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천

디딤돌 2012. 4. 6. 10:39

 

남동산업단지의 유수지에 저어새가 다시 날아와 주었다. 고마운 일이다. 벌써 4년 째. 해마다 갯벌의 상태는 열악해져가기만 하는데, 다시 찾아주다니. 무던하기도 하다. 오죽하면 냄새나고 시끄러운 그 유수지를 잊지 않고 올까. 모르긴 해도 그만큼 저어새는 제가 번식할 장소를 구하기 어려웠던 모양이다.

 

강화도 인근 무인도에서 번식을 하는 저어새는 국제적으로 보호받는 희귀조류다. 생긴 모습도 독특하기 이를 데 없어, 백로처럼 희고 커다란 덩치에 주걱처럼 긴 주둥이를 가진다. 가늘고 긴 다리로 습지를 거닐며 긴 주둥이를 휘휘 저어 먹이를 찾아 먹는 행동을 보여 저어새라고 하는데, 겨우 2000마리를 넘길 정도로 위기 상태인 저어새에게 안심하고 둥지를 쳐서 새끼를 키울만한 장소가 매우 드문 게 틀림없다. 그렇지 않고야 남동산업단지의 유수지까지 해마다 찾아올 리 없지 않은가.

 

해마다 찾아오는 수를 늘리던 저어새는 올해 몇 마리나 남동산업단지의 유수지로 내려올까. 회귀본능을 가진 자연의 동물인 저어새도 연어나 두꺼비처럼 자신이 태어난 유수지를 찾아왔을 텐데, 325일 작년에 비해 보름 이상 늦게 도착하더니 2818마리로 늘어났다. 작년 저어새들이 둥지를 틀었던 유수지 내의 작은 섬은 포화상태였는데, 올해의 사정은 어떨지. 적어도 보름 전 새벽부터 유수지 주변 소나무 숲에 나와 기다리다 희소식을 처음 전한 이는 걱정이 많다. 저어새들이 새끼들을 건강하게 키울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작년 저어새 새끼들은 재작년보다 많이 둥지를 떠날 수 있었지만 그건 둥지가 늘었기 때문이었다. 부화한 새끼들이 둥지를 떠나는 비율이 재작년보다 낮았던 건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둥지를 친 섬이 좁았을 가능성도 있지만 갯벌이 새끼들을 먹이기에 충분히 넓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관련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는 어미 저어새들이 먹이를 놓고 싸움을 벌일 정도였다고 주장했다.

 

저어새들이 먹이를 찾는 곳은 매립이 예정된 송도11공구의 갯벌이다. 그 지역은 바닷물이 밀고 써는 상태에서 긴 다리로 저어새가 돌아다니기 적합하게 완만하고 갯고랑이 잘 발달돼 있다. 먹이도 충분한 것으로 해마다 모니터링에 나선 시민단체는 증거를 제시한다. 꼼꼼하게 조사한 자료를 토대로 시민단체는 매립 예정된 바로 그 갯벌에서 저어새의 90퍼센트 이상이 먹이 활동을 했다고 증언했는데, 현재 그 갯벌에는 매립을 위한 도로가 완공 직전이다. 그 갯벌에 토석이 쌓인다면 스스로 찾아온 저어새들은 둥지를 포기하고 다른 곳으로 가버리거나 새끼 대부분을 잃을지 모른다.

 

인천시는 남동산업단지 유수지로 찾아온 저어새를 보호하겠다는 의지를 표시한다. 저어새 보전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한 담당자는 그를 위한 정책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변 상황은 저어새의 서식과 번식에 매우 불리하다. 송도11공구 매립만이 아니다. 자동차들이 질주하는 넓은 아스팔트 너머 송도신도시에는 초고층빌딩들이 마치 병풍처럼 웅장한 모습을 과시하며 높게 올라가기만 한다. 유수지에서 쉬거나 새끼들을 먹이는 저어새들은 그 건물을 건너지 못한다. 멀리 우회해 갯벌로 나갈 따름인데, 먹이를 찾아야 하고, 다 자란 새끼들을 데리고 갯벌로 나가야 할 저어새에게 감당 못할 장애일 수밖에 없다.

 

남동산업단지의 저어새들은 질주하는 자동차도, 소음과 악취도, 가까이에서 관찰하려 몰려오는 사람들에게도 관대하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저어새를 보려고 해마다 수를 늘리며 세계 각국에서 찾아온다. 갯벌을 매립해 저어새의 밥상을 걷어차고 초고층빌딩으로 날아오를 길을 차단하는 인천시는 스스로 찾아온 복덩어리를 내쫓는 격이다. 부동산 거품이 꺼진 이제, 분양도 신통치 않은 초고층빌딩은 자제해야 한다.

 

모름지기 방문자들이 다시 찾고 싶은 도시는 자연과 공존하는 모습을 자랑하지 휘황찬란한 최첨단과 막개발을 내세우지 않는다. 존경받는 국제도시를 구상하려면 인천시는 송도신도시 계획을 전면 재검토해야 옳다. 저어새와 공존하기 위해서라도 지금과 같은 개발은 반드시 돌이켜야 한다. (기호일보, 2012.4.6.)

저도 오늘 저어새 보려고 갔었는데 인근의 3경인고속도로의 소음이 장난아니더군요.
저어새를 위한 방음벽이 핑요할 것 같았습니다. 건너편 아파트 공사가 발전과 개발
이라는 공룡과 다름없는데 저어새들이 힘없이 밀려날까 걱정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