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인간

디딤돌 2011. 2. 10. 19:44

 

혹독했던 추위가 수그러들자 부고 소식이 적지 않다. 긴장이 풀리면서 면역력이 떨어진 노인들이 자신의 삶을 자손에게 넘겨주는 순간인데, 텔레비전은 설 특집으로 노인만 사는 시골마을의 다큐멘터리를 정감 있게 선보였다. 80세를 훌쩍 넘긴 노인들의 다정다감한 모습에서 평화를 보았는데, 그 노인들도 불로장생을 꿈꿀까. 역사는 불로장생을 위해 발버둥친 이의 유난히 짧은 삶을 기록하는데, 불로장생은 그저 꿈일까.

 

2003214일은 체세포핵이식 방식으로 돌리라는 이름의 양을 세계 최초로 복제한 영국 로슬린 연구소가 자신의 성과물을 안락사시켰다고 발표한 날이다. 1년 전부터 퇴행성 질환인 관절염이 발생했고 폐질환이 진행돼 생후 66개월 만에 죽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인데, 평균 12년 정도 사는 양이 그 절반의 나이에 늙어죽은 이유를 과학자들은 복제에서 찾는다. 체세포를 공여해준 암양의 나이가 6살이었으므로 돌리는 태어나자마자 6살부터 시작되었다는 분석이었다.

 

돌리에게 전에도 위기가 있었다. 20012월에 영국에서 발생한 구제역으로 로슬린 연구소가 포함될 뻔했던 것인데, 다행히 피해갔다. 살코기나 가죽, 우유나 계란을 위해 공장처럼 밀집 사육하는 대부분의 가축들은 제 수명보다 훨씬 이른 시기에 도축되는데, 구제역과 조류독감은 그 알량한 수명마저 강제로 중단시킨다. 2001년 영국은 600여 만 마리의 가축을, 2011년 현재까지 한국은 700만 여 돼지와 소와 닭을 살처분했다. 한데 과학자는 조로한 돌리에서 불로장생의 화두를 건지려 한다.

 

생명체에 수명이 있듯 생명체를 구성하는 세포도 수명이 있는데, 분열하며 새로워지는 세포는 생명체의 수명이 이어지게 한다. 그 세포 안에 염색체가 있고, ‘텔로미어라 하는 돌출된 유전자 뭉치를 가진 염색체도 있다. 텔로미어는 세포가 분열될 때마다 조금씩 닳아 작아지는데, 돌리에게 공여된 세포의 텔로미어가 이미 6살 정도로 닳아 있었다고 한다. 따라서 과학자는 텔로미어의 크기를 늘려 수명을 연장할 수 있을 거로 기대한다. 물론 그 기술은 오로지 사람, 그것도 돈 많은 계층의 이해와 부합할 게 틀림없다.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던가. 텔로미어를 발견한 과학자가 2009년 노벨상을 받은 이후 201011, 한 과학잡지는 텔로미어의 위축을 막는 텔로머라제를 활성화해 노화를 되돌릴 수 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유전자 조작으로 텔로머라제의 기능을 차단한 뒤 다시 활성화하자 일시적 노화로 생식 능력이 상실한 쥐가 정상으로 돌아오고 약해진 장기와 뇌기능이 회복되었다는 건데, 많은 과학자는 치매나 노인성 암과 같은 퇴행성 질환의 치료를 기대한다. 회의적인 시각이 없는 건 아니다. 텔로머라제의 기능을 억지로 차단한 뒤의 연구이므로 정상 노화에 적용할 수 없다거나 오히려 암을 촉진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노화와 수명 요인을 텔로미어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는 주장도 있지만, 텔로머라제 연구 열풍에 주목되지 못한다.

 

불노장생까지 아니더라도 건강한 수명의 연장은 인류의 보편적 희망인가. 사람의 탐욕스런 개발과 에너지 과소비로 인한 지구온난화와 기상이변, 석유와 식량위기가 내일의 터전을 위협하는 이때, 수명연장의 기술은 누구의 행복을 보장할까. 노인의 수명연장이 식구와 이웃의 행복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가 여부와 관계없이, 축적한 재산의 다소와 무관하게, 이미 노화가 진행되었다면 수명연장 기술의 혜택과 거리가 있을 것이다. 돈이 대단히 많은 청장년부터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일 텐데, 인생의 행복이 건강한 이웃과 생태계의 도움 없이 보장될 수 없는 거라면 수명연장의 꿈은 덧없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숨을 거두는 나이는 평균수명과 관계없이 손자손녀의 사춘기에서 결혼하기 전이 보편적으로 보인다. 그보다 이르면 이를수록 아쉬움에 식구들이 눈물겨워하고 늦으면 늦을수록 효심이 줄어드는 것을 본다. 건강한 환경과 가족과 이웃의 축복으로 삶을 이어가는 순간에서 행복을 맛보는 것이라면 불로장생이나 수명연장과 같은 연구는 연구자의 돈벌이 이외에 의미가 없어 보인다. 불로장생은 그저 꿈속에 있을 때 아름다운 게 아닐까. (요즘세상, 2011.2.27)

요즘 우리나라에서 체세포로 이뻐지거나 젊어지려고 발버둥치는 우리의 여인네들
이걸 보고 정신 좀 차렸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