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천

디딤돌 2009. 2. 7. 00:32

 

“인천에 바다가 없다!” 10여 년 전, 인천의 문인들이 묶은 무크지의 제목이다. 인천의 정체성을 가장 감수성 있게 전하는 문인의 생각이 그렇다면 인천시민에게 오죽하랴. 인천에서 바다는 시민에게 선뜻 다가가지 못한다. 60년대, 여름방학을 마치고 간 학교 조회시간에 교장선생님은 월미도에서 물에 빠진 학우에 대한 슬픈 소식을 전했다. 바닷물이 들어올 때까지 갯벌 멀리 나가있던 학우가 그만 밀려드는 물에 휩쓸려 죽었다는 거였다. 지금 월미도에서 시민은 담장과 건물로 철두철미하게 막혀있는 바닷물을 만질 수 없다. 월미도만이 아니다. 최근에 일부 구간에 철조망을 헐어냈어도 아직 인천과 연한 바다의 대부분은 시민의 접근을 단호하게 거부한다.

 

바다는 그렇다 치고, 항구는 어떤가. 만남과 헤어짐이 반복되는 항구는 소설이나 시, 드라마나 영화의 배경으로 자주 등장하고 항구를 소재로 하는 대중가요가 인기를 끌지만, 정작 인천시민에게 항구는 멀다. 하역 노동자나 대형트럭들 아니면 수출입 관련한 일에 종사하는 특권 계층이 제한적으로 출입하는 치외법권 지대라는 의식이 시민에게 각인되었다. 섬에 가려고 여객터미널로 나오거나 유선을 빌려 낚시하러 떠나는 이가 항구를 찾지만 폐쇄된 공간을 잠시 통과할 뿐이다. 작은 연안어선이 접근하는 소래포구는 접근을 허용하지만 복잡하기 이를 데 없으니 멀리서 찾아온 친구와 찾거나 연인과 데이트를 즐길만한 항구는 인천에 몹시 드물다.

 

인천항 가운데 내항은 세계에서 마지막 남은 갑문 부두로 알려져 있다. 잠시 개방하는 어린이날에 가족과 함께 모여드는 인파를 보면 갑문을 거대한 배가 통과하는 모습은 교육은 물론이고 관광 가치가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갑문을 가까이에서 볼 기회는 오직 그때뿐이다. 월미도의 전망대에 오르면 멀리서 볼 수 있지만, 세계 유일의 갑문이 인천시민의 정체성이나 자부심과 그만큼 거리가 먼 데 있다고 보아야 한다. 사고 위험성을 차단하고 관리의 효율을 위해 일반인의 출입을 차단할 수밖에 없다지만, 그 넓은 내항에서 업무에 지장이 발생하지 않는 범위에서 찾아오는 시민들에게 배려될 안전 공간을 정녕 확보할 수 없는 것일까.

 

항구에 대한 전문성이 없고 견문도 짧아 외국 사례는 거의 모르지만, 몇 년 전에 방문한 독일 제2의 도시 함부르크에서 본 항구는 인천과 아주 달랐다. 접근하는 시민에게 완전히 열린 항구는 나무가 울창한 공원으로 단장돼 자전거 타고 나오는 시민들은 부두에 마련된 찻집이나 식당에 앉아 입출항하는 배를 바라보며 이웃과 이야기를 나누는 한가로운 모습을 보였다. 물동량과 이동인구가 인천보다 적지 않을 테지만 울타리도 경비원도 없었다. 시민에게 자유로운 접근을 허용하는 함부르크의 항구는 특권을 가진 자에 한정된 배타적인 공간이 아니었다.

 

최근 인천시가 건설회사와 맺었다는 인천내항 재개발 양해각서를 두고 선사와 하역사, 그리고 시민단체의 문제제기가 빗발친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해관계에 따라 다양한 주장이 엇갈릴 텐데, 정작 그 과정에서 시민은 다시 소외되었다. 인천시와 인천해수청은 전부터 바다와 항구 주변에 시민을 위한 친수공간을 확보하겠다고 공언해왔지만 친수공간에 대한 갈증이 해소되지 않은 인천시민들에게 바다는 여전히 접근불허인 셈이다. 시민은 그저 굿이나 보고 던져주는 떡이나 먹어야 하나. 인천내행 재개발이 논의되는 시점에서, 선사와 하역사만의 공간에서 멈춘 인천항의 담장을 헐어내야 한다.

