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동물

디딤돌 2012. 8. 31. 13:55

   어떤 생태학습장일지, 주목하자

 

3년 동안 팔당 유기농 단지의 보전을 위해 마지막 땀방울까지 뿌리며 남아 있단 농부들, 그리고 그들과 마음을 모으며 자리를 지켜왔던 가톨릭 가족과 시민들은 다시, 생태학습장으로 바뀌기 전에 뜻 깊은 모임을 가졌다. 그 자리에 참여한 한 시민은, 물안개 피어오르는 두물머리 옆에서 어쩌면 마지막일지 모르는 유기농 만찬을 즐겼다. 멋진 땅에서 황홀한 맛에 취해 공연을 하고 대화를 나눈 이들은 온갖 회유와 협박을 이기지 못하고 한두 농가가 빠져나가는 걸 보면서도 끝가지 남은 이의 눈물겨운 경과보고와 소회를 들으며 가슴을 먹먹해했다.


고작 2번 밖에 가지 못했는데, 얼마나 고생을 했을까. 그나마 생태학습장으로 합의되고 아비규환 같은 강제 철거가 없어서 위안이 되지만, 그냥 생태학습장 그런 거 말고, 남은 농부들, 돌아올 농부들과 유기농으로 농사짓게 그냥 두는 게 좋은데, 날 저문 강에서 한바탕 신명나는 풍물이 있었는데, 이렇게 신명나게 농사지으며 축제로 살아가야 하는 것인데아쉬워하는 한 시민의 소회를 페이스북에서 읽고, 어려울 때 그 어려움을 함께 나누지 못한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웠다.


행정대집행으로 치장한 정부의 강제철거 협박으로 지난 86일부터 유래 없이 더웠던 나날을 거의 뜬눈으로 지냈던 팔당 농부와 가톨릭 가족과 시민들은 일단 마음을 놓았다. 3년 동안 절박한 마음으로 지키려했던 땅을 온전히 보전하지 못했지만, 일단 망가뜨리지 못하게 하는 데까지 이끄는 성과는 만들지 않았나. 하지만 아쉬움도 작지 않다. 자전거도로가 생기는 거야 양해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 최초이자 최고로 가꾸어온 농토를 일단은 내주어야 한다. 유기농업 체험과 교육, 대안에너지와 문화 체험 교육장으로 조성되어 모범적으로 운영되는 해외의 사례를 참조하겠다고 하니 다행인데, 순수한 생태학습장으로 어떻게 만들어갈지 걱정스러움이 남는다.


행정대집행 협박 8일 뒤에 가진 정부와 유기농 단지 농민 사이의 합의는 다음 5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 째, 자전거도로는 내되, 도로를 제외한 두물머리 지구를 (가칭)생태학습장으로 조성한다. 둘 째, 생태학습장은 지자체 주관으로 관계전문가, 민간 등 의견을 수렴하여 계획을 수립하고 추진하고 그 예산은 정부가 부담한다. 셋 째, 구체적 추진방안은 협의기구에서 결정하며, 협의기구는 정부, 지자체, 천주교, 농민 측에서 추천한 인사로 구성한다. 넷 째, 생태학습장 조성은 영국의 라이튼 정원, 호주의 세레스 환경공원을 참고한다. 마지막으로 다섯 째, 농민 측은 즉시 두물지구 내 지장물을 철거한다.


깡패 같은 철거업체가 들이닥쳐 집기를 부수며 철거하지 않게 돼 다행인데, 가칭이라는 딱지를 붙인 생태학습장에 지금까지 보전을 위해 몸과 마음을 다 바친 농민들이 그 과정에서 어떤 일을 참여하게 될지 궁금하다. 소생태학습원에 대한 논의와 조성 과정에서 소외되는 건 아닐지 괜스레 초조해지기까지 한다. 그들은 이제까지 주역이었고 앞으로도 주역이어야 한다. 그들은 팔당 유기농단지에 뿌리를 내렸지 않았나. 정부, 지자체, 천주교, 그리고 농민 측에서 추천한 인사들이 공정하고 투명하며 민주적으로 충분히 협의해 모두 납득할 방안을 찾아내리라 기대하면서, 마지막까지 남은 농민들이 이제와 같은 마음으로 모범적인 생태학습장을 만드는데 주역이 되길 희망한다.


     생태학습장은 면적이 넓다. 유기농업을 끌어가는 농부가 주도할 수밖에 없다. 어려움을 나누지 못한 처지에 팔당 두물머리에 조성될 생태학습장이 “4대강 사업과 유기농업이 절충된 대안모델로 기대하는 게 아쉬워도 문제 삼을 주제가 못되지만, 마지막까지 남은 농부의 의지를 기본으로, 유기농업을 배우고 체험하려 찾아오는 이와 더불어 생태학습장에서 유기농업을 이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체험과 학습은 그 자리에 청춘을 바친 이들이 가장 잘 끌어갈 게 아닌가. 팔당유기농의 역사와 성과, 그리고 가능성을 알리는 것은 물론이고, 체험을 위해서든, 유기농산물을 구입하기 위해서든, 찾아오는 이에게 알리고 우리의 농업 현실과 한계를 유기농업으로 극복할 수밖에 없다는 걸 깨닫게 하는 일, 생태학습장이 흔쾌히 맡아야하므로. (요즘세상, 2012.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