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천

디딤돌 2009. 8. 5. 12:53

 

지구온난화의 여파인가, 정말 올 여름 장마는 지루하다. 중국 양자강 쪽에서 몰려드는 수증기까지 포함해 국지성 호우마저 뿌리자 부산은 뜻하지 않은 피해를 입기도 했다. 올해는 이대로 물러서지만 내년에는 어떨지, 지구온난화의 원인을 제공한 사람의 탐욕에 대한 자연의 보복이 이런 건가 싶다.

 

장마가 온천지의 오염물질을 씻어내자 여기저기에서 맹꽁이가 운다. 오로지 장마철에만 우는 맹꽁이는 옛 가요에 나오듯 시민들의 시름을 달래주는데, 요즘은 하필 녹지를 허는 대형 공사장이나 그 예정지에서 울어 사람의 막다른 탐욕의 진정을 요구한다. 환경부에서 지정한 멸종위기 2급인 까닭에 개발주체는 보전 계획을 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 은평뉴타운과 인천 굴포천 자연형 하천부지에서 일찌감치 공존을 요구한 맹꽁이는 얼마 전 인천 계양산 골프장 부지에서 생태계 복원을 청원해 그 추이가 궁금해지는데, 오페라하우스와 공존하자고 노들섬에서 울더니 최근에 신정동 아파트부지에서 복원대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사라졌다 여겼던 맹꽁이가 쓰레기매립장이었던 월드컵공원에서 자신의 존재를 알리더니 요즘은 여기저기 공사장에서 공존을 요구한다. 한밤의 억수 같은 빗속에서 모습은 보이지 않아도 울음소리가 분명하니 철근콘크리트에 둘러싸인 시민들은 반가워했고, 그를 반영해 맹꽁이가 출현하는 대부분의 공사장은 맹꽁이 서식공간을 다소 배려하며 공존을 모색해왔다. 그 낌새를 눈치챈 걸까. 올 장마철에는 유난히 맹꽁이 울음소리가 컸다. 이러다 환경부가 보호대상종에서 빼겠다 으름장 놓을까 덜컥 겁이 날 정도로.

 

한여름을 적신 장마는 한 보름 정도 여기저기 빗물을 모을 텐데, 맹꽁이는 알에서 올챙이를 거쳐 작은 맹꽁이까지, 모든 걸 그 시간 이내에 마쳐야 한다. 장마철 한 달 남짓, 맹꽁이에게 허용된 시간은 대략 그 정도다. 그때 사생결단으로 짝을 찾아야 하는 맹꽁이에 대한 우리의 체계적인 생태조사는 아직도 부실하다. 막 변태한 어린 맹꽁이가 이듬해 갑자기 자라서 나타나는 건 아닐 텐데, 어디에서 어떤 먹이를 어떻게 먹고 어디에 숨어 사는지 통 모른다. 생명공학에 붓는 연구비의 이자에 이자만 투자해도 될 일인데, 우리는 기초 없이 화려한 누각의 지붕부터 올리려 한다.

 

최근 “자연에 대한 인간의 존경심 회복”을 위해 운동하는 ‘풀꽃세상을 위한 모임’은 맹꽁이에 제15회 풀꽃상을 드리기로 결정했다. 자연의 일부인 인간이 감히 자연물에 상을 줄 수는 없는 일! 그 출현으로 우리의 탐욕을 반성하게 이끄는 맹꽁이에게 풀꽃상을 드리면서 사람도 자연과 공존할 때 가장 건강하고 행복하다는 사실을 깨닫기를 풀꽃세상을 위한 모임은 바라고 있다. 맹꽁이가 여기저기에서 우는 건 농약이 드물어진 습지가 오로지 거기뿐이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거기까지 와서 우는지 헤아리며 더는 삭막해질 수 없는 인간을 위해서라도, 도시 곳곳의 습지를 살려 맹꽁이를 내년 이후에도 만날 수 있길 희망해본다. (경향신문, 2009년 8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