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인간

디딤돌 2011. 11. 22. 15:43

 

본격적인 김장철이 시작됐다. 과거 주택은 담벼락 높이로 쌓은 배추를 절이느라 일가친척이 모여 분주했는데, 아파트가 대세인 요즘의 도시는 전보다 차분해졌다. 하지만 한겨울 김치를 한꺼번에 담그려는 주부에게 김장은 큰일 중의 하나요, 피하고 싶은 스트레스다. 김장독이야 김치냉장고가 대신하지만, 배추를 절일 마당이 없고 도와줄 친지도 마땅치 않다. 그래서 많은 가정은 현지에서 절인 배추를 택배로 받아 양념만 버무리지만 그렇다고 쓰레기가 나오지 않는 건 아니다. 그뿐인가. 이맘때 김장을 마친 주부는 근육통에 시달리고, 지방자치단체마다 늘어난 쓰레기 처리에 비상이 걸린다.

 

런던협약에 우리나라도 뒤늦게 호응함에 따라, 2013년부터 음식쓰레기를 더는 바다에 버릴 수 없게 되었다. 이에 지자체들은 대책 마련에 마음이 급해졌는데, 김장 쓰레기까지 몰려나오니 적잖게 당혹스러울 것이다. 어느 지자체는 다듬다 나온 배추와 양념 부산물을 음식쓰레기로 분류하지만 어떤 지자체는 소각용 쓰레기봉투에 담으라고 주민에게 권유하니 시민들은 혼란스러워한다고 언론은 전한다. 배추에 흙이 묻으면 일반쓰레기, 깨끗이 닦여 있다면 음식쓰레기로 분류하는 기준도 있다지만, 헷갈리게 하는 건 마찬가지다. 음식쓰레기에 대한 대책을 진작 세웠다면 없을 혼란이다.

 

이제까지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의 주민들은 음식쓰레기를 설치된 커다란 용기에 털어 넣으면 그만이었다. 음식쓰레기의 양이 많든 적든 개개의 가정이 부담하는 비용의 차이가 전혀 없었다. 하지만 앞으로 달라진다. 음식쓰레기의 발생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 놓인 지자체마다 차등화에 나서려 하는 까닭이다. 전자인식장치가 부착된 전용 통을 지급하는 방법이 모색되고는 있지만 비용이 당장 만만치 않다. 그래서 많은 지자체들은 우선 음식쓰레기 전용 종량제봉투를 보급하려고 계획하고 있다. 물론 지자체도 경제적 부담을 느낄 주민을 나름대로 지원한다. 음식쓰레기의 총량을 줄인 아파트단지에 인센티브를 주어, 수도 시설 설치비용을 지원한다거나 음식쓰레기 용기를 자주 비워준다.

 

지자체는 공동주책보다 단독주택이 모인 동네의 음식쓰레기 처리가 걱정인 모양이다. 일반 쓰레기봉투는 이제까지 집밖의 어느 특정 장소에 버렸지만 그 장소와 가까운 주택은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악취가 심해지는 음식쓰레기는 사정이 훨씬 다르다. 격한 민원이 발생하지 않던가. 음식쓰레기를 버릴 장소를 위생적으로 만들어달라는 요구가 나오지만, 동네에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형평성을 고려해야 하는 지자체는 응하기 어려울 것이다. 아무리 근사하게 만들어도 악취가 발생한다면 주변의 주택은 불만스러울 터. 그래서 단독주택은 음식쓰레기를 집밖에 내놓는 걸 원칙으로 한다는데, 제때 수거하지 않으면 민원이 발생하곤 한다.

 

조리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농작물 쓰레기는 퇴비장으로 가고, 먹다 남은 음식은 가축에게 주었던 과거라면 발생하지 않았던 음식쓰레기라는 말. 조상이 들으면 경을 칠 게 틀림없는데, 민원에 시달리는 도시의 지자체마다 골머리 아플 수밖에 없다. 바다에 버리거나 소각장에서 태울 수 없다면 사료나 퇴비로 재처리하는 것뿐인데, 어느 쪽도 쉽지 않다. 음식쓰레기를 운반하거나 처리하는 과정에서 악취가 발생할 수 있지만, 음식쓰레기에 염분이 높으니 기껏 만들어 놓은 사료나 퇴비가 외면되기 일쑤다. 처음 잘 가동되던 처리시설에 고장이 나거나 낡으면 어김없이 악취가 발생하니 민원이 빗발친다.

