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반·개발

디딤돌 2012. 12. 28. 00:22

   재발 방지를 위한 청문회

 

곧 새로운 정권이 출범한다. 새 정권보다 그 다음의 정권을 생각했고, 이번에 선택된 정권은 차기를 위한 튼튼한 징검다리가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출마한 유력한 후보의 면면을 볼 때 다음세대 유권자의 행복을 먼저 생각하는 인물이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이번에 새로 출범할 정권, 건강한 차기에 바통을 넘길 바람직한 정권으로 어떻게 하면 기억될 수 있을까. 우선 청문회로 그 가능성을 주목하고 싶어진다.


정권을 넘겨줄 현 정권은 합리성을 왜곡하며 여러 사업을 강행해왔다. 대표적인 건 ‘4대강 사업이다. 운하를 전제하지 않으면 설명이 아예 불가능한 사업이라는 거, 양심을 속이지 않는 전문가라면 누구나 지적했건만 운하가 아니라며 손으로 하늘을 가렸다. 법망까지 교묘하게 피했다. 규모가 훨씬 작은 사업도 4계절 환경영향평가 조사를 하건만, 며칠 만에 얼렁뚱땅 마쳤다. 공사 전부터 예고했던 부작용이 사실로 드러나건만 지금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새 정권이 민주주의에 부합하려면 현 정권이 한사코 감추려한 진실을 세상에 드러내야 한다. 정권이 바뀌었어도 행정부의 고백은 쉽지 않을 터. 청문회가 필요하다.


인천의 한 국회의원은 경인운하의 문제를 청문회에서 따져보자고 제안했다. 그도 그럴 게, 사업이 시작하기도 전에 충분한 근거로 타당성이 의심되었지만 수자원공사는 27천억에 가까운 예산을 쏟아 부어 강행했고, 개통 5개월이 지났어도 투자비의 20퍼센트만 건지는 수준에서 그치지 않았던가. 화물과 여객선 이용 예측은 터무니없이 부풀려졌을 뿐 아니라 온갖 화려한 수식어에도 불구하고 주변 배후지를 투자하려는 민간자본도 나타나지 않았다. 관광객 유치를 위한 밑도 끝도 없는 정부의 투자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거의 없을 것이다.


건설사들의 일감을 위해 수자원공사 부채만 늘려놓은 사업으로, 목적도 불분명하고, 투자에 비해 경제성도 떨어지는 예산 낭비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지적한 국회의원은 다시는 경인운하 같은 예산 낭비가 없도록국회 차원의 청문회오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그의 소속이 야당이라서 그런지 아직 청문회는 열리지 않았다. 청문회 개최를 위한 여야 논의가 진행되는지조차 알 수 없다.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사업이라면 여당의원은 청문회를 발의할 수 없어야 하나. 문제의식이 있다면 당적에 관계없어야 마땅할 테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야당의원만이 발의하고 여당의원이 마다하는 청문회라면 유명무실할 수밖에 없다.


국회에서 행정부가 벌인 무리한 사업의 시시비비를 청문회로 밝혀낸다면 유권자들은 국회의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할 수 있을 텐데, 현재까지 우리 국회는 부응하지 못했다. 여당 국회의원이 다수를 점해서 그랬을까, 입법부답게 행정부를 감시하거나 견제하지 않았다. 새로운 정권이 시작되는 이젠 달라야 한다. 정권에 빌붙는 검찰에 진저리를 치는 시민들이 왜 국회에 거듭 실망해왔는지 국회의원이라면 살펴야 한다. 민의에 부합하는 청문회가 사안에 맞게 그때마다 열린다면 유권자들의 생각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국회가 개과천선해 청문회를 부지런히 열어준다고 해도 언론이 그 뜨거운 현장을 생생하게 보도하지 않는다면 이내 시들해버릴 수 있다. 하지만 새로운 정권이 언론을 제자리로 돌려놓는다면 언론인의 속성 상 생중계에 나설 테고, 유권자들은 주목하게 될 것이다. 그를 위해 현 정부의 언론 정책 역시 청문회의 도마에 올라가야 한다. 청문회는 행정부의 책임 추궁을 위한 절차가 아니다. 새 정권의 청문회는 과오를 저지른 행정부, 그리고 그 과오를 호도한 언론의 자기반성과 재발 장지를 다짐하는 약속을 끌어내야 한다. 물론 드러난 과오는 필요하다면 사법부에서 책임을 엄중하게 물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제까지 많은 국회의원들이 청문회 개최를 호언해왔지만, 시민들이 느끼는 효용성은 그리 높지 않았다. 청문회에서 문제점이 잘 드러내지 못할 때가 많았지만 국회의원의 발의에도 청문회가 열리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시시비비가 가려지더라도 상응하는 조처가 법적 행정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청문회 결과는 유명무실할 수밖에 없다. 그런 청문회를 언론이 방송하더라도 시민들은 이내 시들해지고, 청문회 개최 소식에도 관심을 기울이기 어려워진다. 달라져야 한다.


우리 현실에서 아직은 이상적이지만, 청문회 제도가 활발해지면 다수당의 안건 날치기 통과가 궁극적으로 어려워질 수 있다.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임에도 민의를 민주적으로 묻지 않은 채 강행 처리한 안건은 결국 문제를 일으킬 수밖에 없다. 만일 문제가 드러난 안건을 청문회에 상정할 수 있다면, 강행 처리하는데 앞장 선 국회의원의 행태는 백일하에 드러날 테니, 그 의원은 유권자의 선택을 더는 받기 어려워질 것이다. 과오가 분명한 이를 후보로 내세우는 정당은 주도권을 잃을 것이다. 청문회가 이상적으로 운용될 때 충분히 그렇게 될 수 있다는 거다.


청문회는 행정부가 벌인 사업이 어느 정도 진행된 이후 실시된다. 문제가 벌어진 뒤에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 소재를 파악할 뿐이다. 순리대로라면 사전에 충분히 검토하는 절차가 필요하지만, 현 정부는 과거 입법부에서 정비해 놓은 관련 제도를 무시하거나 왜곡했다. 4대강이나 경인운하 사업이 그렇다. 중립을 지켜야 할 권력기관과 진실을 밝혀야 할 언론기관에 편향된 이를 임명하면서 행정부는 무소불위 독선을 자행했다. 핵발전소를 추가하며 다음세대의 생명을 위협하는 일을 서슴지 않았다. 재발되지 않아야 할 과오였다. 새 정권을 맞은 국회가 청문회를 열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올해는 계사(癸巳)년이다. 뱀의 해인데, 국회의원들이 뱀처럼 냉철한 정신으로 청문회에 임한다면 행정부는 민의에 어긋나는 행정을 함부로 수행하기 어려워진다. 청문회다운 제도 정비에 국회의원이 가장 노력해야하겠지만, 각성한 시민들의 분명한 요구가 없다면 현실에 안주하려는 국회의원은 머뭇거릴 수 있다. 유권자인 시민의 편중되지 않는 요구를 투명하게 반영하는 청문회가 국회에서 일상화된다면 민주주의는 성큼 성숙할 수 있다. 국회의원도 청문회에 임하기 전에 준비와 공부를 게을리 할 수 없을 터. 곧 청문회의 계절이 열릴 것인가. (작은책, 2013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