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반·개발

디딤돌 2019. 10. 30. 23:20

 

일본 열도를 휩쓸며 200여 인명 피해를 낸 19호 태풍 하기비스가 1013일 저녁 열대성 저기압으로 세력이 약해지며 소멸되었다고 우리 언론들도 전했다. 태풍이 자주 접근하고 지진이 일상에서 멀지 않은 일본은 재난 대비가 비교적 철저한데, 사망과 실종 60여 명, 200명 넘는 부상자의 발생을 막지 못했다. 하기비스의 위력은 그만큼 대단했나보다. 언론은 5098명의 사망과 실종자를 발생시킨 1959년 태풍 베라 이후 최악이었다고 덧붙였다.


1000만 인구에 피난 지시를 내려야 할 정도로 위력의 태풍이 왜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10월 중순에 발생했을까? 기후 전문가는 일본으로 이어지는 북태평양의 수온이 예년보다 뜨거워 대형으로 거대해졌다고 해석했다. 하기비스는 바람도 거셌지만 폭우를 동반했다. 관측한 대부분의 지역에 400mm에서 700mm가 쏟아졌고, 온천지대로 유명한 하코네는 48시간 동안 무려 1000mm를 기록할 정도였다.


일본 10여 하천 둑이 붕괴해 인근 마을이 2층까지 침수되었을 뿐 아니라 신간선 열차까지 잠겨 결국 폐기할 수밖에 없을 거라는 소식은 불길한 뉴스로 이어졌다. 하기비스가 일본 동북부를 향한다고 예견할 때부터 걱정한 일이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로 오염된 흙과 풀을 무작정 담아놓은 자루는 개당 1톤에 달했다. 그 자루를 하천 가까운 부지에 임시로 2667개를 보관했는데, 대부분이 강물에 휩쓸려 내려갔다는 게 아닌가. 고작 10개를 회수했다지만 나머지는 태평양을 오염시켰을지 모른다.


올해 일본은 몇 개의 태풍을 감당했을까? 하기비스 이후에 북태평양의 수온이 내려가지 않는다면 20호 태풍이 다가오는 건 아닐까? 개인이 생존배낭을 준비할 정도로 재난 대비가 철저한 일본도 많은 인명의 희생과 막대한 재산피해를 막지 못했다. 하기비스가 우리나라에 왔다면 일본보다 피해가 적었을 거라 확신하기 어려운데, 올해 7개의 태풍이 우리나라에 스치거나 접근했다. 예년에 비하면 많았다던데, 내년에 얼마나 다가오려나?


올여름은 작년보다 덥지 않아 다행이었다. 티베트 고원에 쌓인 눈이 여름에 모두 녹았던 작년은 경험상 가장 견디기 어려웠다. 내년도 올해처럼 녹지 않으리라 확신하기 어렵다. 지구가 더워지면서 대기권 상류층의 제트기류가 헐거워졌다고 한다. 북극권의 제트기류가 한파를 묶지 못할 때마다 그 아래 위도에 혹한이 몰아쳤다. 지난겨울 미국과 캐나다의 추위는 나이아가라 폭포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우리도 그 영향 범위에서 멀지 않다.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가을은 금세 지나간다. 이어 다가올 겨울은 어떨까? 혹독해도 따뜻해도 걱정이다.


올여름 아마존 열대우림 곳곳이 불에 탔다. 아마존 보전을 당연시하는 서방에 내정간섭 운운하던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권좌에 오르자 한반도 수십 배의 면적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방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세계 언론이 주목했다. 시베리아 동토도 여름에 불탔다. 한반도 넓이의 한대림 화재는 번개가 원인이라는데, 알라스카도 여름에 화재와 폭염으로 괴로웠다고 한다. 전에 없던 현상들이다.


동토가 녹자 건물이 기우는 일이 툰드라 지역에 일상이 되었다. 문제는 동토에 메탄가스가 스멀스멀 새나온다는 데 있다. 시베리아와 알라스카의 화재는 메탄가스가 부채질했을 가능성이 높은데, 시베리아 동쪽의 바다에서 부글부글 메탄가스가 방출된다는 뉴스가 나왔다. 메탄의 온실효과는 이산화탄소보다 20배 이상이다. 영구동토층의 화재로 거듭 이어지게 만든다면 지구온난화는 더욱 심화될 게 틀림없다. 바다에서 방출하는 메탄가스에 놀란 러시아의 과학자는 세계 평균 기온이 단 1°C만 올라도 메탄 방출량은 20% 증가할 것으로 심각해했다고 언론은 전했다.