 

청주 흥덕구에 위치한 음식쓰레기 자원화 시설은 대대적 보수를 거처 다시 가동되는 중이라고 2004년 언론은 보도했다. 악취 해결을 요구하는 주민들이 쓰레기차 진입을 가로막는 행동에 나서자 지자체가 대책을 세운 건데, 7년이 지난 그 시설은 지금 잘 가동되고 있을까. 음식쓰레기를 발효해 메탄가스를 추출하는 공장을 건설한 부천시는 2010년부터 가동할 거라고 2008년 언론이 전했다. 1톤에 3만원을 받으며 공장을 건설한 기업이 운영한 뒤 15년 뒤 시에 기증할 예정이라고 했는데, 현재 잘 운영되고 있을까. 이후 민원이 발생했다는 보도가 없으니 잘 가동 운영되리라 믿고 싶은데, 그런 시설은 인구가 밀집되지 않은 지역에 위치할 것이다. 한데 인천은 사정이 다르다.

 

현재 인천시 서구는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와 음폐수바이오가스화시설 건축을 놓고 법적 공방을 예고하고 있다. 음식쓰레기의 바이오가스화를 위한 시설을 서구청의 건축허가 없이 착공한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에 대한 서구청의 고발과 건축 관련해 특별한 문제가 없는데도 계속 허가를 내주지 않는 서구청에 대한 수도권관리공사의 날선 고발이 대립된 상태다. 쓰레기는 음식이 아니라도 악취가 발생한다. 서구 주민들은 진동하는 악취로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리는데, 음페수바이오가스화시설이라니. 서구는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인천시와 서구는 그런 시설이 들어서면서 수도권매립지를 영구화하려는 속셈이 있는 게 아닌지 경계한다. 2016년 만료하기로 약정한 수도권매립지의 기한을 연장하려는 움직임이 보이는 마당이므로.

 

그 와중에 송도 신도시에 위치한 송도자원환경센터의 주민지원협의회는 악취가 발생하는 기존 음식쓰레기의 퇴비와 사료화 시설을 바이오가스화 시설로 변경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질이 떨어져 실수요자가 외면하는 퇴비와 사료 대신 실효성이 큰 바이오가스로 음식쓰레기를 재활용하는 것이 경제적일 뿐 아니라 악취에 따르는 민원도 해결된다는 전문가의 주장을 덧붙였는데, 정작 인천시 관계자는 난색을 표현하는 모양이다. 음식쓰레기 처리 사한에 쫓기는 처지에서 바이오가스화 시설에 대한 검증이 안 된 상태라는 이유를 들면서.

 

처리시설의 검증 여부와 관계없이 음식쓰레기는 민원을 몰고다닌다. 검증을 마친 퇴비화와 사료화 시설, 그리고 매립과 소각 시설이라고 해서 민원에서 자유로운 건 아니다. 사정이 그렇더라도 발생하는 음식쓰레기를 방치할 수 없으니 지방자치단체는 반드시 대책을 세워야 한다. 한적한 곳을 찾기 쉬운 농촌이라면 퇴비와 사료화가 요긴하겠지만 도시는 그렇지 못하니 답답할 것이다. 한데 생각해보자. 민원인도 음식쓰레기를 내놓을 밖에 없다. 어떻게든 처리해야 한다는 데 동의할 수밖에 없다면, 민원인이 포함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리라 생각한다. 가정주부, 처리업자, 지자체 관계자, 전문가들이 모여 현재 상황을 인식하고 대안을 모색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시설에 대한 완전한 검증까지 마칠 시간은 충분치 않더라도, 지역에 맞는 대안을 합의로 채택할 수 있을 것이다.

