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에너지

디딤돌 2012. 3. 21. 01:07

 

태초에 생명이 깃들 때, 지구에는 방사능이 거의 사라진 즈음이었다. 완전히 없어지진 않았지만 개개의 생명이 자손을 낳고 숨질 때까지 건강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방사능이 줄어든 다음에 비로소 지구에 다양한 생명이 꽃피우기 시작했다. 그 한참 이후, 지구에 가장 늦게 나타난 인간이라는 생물은 자연과 조화롭게 수십 만 년을 살았지만, 지질연대로 볼 때, 아주 최근에 지구에 방사능을 쏟아내는 기술을 개발했다. 하지만 인간은 그 기술을 전혀 통제하지 못한다. 그래서 가공할 위험을 자초했다.

 

불과 70년 전, 핵무기를 만들어 수십 만 명을 한 순간에 사망하게 만든 인간은 평화를 앞세우며 핵발전소를 세웠지만, 거대하고 복잡한 핵발전소는 처리할 수 없는 핵폐기물을 막대하게 배출할 뿐 아니라 감당하지 못할 사고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사용 후 핵연료에 상당량 포함된 플루토늄은 그 양이 반으로 줄어드는 시간이 무려 24천 년인데, 1그램의 독성으로 전 세계인에게 폐암을 선사할 위력을 가진다. 그런 핵발전소는 세계적으로 442기 존재하고 62기가 세워지고 있으며 300기 가까이 더 세우려 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6기가 폭발했고, 언제 어떤 이유로 다시 폭발할지 아무도 모른다.

 

100만년이 지나도 사고가 발생하지 않을 거라는 애초의 장담은 무너졌다. 442기의 핵발전소에서 6기가 폭발했다면, 단순히 계산해 1기 당 사고확률은 1.36퍼센트다. 우리나라에 현재 21기의 핵발전소가 가동되므로 1.3621을 곱하면 우리나라에서 핵발전소가 폭발할 확률은 24퍼센트가 된다. 하지만 우리는 13기를 더 지으려 한다. 삼척과 영덕을 신규부지로 얼마 전에 다시 선정했다. 우리 핵발전소는 안전하게 설계되었고 운영관리가 철저해 안전할까. 그런 거짓말은 이미 들통이 났다. 고리1호 핵발전소는 비상발전기가 12분 동안 작동되지 않아 냉각수의 온도가 급상승했건만 그 사실을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

 

1979년 미국의 드리마일, 1986년 구소련의 체르노빌, 그리고 작년 일본의 후쿠시마 핵발전소 역시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방식이라고 그들은 우리처럼 주장했다. 드리마일은 노무자의 단순 실수로, 체르노빌은 과학자의 실수로, 후쿠시마는 자연재해로 사고가 발생했다. 그렇듯 핵발전소 사고는 안전 설계나 철저한 관리와 무관했다. 복잡할 뿐 아니라 거대한 핵발전소는 아무리 안전하게 설계했어도 당시 기술 수준을 반영할 따름이고, 아무리 철저히 관리해도 사람인 이상 실수가 있게 마련이다. 한데 핵발전소는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다. 다음 사고는 그리 멀지 않을 텐데, 과연 어디일까.

 

이제까지 사고가 발생한 국가의 순서는 핵발전소를 소유한 수와 같다. 그렇다면 다음에 사고가 발생한 국가는 어디일까. 우리보다 30기 가까이 핵발전소가 많은 프랑스일까. 물론 그럴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우리의 핵발전소가 프랑스보다 먼저 폭발할 가능성이 높다는데 동의한다. 핵발전소를 감시하는 기관을 구성하는 인물의 성향을 비교하니 그렇다는 것이다. 프랑스는 소비자를 포함한 각계각층의 인물이 핵발전소를 감시하지만 우리는 아니다. 정부가 급조한 원자력 안전위원회의 위원장은 핵발전소의 안전을 근거 없이 되뇌며 확산을 위해 평생을 바쳤고, 지금도 마찬가지인 인물이다.

