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반·개발

디딤돌 2009. 12. 14. 01:09

 

지난 12월 10일 충청남도 태안군과 서산시, 당진군, 그리고 보령시 주민 수천 명이 과천 정부종합청사 앞마당에 모였다. 삼성중공업의 대형 해상 크레인이 홍콩 선적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 호와 충돌해 1만2천 킬로리터 이상의 원유를 유출시킨 사건이 발생한지 2년이 넘도록 피해 보상에 미온적인 정부와 턱없이 적은 액수를 내놓고 발 빼려는 삼성중공업을 성토하고 조속한 보상을 요구하는 집회를 위해 집은 나선 것이다.

 

100만이 넘는 자원봉사자의 눈물겨운 노력으로 겉보기 깨끗해졌지만 사람의 손이 미치지 못한 섬지방과 바다 밑은 여전히 기름기를 배출하고 있으며 굴양식은 재개했어도 줄어든 어획고는 회복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관광객이 조금 돌아와 식당가는 활기를 약간 찾았어도 주민들이 추정하는 피해 3조원을 벌충하기에 한참 모자란다.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이 피해액을 5770억 원으로 산정해 가슴이 멍든 주민들은 가장 책임이 무거운 삼성중공업이 달랑 56억 원만 내놓겠다고 발뺌하는데 분통이 터진다.

 

우리나라로 오는 유조선은 아직 이중 외벽으로 규제하지 않는다. 비난이 일자 2011년부터 규제하겠다고 정부가 약속한 모양인데, 이제껏 보상에 미온적이던 정부를 믿을 시민이 얼마나 될까. 해안 기름 유출 이후 하루하루 먹고 살기 버거워진 주민보다 업체의 민원을 살갑게 여기는 정부가 아니던가. 인천대교 공사가 끝났으니 해상 크레인이 유조선을 들이박을 일은 당분간 없겠지만, 모르긴 해도 파고가 거센 밤바다를 무리하게 운행하는 관행도 아직 바뀌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제15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가 열리고 있다. 교토의정서 이후의 온실가스 감축을 논의하는 이번 총회는 105개 국가가 참여하며 미국과 인도를 포함해 우리나라의 정상도 찾을 것으로 예정돼 성과에 대한 기대가 큰 게 사실이다. 하지만 예상했듯, 개발된 국가와 개발하려는 국가 사이의 갈등은 여전하며, 부담해야 할 자국의 감축량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 연일 연출된다고 한다. 온실가스 배출 증가율 세계 1위이고 누적 배출량이 세계 11위인 우리나라는 GDP 규모 세계 15위인 OECD 회원국임에도 불구하고 개도국 지위를 고수, 교토의정서의 온실가스 의무감축국에서 빠졌는데 이번엔 사정이 다를 것이다.

 

우리나라는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2005년 대비 4%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코펜하겐 총회에 참석한 대통령은 개도국 중에 최대라는 걸 과시하고, 감축에 앞장설 것을 천명할 텐데, 환경단체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이미 대기에 배출한 온실가스만으로 그린란드 빙하가 녹아내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판단하는데, 고작 2005년의 4% 감축으로 생색내려 하다니, 어처구니없다는 성명서를 내놓은 것이다. 해수면 상승은 새만금과 인천공항과 송도신도시부터 잠기게 할 게 아닌가.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 간 위원회(IPCC) 보고서를 분석한 이는 앞으로 10년 이내에 에너지를 과소비하는 우리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꾸지 않는다면 100년 이내에 지구의 절대다수 생명들은 명종할 거로 3년 전에 경고했다.

 

날씨가 다시 추워졌다. 신종플루에 놀란 시민들은 보일러 불꽃을 키울 게 틀림없다. 원유를 실은 유조선은 그만큼 서두르겠지. 산유국의 석유 매장량은 벌써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는데 우리네 에너지 소비풍조는 조금도 완화되지 않았다. 겨울이 와도 처마에 고드름이 생기지 않고 인공눈을 뿌려야 광화문광장에서 국제 스키보드 경연대회를 열 정도로 겨울이 따뜻한데, 겨울이 여름 같고 여름이 겨울 같이 사는 사람들은 보일러 도는 집에서 히터로 미리 커놓은 자동차까지 잠깐 움직일 뿐 여간해서 밖으로 나가려 하지 않는다. 온난화의 실상에 눈을 감는다.

 

곧 2010년, 지방자치 선량들을 뽑는 경인년을 맞는다. 개발타령이 경쟁적으로 귓전을 때릴 텐데, 아이들의 건강한 내일을 생각하는 유권자라면 기후변화에 경각심을 표시하는 후보를 눈여겨야 하리라. 2년 전 태안바다의 참상은 우리의 망각에 대한 경고라는 점에서 아직 진행형이다. (인천신문, 2009.1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