 

음식쓰레기는 가정에 한정하지 않는다. 가정에서 발생하는 음식쓰레기는 크고 작은 식당이나 음식료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이 작은 편이다. 식당이나 단체급식소에서 버리는 음식쓰레기와 기업에서 막대하게 배출하는 폐기물도 얼마든지 재활용할 수 있다. 그를 위한 제도의 정비가 필요할 것인데, 시민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 나오는 음식쓰레기를 버릴 수밖에 없는 시민이자 잠재적 민원인도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양심에 맞게 행동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음식쓰레기 자체를 줄이는 행동이다. 식단을 미리 만들고 원하는 식재료를 필요한 만큼 구입하고, 먹을 만큼 상을 차린다면, 개개인이 발생시키는 음식쓰레기는 그만큼 줄어들 게 분명하다.

 

지자체와 시민, 음식료 기업과 식당 모두 음식쓰레기의 문제를 모르지 않다. 어떻게든 처리해야 한다는 사실도 잘 안다. 하지만 실천이 성가실 따름일 것이다. 음식의 재료가 되는 농작물을 직접 생산하는 이라면, 그가 농민이든 텃밭을 일구는 도시민이든, 쓰레기가 될 정도로 농작물을 허비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음식쓰레기를 배출하는 우리는 근원적으로 볼 때, 음식의 생산과 소비에서 분리돼 있다. 배출하는 양만큼 분리 정도는 클 텐데, 해외에서 수입한 가공식품은 특히 심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도시의 소비자인 우리는 농작물이 비싸거나 전용 종량제봉투의 비용 부담 때문에 음식쓰레기 발생을 줄이기에 앞선 행동이 절실하다. 음식과 농작물로 분리된 관계를 새삼 반성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음식과 농작물의 거리를 줄이는 도시인 행동은 무엇일까. 텃밭을 가꿀 여유가 없더라도 기왕 발생한 음식쓰레기를 다시 농작물에 돌려주기 위한 행동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퇴비화와 사료화를 적극 이해하고 돕는 일도 그런 행동 중의 하나다. 음식쓰레기의 바이오가스화도 충분히 요긴한 대안인데, 가공식품, 그 중에 수입된 가공식품을 되도록 자제하는 게 좋을 것이다. 내 지역에서 가까운 농촌에서 재배한 농작물을 구입하는 행동도 중요하다. 농촌이 대접받을 때 도시인의 건강도 좋아지고 환경도 개선될 것이다. 음식쓰레기라는 불경한 용어도 차차 사라질지 모른다. 훌륭한 유기질 자원으로 바뀔 테니까. (인천in, 2011,11,22)

 

 
 
 

도시·인천

디딤돌 2008. 11. 24. 10:36

 

기상관측 이래 가장 뜨거웠던 가을이 잠시 선선해지더니 한겨울 추위가 느닷없이 모습을 드려냈다. 가을비가 추적추적, 주말의 낮 시간을 촉촉이 적시곤 겨울이 성큼 다가온 거다. 포플러의 넓은 낙엽이 발길에 채이던 보행자도로는 수북하던 낙엽을 차분히 내려앉혔다. 낙엽들이 빗물을 머금은 거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자 역할 마친 잎사귀를 일제히 털어낸 가로수들은 파란 하늘 아래 더욱 앙상해 출근길을 서두르는 인파의 외투를 바싹 당기게 한다. 마침 거세게 분 바람도 한몫했을 텐데, 내린 비에 비해 바람이 거세었는지 오후가 되자 낙엽들은 다시 바스락거린다. 잎사귀 하나 남기지 않은 은행나무 아래의 도로는 노랗게 물들어, 오가는 이의 발길을 푹신하게 한다.