 

핵발전소가 폭발하면 반경 30킬로미터 내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조속히 탈출해야 한다. 체르노빌이 그렇고 드리마일이 그랬다. 후쿠시마는 20킬로미터로 슬그머니 줄였지만 미국의 핵 안전 전문가는 자국민에게 80킬로미터 밖으로 대피하라고 권했다. 체르노빌은 인구가 거의 없는 시골이고 드리마일도 인구가 적은 섬이었다. 후쿠시마 역시 인구가 드문 지역이었는데, 우리는 어떤가. 선명하지 않은 근거로 설계수명을 연장해 가동하다 정전 사고를 낸 고리1호 핵발전소의 반경 30킬로미터 안에는 350만 명 이상 거주한다. 월성, 울진, 영광의 반경 30킬로미터 이내에 수 십 만 명이 산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핵발전소 밀도가 높다. 사고가 발생하면 피해자가 그만큼 많을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사고가 발생하면 반경 30킬로미터 이내의 재산은 그 순간 가치를 완전하게 잃는다. 대학도, 초고층빌딩도, 굴지의 조선소와 제철소도 버려야 한다. 고철도 재활용할 수 없다. 그 반경 이내에 거주하던 이는 그 순간 직장을 잃는다. 집도 수입도 한 순간에 사라진다. 그 많은 사람들은 좁은 국토 내에서 어디로 탈출할 수 있을까. 탈출해보아도 핵발전소 밀도가 높은 한반도 안이다. 한데 사람의 오감으로 느끼지 못하는 방사능은 반경 30킬로미터 밖에도 매우 높게 검출된다. 갑상선암과 백혈병이 급격히 늘어날 것이다.

 

후쿠시마 핵발전소에서 누출된 방사성 물질은 태평양으로 확산되며 반감기가 수십 번 계속 될 때까지 방사능을 유출한다. 1년이 지난 지금 하와이 언저리까지 오염시키며 인간이 먹는 어족자원에 방사성 물질을 축적시켰다. 방사성 물질은 몸에 들어갔을 때 매우 강력하다. 방사능의 위력은 거리의 세제곱에 반비례하기 때문인데, 만일 일본 서쪽 해안에 있는 핵발전소에서 다시 폭발사고가 발생한다면 동해안 1년도 못가 아무 것도 잡으면 안 되는 바다로 버림받게 될 것이다. 우리 동쪽 해안에 밀집된 핵발전소도 마찬가진데, 고리1호기는 우리 동쪽 바다를 바라본다.

 

중국은 현재 13기의 핵발전소를 가동하고 있지만 후쿠시마 폭발 전에 200기 이상 증설하려고 했다. 핵발전소에 강력히 문제제기하는 환경운동가가 나타나지 않는 중국은 자국 핵발전소의 관리현황을 전혀 공개하지 않는다. 모름지기 감시되지 않는 시설은 위험하다. 복잡할수록, 거대할수록 그 위험은 증가한다. 우리 서해안을 마주하는 중국 동해안에 세워진 핵발전소가 폭발하면 수심이 깊지 않은 우리 서해안은 동해안보다 훨씬 먼저 버림받을게 분명하다. 중국 어선이 불법으로 조업하는 바다는 물론이고 서해안의 너른 갯벌에서 나오는 온갖 어패류는 우리 식탁에 다시는 오르지 못할 것이다.

 

독일은 2022년까지 자국의 핵발전소를 전부 폐기하기로 의회에서 결정했다. 17기 중에서 8기는 당장 껐다. 그 바람에 핵발전소에서 80퍼센트 가까운 전기를 충당하는 프랑스에서 전기를 수입할 거라 많은 사람들은 예측했지만, 빗나갔다. 오히려 프랑스가 독일의 전기를 수입했다. 바람과 태양에서 얻는 전기가 독일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핵발전소보다 일자리를 30배 가까이 창출하는 바람이나 태양에너지는 방사능은 물론 온실가스도 거의 내뿜지 않는 재생 가능한 에너지인데, 독일의 햇볕은 우리보다 약하고 바람의 세기도 우리보다 나을 게 없다. 그런데 우리는 재생 가능한 에너지로 얻는 전기는 2퍼센트도 못된다. 위험한 핵발전소가 생산하는 전기를 과소비하기만 한다.

