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인간

디딤돌 2020. 12. 11. 22:54

 

반년 넘게 아침 10시 뉴스에 신경을 쓴다. 전날 자정까지 집계한 코로나19 현황을 질병관리청에서 발표하기 때문이다. 확진자가 하루 10명 이내로 사나흘 진정돼 다행이라 여겼던 때가 있었건만, 어느새 까마득하다. 누군가 거리두기를 무시하다 대규모 감염이 폭발하고, 그 여파로 어딘가 소규모 집단감염이 발생하길 벌써 수개월이다. 확진자 상황에 하루하루 일희일비하는 건, 추이가 수업과 연계될 거라 학교에서 통보한 까닭이다. 이러다 비대면 온라인수업을 벗어나지 못하는 거 아닌가?

 

호사다마라 했던가? 하루 누적 확진자가 10명 이하로 내려가며 숨쉬기 편해질 즈음, “코로나 개나 줘라!” 하며 춤추던 클럽에서 용인66확진자가 나왔고, 믿었던 탑이 속절없이 무너졌다. 광복절에는 대구 신천지교회의 31번 확진자가 무색해지는 일이 벌어졌다. 백주대낮에 테러하듯 불특정다수에 바이러스를 쏟아내는 황당무계한 종교인이 출몰한 것인데, 오호통재라! 한술 더 뜨는 사건이 벌어졌다. 젊어서 잠시 집중력 높은 노동 경력을 거치면 평생 넉넉한 기득권이 보장되건만, 남의 목숨을 걸고 파업하는 전교 1의료인들이 기세등등한 게 아닌가. 코로나바이러스는 기득권을 외면하나?

 

 

인수공통 RNA 바이러스

 

인류가 바이러스라는 존재를 알아낸 건 오래전이 아니다. 20세기 초였다. 바이러스보다 훨씬 큰 세균도 그 직전에 겨우 알았다. 사람이 몰랐을 뿐, 코로나바이러스는 분명히 있었을 텐데, 그때 감염 증상은 어떠했을까? 시시했을까? 세계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는 이번 코로나바이러스는 중국 우환의 수산시장에서 비롯되었다는 소문인데, 그 시장은 다양한 야생동물도 식자재로 팔았다고 한다.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소문처럼 박쥐가 원천일까?

 

코로나19는 어떤 과학자가 폭로했듯, 중국 우한에 있는 바이러스 연구소가 시발점일까? 거액의 연구비를 미국에서 받아온 그 연구소에 특별한 문제가 있어 보이지 않던데, 어떤 말 못 할 사연이라도 있는 걸까? 미국은 위험도가 높은 세균이나 바이러스 연구를 다른 나라에 의뢰하거나 비밀리에 남의 나라에서 수행하는 버릇이 있다. 우한에서 코로나19 변형을 연구했다면, 그 연구는 누가 지원했을까? 우리는 알 도리도 없다. 우리나라 어느 곳에서 탄저병을 미군 주도로 연구하는지 알 도리 없는 것과 마찬가지겠지. 코로나19의 원인이 중국? 미국? 연구소? 박쥐? 천산갑? 역시 모르는데, 꼭 알아야 하나? 알아야 할 건 따로 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1937년 닭에서 발견했다. 개와 돼지, 사람도 감염될 수 있다는 걸 나중에 알았지만, 인류는 백신이나 치료제를 개발하지 않았다. 위험성이 높지 않아 후속 연구가 활발하지 않았다고 분석하는 전문가도 있는데, 무증상으로 전파되는 신종으로 변하자 기저질환 가진 노년층에 치명성이 두드러진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언제부터 무증상으로 감염되었는가? 원래 그랬을까? 유전자가 변형된 결과일까? 그런 변형은 코로나19 이외에 없을까? 사람의 일상과 유난히 가까운 감기나 독감은 어떨까? 19181차대전에 발생한 스페인독감은 애초 위험성이 높지 않았지만 변성되자 세계 인구의 2% 이상 사망케 할 정도였다고 학자들은 추정한다.

 

사진: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그림. 내부에 한 가닥의 RNA 염기로 구성돼 있으며 박쥐에서 유래되었다는 걸 암시한다.(출처는 인터넷)

 

2002년 말부터 이듬해까지 중국을 비롯해 29개국에서 774명의 사망자를 낳은 사스, 2015년 초여름 36명을 사망하게 해 우리를 비상사태로 몰아넣은 메르스는 시방 조용해졌다. 사스와 메르스도 코로나바이러스의 일종이라는데, 백신은 물론이고 이렇다 할 치료제가 없는 그 바이러스는 사라졌을까? 드물게 남아있지만, 변형된 뒤 증상이 가볍거나 뚜렷하지 않아 모르고 지나는 건 아닐까? 언젠가 무서워져 다시 나타나는 건 아닐까?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점점 고약해진다는 소식이 들리던데, 별안간 사스나 메르스처럼 돌변하면 어떡하나?

