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인간

디딤돌 2010. 1. 4. 23:58

 

새해 첫 출근 날, 기상청의 일기예보가 빗나갔다고 일부 언론은 어김없이 호통을 쳤다. 중부지방에 2에서 7센티미터의 눈이 내릴 거라 예상했는데 기상관측 이래 최대라는 눈이 한 번에 쏟아지지 않았던가. 날씨가 쌀쌀하니 작은 양도 걱정할 수밖에 없었는데, 아침나절에 20센티미터 가까이 쌓였고, 오후에도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결국 곳곳에서 기록을 경신했는데, 포천에 사는 아들 친구는 5시간 만에 서울에 도착한 뒤 집에 돌아갈 엄두가 나지 않았는지 아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지하철로 인천까지 갈 테니 잠자리를 마련해달라는 부탁이었다. 돈 많은 대도시와 달리 지방도로의 사정은 끔찍했던 모양이었다.

 

은퇴한 통보관이 자조 섞여 추억을 더듬었던 예전, 우리 일기예보는 오류가 일상사였고 대부분의 시민에게 양해사항이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기상청장이 장담하듯, 우리의 예측 수준은 여느 나라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변수가 워낙에 다양한 기후를 삼사일 이상 앞서 엇비슷하게 추정하는 건 모든 나라가 어려워하니 예외로 치고, 하루나 이틀 전의 일기는 거의 정확하게 맞춘다. 예보를 무시하고 우산을 준비하지 않으면 대개 낭패를 본다. 우리 예보 수준이 그렇게 높아진 건 질적 양적으로 향상된 전문 인력의 수준만큼, 사용하는 컴퓨터가 획기적으로 개선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인력과 기자재를 총동원해도 완벽한 예보는 불가능한 모양이다.

 

출입기자의 전공이 기상청 관계자와 비슷할 테지만 예보가 빗나갈 때마다 혹독하게 비난하니, 기상청은 언론에 섭섭할 수 있겠다. 이번에도 일부 언론 때문에 속상했을 테지만, 갈아치운 강설의 기록에 관심을 쏟은 대부분의 언론은 기상청을 비난하지 않았다. 맹추위 속에 손쓸 여유가 없이, 쌓였던 눈 때문에 발생한 교통 혼란에 초점을 맞추었다. 기상청의 어려움을 두둔하는 언론도 없지 않았다. 1밀리미터의 강우는 1센티미터의 강설에 해당하는데, 밀리미터 단위의 강우량을 정확하게 예보할 수 없듯, 강설량 예측도 정확할 수 없다는 거, 이해하고 넘어갔다.

 

1월에 내린 한바탕 눈을 비교한 언론은 서울은 1969년 기록을 뛰어넘었고, 인천은 1973년 이래 최고라고 보도했다. 당시는 자동차가 많지 않았으니 그리 혼란스럽지 않았을 텐데, 이번엔 유난스러웠나.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감내하는 모습이었다. 도시마다 제설작업에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라기보다 대중교통으로 출근한 시민이 많은 까닭이었다. 아스팔트에서 엉금엉금 기어야 했던 운전자와 빼곡한 지하철과 버스에서 부대껴야했던 시민들은 불편했을 테지만 직장이나 거래에서 특별한 불이익은 없었을 것이다. 불가항력으로 발생한 지각이나 조퇴를 동료들이 양해했을 것이다. 그렇듯 이상이변은 어느덧 일상이 되었다.

 

기상청은 “영하 30도 안팎의 찬 공기가 상층 5킬로미터에 머무르고 있는 상태에서 매우 많은 습기를 머금은 따뜻한 저기압이 중국 내륙에서 다가와 중부지방에서 충돌한” 데에서 언론이 ‘눈 폭탄’으로 규정한 이번 강설의 이유를 찾았다. 한데, 기상대의 분석은 원인이라기보다 현상을 설명했다. 절기상 겨울이라도 중국 남쪽은 따뜻할 테고, 삼한사온이라는 말이 있듯, 겨울이면 시베리아 고기압과 밀고 당겼을 텐데, 왜 이번엔 큰 눈을 뿌리게 한 걸까. 그 이유를 기상청은 설명하지 못했다. 원래 건조한 계절이므로 1월에 큰 눈이 내리지 않아야 정상인데, 왜 중국의 따뜻한 습기가 이번에 몰려온 것일까. 그 방면에 전혀 아는 바 없지만, 단순히 기상이변으로 몰아가기에 무언가 석연치 않다.

 

최근 우리나라에 가을장마가 장마철 뒤에 온다. 지구가 요즘처럼 온난화되기 이전에 없었던 일이다. 삼협댐이 남중국에 장강의 막대한 물을 저장하기 전에도 없었다. 이번 눈 폭탄, 지구온난화와 관계있는 거 아닐까. 내년 이후의 이맘때를 주시할 필요가 있을 텐데, 최근 충청남도 남쪽 해안에 눈이 잦은 현상을 주목하게 된다. 세계 평균보다 우리 서해안이 두 배 이상 따뜻해진 결과와 과연 무관한 건지 걱정되므로. (인천신문, 2010년 1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