 

녹색당의 전통이 강한 독일은 핵발전소를 자국 내에서 결국 몰아낼 것인데, 독일을 정책을 따르기로 한 유럽의 많은 나라들도 녹색당이 강하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약진한 프랑스의 녹색당도 핵발전소 증설을 막아내면서 의존도를 줄여나가겠다고 유권자에게 다짐했다. 녹색당의 약진에 자극을 받은 기존 정치인들도 핵발전소를 폐쇄하는데 동의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자손에게 위험천만한 에너지를 물려줄 수 없다는 유럽의 유권자들의 각성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도 핵발전소 폐쇄를 당론으로 정한 녹색당이 이제 출범했다.

 

핵발전소의 대안은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의 발굴이지만, 그 순서는 핵발전소 폐기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호되게 당했고, 현재의 위기가 언제 마무리될지 알 수 없는 일본이 결국 그렇게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핵발전소가 사고를 일으키기 전에 우리도 최소한 설계수명을 다한 핵발전소를 폐기해야 한다. 정부와 관련 전문가는 전기 효율을 높이는 연구와 그 홍보에 나서야 할 것이며 자식 키우는 유권자들은 정부와 정치권에게 핵발전소 폐기와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 발굴을 동시에 촉구하면서 전기 사용을 줄이는 행동에 들어가야 한다. 후손의 생명이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

 

핵발전소에서 30킬로미터 이상 떨어졌지만 화력발전소가 유난히 많은 곳이 인천이다. 그래서 대기질이 형편없고 발전소 온배수 때문에 바다가 더운 인천. 그 인천에 사는 유권자도 내일의 건강을 생각해야 한다. 핵발전소의 대안은 폐기일 뿐이다. (인천in, 2012.3.20)

핵발전소 폐기 !!!!
잘 읽고 갑니다 ..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
공감하는바입니다 이곳도 한번 들러보세요 - 핵을 품은 주민 설명회 -
http://bbs2.agora.media.daum.net/gaia/do/kin/text/read?bbsId=K153&articleId=132710

 
 
 

환경일반·개발

디딤돌 2011. 9. 30. 00:58

 

1990년대 중반, 아름다운 굴업도가 핵폐기장으로 오염되는 걸 반대하는 시민운동으로 인천이 뜨거울 때, 독일에서 화학을 전공한 과학자가 굳이 인천까지 방문해 반핵운동에 동참하고 나선 이유를 떨리는 목소리로 전했다. 학위논문을 제출해 수여식만 남긴 상황에서 동료에게 어처구니없는 소식을 들은 그가 고국에 찾아와야 했던 이유는 체르노빌 핵발전소 폭발에 이은 우리 대형 식품업체의 용서할 수 없는 행동과 관계있었다.

 

1986426일에 발생한 체르노빌 핵발전소의 폭발은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독일에 경각심을 일으켜 방목하던 목장은 우유를 일체 판매할 수 없었다. 비록 적은 양이라도 방사성물질이 포함되었기에 관계당국이 바다에 버리려하자 시민들은 해양오염을 이유로 거세게 반대했다. 분유로 가공해 기아에 허덕이는 아프리카에 무상으로 제공하려 하자 멀쩡한 분유로 보내라며 반대했다. 지하수 오염 때문에 파묻을 수 없기에 분유 상태로 창고에 막연히 쌓아 놓았건만. 어느 날 전량 팔려나갔다 소식이 들렸다. 한데 어처구니없게 한국의 식품회사에서 대부분 수입했다는 사실을 동료에게 한국인 화학자는 들었고, 분노를 삭일 수 없었던 그는 고국으로 날아와 반핵운동에 나섰다고 말했다.