사진: 시베리아 동토 아래 오랜 시간 묻혔던 한대림을 포함한 유기물이 메탄으로 변해 지상으로 오르며 불타는 모습.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20배 이상의 온난화 효과를 가진다. 출처는 인터넷.  


지난 814일 영국 플리머스 항에서 태양광 요트를 타고 15일 만에 뉴욕에 도착한 16세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923일 세계 여러 국가의 정상들이 자리한 유엔본부의 기후변화 정상회의에 연설자로 나섰다. “내 꿈과 유년기를 빼앗아간 당신들이 기후변화 대응 노력에 실패하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는 요지의 연설을 4분여 토해냈는데, 분노하는 툰베리를 본 트럼프 미 대통령은 밝고 멋진 미래를 고대하는 매우 행복한 어린 소녀로 조롱했다고 통신사마다 보도했다.


지금까지 지구는 환경격변으로 다섯 차례의 대멸종이 있었다. 생존하던 생물종의 60% 이상 사라진 사건으로 지층에 그 흔적이 남았다. 당시 생태계를 구성하던 개체들은 대부분 생명을 잃었을 것으로 학자들은 짐작한다. 자연재해가 아닌 온전히 인간의 탐욕으로 지구는 여섯 번째 대멸종을 앞두고 있다고 기후학자는 주장하면서 이전보다 현저하게 빠르게 진행된다고 경고한다. 현 지층을 홀로세로 세계층서위원회가 규정했는데, ‘인류세’(anthropocene)로 바꾸자는 주장이 힘이 받는다. 인류세 이후 지층에 인간 화석은 없다는 의미다.


젊은 시절 시민 편에서 행동하기를 주저하지 않던 미국 배우 제인 폰다가 그레타 툰베리의 행동과 발언에 충격을 받아 82세에도 미 국회의사당 앞에 나가 시민 불복종 운동에 동참했고, 체포되었다는 소식이 들렸다. 유명인인 만큼 금방 풀려났을 텐데, 이제 기후변화가 아니라 기후위기로 말하자는 사람들, 특히 영국을 중심으로 유럽의 많은 시민들은 투옥을 무릅쓰며 멸종저항운동에 나선다. 대멸종에서 후손이 살아남도록 저항하는 인파는 의회와 점거하며 정책의 근원적 변화를 촉구한다. 주말 서교동에 모이는 우리보다 인파가 많다.


대표적인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 농도가 400ppm을 오르내리는 요즘, 100년 전보다 세계 평균 섭씨 1도 정도 올랐다고 한다. 상승하는 기온을 1.5도 이하로 낮추지 못한다면 다음세대의 생존이 위태로워질 것으로 기후학자들이 경고하는데, 우리나라가 위치한 동북아시아의 해수면 온도는 2도 가까이 상승한 것으로 전문가는 추산한다. 태풍이 잦아질 뿐 아니라 더욱 강해질 상황이 확보되었다고 분석한다. 올해 태풍이 잦았다. 태풍 사라로 사망 실종자가 849, 부상자가 2533, 그리고40만 가까운 이재민이 발생한 1959년보다 재난 대비 수준이 향상되었지만 안심하지 못한다. 이번 일본의 피해를 보라.

어떤 환경운동가는 우리 해안의 발전소가 수온변화에 미칠 영향을 거듭 지적한다. 발전 터빈을 돌리고 나오는 고온 고압의 수증기는 물로 식혀야 하는데, 우리는 삼면의 바다에서 취수한 뒤 3도 높아진 상태에서 배출한다. 온배수다. 일본과 중국은 우리보다 훨씬 많은 핵발전소와 화력발전소를 바닷가에 가동한다. 발전소 한 군데의 온배수로 반경 10km의 수온을 1도 이상 높인다는데, 그 여파로 동북아시아의 수온은 꽤 상승했을 것이다. 태풍의 위력과 발생횟수도 커졌을 텐데, 어느 정도일까? 발전소를 당장 멈춰야 하는 건 아닐까? 멸종저항 운동가들은 우리의 행동이 서교동에서 머물지 않기를 바랄 게 틀림없다.


핵발전소 온배수의 양은 같은 용량의 화력발전소보다 많은데, 문제는 방사능이다. 폭발한 후쿠시마 핵발전소는 태평양에 돌이킬 수 없는 방사능을 토해냈고 앞으로 얼마나 심각하게 토해낼지 알 수 없다. 피해는 고스란히 해양 생태계와 태평양 해산물을 먹는 소비자에 전가될 것이다. 탈핵을 멈칫거리는 우리나라의 핵발전소도 낡아간다. 우리 서해안을 바라보는 해안에 핵발전소를 집중한 중국은 내내 괜찮을까? 내년 이후의 태풍이 더욱 무서워진다. (작은책, 2019년 1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