 

사람과 동물을 모두 감염시키는 인수공통바이러스는 지구 생태계에 얼마나 존재할까? 티베트나 툰드라 지대의 영구동토층에 얼어붙은 척추동물의 몸에 인수공통바이러스가 유전자 상태로 남아있을 것으로 확신하는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를 경고한다. 그 바이러스가 온난화된 지구에 다시 창궐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먼 이야기이므로 무시해도 될까? 그런 궁금증을 해소할 연구는 진행되고 있는가?

 

고양이와 애완견도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된다던데, 문제를 일으킬 만큼 자주 발생하지 않는 모양이다. 한데, 네덜란드의 한 밍크 축사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했다고 한다. 코로나19 이후 네덜란드 정부가 밍크 사육을 금지했다지만, 비위생적인 축사에서 끔찍하게 사육되는 동물은 밍크에 한정하지 않는다. 걸핏하면 조류독감이 창궐하는 까닭은 동물복지는커녕 비참하게 밀집 사육하는 공장식 사육과 무관하지 않은데, 잊을만하면 구제역을 창궐하게 하는 공장식 돼지 축산은 어떤가? 인간의 탐욕이 만든 공장식 축산을 인수공통바이러스의 창궐의 추악한 진면목으로 분석하는 학자가 있던데, 공장식 축산은 세계와 우리나라의 표준이다. 지구촌 곳곳이 이미 바이러스 무풍지대다.

 

아프리카를 비롯해 여전히 많은 지역에서 감염자와 희생자를 낳는 에이즈도 바이러스에 의한다. 한 세대 전, 미국을 중심으로 유명인사들의 죽자 경각심으로 이어졌고 연구가 집중돼 유효한 치료법이 개발되었지만, 혜택은 가난한 지역에 멀기만 하다. 학자들은 아프리카 침팬지를 사람에게 전이된 에이즈 바이러스의 원천으로 의심한다. 그렇다면 멸종위기에 몰린 침팬지들은 면역결핍으로 현재 고통받고 있을까? 아니다. 인간의 생태계 파괴로 터전을 잃었어도 에이즈 바이러스가 위험요소라는 증거는 불분명하다.

 

발굽 있는 동물에 치명적인 구제역도 바이러스 질환이다. 사람에게 어쩌다 나타나는 증상은 가볍고 이내 회복된다니 대행인데, 인수공통전염병 대부분은 야생동물을 가축화한 이후 발생했거나 생태계 교란이 원인으로 나중에 밝혀진다. 인수공통전염병을 일으키는 매개체 종류는 다양한데, 바이러스가 많다. 홍역과 결핵 그리고 천연두는 소에서, 말라리아는 닭과 오리에서, 독감은 돼지와 오리에서 유래했다고 제래드 다이아몬드는 , , 에 썼다.

 

현존하는 대부분 생물은 진화 과정에서 다른 생물의 수많은 유전자가 모여 구성된 유전자를 가진다고 학자들은 주장한다. 덩치 큰 생물에 먹힌 작은 생물의 유전자가 소화되지 않고 커다란 생물의 유전자 사이에 끼어들었고, 결국 공생하게 되었다는 설명이다. 바이러스 감염과 비슷한 데가 있다. 병원성 바이러스에 감염되어도 숙주의 면역력이 높으면 발현이 억제된다. 자신의 유전자를 숙주 유전자 사이에 삽입한 채 기회를 노리던 바이러스는 숙주의 면역력이 약해지면 무한 복제해 병을 일으킬 것이다. 기회를 찾지 못한 바이러스는 아예 숙주 유전자의 일부가 되어 진화의 노정을 동행한다는 주장인데, 그렇게 공존하는 과거 바이러스를 전문가는 내인성 레트로바이러스라고 정의한다.

 

현존 생물 유전자 안에 존재하는 내인성 레트로바이러스는 대략 0.5%가 넘을 거로 전문가는 추정한다. 내인성 레트로바이러스는 숙주가 된 생물에 위험하지 않더라도 다른 생물의 몸에 들어가면 돌변할 수 있다. 돼지 같은 동물의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가축화와 생태계 파괴는 동물의 내인성 레트로바이러스를 비롯해 다양한 바이러스가 사람에 침입하는 계기를 만들었고, 초기 무서운 전염병 창궐로 이어졌다. 홍역과 천연두가 그랬다. 백신과 치료제 등장으로 두려움을 차차 극복했지만, 독감은 다르다. 백신과 치료제가 최신으로 공급하더라도 희생자가 적지 않다. 이중나선인 DNA가 아니라 안정적이지 않은 RNA 단일나선이므로 RNA 바이러스는 복제과정에 많은 변성이 반복된다고 전문가는 분석한다. 코로나바이러스가 그렇긴 해도 젊은이는 괜찮다고?

