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인간

디딤돌 2009. 9. 7. 21:21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의 분석을 인용한 한 언론은 신종플루 사망자의 80퍼센트 이상이 5살 이상이라는 점을 주목했다. 4세 이하의 영아나 유아 사망률이 50퍼센트가 넘은 일반 계절 독감과 다른 현상이라는데, 5살 이상에서 신종플루가 많은 이유로 학교나 캠프 활동에서 바이러스와 접촉할 기회가 많다는 점을 들었다는데, 설명이 부족해 보인다. 그렇다면 마찬가지로 주로 밖에서 감염되는 계절 독감은 왜 다른 감염 양상을 보이는 걸까.

 

우리도 사정이 비슷하다. 영아나 유아에 대한 통계는 발표되지 않았지만, 청장년층이 노년에 비해 감염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건 사실이다. 신종플루는 독특한 면역적 특징을 갖는 걸까. 평소 건강했던 사람이 증세를 보인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사망하는 사례가 있으니 걱정은 증폭된다. 나도 예외일 수 없지 않은가. 손 잘 씻고 많은 사람이 모인 곳을 삼간다고 안심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의사도 처방이 어려울 것이다. 치료제인 타미플루의 처방이 늦어 사망한 사례가 보도되지만, 확실하지 않은데 함부로 처방했다 역가가 떨어지면 정작 감염되었을 때 치료가 어려워질 수 있지 않던가. 대부분의 신종플루 환자가 일반 감기약으로 치유된 사례가 훨씬 많은 현실을 의사로서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일반 계절 독감에 대한 통계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데, 발표되지 않아 그렇지 신종플루 사망자는 같은 기간에 발생한 계절 독감으로 인한 사망자보다 적을 테고, 그 기간 동안 교통사고로 사망한 수에 비한다면 아주 드물 게 틀림없을 텐데, 우리는 신종플루에 특별한 반응을 보인다. 높은 감염속도에 비해 초기 증세만으로 확실한 진단이 어렵다는 한계보다 신종플루의 면역적 특징이 분명하기 않게 때문일지 모른다. 이런 와중에 보건당국은 신종플루에 대한 면역을 높인다는 건강식품 광고를 조심하라고 경고했다. 시의적절한데, 왜 평소 건강했던 젊은이들이 신종플루에 잘 감염되는지 여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독감에 대한 면역을 백신보다 3배나 끌어올린다면서 초유(初乳)가 불티나게 팔린다고 한다. 사람의 초유는 매우 고가일 테니 시중 제품은 주로 동물에서 얻는다. 새 생명에 돌아가야 할 면역을 성인이 가로챈다는 점에서 마음 편하지 않은데, 미국 뉴욕에서 김치가 독감을 예방한다는 문구와 배추김치 사진이 있는 마스크가 선보였다고 한다. 치명적인 호흡기 질환인 사스로 사망자가 중국에서 동남아시아로 퍼져나갈 때 유독 한국인에게 발병이 없는 이유의 하나로 김치를 꼽았던 전문가들이 많았다는 점을 착안한 모양이다. 사실 김치가 먹는 이의 면역을 증강시킨다는 보고는 많다.

 

신종플루도 포함해 많은 질병은 면역이 떨어질 때 몰려든다. 영아나 유아, 환자나 노인, 그리고 임산부 들이 질병에 조심해야 하는 이유가 그렇다. 젊은이는 면역이 당연히 높아야 한다. 한데, 요즘은 그리 단정하기 어렵다. 자연스럽지 않은 삶을 사는 이가 많기 때문이다. 음식이 특히 그렇다. 지역에서 전통 방식으로 재배해 식구와 천천히 요리해서 함께 먹는 음식을 등한시하는 비율이 젊은이에게 현저히 높은 건 우리나라만이 아니다. 말초적인 미각에 호소하는 가공식품이 면역을 떨어뜨린다는 건 새삼 재론할 필요도 없는 이론이다. 안전성을 쉽게 확인할 수 없는 첨가물이 범벅인 패스트푸드와 가공식품만이 아니다. 흰 밀가루와 설탕과 같은 정제된 탄수화물, 환경호르몬이 들어간 음식에 젊은이들이 더욱 익숙해 있지 않던가. 우리나라에도 김치를 외면하는 젊은이가 많고, 다른 나라도 제 나라의 전통음식을 꺼리는 젊은이가 많다.

 

애초 돼지독감이라 했다 석연치 않은 이유로 이름을 어색하게 바꾼 신종플루는 자연스럽지 못한 양돈농가에서 비롯되었다. 유전적 다양성을 잃은 돼지 수백만 마리를 정제된 사료로 속성으로 키우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의심한다. 돼지보다 사람을 주로 공격하는 신종플루도 비슷하다. 자연스러움을 잃은 젊은이에 집중된다. 신종플루를 계기로, 우리는 조상이 물려준 전통의 자연스러움을 회복해야 할 필요가 충분하다. 음식, 축산, 일상생활도 마찬가지다. (요즘세상, 2009년 9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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