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천

디딤돌 2016. 10. 20. 18:32


마린시티가 그토록 바라던 마린시티가 된 것일까? 지난 105, 18호 태풍 차바가 부산 앞바다를 지나가자 바닷물이 마린시티에 흘러넘쳤다. ‘Marine City’가 되는 순간이었는데 호화 초고층 아파트단지는 난리가 났다. 베란다가 없는 통유리의 마린시티는 전기 없이 환기가 불가능할 뿐 아니라 냉난방 비용이 크고 주변 건물의 반사광으로 커튼 없이 견딜 수 없었는데, 가을에 된서리를 맞았다. 해운대 경관을 난폭하게 독점한 대가는 흉흉했다.


부산 최고 부자동네라 그런가? 태풍 피해를 입은 다른 곳은 등한시하고 부산시는 마린시티부터 부랴부랴 복구했다는데, 한술 더 떠 655억의 세금으로 650미터의 방파제를 부설할 뿐 아니라 마린시티 앞에 690미터의 친수호안을 만들겠다고 한다. 수만 명의 시민이 살고 부산의 대표적 관광지라는 핑계를 대지만, 다른 부산시민 수백만 명은 소외될 것이 틀림없다. 한데 차바 이상의 태풍을 차단하거나 완충할 수 있도록 설계하더라도 염려는 남는다. 지금도 유실되는 해운대의 모래는 더욱 급히 쓸려나가는 게 아닐까?


가을 태풍이 다가오는 이유를 전문가들은 바다가 뜨겁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해마다 0.8회 접근하는 가을 태풍이 해를 달리하며 무서워지는 건 해안개발과 무관하지 않을 것인데, 초고층 빌딩의 침수는 부산에서 그칠 리 없다. 지구온난화에 이은 바다의 수온 상승이 동북아시아의 연안에서 두드러지므로 인천도 예외일 수 없는데, 해안에 밀집된 발전소를 수온 상승의 원인으로 의심하는 시각도 있다.


발전 터빈을 돌리고 나오는 고온 고압의 수증기를 식힌 바닷물이 섭씨 3도 정도 오른 상태에서 발전소 한 기마다 초당 50톤에서 100톤을 배출한다. 바로 온배수다. 얼마나 많은 석탄이나 액화천연가스 발전소, 그리고 핵발전소가 일본과 우리나라 바다를 둘러싸고 있는가. 최근 비약적으로 늘어나는 중국의 발전소에서 배출하는 온배수는 실로 막대할 텐데, 그로인한 바닷물의 수온 상승이 태풍 차바로 인한 피해를 키웠다는 의혹이다. 수요의 3배 이상의 전기를 생산하는 곳인 인천은 앞으로 안전할 수 있을까?


지난 17일 밤, 소래포구와 연안부두를 비롯한 인천 해안은 넘쳐오르는 바닷물로 당혹해했다. 달과 지구가 태양과 일직선이라서 조수간만의 차이가 가장 큰 백중사리 때보다 상승하는 해수면의 폭이 높았다는데, 부두 주변의 식당은 신발장까지 차오르는 바닷물을 닦아내느라 고생했고 주차된 자동차 바퀴의 절반이 젖어 바다로 떠내려갈까 경찰이 걱정할 정도였다고 언론은 보도했다. 풍랑이 없기에 다행이었지, 그날 태풍이 닥쳤다면 어떤 일이 생겼을까.


17일 송도신도시는 5일 태풍 차바 때처럼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다행이지만 해수면이 상승할 때 거센 태풍이 몰아친다면 위험할 수 있다. 파고를 완충하던 드넓던 갯벌을 남김없이 매립한 자리에 들어선 만큼 재난을 완충할 능력을 잃었다. 인근 영흥도에 대규모 석탄화력발전소가 막대한 온배수를 쏟아낸다. 해안 바싹 초고층빌딩을 밀집시킨 만큼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될 수 있다. 휩쓸린 자동차들은 아무렇게나 나동그래질 것이다.


해운대는 해마다 상당한 양의 바다모래를 인천 앞바다에서 퍼간다. 그 때문에 인천은 세계에서 유래가 없는 풀등을 잃어간다. 썰물로 해수면이 낮아지면 바다 한가운데에 포말이 일며 일순 드러나는 모래사장인 풀등만 위축되는 게 아니다. 어패류의 산랑장이 줄면서 해산물 어획고가 감소될 뿐 아니라 재난 완충능력이 사라진다. 마린시티 앞에 방파제를 추가한다면 인천 앞바다는 더욱 위험해질 수 있다.


지구온난화가 심화되는 요즘 해안개발은 신중해야 한다. 재난을 완충하는 지형을 왜곡하지 않아야 하고 해안 바투 건물을 짓는 행위는 자제해야 한다. 부산의 마린시티는 작은 경고에 불과할지 모른다. 이미 재난을 예방할 수단을 잃은 송도신도시가 제2의 마린시티가 되지 않으려면 파고를 완충할 장치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돌이킬 수 없는 재난이 닥치기 전에. (인천in, 2016.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