 

가을걷이가 한창인 황금빛 농촌 풍경은 여기나 일본이나 마찬가지지만, 수확한 쌀에서 고농도의 방사성 세슘을 검출한 후쿠시마 현은 출하를 금지할 예정이라고 언론은 전했다. 그 쌀은 앞으로 어찌 처리할까. 버리기 아까우니 일본 고유의 술, 사케의 원료 가공할까. 사료로 가공해 일본 흑우에게 먹일까. 물론 감시의 눈을 피하면 일단 가능할지 모른다. 하지만 결국 들키고 말 것이다. 맛이나 색깔, 그리고 냄새로 구별할 수 없는 방사성 물질은 가공과정과 먹이사슬을 지나더라도 사라지지 않으므로 측정 장비에 결국 검출될 수 있고, 불법행위를 한 자는 결국 심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방사성 물질은 반감기를 가진다. 1그램으로 수백만 인구를 폐암으로 사망하게 할 정도의 강력한 방사능을 내놓는 플루토늄은 후쿠시마 핵발전소에서 배출되었는데, 매우 무거워 발전소 근처의 땅이나 바닷가에 고여 있을 것이다. 플루토늄의 반감기는 무려 24천년이다. 독성이 반으로 줄어드는 게 아니라 내뿜는 방사능이 반으로 줄어드는 기간이 그렇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 이후 우리나라에서 검출된 방사성 세슘의 반감기는 30년이다. 가벼운 세슘은 공기로 흩어지고 막대하게 배출된 냉각수에 섞여 바다로 퍼졌을 것이다. 그렇다면 플루토늄은 바닥에서 먹이를 먹는 어패류의 몸에, 세슘은 일본의 동해안에 분포하는 물고기의 몸에 들어갔을 가능성이 짙다. 먹이사슬이 더해질수록 농축된 상태로.

 

야박한 것 같아도, 25년 전 독일인은 방사성 물질에 오염된 자국의 분유를 아프리카에 무상 제공하는 걸 반대했다. 상인들은 어떻게 해서라도 처분하고 싶을 테고, 결국 우리나라에 와서 각종 유제품과 제과에 포함되고 말았는데, 그걸 먹은 이의 몸은 여전히 방사능을 배출할 게 분명하다. 후쿠시마 현은 지역의 오염된 쌀의 출하를 막았다. 따라서 후쿠시마 현의 사케에 그 쌀이 합법적으로 들어갈 리 없지만, 사람들은 후쿠시마에서 만든 사케는 물론이고 대부분의 농작물과 가공식품을 멀리할 게 뻔하다. 평생 유기농업을 일궜던 후쿠시마 현의 농부가 자살했지만, 아무리 안타까워도 자식 키우는 소비자로서 어쩔 수 없을 터. 미국이나 유럽도 지체 없이 일본의 농수산물의 수입을 중지시켰다.

 

엑스레이와 같이 외부의 방사능도 선량이 많으면 위험하지만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는 특성상 내부피폭만큼은 아니다. 많든 적든,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 농수축산물이나 가공식품을 먹으면 몸 안에서 방사능을 쏟아내므로 피해가 심각할 수밖에 없다. 실제 체르노빌의 방사능 피해의 90퍼센트가 내부피폭에서 발생했다. 한데 우리나라는 기준치 이하라면서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일본산 농수축산물 수입을 막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방사능에 안전 기준치는 없다고 거듭 밝히는데, 걱정이다. 일본에서 수입하는 농수축산물로 인한 내부피폭의 책임을 후쿠시마 핵발전소도 수입업자도 질 리 없다. 규제가 없는 한 그렇다. (기호일보, 2011.10.7.)

 
 
 

자원·에너지

디딤돌 2011. 4. 8. 02:17

 

어젯밤부터 내리던 비가 하루 종일 이어진다. 어제 수도권의 한 시민단체에서 활동가들과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내일 아이들 등교를 막아야 하는 게 아닌가를 염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정부와 관련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이야기, 기준치 이하이므로 괜찮다, 엑스레이 한번보다 몇 분의 일에 불과하다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고, 그 말이 사실일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걸 알아도 아이들의 등교를 막아야 한다고 활동가들은 반응했다. 핵에 대한 경각심을 사회적으로 높여야 하기 때문이라면서.

