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반·개발

디딤돌 2006. 1. 20. 16:31
 

천성의 제단을 한 가냘픈 비구니가 오르려한다. 버들가지 같이 바싹 마른 몸은 얼마 남지 않은 제단을 향해 마지막 숨을 고른다. 그를 부른 천성의 영원한 아름다움을 가슴에 간직한 채, 즐겁고 편안하지만 절실한 마음으로 제단을 바라본다.

 

곡기를 끊은 날을 따져 무엇하리. 안적암의 시리도록 찬 물에 살아온 도롱뇽과 꼬리치레도롱뇽, 내원을 스치는 한 줄기 바람결에 ‘살려 달라’ 애절했던 작은 메뚜기, 천성을 적시는 무제치늪, 미타암 숲을 이리저리 수놓는 동고비와 쇠딱따구리, 이 땅에서 건강하게 사라가야 할 아이들의 맑은 눈동자마저 저당된 오늘, 스님의 단식은 기간의 크기를 헤아리는 세속의 천박함에 어떤 의미도 구하지 않는다.

 

“한 마리의 도롱뇽, 한 비구니의 목숨을 건 사투가 아니라 죽어가고 있는 이 산하와 병들어 가고 있는 우리의 아이들”의 생명을 생각하는 지율 스님은 자연의 원리에 순응하지 못하는 우리의 죄악에 대해 반성하며 어쩌면 마지막이 될 단식을 수행한다. “과학이라고, 발전이라고 부르는 지식과 문화에 의해 고통받고 있는 어머니”의 눈부신 아름다움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생명을 건다. 아이들의 꿈을 들여다볼 수 있는 땅, 생명의 역사와 문화가 되살아나는 땅을 위한 ‘초록의 공명’이다.

 

그이가 단식하는 깊은 뜻을 미처 헤아리지 못하는 속세의 중생들은 목숨을 거는 지율 스님을 극단적이라고, 근본주의라고 몰아치며 외면하지만, 그들은 스님의 손가락만 바라볼 뿐이다. 스님은 왜 단식을 선택하지 않을 수 없었는지, 헤아리지 않았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5번이나 약속했고 그 약속을 계속 파기한 정부를 탓하지 않고, 파기된 약속이 무엇인지, 스님은 왜 그 약속을 당부했는지, 살피지 않았다. 갱신되는 단식 날짜를 선정적으로 꼽는 언론과 마찬가지로, 스님의 손가락만 바라보는 이들은 개발과 속도를 여전히 숭상한다. 하지만 천성산의 뭇 생명과 약속한 스님은 자신의 마지막 선택 앞에서 고요하다. 만류하는 이들의 마음까지 품어 안으며 흔들리지 않는다.

 

사회학자의 진단과 같이, 한 비구니가 막기에 너무나도 막강한 ‘토건국가’의 ‘개발동맹’, 그 구조적 산물인 고속전철은 시민들의 토론은 물론 전문적 연구도 거치지 않았다. “토건업과 정치권이 유착하여 세금을 탕진하고 자연을 파괴하는” 국가답게 법을 우롱한 엉터리 황경영향평가를 바탕으로, 정부의 거듭되는 약속 파기를 기반으로, 억겁세월의 풍상을 견뎌온 천성산은 스님의 염려처럼 우리 세대에 그 아름다움과 생기를 잃을 것이다.

 

지율 스님의 생명이 스러진다고 토건국가는 사업을 중단할 리 없지만, “폭풍우 치는 바닷가의 판잣집”처럼 스러질 위기에 있는 천성산의 아픔을 스님은 외면할 수 없다. 비현시적 투쟁으로 규정하며 고개를 돌리는 환경운동가들의 이성과 관계없이, 거대한 자본의 탐욕스런 톱니바퀴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천성산과 제2 제3 천성산의 고통을 법정에 호소한 스님은 자신의 생명을 던져 중생을 살리고자 십자가를 지고 천성의 제단을 오르려 한다.

 

지율 스님의 단식 수행을 두려워하는 철도공사는 공동조사 약속을 위반하며 스님을 비난하는 책자를 전국에 배포하고 인터넷 공간에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부었지만, 스님은 체념하지 않았다. 근거 없이 편집된 30조 국고 손실의 허구를 앞세워 스님을 협박한 개발동맹에게 굴종하지 않았다. 팔과 다리에 마비가 오고 회복하기 어렵게 시력이 약화된 스님은 우리 곁을 곧 떠날지 모르는데, 속세에 남은 우리는 이제 무슨 일을 어떻게 받아야 할까. 자신을 이해하는 이의 손을 잡으며 마지막까지 맑고 밝은 정신을 보여준 스님의 영혼을 우리는 어떻게 맞아야 하나.

 

지율 스님은 도롱뇽으로 표현한 우리 자연의 가녀린 생명을 지키려고 다섯 차례 단식 수행하고, 3천배 기도하고, 삼보일배에 나서며 ‘초록의 공명’을 우리들의 가슴에 울렸다. 천성으로 표현하는 우리 산하의 아름다움과 초록으로 표현하는 다음 세대의 생명을 살려내려고 제 생명을 천성의 제단에 바치려 할 때, 제단 아래 있는 우리는 스님이 가슴에 품은 고통을 안아야 한다. 초록 내일을 위해 이제 우리가 공명할 차례다. (프레시안, 2006.1.21)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저도 지율스님의 단식에 대한
뉴스를 듣고 가슴이 미어지는 슬픔을
어쩌지 못했답니다
개발이라는 이름 앞에서
어쩌면 그렇게도 힘없이 무너져 내리는
사람들이 많은지....
그것이 곧 부메랑으로 우리들 삶의 터전을
앗아간다는 것을 어찌 알지 못하는 것인지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디딤돌 같은 분들이 더 많이
아니 모든 사람들이 자연의 소중함을
깨닫고 공생공존하는 그날이 언제나 올지..
디딤돌님과 함께 하시는 모든 분들의
건승을 빌고 싶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