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인간

디딤돌 2012. 2. 7. 11:34

 

아침 출근시간. 지하철역 주변 도로는 작은 직사각형 종이가 가을 낙엽처럼 떨어진다. 평소 얼마나 많은 돈을 벌어두었는지, 부의 재분배에 그리 열심일까. 아침저녁 이동인구가 많은 곳에서 뿌리는 명함 따위로 부가 재분배될 리 없는데, 현직이든 지원자든, 그들은 나름대로 새로운 삶을 준비한다. 선거는 4월에 있지만 예비후보 명단에 제 이름을 올린 이들에게 2월은 준비해야 하는 계절이다.

 

잔설이 남은 이맘때 응달에 찬바람이 불지만 그 자리에 뿌리내린 진달래 같은 작은 나뭇가지를 보라. 파란 하늘 아래 흔들리는 가는 가지마다 잎눈과 꽃눈들이 도톰하다. 따뜻한 바람을 불면 연분홍 꽃을 일제히 피워낼 준비를 마쳤다. 산허리를 돌아 양지바른 곳을 가만히 지나보라. 나뭇가지 사이를 부지런히 오가는 오목눈이와 곤줄박이도 다가올 봄을 본능적으로 기다리며 짝을 찾는다. 곧 바람이 따뜻해질 것이다.

 

삼라만상의 생명이 본격적으로 움을 트는 4월이면 전국은 국회의원을 선출한다. 그때를 기다리는 트위터나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미디어들은 벌써부터 봄을 재촉한다. 자신이 선발되기를 원하는 이에서 오직 한 명을 간택하는 행사가 정당마다 진행되고 나면 야당은 후보 단일화에 박차를 가할 테고, 그 복잡다단한 결과가 잘 풀리든 엉키든, 선거에 나설 후보가 정리될 터. 소셜미디어는 그 과정을 전달하며 새로운 봄이 따뜻하길 열심히 성원한다.

 

지난겨울의 흔적은 따뜻한 바람이 불 새봄을 강하게 희망한다. 유난히 혹독했던 작년 겨울에 타설한 4대강 사업 구간의 콘크리트는 예외 없이 균열되었다. 강물 1억 톤 정도 담을 대형 보 16군데에서 물이 새지 않던가. 혹독한 날씨에 얼었던 물이 녹으며 부피를 줄이자 거대한 콘크리트에 눈에 띄지 않는 구멍이 가득할 텐데, 강 상류에 국지성호우가 몰아치면 어떻게 될까. 기상대가 예측 못하는 국지성호우는 해마다 심화되는데, 상류의 보가 붕괴되면 고인 1억 톤을 제 때 빼내지 못할 하류의 보들도 여지없이 도미노처럼 붕괴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참사를 막으려면 올 봄은 작년과 달라야 한다는 걸 소셜미디어는 전한다.

 

모름지기 핵폐기장은 인간이 설정한 과학기술의 기준으로 가장 안전해야 한다. 최근 일본이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현장의 제염작업을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위험성을 도저히 줄일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런 끔찍한 폐기물을 영원히 저장해야 할 시설에 한 방울의 물도 스며들지 않아야 한다. 핀란드가 하나의 통 바위에 핵폐기장을 설치하려는 이유가 거기에 있는데, 우리는 어떤가. 경주에 짓는 핵폐기장 현장은 온종일 물바다다. 하루 1000톤에서 4000의 지하수가 나온다면 차라리 생수공장으로 바꾸는 게 낫다. 그런 시설에 보관하는 핵쓰레기는 머지않아 일대 지하수와 인근 바다를 항구적으로 오염시킬 게 틀림없다.

 

잠시 핵발전소 수명 연장을 고려했던 독일이 당장 절반 이상의 핵발전소의 가동을 중단시키고 나머지도 2022년까지 폐쇄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세대 간 불평등이었다. 오직 한 세대가 흥청망청 전기 소비한 대가를 후손 대대로 치명적으로 물려주어야 할 시설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던 건데, 우리는 세계에서 그 유래가 없이 민주적 절차를 생략하고 핵동맹 세력에게 이권을 몰아주기로 결정했다. 핵발전소를 추가해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핵도가니 속에 다음세대의 생명을 몰아넣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것이다.

 

4대강 사업과 핵폐기장과 핵발전소뿐이랴. 치유해야 할 지난겨울의 상흔과 그 고통은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당장 돌이키지 않으면 안 될 일은 4대강 사업과 핵 관련 정책이라는데 이견은 거의 없다. 파괴된 강을 부지런히 원형으로 복원하고 있는 독일과 프랑스는 선거로 봄을 맞았다. 전기의 절대량을 핵발전소에 의존하는 프랑스도 핵발전소를 줄여나가겠다는 공감대가 사회에 형성되었다. 독일처럼 녹색당이 약진하면서 기존 정당이 녹색당의 정강정책에 동의한 결과다. 4월 선거를 앞둔 우리는 어떤 의지를 가진 정당과 정치인을 선택해야 하나. 우리는 곧 내일의 운명을 좌우하는 분수계를 맞을 것이다. (요즘세상, 2012.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