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천

디딤돌 2009. 6. 2. 12:54

 

부평의 만월산 칠성약수터에서 발원하는 굴포천은 부천을 지나 김포시 고촌면에서 한강으로 빠져나가는 17.8킬로미터의 하천이다. 오랜 세월 맑은 물이 굽이쳤지만 주변이 도시화되면서 직선으로 변한 뒤 뚜껑까지 덮인 채 구정물만 흘려왔는데 작년 11월에 자연형으로 일신했다. 2년 동안 무려 400억 원 가까운 예산을 동원해 6킬로미터 구간을 변모시킨 것이건만 아쉽게도 인천시민 대부분은 굴포천이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 어떤 이는 운하로 신세망칠 방수로부터 생각한다. 굴포천은 옛 기억을 되살릴 수 있을까.

 

바다와 임하고 한강과 가까우며 높은 산이 없으니 넓고 긴 하천은 없지만 작은 산에서 발원하는 물줄기 덕분에 인천 시민들은 문화와 역사를 지탱할 수 있었다. 바다로 한양을 찾는 이에게 열린 작은 포구였을 때까지 그랬다. 하지만 지금 인천의 인구는 300만을 넘본다. 확장되는 도시를 위해 갯벌과 바다는 거듭 매립되고 들판은 시가지로 탈 바꿨고 하천들은 막대한 하수를 빨리 배제해야하는 대도시의 하수구로 전락했다. 그나마 복개돼 시민들의 눈에서 사라지자 시민들은 관심을 잃게 되었다. 굴포천만이 아니라 인천의 들녘을 적시던 대부분 하천의 운명이 그랬다.

 

서울 양재천이 자연형으로 개과천선한 뒤, 자연형 하천은 지방자치단체의 로망이 되었다. 현 정부의 탄생에 어느 정도 기여한 청계천은 숭상될 정도가 아니던가. 다만 적지 않은 예산 때문에 시행에 뜸이 들어갈 수밖에 없었는데, 인천도 이제 자연형 하천을 가꾸는 지방의 대열에 동참하게 되었다. 장수천과 승기천이 자연형으로 일신한 이후 굴포천도 자연형이라는 반열에 오른 것이다. 하지만 미꾸라지 잡으려 첨벙대던 50대 이상의 추억까지 만족시키는 수준은 아니다. 보기에 그럴싸하지만 자연형이 된지 얼마 안 되는 굴포천에 동식물이 돌아오지 못했다.

 

굴포천은 이미 자연으로 돌아갈 수 없는 운명이 되었다. 도로로 활용하던 복개구간의 뚜껑을 열어도 예전처럼 굽이치게 물길을 환원할 수 없기 때문만이 아니다. 굴포천을 적실 물이 없지 않은가. 만월산 칠성약수터의 물은 흐르기도 전에 전부 약수통에 담기겠지만 그 수량으로 굴포천이 예전처럼 넘실거릴 수 없다. 굴포천 유역이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칠갑이 된 이후 빗물이 쏟아져 들어오지 않는다면 하수 이외에 흐를 물이 없지 않은가. 하수를 차단한 지금, 빗물을 완충하는 습지와 녹지공간을 굴포천 유역에 충분히 확보하고 물길을 이어준다면 약간이라도 물이 흐르겠지만 예전과 거리가 멀 것이다. 자연형으로 개과천선했고 그 꿈을 꾸는 전국 대부분의 대도시 하천도 마찬가지다.

 

자연형과 자연하천의 차이는 딸기우유와 딸기맛 우유의 차이라고 할까. 말을 딸기우유라고 하지만 천연과즙이 전혀 또는 거의 없는 게 실상이다. 따라서 딸기를 씹힐 정도로 갈아 넣지 않았다면 딸기맛 우유라고 해야 옳다. 지금 우리나라의 대도시에 자연하천은 흐를 수 없다. 오직 토목공사 기법을 최대한 활용해 자연에 가깝도록 꾸민 ‘자연형’일 따름이다. 다만 회색 공간에 지친 시민들은 그게 어디냐고 반기고, 임기를 연장하고 싶은 선출직 공무원은 시민이 반가워하는 모습이 무엇보다 흡족할 수 있을 것이다.

 

자연형도 오래 지속되면 자연으로 변모할지 모른다. 그러기 위해 사람들의 간섭을 최소화해야 하고 어떤 생물이 깃들고 안정적으로 정착하는지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수행하면서 서식하는 생물의 환경을 최대한 배려해야 한다. 이후 자연하천으로 회복될 가능성을 추측할 수 있을 것이다. 자연생태계 복원과 시민의 휴식처 활용을 동시에 만족시키려는 인천시는 그를 위해 인근 하수처리장 처리수를 하루 7만5천 톤 흘리겠다고 하는데, 복원을 염두에 둔다면 개발에 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겠다.

 

마침 부평구는 자연형으로 가꾼 굴포천에 가로등과 자전거도로를 설치한다는 소식이다. 사람은 쉬고 놀 곳이 동물보다 훨씬 많다는데 동의한다면 그런 시설은 굴포천에 근근이 살아가는 동물의 시야에서 어느 정도 떨어져야 한다. 그래야 들어간 예산이 의미를 잃지 않는다. 애초 환호하던 유권자들도 취지에 동의할 것이다. (인천신문, 2009년 6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