 낭비하게 될 테고, 그만큼 필요한 분야의 국가예산은 삭감될 것이다.


영암군의 자동차경주장 만의 사정일 리 없다. 논란이 뜨거워야 할 새만금특별법 개정안이 상정되자마자 국회를 통과되는 현실은 우리 사회의 천박성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의도적으로 발의된 법안은 후보를 낸 거대 정당에서 덥석 받아들인 것이다. 그 법의 여파가 생태계와 후손의 생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교육 수준이 높은 국회의원들이 몰랐을 리 없었겠지만 정당과 소속 국회의원은 누구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 인천도 어부지리 효과를 얻었다. 물론 충분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테지만, 코앞에 닥친 아시안게임을 위한 경기장 건설에 정부의 예산이 반영될 것이다. 대통령 선거가 아니라면 선심성 예산을 기대하지 못했을지 모른다.


선거를 앞두고 번번이 발표되는 우리나라의 각종 개발계획들은 진정 내일을 위해 진정 바람직한가. 다음세대에 미칠 경제적 부작용과 생태계 교란까지 생각하지 않더라도, 당장 표를 던질 유권자, 그리고 다음세대 유권자의 행복과 부합될까? 조금만 차분하게 생각해도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는 내용의 개발공약이 선거 때마다 반복되건만, 환호부터 연발하는 경향이 아직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성적으로 생각한다면, 그런 개발이 국가와 지역의 경제적, 또는 생태적 숨통을 조일 게 분명하다는 의심이 들지만 얼토당토 개발계획은 선거 때마다 후보를 낸 정당마다 경쟁적이다.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는 없지 않지만 유권자의 귀에 온전히 전해지지 않는다.


누가 철인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철인정치는 사실상 공허하다. 오죽 답답하면 플라톤이 그런 말을 남겼겠는가. 독재에 신물이 난 유권자들은 선거라는 틀이 민주적이라는데 선뜻 동의하고 싶겠지만, 충분한 검토와 토론이 생략된 선거는 선동과 모략이 춤춘다. 충분한 고민 없이 선택한 선거의 결과는 지금까지 경험을 살피자니, 심각한 부작용으로 이어졌다. 권력과 금력에 대한 탐욕과 패거리 문화가 합리적 선택을 방해하는 분위기에서 선거가 민주주의를 더욱 왜곡했다. 철인을 천거할 수 없는 마당인데, 이제와 선거 이외의 방법을 찾자는 뜻이 아니다. 선거가 이상사회로 가는 최선의 방법은 아니라는 인식이라도 갖자는 거다. 자식을 키우는 유권자라면, 지금과 같이 후손의 숨통을 막는 개발 계획이 공약으로 난무되지 않아야 한다. 선거를 앞두고 여전히 천박한 개발 계획이 유권자들을 현혹하는데 안타까움이 앞선다.


이번 대통령 선거와 무관하지만, 숱한 개발로 멍든 인천에 대형 개발 계획이 또 나왔다. 영국의 한 투자회사가 여의도 8배 규모의 문화관광레저 복합도시를 세계 최대로 개발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현재 10억 달러를 투자하지만 장차 317조 원이 들어가는 용의무의도 인근 해상의 도시는 카지노와 F1 자동차경기장, 화려한 주거공간과 페스티벌 지구, 그리고 금융과 비즈니스 지역으로 요약된다. 그를 위해 4계절을 13400만 명의 국내외 관광객이 이용할 수 있는 온갖 호화찬란한 시설을 갯벌을 매립한 지역에 운집하겠다는 건데, 과연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을 유치한 도시에 어울리는 개발인가. 기후 변화와 석유 위기 시대에 가당하기나 한 계획인가.


     지구온난화를 가장 효과적으로 예방해주는 갯벌을 매립하는 계획으로 시민들을 현혹하려는 인천의 초대형 개발 계획은 시대착오적이다. 그 바람직하지 않은 개발 계획에 열광한 언론이 드물고, 기대에 찬 시민이 거의 없다는 건 그나마 다행이지만, 비판적인 시각이 분명하지 않은 건 여전히 아쉬운 대목이다. 선거철에 난무하는 개발 계획에 진저리를 치면서, 천박한 선거로 민주주의는 물론, 다음 세대가 누려야 할 생명과 생태계가 붕괴하지 않는 세상을 꿈꾸어 본다. (인천in, 2012.1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