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에너지

디딤돌 2013. 12. 28. 16:51


세계 유일의 핵폭탄 피폭 국가인 일본에 원자력 발전소가 집중된 데에는 장기 집권해온 자민당 정권의 역할이 컸듯이, 세계 유일의 분단국인 한국에 밀집된 원자력 발전소 역시 집권당의 의지가 반영돼 있다. 그동안 언론과 원자력 발전 당국은 원자력 발전소의 위험성이나 비경제성이 시민사회에 알려지는 걸 막았고, 신설이나 수명 연장의 부당성을 외치는 시민단체의 목소리를 봉쇄했다. 후쿠시마 사태 이후 일본에서는 민간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반면, 한국에서는 의견을 낼 기회마저 제대로 얻지 못하고 있다.

 

 

다음에 폭발할 원자력발전소는 어느 국가에 있을까? 동국대학교 의과대학 김익중 교수는 망설임 없이 한국을 가장 위험한 국가로 지적한다. 어떤 이론을 복잡하게 내세우든 관계없이, 경험상 발전 시설이 많을수록, 사용 기간이 길수록 폭발 사고의 순서와 일치했다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프랑스가 더 위험해야 마땅하지만, 한국을 손꼽는 데는 관리와 운영의 비합리성 문제가 있다.


원자력발전소 반경 30킬로미터 이내에 최대 350만 주민이 거주하지만, 한국은 노후 원자력발전소의 수명을 연장하려 든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사고 직후, 가동하던 54기를 전부 중단했지만, 그 밖의 노후 시설에 대해서는 원자로 폐쇄를 준비하지 않고 있다. 또한 건설 중인 원자력발전소나 신설 계획 또한 신설을 공식 폐기하지 않았다. 심지어 현재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사고 원전의 재가동을 시도하고 있고, 한국 정부도 신설 계획을 진행하려는 목적에서 관련 위원회를 가동하려고 한다.


열도 해안을 따라 배치된 일본의 원자력발전소들이 지진대와 무관하지 않지만 큰 논란이나 거센 저항 없이 건설되고 중단 없이 가동된 이유는 관련 과학자와 경제학자들의 노골적 지원에 힘입은 바 크다. 한국도 비슷하다. 지진 위험성이 낮다는 핑계로 발전 시설을 거주 지역 가깝게 밀집시켰다. 경주에서는 방사성물질 처분장 부지에 바위가 부서지고 바위틈으로 지하수가 흘러넘쳐도 공사는 멈추지 않고 있다. 양국 모두 원자력발전의 위험성보다 경제성이 과대평가되어 재생 가능한 에너지의 도입이 늦춰지고 있는 것이다.


차질 없는 국가 발전을 내세우는 한국의 원자력 발전 산업계는 시설을 추가하고 노후 시설의 수명을 연장하는 과정에서 환경단체는 물론 독립 과학자의 의견을 거의 청취하지 않았다. 합당한 정차를 거치지 않고 자신들의 입장을 고려해 마련한 원자력 관련 법조차 외면할 때가 많았다. 원자력 발전을 이끄는 전문가와 관료, 언론이 깨지지 않는 동맹을 형성해왔기 때문이다. 이른바 핵동맹을 특정 대학의 원자력 공학자들이 주도하며 정치가와 기업가는 물론 금융계와 종교계까지 아우르고 있어 시민사회의 의견은 스며들 기회가 차단되었다.


한편, 산업화가 빚은 환경오염으로 먼저 고통스러웠던 일본은 한국보다 시민사회운동의 역사가 길고 뿌리가 깊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일본의 시민사회운동은 재생 가능 에너지 시설의 확산에 힘을 쏟고 있다.


태양이나 바람과 같은 재생 가능 에너지에 대한 발전 비용을 독일처럼 정부에서 지원할 때 민간에서의 활용 비중은 커질 것이다. 독일은 민간에서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생산할 때 전력회사에서 공급하는 전기 가격보다 높은 생산 원가를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 정부가 발전 비용 차액을 지원한 덕분에 가정과 교회의 지붕에 태양광 전지판을 설치하고, 산등성이나 해안에 풍력발전 시설을 세울 수 있었다. 목장 지대에서는 가축 분뇨로 전기를 생산해 지역 공동체가 나누어 쓰고 있다. 재생 가능한 에너지 발전 기술 수준이 높아지면서 새로운 고용이 창출되고, 마을 공동체는 더욱 가까워졌다.


독일의 경험을 적극 수용한 일본은 변하고 있다. 민간의 재생 가능한 전기 생산은 현재 일본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국은 어떤가. 한국은 어떤가. 2002년 도입되었던 발전 비용 차액제도가 2012년 폐지되면서 민간 차원의 재생 가능한 에너지 생산에 대한 관심은 옅어졌다. 민간에 대한 지원을 줄이는 대신 발전사업체에 재생 가능한 에너지 생산 비율을 늘리도록 의무화했지만, 그 성과도 미미한 수준이다.


일본이나 한국이나 돌이키기 어려운 사고가 다시 발생하지 않는 한, 자국의 원자력발전 시설을 모두 폐로하거나 점차 줄이려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로 내보내는 바람에 해산물을 먹거나 수출하기 어려워졌을 뿐 아니라, 전문가들은 갑상선 암과 백혈병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한다. 한국과 일본 정부는 원자력 발전 시설의 자국 내 확산이 어려워지자 최근에는 발전 시설의 수출에 관심이 높다. 이들은 재난에서 교훈을 구하려 하지 않는다.


납품할 원자력발전소 부품의 성적을 위조해온 기업의 비리가 밝혀졌는데도 한국정부는 아직 안전 관리와 감시 업무를 독립시키지 않았다. 후쿠시마 이상의 폭발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예상이 빗나가길 희망한다면, 한국 정부는 원자력 안전 관리감시 기구에 소비자의 시각을 반영할 수 있는 인사 참여를 독려하면서 핵동맹의 영향권을 배제해야 한다. 나아가 감시기구의 지위를 원자력 발전 당국보다 격상해야 한다. 무엇보다 발전 차액 지원 제도를 부활시켜 민간 차원의 재생 가능 에너지 개발 비율을 높이고 설계 수명을 마찬 원자력발전소의 폐쇄를 단행해야 한다.(<르몽드 세계사 3>, 40-41쪽, 휴머니스트, 2013.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