 

 

코로나19 이후의 일상

 

포스트 코로나19는 뉴노멀이어야 한다.” 언론에 자신을 과시하는 지식인의 말이다. 코로나19가 진정되어도 전처럼 살아갈 수 없으니, 싫든 좋든 우리는 새로운 일상을 준비해야 한다는 의미인 모양인데, 아리송하다. 이해하기 쉬운 우리말이려면, “뉴노멀이 아니라 새로운 일상?”일 텐데, 코로나19가 진정되면 우리는 어떤 일상을 살아야 할까?

 

세계 보건당국의 협력으로 효능 있는 치료제와 백신이 개발돼 널리 보급한다면 비로소 한숨을 돌릴 거라는데, 시간이 얼마나 남았을까? 그때까지 긴급 재난수당이 이어져 시민들이 코로나19 시국을 견뎌냈다고 하자. 예전 일상을 학수고대하던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이착륙하는 비행기로 국제공항이 혼잡해지고 대형호텔과 크루즈선에 여행자가 가득하며 고속도로마다 자동차로 미어터질까? 공장지대와 대도시의 대기가 다시 시커멓게 오염돼 초미세먼지로 뒤덮일까? 그래야 할까?

 

지난 422, 비상경제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대통령은 코로나19로 인한 국난 극복과 절박한 생존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 “한국판 뉴딜을 천명했다. 그를 위해 240조 원의 예산을 동원할 정부는 항공, 해운, 자동차, 조선, 기계, 전력, 통신, 7대 기간산업에 자금난을 덜어주어 고용을 안정시키고, 대리운전 기사 같은 특수고용직의 고용 안정과 소상공인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주요 교역국의 어려움이 깊어지면서 위기가 가중되는 금융시장을 지원해 실업을 막겠다고 덧붙였다.

 

발맞춰 기획재정부는 57, “토목사업 위주의 경기 부양성 뉴딜과 확연히 구별되는 디지털 기반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혁신을 가속하겠다.”라고 한국판 뉴딜의 밑그림을 제시했다. 장관은 디지털 인프라 구축’, ‘비대면 산업 육성’, ‘사회간접자본의 디지털화를 주요 사업으로 호응했는데, 전혀 새롭지 않았다. 토목과 겉모습만 다를 뿐, 예전과 같은 콘크리트 전략이었다. 코로나19 이후의 경제구조를 고도화해야 한다던데, 그러면 코로나바이러스는 재발하지 못할 것인가? 정부는 상당한 추경을 예고하는데, 디지털로 어떤 일자리가 확보될까? 기획재정부는 예전부터 환경단체와 의견이 일치한 적 없었는데, ‘그린뉴딜도 예외가 아니다. 환경단체들이 건의하는 기후변화와 경제 문제를 동시에 풀기 위해 신재생 에너지 같은 친환경 사업에 대규모 투자하여 일자리를 늘리며 경제를 살리는 정책은 쏙 빠졌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심층 취재를 2019년 엮어 펴낸 지구에 대한 의무는 세계 소비량의 절반 가까이 생산하는 중국의 시멘트를 주목했다. 중국의 1년 생산량을 영국에 붇는다면 영국 땅은 베란다처럼 편평해질 것이라 덧붙였는데, 코로나19로 고통받은 중국을 생각해보자. 거대한 땅덩어리를 대한민국보다 빠르게 압축적으로 개발한 중국의 생태계는 갑자기 단순해졌다. 콘크리트 때문인데, 중국인들은 야생동물을 먹는 예전의 습관을 여전히 버리지 못했다.

 

속도와 높이를 자랑하는 아스팔트와 철근콘크리트는 거대자본이 선호하는 효율성에 단단한 기반을 제공하지만, 다채롭던 생물은 생존 기반을 잃고 단순해진 생태계는 완충력을 잃었다. 생물다양성과 완충력을 잃은 생태계는 기후변화가 몰고 온 기상이변에 속수무책이다. 빗물과 먼지를 붙잡지 못하고 기상이변에 대비하기 어려운 세상은 거대한 에너지를 요구하는 장비가 없다면 재해에 쉽게 노출된다. 같은 맥락으로, 회색도시에서 사람들은 질병에 쉽게 노출되지만, 완충력이 살아있는 생태계에서 사람을 포함한 생물종의 질병은 자연스레 치유된다. 다양한 생물이 그물코처럼 어우러지는 생태계만이 아니다. 다양한 농작물을 유기적으로 생산하는 농촌은 회색도시보다 건강하다.

