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천

디딤돌 2006. 1. 25. 13:00
 

몇 년 전, 부천의 한 초등학교를 방문했다. 주택과 차단했던 담장을 헐어낸 자리에 크고 작은 나무를 심어 녹지를 조성하자 골목은 주민들이 삼삼오오 만나는 작은 공원이 되었고 담장을 대신하는 녹지는 자연스레 학교 안으로 이어져 주민들은 빙 둘러 다니는 수고를 덜고 있었다. 학교 안의 작은 언덕과 운동장 둘레의 나무그늘은 수업을 마친 학생들과 동네 주민들의 휴식 공간이 되고, 인근 산에서 내려오는 작은 물줄기가 잠시 머무는 습지에는 올챙이들이 오물거리고 있다.

 

얼마 안 되는 학교 예산보다 부천시의 지원으로 조성한 학교숲은 아이들은 물론 주민들에게 호응이 컸다. 학교숲을 조성하기 전, 지나다니는 주민들로 인한 소음과 수업방해, 방과 후 청년들의 우범지대가 되는 걸 걱정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내 자식이 다니는 학교를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주민들은 학교에 관심과 애정을 갖게 되었고, 저녁 산책하는 주민들이 늘면서 이웃을 반갑게 만날 수 있는 동네 자투리 공원으로 변화한 학교숲은 우범지대는커녕 지역의 자부심으로 등극했다.

 

최근 산림청은 ‘도시 숲 네트워크 구축을 통한 생활환경 개선’을 2006년 역점사업으로 선정, 도시 내부와 외곽 산림을 연결하는 생태통로로 ‘도심 열섬화 현상’을 완화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녹색환경에 의한 아름다운 경관 조성과 생물 서식공간 제공 효과”를 기대한다고 덧붙인다. 그 주된 사업은 학교숲 조성이다. 이에 발맞췄는지, 시민 일인당 녹지 면적이 6대 도시의 70퍼센트에 불과한 인천도 ‘학교 공원화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미 실시한 시범 공원화 사업으로 주민들에게 긍정적 평가를 받은데 힘을 받은 인천시 당국은 5년 이내에 시내의 모든 학교에 학교숲을 조성, 학생들에게 자연학습 효과를 시민들에게 녹색 자투리공원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숲이 우거진 산에 오른다고 생각해보자. 좁은 등산로에서 내려오는 사람과 어깨 부딪히는 일이 잦지만 아무도 신경질내지 않는다. 모르는 사이에도 격려의 인사를 주고받으며 마실 물을 나누기까지 한다. 같은 상황을 회색도시의 뒷골목에서 맞았다 생각해자. 어떨까. 모르는 이에게 눈인사를 나누면 상대는 이상한 표정을 짓거나 시비를 걸어올 공산이 크다. 녹지와 회색공간의 차이다. 도심의 녹지공원도 마찬가지다. 가볍게 몸을 풀며 운동하다 몸이 부딪힌다고 얼굴부터 붉히지 않는다. 오히려 금방 친해질 수 있다. 그래서 그런가. 도심 면적의 50퍼센트를 나무가 우거진 숲으로 조성하는 유럽은 5분 걸어 이웃을  만날 수 있는 녹지공원을 도심 곳곳에 마련한다.

 

이웃에게 사랑받는 학교숲은 자라나는 학생들의 정서에 긍정적 효과를 발한다. 녹색 상상력을 통해 이웃과 자연에 대한 배려를 배운다. 학교 당국은 학교숲의 관리에 부담을 느낄 수 있지만 주민들이 스스로 찾아와 쉴 수 있게 배려한다면 내 아이가 다니는 학교의 숲이자 자신들의 자랑스러운 쉼터를 시민들이 자원해서 관리하게 될 것이다. 학교숲은 가로수를 통해 외곽 녹지와 연결할 수 있고, 우리 도심과 학교숲도 유럽처럼 새가 찾아올지 모른다. 이웃을 배제하던 담이 이웃을 배려하는 숲으로 바뀐 학교에서 성장하는 아이들은 뭐가 달라도 다를 것이다. 학교숲에 큰 기대를 걸어본다.(인천e뉴스, 2006년 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