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천

디딤돌 2013. 11. 29. 10:44


서쪽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후드득 빗방울이 떨어진다. 내일은 더 추워지려나. 겨울을 재촉하는 구름은 오후부터 주위를 어둡게 만들었다. 천둥번개를 동원해 아침까지 내리는 비는 어제오늘을 뿌옇게 만들었던 미세먼지를 깨끗이 씻어낼 것으로 예보하므로, 내일은 송도신도시의 높은 건물에서 남산을 볼 수 있으려나.


공활했던 가을하늘을 하루 만에 뿌옇게 변색시키는 중국의 미세먼지는 황사보다 위협적이다. 중국 동해안에 몰린 대도시의 석탄화력발전소와 수많은 공장에서 쏟아내는 대기오염물질이 포함되었을 뿐 아니라 자동차 배기가스도 무시할 수 없게 늘어난다. 입자가 굵은 먼지는 대부분 황해에 떨어지겠지만 초미세먼지가 문제다. 기관지를 거쳐 허파꽈리까지 들어가 호흡기질환을 일으킨다고 전문가는 경고하는데, 밖에 나가야 먹고사는 우리는 마스크 이외에 뾰족한 대책이 없다.


중국 동해안은 핵발전소가 모여 있다. 가동한지 얼마 되지 않아 걱정할만한 사고는 없었다지만 앞으로 어떨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감시하는 시민단체가 없는 중국의 핵발전소도 머지않아 낡을 텐데, 후쿠시마와 같은 사고가 발생한다면 우리는 서쪽 바다를 통째로 잃는다. 수심이 얕은 황해는 확산이 더디므로 해산물은 포기해야 한다. 그뿐인가. 방사성 물질까지 포함하는 황사와 미세먼지에 긴장해야 하고, 내리는 비를 막아준 우산도 잘 씻어 보관해야 안전해질 것이다.


편서풍 지대에 사는 이상, 우리는 중국에서 다가오는 오염물질에 신경이 쓰이는데, 정작 인천의 서편은 오염에서 자유로운가. 공항에서 배출하는 막대한 온실가스는 잊기로 하자. 남동공단과 주물공단은 청정연료를 사용하면서 오염물질 배출을 최소화했지만 영흥도의 화력발전소에서 고성능 저감장치를 거쳐 배출되는 오염물질의 양은 작다고 무시하기 어렵다. 발전소의 규모가 큰 만큼 배출되는 양도 늘어난다. 인천항을 오고가는 대형 선박, 그리고 트럭에서 배출하는 오염물질도 다른 도시보다 현저히 많다. 그뿐인가. 인구의 절반이 모인 수도권에서 배출되는 생활쓰레기가 매립되는 곳도 인천 서쪽이다.


300만을 바라보는 인구 때문인지, 서울과 가까워 그런지, 바다를 끼고 있어도 인천에 핵발전소는 없다. 반경 30킬로미터 이내에 320만 명이 사는 기장군 고리에 수명을 억지로 연장한 핵발전소가 있는 부산과 비교할 때 분명히 다행이라고 해야겠지만, 인천 서쪽, 최첨단 초고층빌딩이 즐비한 송도신도시 바로 2킬로미터 앞에 LNGLPG탱크가 시설과 규모를 늘리고 있다. 현재 10만 톤과 20만 톤의 LNG탱크 20기가 모인 송도 LNG인수기지에서 상상하기 싫지만, 2000여 생명을 앗아간 1984년 멕시코와 같은 폭발이 발생한다면 핵발전소 폭발보다 끔찍한 참상을 빚을 수 있다.


갯벌을 매립한 자리에 웬만한 체육관보다 큰 탱크를 밀집시킨 한국가스공사는 안전을 장담하지만 20074개의 탱크에서 LNG가 누출된 바 있다. 2006년 감사원은 LNG인수기지의 토양에서 메탄가스의 농도가 관리기준의 16배 높게 나타난 사실을 지적했다. 아직도 2007년 가스 누출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는 한국가스공사는 무슨 배짱인지, 어떤 무소불위의 권력을 등에 업었는지, 인천시민은 물론, 인천시와 일체의 협의도 없이 20만 톤 규모의 탱크 3기를 추가하려고 절차를 밟는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고 당부하거늘, 송도 인근의 LNG탱크는 세계 최대 규모다. 전쟁이 발발한다면 1차 공격대상일 텐데, 대책은 세웠을까. 백령도 인근에서 발생하는 지진은 강도와 횟수를 더하는데, 재해는 대비하고 있을까. 지구온난화는 해수면 상승만 부르는 게 아니다. 태풍의 횟수와 강도를 높이고 해일 규모를 키운다. 2007년 가스누출의 원인을 여태 모르는 한국가스공사는 시설 확대를 언급할 자격이 없다.


자연재해를 완충하던 갯벌이 사라진 인천의 서편은 겉보기 화려하지만 사고 위험과 오염 발생 가능성은 훨씬 커졌다. 수도권의 편의를 위해 쓰레기에 이어 가스탱크까지 더 끌어안을 인천시민은 언제야 안심할 수 있을까. 가스 소비가 느는 겨울이 다가온다. (기호일보, 2013.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