 

국제사회는 우리나라를 주요 기후악당국가중의 하나로 지목한다. 그도 그럴 게, 자국의 석탄화력발전소를 중단 없이 늘리는 것도 모자라, 남의 나라까지 가서 지어주지 않던가. 코로나19는 화석연료 과소비가 이끈 기후변화와 무관하지 않은데, 석탄화력발전소가 넘치는 우리나라는 코로나19 이후에 어떤 한국판 뉴딜을 구상해야 할까? 비대면? 디지털 온라인으로 요약하는 비대면은 화석연료 과소비와 무관할까? 온라인 플랫폼을 선점한 인물 몇을 세계적 부호의 반열로 끌어올린 무선 인터넷 사업은 유선보다 10배 가까운 에너지를 소비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모르거나 무시한다.

 

코로나19 이후의 새로운 삶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적어도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산업은 아니어야 옳다. 고속도로를 없애거나 최소화하고 그 자리에 녹지와 습지를 확대하는 뉴딜은 어떨까? 생태계를 파괴하는 공항 계획의 철회는 물론이다. 쓸모가 줄어든 기존 공항을 대폭 철거하거나 없애고 그 자리에 농민이 운영하는 전통 유기농단지를 조성하는 뉴딜은 어떨까? 생물 다양성이 확대되면서 생태적 완충력이 높아질 테니 외래종이 느닷없이 창궐할 가능성은 작다. 코로나19 이후의 바이러스 창궐도 억제될 것이다.

 

예단할 수 없지만, 세계의 기저질환 노년층의 희생을 딛고 이번 미증유의 위기를 결국 극복할 거라 세계 보건당국은 믿는다. 하지만 인간이 만든 백신과 치료제는 한계가 분명하다. 코로나바이러스는 끝이 아니다. 동토에서 깨어날 과거의 인수공통바이러스들이 완충력을 잃은 생태계에 다시 노출된다면 보건당국은 희생자 없을 대책을 신속하게 마련할 수 없다. 손 씻기, 마스크 착용, 그리고 출입국 관리보다 근원적인 대책은 무엇일까?

 

인간은 본디 거리를 둘 수 없는 존재다. 사회적 동물로 진화한 이래 인류사회에 거리두기는 없었지만, 콘크리트 문화가 지배하면서 거리두기는 어느새 일상이 되었다. 거대자본은 거추장스러운 다양성을 효율화로 제거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가 획일적인 세상에서 의사결정은 독점된다. 목표와 과정이 단순한 세상은 차별을 낳는다. 개성이 불필요한 세상에서 개인은 주어진 상황에 길들어져야 소외되지 않는다. 거리두기가 이렇듯 체계화된 세상에 파고든 코로나19는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를 매개로 쉽게 퍼져나간다.

 

간디는 70만 개의 마을이 느슨하게 연대하는 인도이길 희망했다. 마을에서 자급 자립하는 삶이다. 식량과 에너지에서 그치지 않는다. 곡물의 4분의 3을 외부에서 가져와 음식쓰레기를 산더미처럼 버리는 삶, 거대 선박으로 외국의 화석연료를 분별없이 수입해서 겨울을 덥게 여름을 춥게 보내는 세상은 자급자족과 거리가 멀다. 산후조리원에서 요양원까지, 낯 모르는 이에게 가족의 생사를 맡기는 익명의 세상이 아니다. 다정한 이웃과 가족이 요람에서 무덤까지 돌보는 마을에서 식량과 에너지를 최대한 자급해야 대대손손 건강할 수 있다고 간디는 설파했다. 한데, 간디는 존경한다는 자의 습격으로 사망했다.

 

점보 비행기가 1분마다 이착륙하는 비행장. 수십만 호텔과 고속도로로 연결되는 관광지. 끝없이 펼쳐지는 유전자조작 옥수수밭. 구제역과 조류독감 빈발하게 하는 공장식 축산. 끊임없는 경제성장을 요구하는 은행. 기득권을 향해 발돋움하는 수만 명의 박사와 수백만의 대학생을 배출하는 대학. 코로나19 이후의 일상에서 거리가 멀다. 기후위기를 넘어 생태계 파국의 원천이다.