 

가을을 맞은 시민들은 모처럼 도시에서 낭만에 젖는다. 주말이면 햇살이 따사로운 거리에서 가족과 연인들이 낙엽을 끼얹으며 사진 찍기에 즐겁고, 따라 나온 강아지는 줄이 짧다며 덩달아 흥겹다. 하지만 낙엽은 곧 치워질 것이다. 일부러 방치했던 서울시 종로구 일부와 덕수궁 돌담길도 마냥 놔둘 수 없다. 인파의 구두 굽에 밟혀 부셔진 낙엽은 행인의 옷깃을 더럽혀 민원을 발생시키지만 가을비로 추레해진 낙엽은 낭만에 방해가 될 거고, 무엇보다 미화원들이 가만히 두지 않을 게 틀림없다. 눈이라도 내리면 낙엽 치우는 일은 홀로 감당할 수 없을 테니.

 

가을이 뜨거웠던 만큼, 올해 가로수들은 언제 잎사귀를 떨어내야할지 종잡지 못했을지 모른다. 한꺼번에 떨어진 낙엽에 푸른색이 남은 걸 보면. 엽록체를 가장 많이 남긴 가로수는 은행나무로 보인다. 자동차와 보행자도로 사이의 경계를 푹신하게 덮은 낙엽들은 전처럼 샛노랗지 않았다. 역시 기후변화 때문인가. 얼마나 많은 보행자들이 파란 기운을 남긴 낙엽을 보며 걱정할지 여부와 아무 관계없이 낙엽은 부대에 담겨 어디론가 사라질 텐데, 대체 어디로 가는 걸까. 가로수만이 녹색이던 이 도시에서 낙엽은 상당한 양인데.

 

부지런한 미화원의 손길로 도로 구석에 쌓인 부대에 벌써부터 꽉 들어찬 낙엽들은 가로수를 보급하는 시립 양묘장으로 가려는가. 거기에서 1년 이상 푹 썩으면 새로 심는 가로수를 튼실하게 키울 퇴비로 모습을 바꿀 수 있을 텐데, 모든 낙엽이 양묘장으로 가지 못할지 모른다. 남은 낙엽은 부대 째 소각장 아궁이로 들어가는 건 아닐까. 사실 많은 자치단체는 대부분의 낙엽을 태운다. 생활쓰레기만 받는 소각장에서 거부하는 까닭에 1톤의 낙엽을 별도의 시설에서 태우는데 대략 20만원이 들어간다고 한다. 숲을 가꿀 자원을 태워 온난화를 부추기는 꼴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양질의 퇴비로 숙성시키려면 낙엽의 상태가 좋아야 한다. 그런데 도시 가로수의 낙엽은 질이 떨어진다. 인파에 밟혔기 때문이 아니다. 크고 작은 건축물과 공장, 그리고 자동차에서 뿜어지는 배출가스에 오염되었지만 문제는 낙엽 사이에 쓰레기가 많다는 점이다. 담배꽁초는 기본이고 썩지 않는 과자봉지를 포함해 온갖 깡통들이 뒤섞어 기껏 만든 퇴비를 부어도 나무와 농작물의 뿌리가 뻗지 못한다는 게 아닌가. 낙엽에 묻힌 쓰레기를 분리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아 자치단체들이 퇴비화를 망설이게 된다고 언론은 아쉬워한다.

 

해결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다. 낙엽 수거 미화원의 이름을 부대에 적어 쓰레기 분리를 유도하자 퇴비화를 위해 낙엽을 요구하는 농촌이 늘어나 예산을 절감했다는 자치단체도 있다. 그 경우 절감된 예산을 담당 미화원에게 분배할 수 있을 것이다. 숲이 있는 학교로 낙엽을 보내는 자치단체도 있다고 한다. 퇴비 만드는 교육을 위한 것으로 학교 숲의 긍정적인 측면이 새롭게 부각되는 셈이다. 노인의 취로사업과 별도로 학생의 자원봉사로 보행자도로에서 쓰레기를 분리해도 좋을 것 같다. 학생들은 자신이 버리는 쓰레기의 문제를 새삼 느낄 테니까.

 

낙엽을 태우지 말아야할 이유는 더 있다. 끈적거리던 살충제가 가뭄 때문에 충분히 씻기지 않아 태우는 사람의 폐로 들어갈지 모른다는 거다. 잠시 낭만을 베풀어준 도시의 낙엽은 아무래도 소각보다 퇴비화가 옳겠다. (인천e뉴스, 2008년 11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