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반·개발

디딤돌 2007. 12. 24. 13:59

 

     지난 12월 7일 오전, 충남 태안 앞바다는 순식간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었다. 선명성을 좋아하는 언론은 ‘대재앙’으로 규정한다. 홍콩 선적 14만6800톤 급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 호가 현대오일뱅크에 납품하는 원유를 가득 싣고 외항에 정박하다 인천대교 상판 공사를 마치고 귀환하는 삼성중공업의 해상크레인과 충돌, 만 2천 톤의 원유를 바다에 흘린 사고라면 분명히 대재앙일 것이다.

 

한 시사주간지는 ‘검은 시한폭탄’이라 말한다. 째깍 째깍, 시간이 다 되기 전에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터지고야 마는 폭탄이라는 거다. ‘대재앙’도 모자랐던 모양이다. 시한폭탄이라. 흘러나온 원유의 피해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경고일까. 미국과 유럽과 일본에서 연이어 발생된 끔찍한 재앙이 석유를 과다 소비하는 우리나라도 피할 수 없었다는 건가. 거대한 유조선으로 운송하는 시스템은 감당할 수 없는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는 논리였을까. 한데 우린 이번이 두 번째 사고다.

 

특별 프로그램을 긴급 편성한 텔레비전은 어수룩한 초동 대처를 문제 삼았다. 맞는 말이다. 걱정스러워하는 어민 앞에서 해안으로 밀려가지 않을 거로 태평스레 장담한 지방 공무원의 무책임한 발언은 순박함을 넘어선다. 언론은 공무원의 터무니없는 무사안일을 비난하지만 그런다고 피해는 줄어들지 않는다. 물론 재발 방지를 위해 어떤 조치가 필요할 수 있겠지만 그런다고 무엇이 달라지겠는가. 12년 전, 여수 소리도 앞바다에서 좌초된 시프린스 호 사고 이후, 준비가 철저했다는 관료의 호언도 소용없었지 않았나.

 

이번 사고의 원인은 국내 굴지의 기업들이 제공했다. 거센 풍랑 속에 출항한 거대한 해양 크레인을 왜 두 척의 예인선이 끌었을까. 원래 4척이어야 한다던데. 예인선이나 크레인 관리자는 해양경찰의 무선을 크레인에서 왜 듣지 못했을까. 해양경찰에서 무선을 보낸 것이 확실하다면, 크레인 측 담당자가 규정에 어긋나게 잠들었거나 다른 일에 정신없어 무선을 듣지 못한 건 아닐까. 그런 궁금증을 풀리지 않았지만, 문제는 주민이다. 시사주간지가 말하듯, “삼성중공업도 현대오일뱅크도 괜찮은데 주민만 죽어”나기 때문이다.

 

그래도 황망한 재앙 속에서 가슴 벅찬 희망을 본다. 자원활동을 공지하기 무섭게 지원하는 시민들의 물결이다. 알리지 않고 찾아와 묵묵히 기름을 닦는 연예인도 그렇고, 아이 손잡고 이웃돕기에 나선 행렬도 가슴을 훈훈하게 한다. 망년회 모임 대신 찾아온 이들의 자원활동 물결은 마침내 시커먼 해안을 말끔하게 회복시키지 않았던가. 텔레비전 화면만으로 눈시울이 뜨거웠다. 이를 계기로 우리 시민사회에 환경과 환경운동의 가치, 자원활동의 중요성을 공유하고 이웃에 대한 배려가 널리 확산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밀려든다. 최근 환경단체에 회원이 증가한다는 소식도 한 줄기 햇살처럼 느껴진다.

 

비등점이 다른 여러 기름을 함유하는 원유는 자체로 독성이 강하다. 추운 날씨에 마스크를 끼고 해안의 자갈을 닦는 인파는 ‘30만의 자원활동의 기적’이라는 일본을 능가하는 이웃사랑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시민단체는 어린이의 동행을 자제할 것을 당부한다. 그만큼 독성이 강한 까닭이다. 높은 바위나 절벽의 기름 떼는 군인들이 제거한다. 환경도 국토방위와 같은 개념으로 받아들이는 건 다행인데, 명령에 따라야 하는 군인이 아무리 젊더라도 오랜 시간 원유의 독성을 이겨내기 어렵다. 이 땅의 내일을 짊어져야 할 그들에게 충분한 보상과 휴식이 보장되어야 한다.

 

겉보기 아무리 깨끗해져도 어민의 가슴앓이는 끝날 수 없다. 원유와 유처리제로 오염된 해양 생태계는 쉽게 복원되지 않는다. 소리도 앞바다의 어획고는 사고 전의 10분의1에 불과하고 대부분의 어민들은 이미 터전을 떠났다. 책임자는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정비는 물론이고, 책임소재를 밝혀 어민이 납득할 적절한 보상과 생태계 복원 전 과정에 대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한데 정작 책임져야 할 한 축인 기업은 남의 일 보는 듯 조용하다. 오염제거를 위한 적극적인 행동과 응분의 보상은커녕 사과 성명과 재발방지 약속도 없다. 저 오만한 태도는 누가 부추긴 걸까.

 

겨울이 덥고 여름이 추운 과소비시대에 원유유출은 이미 예고된 것과 다르지 않다. 지구온난화가 가속되는 가운데 이윤에 눈이 먼 기업의 책임회피는 이어지는데, 해난사고 빈번한 인천의 사정은 어떤가. 이어지는 원유유출, 결코 남의 이야기일 수 없는데. (인천의제 소식지,2008년 1월호)

어민, 상인, 자원봉사자, ..... 그리고 삼성...각자 자신의 입장 만큼 일을 하더군요.
어민의 모습이 가장 마음을 아프게 하고 , 그 분들이 가장 열심히 일하고,
그분들은 알고 있을까요? 언제 다시 굴을 따고 전복을 따고 고기를 잡을 수 있는지....
다녀오셨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