 

아닌 게 아니라 제주도를 비롯한 전국에 방사능이 섞인 비가 내렸다. 전문가들이 걱정할 수준이 아니라고 여전히 강조했지만 제주도의 경우 이틀 전에 비해 농도가 7배 이상 높아진 방사성 요오드와 세슘이 검출되었다고 언론은 보도했다. 엑스레이 한번 촬영할 때 받는 선량의 44퍼센트에 지나지 않는다는 거였지만, 우리는 공연히 엑스레이에 노출되고 싶지 않다. 교장 재량으로 휴교를 한 학교가 120여 군데가 되고, 집으로 데려가기 위해 모인 학부모들로 초등학교 앞이 북새통인 와중에, 시민들은 하루에 2리터 씩 2년 반을 마시면 엑스레이 한 번 촬영하는 정도가 검출되었을 뿐이라는 정부의 발표에도 마음을 놓지 못한다.

 

기준치라. 안전을 누누이 강조하는 정부는 언제나 기준치를 앞세우는데, 기준치는 과연 안전을 담보하는 걸까. 새로 개발한 의약품이나 화학물질의 독성과 그 기준치는 보통 동물실험으로 얻는데 방사능의 기준치는 어떻게 구한 것일까. 동물실험? 아니면 경험? 어떤 동물을 희생시킨 실험으로 수치를 얻었는지 알 수 없지만, 많은 학자들은 동물에서 구한 기준치흫 사람에게 적용하기 어렵다는 데 동의한다. 그런데 희한하다. 공개하지 않아 그렇지, 핵발전소마다 겪는 크고 작은 사고로 경험이 축적된 마당임에도 방사능의 기준치는 세계보건기구 권고치가 다르고 유럽과 일본이 또 다르다. 후쿠시마 핵발전소에서 배출되는 방사능이 기준치를 수백에서 수천, 수천만에서 억 배를 초과해서 그런지, 기준치보다 약간 높으면 별 게 아닌 것처럼 생각하게 된다. 위험의 경계를 알리는 한계 수치로 이해하지 못한다.

 

엑스레이 촬영에서 받는 방사선량과 비교하길 좋아하는 정부가 안전을 마냥 읊을 때, 한 시민단체 활동가는 우리나라는 이미 위험한 수준으로 방사능에 오염되었으니 서둘러 국민 방사능 대응 행동지침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안해하는 시민들의 생활이 안정될 수 있도록 상황에 따라 야외활동과 농수산물 구입에 대한 대응 지침을 제시할 것을 촉구한 그는 순간 방사능 피폭량만 고려하는 정부의 안일한 자세를 질타했다. 47일 시간 당 0.3마이크로시버트로 검출된 우리나라의 방사능이 계속 유지된다면 연간 암환자가 12천 명 발생할 정도인 2.628밀리시버트에 해당한다는 오스트리아 기상연구소의 자료를 그 근거로 들면서.

 

후쿠시마 핵발전소에서 태평양 방향으로 배출된 방사능은 비록 희석될지언정 지구 곳곳으로 퍼진다. 가끔 바람의 방향이 바뀌면 북극으로 올라가 우리나라 상공으로 덜 희석된 상태로 내려갈 테고 태풍이라도 만나면 직격탄이 될 수 있다. 일본 정부와 후쿠시마 발전소를 운영하는 동경전력은 최선을 다해 방사능 유출을 막으려 애를 쓰고 있지만 미국을 비롯한 유럽의 많은 핵전문가들은 쉽지 않을 거라고 걱정한다. 숫자에 무감각할 정도로 기준치를 초과하는 방사능이 쉼 없이 분출되는 상황에서, 핵연료가 담긴 노심이 녹을 경우, 지금부터 꼭 25년 전인 1986426일의 구소련의 체르노빌 핵발전소처럼 폭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문가는 전한다. 그땐 방사능 재앙이 우리나라에 엄습할 것이다.

