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천

디딤돌 2017. 11. 17. 23:04


수도권 천연가스 수요의 70%를 책임진다는 한국가스공사 인천기지는 최첨단 도시의 메카를 과시하는 송도신도시에 지척이다. 1996년 저장탱크 3기로 상업운전을 개시한 인천기지는 2009년까지 증설을 거듭해왔다. 현재 20기 탱크에 288만 킬로리터의 액화천연가스(LNG)를 저장해 시간 당 4350톤의 기화 천연가스를 송출하는 세계 2위 규모를 자랑한다. 증설 과정에서 주민의 염려와 저항이 있었지만 안전을 장담하며 밀어붙였다. 국책사업이라면서.


인천기지는 안전을 강조한다. “전사적 안전관리 시스템(EHSQ)14개 요소와 38개 기대치에 의해 작성되는 PDCA 활동을 통해 안전보건 경영의 개선점을 끊임없이 발굴하며 발전시키는 한편 반복적 업무로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도록 선진안전문화 도입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고 큰소리친다. 안전도우미를 도입하고 아차사고사례 발굴들을 포함해 전 직원이 자발적으로 즐겁게 참여하는 안전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고 덧붙이면서.



사진: 한국가스공사 인천기지 전경.


핵발전소 수준의 내진설계를 적용한 기지는 1124개의 소화기, 화재와 가스를 감지하는 2870개의 장치, 43개소의 분말소화설비, 자체 소방차 3대와 소방대원을 갖춰 유사시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조치가 가능하다는데, 그렇게 안전한 한국가스공사 인천기지는 지난 1114일 불의의 사고를 냈다. 오전 7341호 탱크에서 LNG가 누출된 것이다. LNG 수위를 감지하는 부유식 센서, 탱크 액위 측정기의 오작동에서 비롯됐다고 언론은 전했는데, 선박에서 저장 탱크로 LNG를 옮기던 중 탱크가 이미 꽉 찬 사실을 감지하지 못한 채 LNG를 계속 탱크에 넣어 사고를 일으켰다는 것이다.


영하 162도의 LNG가 흘러넘친 사상 초유의 사고로 저장 탱크의 철판 벽 손상되었다. 한국가스공사는 13개월에 걸친 점검과 보수에 27억 원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했는데, 13개월 이후 저장 탱크를 마주보며 사는 인천시민은 안심해도 좋을까? 지난 2월 감사원은 저장 탱크의 받침 구조물 균열을 방치한 사실을 적발한 바 있다. 201111월 인천기지를 점검한 이훈 국회의원은 180여 건의 결함을 발견했다는데, 발생 하루 만에 이번 사고 소식을 들은 송도 신도시 주민들은 한국가스공사를 여전히 미더워해야 할까?


1931년 미국 보험회사 연구원 허버트 하인리히는 수많은 통계자료를 종합해 지금도 유용한 법칙을 발견했다. 사상자가 1명 발생한 사고를 분석하면 같은 원인으로 경상자가 29명 발생하고 부상을 모면한 사람이 300명에 이른다는 하인리히 법칙으로, 1:29:300으로 요약한다. 하인리히 법칙은 사소한 사고가 커대한 재해로 이어진다는 걸 수많은 재해에서 증명한다. 체르노빌을 비롯한 핵발전소 사고가 그랬다. 상풍백화점 붕괴는 아니 그랬던가. 한국가스공사 인천기지도 예외일 수 없다.


인천 기지의 가스 누출 사고는 처음이 아니다. 2005년에 이미 발생했다. 2014년 점검에서 수많은 결함이 발견되었지만 발뺌으로 일관한 한국가스공사의 안전 불감증을 비판한 인천환경운동연합은 여전히 관련 정보를 은폐하려는 공기업의 자세를 비판했다. 더 큰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저장 탱크가 3기일 때 시민 거주지에서 18km 떨어졌지만 20기가 운영 중인 현재 2km 정도로 안전거리는 좁혀졌다. 그럼에도 한국가스공사는 주민들의 반대를 외면하고 3기의 저장 탱크를 추가하려는 의지를 멈추지 않는다. 물론 안전을 강조하면서 국책사업이라는 걸 내세운다.


누출되면 기화해 공중으로 상승해 연속 폭발하는 액화천연가스 사고는 1944년 미국 클리블랜드에서 131명의 사망자와 부상자를 속출하게 했으며 2004년 알제리는 24명의 사망자와 80명의 부상자, 그리고 복구비용으로 8억 달러를 소비해야 했다고 역사는 증언한다. 1971년 이탈리아와 1979년 미국에서 발생한 사고는 기술 결함과 사소한 부주의에서 비롯되었다. 그런데 한국가스공사는 최근 조직개편으로 안전 관련 부서와 인원을 축소했다는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한국가스공사는 주민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를 현란하게 구사하며 안전관리를 주장하는 독선적 태도부터 반성해야 한다. 알아듣기 어려운 용어는 소비자의 접근을 의도적으로 차단한다. 정부와 한국가스공사는 관련 제도를 개선해 주민과 소비자에게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시설 점검의 합리적 참여를 적극 보장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기밀주의는 사고의 재발을 예고할 뿐이고, 그 사고는 상상을 초월할 수 있다. (인천in, 2017.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