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천

디딤돌 2009. 10. 29. 16:38

 

지난 9월 28일, 150억에 가까운 예산으로 폭 100미터, 길이 80미터, 높이 12미터의 징매이고개 생태통로가 완공되었다. 왕복 8차선 도로 위에 15000 그루의 나무를 심고 연못과 돌무더기, 조류 먹이 공급대를 설치한 징매이고개 생태통로는 계양산과 천마산에 떨어져 살던 야생동물을 이어줄 뿐 아니라 시민들에게 생태계 보전의 중요성을 알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인천시는 기대했다. “전국 최대 규모의 생태통로가 완공돼 자연 생태계의 복원과 보전의 중요한 계기가 됐다”고 평가한 인천시장은 “인천의 남북 S자 녹지축 연결사업의 시발점이 돼 내년에는 원적산과 함봉산을 잇는 생태통로를 건설하는 등 연수구 봉재산까지 52km의 녹지축을 연결”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를 위해 인천시는 2013년까지 300억 원이 넘는 예산을 투여할 예정임을 밝힌 바 있다.

 

사실 계양에서 서구를 잇는 징매이고개를 8차선 아스팔트도로를 위해 절개하려 할 때 생태계 단절을 우려하는 많은 시민들은 터널을 요구했지만 당시 인천시는 귀담아듣지 않았다. 터널로 지나갔다면 굳이 거액의 예산으로 징매이고개 생태통로를 조성할 이유는 없었을 거다. 생태통로 완공으로 시민들의 생태 의식이 개선되리라 기대하는 인천시는 애초 징매이고개 도로 개설할 때 시민의 의견을 듣지 않았다는 점을 반성하기는커녕 언급조차 삼갔다. 또한 생태통로 완공 테이프를 끊는 행사장 앞에서 마스크를 쓰고 침묵시위를 하는 환경단체에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환경단체가 징매이고개 생태통로를 반대한 건 아니었다. 생태통로를 개통하면서 계양산 기슭 한 쪽을 들어내려는 골프장을 두둔하는 인천시 당국의 이율배반적 태도에 항의했던 것이다.

 

최근 인천시는 검단신도시의 교통대책의 하나로 20.7킬로미터에 달하는 왕복 4차선 ‘검단-장수 간 민자도로’를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하필 그 도로가 인천시에서 그토록 보전을 강조해오며 단절된 생태계의 연결을 추진하는 S자 녹지축을 관통하는 것으로 밝혀졌고, 예상대로 환경단체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민간업자가 제안했다지만 인천시에서 앞뒤 살피지 않고 추진하고 있는 그 관통토로는 경제성을 강조한다. 1킬로미터에 100억 원이나 들어가는 보상비를 절약하기 위해 계양산에서 원적산, 철마산, 약사산, 문학산을 지나 청량산으로 이어지는 한남정맥의 축을 한 줄의 터널로 꿰뚫고 교량으로 훑어내겠다는 발상인데, 물경 5천억 원이 넘는 예산이 들어갈 그 도로는 과연 경제적인가.

 

“17개의 교량과 8개 터널로 인천 유일의 녹지ㆍ생태축인 한남정맥을 만신창이로 만드는 어이없는 발상”이라고 비난하는 환경단체는 “교통 통행량 해결이 목적이 아닌 일부 토건세력들의 돈벌이 판의 성격이 짙다”고 지적했다는데, 하긴 300여 억 원에 불과한 생태통로보다 예산이 월등하긴 하다. 그래도 보상비가 빠지므로 경제적일까. 환경단체는 “정부의 저탄소녹색성장 방침에도 위배되”므로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다짐했다는데, 녹지축 훼손 때문만이 아니다. 이산화탄소를 내뿜는 건설로 만든 그 도로를 달릴 자동차로 인한 대기오염도 걱정이다. 당대의 편의와 돈벌이를 위한 ‘검단-장수 간 민자도로’는 결코 깨끗하다 할 수 없는 동경보다 3배 이상 농축된 미세먼지와 대기오염으로 생명이 3년 이상 단축될 인천의 후손에게 더욱 온난화된 내일을 넘겨줄 태세다. 후손의 생명을 담보로 개설하는 도로는 경제성을 감히 운운할 수 없다.

 

심각한 문제는 그리 치명적인 도로를 녹지축 연결을 천명하는 인천시에서 추진하고 있으며 그 방안을 똑똑하다 여기는 이 땅의 연구원들이 찾았다는 거다. 생태적 감수성을 갖추지 않은 그들은 절대 똑똑하지도 경제적이지도 않다. 물론 민주적이지도 않다. 당장 드러날 반대운동으로 인한 사회적 혼란과 행정력 낭비는 물론이고 온난화될 터전에서 고통스러울 후손의 생명을 도무지 살피지 않았다. 다시 생각해보자. 누구보다 눈치가 빠른 지식인들이 그 점을 진정 예상하지 못했을까. 그럴 리 없다. 무력했을 따름일지 모른다. 돈과 권력 앞에 쉽게 굴복하는 헛 똑똑이들 때문에 내일이 더 걱정이다. (기호일보, 2009.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