 

얼마 전 ‘항만친수공간포럼’이 발족했다. 선사와 하역사가 참여하는 가운데 전문가와 관심 있는 시민이 항만 친수공간에 대한 의지를 조율하려고 모인 것인데, 그 성공여부는 시민의 참여에 달렸다. 차제에 인천내항의 재개발 계획을 천명한 인천시는 내항의 재개발의 방향과 그 방법을 관심을 가진 시민과 함께 열린 자세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 임해도시 인천에 사는 시민들이 계속 바다와 항구에 소외되어야 할 이유는 이제 없어야 한다. 획일적인 아파트와 초고층건물보다 바다에서 정체성을 찾은 시민은 다른 곳으로 주소를 옮겨도 인천을 고향으로 기억할 게 아닌가. (인천신문, 2009.2.10)

 
 
 

도시·인천

디딤돌 2006. 7. 11. 14:40
 

겨울이면 수십 만 마리의 가창오리가 간월호를 찾아 어김없이 군무를 한다. 군무가 현란한 가창오리만이 아니다. 시베리아의 혹독한 겨울을 피해 찾아온 온갖 겨울철새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때를 같이 하여 주민들은 환경단체와 연계, 철새 탐조행사를 성황리에 벌이니, 자연을 잘 보전하면 주민 소득증진에도 기여한다는 예를 잘 보여주는 곳이다.

 

간월호는 서산 간척지 사이의 인공호수다. 4천만 평이 넘는 갯벌을 매립해 만든 농지에 물을 공급할 목적으로 조성한 거대한 호수로, 얼마 전까지 동양 최대였던 낙동강 하구 을숙도의 규모를 넘어설 정도로 철새들이 운집한다. 그렇다면 간월호가 생기면서 철새들의 환경이 좋아진 것일까. 먹이도 먹고 쉴 수 있는 간월호가 수천 킬로미터를 날아온 철새에게 낙원이 된 것은 분명하지만, 수많은 철새가 간월호에 모이는 것은 다른 이유도 있다. 간월호 이외에 깃들만한 장소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갯벌이 매립되면 일부 종류의 오리와 도요새들은 먹이를 찾기 어려워질 뿐 아니라 쉴 곳도 사라진다. 그러니 간척지에 새로 생긴 호수일지라도 갯벌을 잃은 철새까지 모여들 수밖에 없다. 바닷물이 밀고 들 때마다 부지런히 움직이던 갯벌의 새들마저 호수에서 먹이 경쟁에 동참하니 사정은 열악해진다. 당장 호수에 도래하는 새들의 종류는 늘어나므로 사람들은 생태계가 좋아졌다고 착각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호수의 새 종류는 단순해지고, 갯벌의 철새 수는 급감할 것이다.

 

최근 남동공단유수지의 활용을 놓고 토론회가 열렸다. 유수지 바닥의 오니를 처리한 후 시민을 위한 친수공간으로 개발할지, 찾아오는 철새를 위해 생태적으로 보전할지를 논의한 자리였는데, 개발보다 보전 쪽으로 방향을 정리한 것처럼 인천의 언론은 전한다. 남동공단유수지에 백여 종의 야생조류가 찾아온다는 민간단체의 의견을 존중한 것인가. 아무튼 남동공단유수지에 깃드는 철새와 나그네새를 위해 천만다행이 아닐 수 없다. 개발한다면 철새들은 다른 구천을 찾아 헤매고 다닐 뻔했다.

 

철새들은 악취가 진동하는 남동공단유수지를 왜 찾았을까. 깃들기 좋기 때문일 리 없다. 먼저 찾은 새들로 인산인해인 간월호에 내릴 수 없는 철새들에게 고육지책이었을 것이다. 냄새가 진동하고 먹이도 부족하지만 인적이 드무니 쉬는데 지장이 없고, 아직 매립이 안 된 인근 갯벌에서 알량한 먹이라도 구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남동공단의 오폐수와 오니로 더럽혀진 유수지일망정 거기 아니라면 대안이 없기 때문이라고 보아야 옳겠다.

 

인천시는 송도신도시 주변에 철새를 유인해 관망할 장소를 만들겠다고 제안했지만, 철새는 그들이 깃들 곳을 스스로 찾는다. 바로 남동공단유수지다. 그렇다면 인천시는 그 유수지를 가련한 철새에게 배려해야 한다. 친수공간 후보지는 송도신도시를 비롯한 숱한 매립지에서 충분히 찾을 수 있지 않은가. 덕분에 시민들은 철새의 휴식을 방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탐조 하고, 당국은 학생들의 자연교육에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를 위해 유수지 바닥의 오니를 당연히 제거해야 하겠지만, 철새의 눈높이에서 공사를 매우 세심하게 시간을 가지고 진행해야 한다. 인천 육상의 유일한 철새도래지는 후손의 자원으로 보전해야 하므로.(인천e뉴스, 2006.7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