 

주택가에 퓨마가 기웃거리고 큰길에 사슴과 코요테가 활보하는 상황은 흥미로울 뿐, 회색도시에서 이어지기 어렵다. 사람이나 동물에게 바람직하지 않다. 코로나19로 대오각성한 사람들이 자신만의 삶터를 크게 줄이고 조상의 소박했던 생활로 돌아가지 않는 한, 상상하기 어렵다. 어쩌면 코로나19는 인류에게 탐욕을 버리라고 강하게 요구하는지 모른다. 아픈 식구와 이웃을 끌어안던 삶, 생태계의 다채로움을 파괴하지 않는 삶, 코로나19를 몰랐던 시절에 일상이던 조상의 삶, 바로 거리두기를 모르던 생태적 삶이다. (인천문화재단 기획, 코로나19를 감각하는 사유들, 51-58)

 

 
 
 

환경일반·개발

디딤돌 2020. 5. 16. 11:12

 

올겨울은 조류독감이 한반도에 창궐하지 않았다. 다행이다. 코로나19로 정신 없는 와중에 조류독감까지 번졌다면 어떻게 될 뻔했나? 코로나19 방역에 전력을 다한 행정력이 지금까지 잘 버티고 있지만, 수천만 마리의 가금을 대거 살처분해야 할 상황에 몰렸다면 마비되지 않았을까? 생각만 하도 아득하다. 그런데, 올겨울 우리나라에 조류독감은 진정 없었을까?

 

확장을 거듭하는 도시, 그 도시를 연결하는 고속도로로 바이러스틑 급속히 전파된다. (사진은 인터넷에서)

 

해마다 겨울철새는 서해안 갯벌과 주변 호수로 내려온다. 가축 방역당국은 철새 배설물을 조사해 조류독감을 경고한다. 올해 중국 후난성에서 조류독감이 발생되었다는데, 우리나라는 무사했을까? 조류독감에 감염된 철새가 다녀가지 않은 걸까? 다녀갔어도 코로나19 방역과 더불어 조류독감도 철저하게 대비한 긍정적인 결과일까?

코로나19 사망자가 4만명 넘은 미국은 올겨울 독감으로 만 명 이상 목숨을 잃었다는데, 언론이 주목하지 않아 그렇지 우리도 적지 않은 독감 환자가 있었을 게 틀림없다. 완벽하지 않아도 독감 치료제는 있다. 하지만 독감 백신은 확보된 게 아니다. 국제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수시로 대비한다. 코로나바이러스처럼 유전자가 RNA인 까닭에 변화무쌍하고 항원의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1930년대 발견한 코로나바이러스는 위험성이 적었다고 한다. 그래서 치료제와 백신 연구에 소홀했다는 분석이 있는데, 이번에 나타난 코로나19는 전에 없던 전파 능력을 가졌다. 면역력이 약한 노인이나 기저질환이 있는 중증환자에 치명적이라는 점도 무섭지만, 감염 초기 증세가 없는 확진자의 전파력이 상당하기에 피하기 어렵게 만들어 더욱 무섭다. 방역당국은 조용한 전파사회적 거리 두기로 차단하자고 거듭 당부한다.

 

의료인과 당국자의 헌신에 감동한 시민들의 적극적 거리 두기는 우리나라를 코로나19 방역 모범국가로 부상하게 했다. 추가 확진자가 10명 이내로 줄어들어도 방역당국과 언론, 그리고 시민들은 긴장을 늦추지 말자고 서로 격려한다. 하지만 거리 두기가 연장될수록 지친다. 해외 사례가 진정되지 않는 상태에서 친구와 동료를 언제까지 멀리할 수 있겠나. ‘포스트 코로나19’을 고심하는 정부에 교통량 축소와 도시 녹지 확충을 제안하고 싶다.

 

비행기와 고속도로로 사람 사이를 성공적으로 침투한 코로나19는 비행기가 멈추고 도로에 차량이 줄자 전파를 둔화했다. 공기도 깨끗해졌다. 어떤 의미일까? 전국 대도시는 콘크리트 일색이다. 도시와 마을 사이에 숲과 습지가 드넓은 녹지를 확보해 바이러스 전파를 완충할 필요가 충분하지 않을까?

 

바이러스가 보기에 요즘 인파로 바글거리는 도시는 닭장처럼 비좁고 지나치게 빠르다. 속도와 효율을 위해 생태계를 희생시키기보다 시민의 건강한 생명을 위한 대책, 녹색도시에 대책이 있어야 한다. 개발 공약으로 총선을 마친 정치권은 어찌 생각할까? (갯벌과물떼새, 2020년 5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