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반·개발

디딤돌 2011. 12. 15. 00:20

 

얼음은 물에 뜬다. 물이 얼면 부피가 늘어나기 때문이라는 건 초등학생도 아는 상식이다. 물은 유연하다. 어떤 모양의 그릇이든 부으면 들어가지만 얼음은 다르다. 유연한 물도 일단 얼면 그 모양을 고집한다. 역시 상식이다. 기상대는 올 겨울이 그리 춥지 않다고 했건만 사람들은 지레 겁을 먹고 내복을 꺼낸다. 북극해에 얼음이 녹은 여파가 역설적으로 시베리아를 차갑게 했고 그 여파로 우리나라에 연일 맹추위가 몰아쳤던 작년, 전국의 중상류 강물은 꽁꽁 얼었다. 그때 24시간 쉬지 않던 4대강 사업의 현장마다 10미터가 넘는 보를 세우기 위해 콘크리트를 거푸집에 연실 붓고 있었다.

 

모래와 자갈에 시멘트를 넣고 버무리는 콘크리트에 물은 빠질 수 없다. 굳지 않은 콘크리트는 보를 위한 거푸집에 잘 들어갔고 차디찬 겨울바람에도 잘 굳었지만, 그 안에 흥건했던 물은 얼어붙었다. 그 넓고 복잡한 현장에서 난방 기구를 총동원해 아무리 애를 썼어도 물이 어는 건 도저히 막을 수 없었다. 4대강의 흐름을 16군데에서 6미터 깊이로 가로막은 10미터 높이의 철근콘크리트 보는 현재 완전히 제 모습을 갖췄다. 하지만 미세한 구멍이 숭숭 뚫렸을 게 틀림없다. 지난겨울에 꽁꽁 얼었던 물이 녹으며 부피를 줄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가, 16개의 보 중 9군데에서 물이 줄줄 샌다고 언론은 전한다.

 

16개의 대형 보는 아직 강물을 완전하게 가두지 못했다. 가둔지 얼마 되지 않아 6미터 깊이로 모여들지 못한 곳도 있지만 모래가 다시 모여들었기 때문이다. 강변에 산처럼 쌓아놓았던 모래더미가 홍수로 다시 흘러든 곳도 있고, 이른바 역행침식으로 상류와 지천의 모래들이 밀려든 것이다. 그래서 대형보가 가로막았어도 예상과 달리 6미터 깊이를 유지하지 못하는데, 문제는 용의 해인 내년이다. 비를 상징하는 용이라서가 아니다. 기상이변이 심각해지는 요즘, 해마다 국지성호우는 순간 강수량을 늘린다. 경사가 급한 산간지역에 퍼붓는 빗물이 상류를 가로막은 보에 모여들면 장차 어떤 일이 발생할까.

 

신호대기에 자동차들이 멈춰 늘어선 교차로를 생각해보자. 직진신호등이 켜졌더라도 뒤에 쳐진 자동차는 즉시 움직이지 못한다. 앞차가 나가야 비로소 앞으로 나갈 수 있다. 강물 1억 톤 정도 저장하는 8개의 대형보가 커다란 호수로 이어지는 낙동강도 마찬가지다. 상류에서 퍼붓는 억수 같은 국지성호우가 물을 가득 담고 있는 대형 보에 밀려들어올 때, 기상예보에 촉각을 곤두세우던 담당자도 황급히 담긴 1억 톤이나 되는 강물을 즉각 빼내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대형 보에 몰리는 수압은 급작스럽게 증가할 테고 구멍이 숭숭 뚫린 대형 보는 그만 견디지 못하고 붕괴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다.

 

상류의 대형 보를 허문 막대한 물은 그 아래의 호수로 무섭게 밀려들 것이다. 그때를 대비해 미리 고였던 강물을 관리자들은 제때 비울 수 있을까. 상류의 대형 보를 허문 강물은 더욱 기세를 올리며 다음 대형 보에 몰리는 수압을 높일 수밖에 없고, 아래의 대형 보를 여지없이 허물어뜨릴 가능성이 높다. 그 대형 보 역시 지난겨울에 부은 콘크리트로 굳히지 않았던가. 두 개의 대형 보에 갇혔던 강물과 상류에서 밀려든 국지성호우가 한꺼번에 노도와 같이 그 아래 보를 향해 갈 때, 대형 보를 관리하는 자가 할 일은 많지 않을 것이다. 주민들에게 대피를 알리며 탈출하는 일만 남을 것이다. 일단 재난은 피해야 이후 대책을 세울 게 아닌가.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집요하게 고발했던 학자는 착공은 가능하지만 완공은 불가능한 사업이라고 주장했다. 그래서 그런가. 많은 사람들을 불러 앉힌 가운데 가수의 공연을 보여주며 팡파르를 울렸던 정부는 아직도 완공이라는 말을 자제한다. 완공한 뒤 남은 공사비를 지불하면 현장의 장비는 모두 떠날 것이다. 그 이후 국지성호우가 오면 큰일이 벌어질 수 있는데, 벌써부터 물이 샌다. 팡파르가 울렸건만 물이 줄줄 샌다. 우린 손으로 제방을 막아 마을을 구한 네덜란드의 소년의 이야기를 어려서 들었다. 손가락으로 막은 제방의 구멍은 처음 바늘구멍보다 작았을 것인데, 놔두면 팔뚝으로도 막지 못한다고 배웠다. 팡파르와 관계없이 아직 공식적으로 완공되지 않은 4대강 사업 구간의 16개 대형 보 현장에 공사 장비는 남아 있다. 아마 지불해야 할 공사비도 남았을 것이다.

 

최근에 발표된 국토연구소 용역보고서는 4대강의 대형 보를 유지하는데 해마다 6천억 원이 들어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의 입김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한 전문가들이 연구해낸 결과가 그렇다. 대형 보의 관리운용에 들어가는 비용만이 아니다. 자전거도로에 들어가는 비용도 있고 풀을 깎는데 들어가야 하는 비용도 물경 400억 원이 넘는다. 하지만 그런 예산은 대형보가 안전할 때에 국한된다. 무너지면 비용은 천문학적으로 뛸 것이다. 대형 보 주변의 마을, 농경지는 올 3월 지진 이후의 대형 쓰나미에 처참해진 일본 동북해안만큼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민원은 걷잡을 수 없을 끓어오를 게 틀림없다.

 

그래도 아무 상관이 없다. 대한민국의 국운을 좌지우지하는 토목세력이 버티고 있는 한, 걱정 말란다. 무너지면 다시 세우면 된다. 마을도 농경지도 다시 만들면서 토목세력은 어화둥둥! 큰돈을 벌어들일 게 아닌가. 무너진 대형 보? 다시 세우면 된다. 또 터지면? 어화둥둥! 물론 철거도 토목이 한다. 연천댐이 그러지 않았던가. 이래저래 돈벌이는 이어진다. 수십 조 원이 들어간 4대강 사업은 결코 완공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얼마나 좋은가. 현 정부가 그토록 배려하는 대한민국의 토목 마피아는 물이 줄줄 새는 4대강 현장을 오늘도 떠날 수 없다. 정말 눈물겹다. (지금여기, 2011.12.14)

쌓이는 모래 계속해서 준설하려면 그 만큼 일자리가 생기겠지요.
그걸 홍보하려 하지 않을까요. 얼빠진 가카와 쥐떼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