 

한 의사는 낮은 수치의 방사능이라도 위험할 수 있다는 걸 주장했다. 엑스레이처럼 몸을 순간적으로 투과하는 방사선도 누적되면 위험할 수 있지만 미량이라도 방사능 동위원소가 몸에 흡수될 경우 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한 것인데, 결국 기준치가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빗물이나 바람을 타고 옷이나 피부에 닿은 방사성 물질은 세탁이나 목욕으로 씻겨낼 수 있다지만 호흡이나 음식으로 폐나 장기에 흡수될 경우 사뭇 사정이 달라진다. 갑상선암을 유발시키는 것으로 알려진 요오드는 반감기가 7일이지만 암 치료에도 사용하는 세슘은 반감기가 30년이다. 수 백 년 이상 방사선을 내뿜는 만큼 화장한 사체의 재에도 남아 방사능을 내보내는 세슘이 바다 생태계의 먹이사슬을 타고 사람에게 이어질 가능성은 후손 대대로 이어질 텐데, 일본은 기준치의 수천에서 억 배 이상 오염된 물을 바다에 쏟아버렸다.

 

체르노빌 핵발전소 인근 토양과 하천은 심각하게 오염돼 지금도 방사능을 내놓지만 30킬로미터 밖의 민중 대부분은 일상을 살아갈 뿐이다. 달리 피할 공간도 없다. 32년 전의 미국 드리마일 핵발전소의 노심 용융 사고 이후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에서 거푸 사고를 일으킨 핵발전소는 지구촌에 400기가 넘는다. 일본인들의 눈물겨운 노력으로 후쿠시마 핵발전소의 방사능 유출이 획기적으로 차단된다고 해도 이미 내보낸 방사성 물질은 남아있을 게고 우리는 일상으로 돌아갈 텐데, 핵발전소에 둘러싸인 우리는 앞으로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에 있을 수밖에 없다. 일본 55기에 이어 우리나라는 21, 중국은 13기의 핵발전소가 가동되지만 현재 동아시아 삼국은 100기 이상을 추가할 예정이 아닌가.

 

최근 동아시아의 안전을 위해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모인 일본대지진핵사고 피해 지원 및 핵발전 정책 전환 공동행동은 핵발전소 확대를 중단하라는 성명서를 채택했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그나마 분별없는 핵발전소 확산과 핵폐기물에 의한 방사능 오염을 경계하며 행동하는 시민단체가 있지만 중국은 그렇지 못하다. 신뢰를 주지 못하더라도 우리와 일본의 정부는 핵발전소의 운영과 사고의 실태를 공개한다. 제 나라 동해안에 핵발전소를 집중하는 중국에서 후쿠시마 핵발전소에 버금가는 사고가 발생한다면? 방사능은 편서풍을 타고 우리나라로 몰려들 것이다. 지진이 잦은 중국에 세운 핵발전소는 시방 안전하게 운영되고 있나. 공개되지 않을수록 사고의 확률은 높아지는데, 우리는 그저 정부가 발표하는 기준치에 내내 안심안 채 일상생활에 젖어야 하나.

 

지진에 이은 쓰나미, 그리고 핵발전소의 연이은 사고로 누구보다 큰 고통을 겪는 일본인들을 위로하고 조속한 사고의 수습과 복구를 희망하면서, 이 불안한 위기는 기준치 타령으로 극복할 수 없다는 점을 다시금 거론하고자 한다. 수 주일이면 지구촌 곳곳으로 퍼져나가는 방사능을 피할 도리가 없는 우리와 후손을 조금이라도 더 안심시키려면 동아시아를 포함한 세계 모든 국가의 정부는 당장 핵발전을 멈추고 핵폐기물의 안전한 관리 방안을 찾아야 한다. 30년 흥청망청 전기 쓰자고 수만 세대의 후손을 위험에 빠뜨릴 핵발전은 기준치 따위로 위안을 얻는 사고뭉치가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여기, 2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