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인간

디딤돌 2014. 11. 20. 22:03


 나치가 먼저 핵폭탄을 개발한다면? 위기감으로 미국이 개발에 몰두해 완성한 핵폭탄은 일본에 떨어졌다. 가공한 핵폭탄의 끔찍한 위력을 확인한 미국의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핵무기를 보습으로 만들자 강조했고, 2차대전 뒤 먹잇감이 없어 허전했던 미 군산복합체는 그에 화답해 핵발전소를 만들어냈다. 이후 핵무기는 사라졌을까? 핵발전소는 보습의 자세를 잃지 않았는가? 세계평화는 그만큼 무르익었는가?

 

 

1. 기득권으로 뿌리내린 핵동맹

 

핵발전소는 핵무기의 원료가 되는 플루토늄의 대량 공급처가 되었고,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는 2,000회가 넘는 핵무기를 시험 폭발시켰다. 그 여파로 일본 어선의 어부들이 사망할 정도로 피폭되었고 그린피스 대원은 항의하다 사망했으며 세계 곳곳의 땅과 바다가 치명적으로 오염되었다. 그 흔적은 빙하에 고스란히 기억돼 있어, 실상에 놀란 고 다카기 진자부로오를 행동하는 반핵학자로 거듭나게 했다. 그런 일본에서 시민들은 하루하루 기도하듯 산다.


아이젠하워의 보습론을 미국의 지배층은 액면 그대로 믿지 않았을 텐데, 미국의 핵산업은 일본에 핵발전소 확산에 공을 들였다. 이공계 수재들을 미국으로 데려가 핵발전 신화를 주입했고, 미국의 의지에 화답한 수재들은 대학에 관련 전공을 개설하며 학계는 물론, 정계와 경제계, 그리고 언론계에 핵동맹의 카르텔을 일본에 뿌리내리게 했다. 일본의 선례를 우리가 답습했는데, 기득권으로 뿌리내린 핵동맹은 과학기술을 앞세우며 지진대에 핵발전소를 세웠고,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후쿠시마에 안긴 이후에도 핵발전소 재가동 추진에 거리낌이 없다.


지진대 위라도 안전하다던 발전 시설 4기는 결국 지진과 쓰나미로 폭발을 피할 수 없었고, 수천도로 치솟은 노심의 핵연료는 20센티미터의 강철을 녹인 뒤 1미터의 철근콘크리트를 뚫고 지하수와 만난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여전히 핵분열 중인 핵연료가 내뿜는 방사성 물질에 고스란히 오염된 지하수를 그대로 바다로 보낼 수 없다. 퍼올려 방사성 물질을 걸러냈고, 방사성 물질이 농축된 오염수를 저장탱크에 임시로 담아놓았지만 포화상태다. 오염된 지하수를 모두 퍼올리지 못해 바다로 직행하는 양이 얼마나 되는지 모른다. 저장탱크의 결합 나사가 풀려 오염수가 바다로 나간 적 있는데, 같은 사고는 빈발할 것이다.


일본은 제발 후쿠시마를 다시 뒤흔들 지진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지축을 흔들 지진이 다시 발생하면 발전 시설 내 30미터 상공에 설치된 수조가 무너질 테고, 수조 안에 30년 이상 보관한 사용 후 핵연료들이 바닥으로 와르르 쏟아져 수천 도의 온도로 녹아 들어붙을 수 있다. 그 사고는 상상하기 곤란한 핵폭발, 이제까지 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재앙으로 연결될 수 있는 까닭이다. 이후 일본은 어떤 생명도 건강할 수 없는 땅덩어리로 버림받을 가능성이 높다. 편서풍 지대 동쪽이라는 지리적 행운과 관계없이 한반도 역시 안전할 수 없다.

 

 

2. 위협받는 수산물

 

미국은 일본의 핵발전을 지원한 걸 후회해야 한다. 하루 400톤 이상 태평양으로 방출되는 오염수가 부메랑이 되어 미국인의 식탁을 위협하지 않은가. 벌써 40개월 이상 방출된 현재, 태평양에 희석된 핵물질의 농도는 무시할 정도일 테지만, 미국인의 식탁에 농축돼 올라간다. 플랑크톤에서 작은 어패류를 거쳐 중간 물고기로, 다시 커다란 물고기를 지나 참치로 이어질 즈음, 방사성 물질은 기하급수적으로 농축된다. 최종 소비자는 사람인데, 젖먹이에게 모유를 먹인다.


미국은 자국인에게 참치 주의보를 내렸다는데, 일본은 얼음벽으로 오염된 지하수의 태평양 유출을 막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지하에서 지상 10미터 이상, 냉매가 흐르는 벽으로 지하수를 얼려 차단하겠다는 기상천외한 발상을 세계만방에 선포하는 기염을 토했지만 결국 실패로 결말이 난다고 일본의 언론은 우울해한다. 얼음벽을 구상한 일본 정부와 핵동맹은 성공할 거로 믿었을까? 온갖 배관이 얼기설기 얽힌 지역의 지하에 막대한 전기를 소비하는 얼음벽이 성공할 것으로 믿은 이는 애초 많지 않았다. 왜 강행한 걸까? 이제 더는 버틸 수 없었던 일본이 대놓고 배출할 명분을 쌓으려는 연출이었다는 의혹이 인다. 미국에게 양해를 구하려는 고육지책이라는 해석인데, 미국은 그 쇼를 몰랐을까?


우리나라는 일본 8개 현에서 잡는 해산물의 수입을 불허하지만 다른 현의 항구로 옮겨 수출한다면 수입할 것이다. 러시아를 비롯해 자국민의 건강을 생각하는 많은 나라는 일본 해역의 모든 수산물을 수입하지 않지만 수출 항구를 바꾸면 제한 조치가 소용없다는 사실을 우리 정부가 몰랐을 리 없다. 허용 기준치가 안전을 담보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모를 리 없는 우리 정부는 공간의 방사선을 측정하는 기계로 수산물의 오염 여부를 측정할 수 없다는 사실도 모를 리 없지만 적합하지 않은 계측기의 수치를 들먹이며 안심하라는 주장도 서슴지 않는다.


어느 나라나 핵발전소를 가동하는 국가의 정부는 방사선 누출이 드러나면 실상을 무마하기 바쁘다. 가슴 엑스레이 촬영하는 정도에 불과하다며 안전을 장담하는 버릇을 가진다. 엑스레이도 불필요하게 촬영하지 않지만, 문제는 외부에서 몸을 투과하는 방사선이 아니라 음식이나 호흡으로 몸에 들어오는 방사성 물질이다. 거리의 세제곱에 반비례하며 위험성이 증폭되는 방사성 물질이 몸 밖으로 빠져나가기 전에 반감기의 최소 10, 최대 20배 정도의 기간 동안 방사선으로 유전자를 공격하는 탓이다. 구소련 체르노빌이나 미국 드리마일, 그리고 일본 후쿠시마의 동식물과 사람에게 나타난 기형과 유전 질환은 대부분 체내에 흡수된 방사성물질이 원인이었다.


텔레비전에 나온 어떤 학자가 플루토늄은 먹어도 괜찮다고 주장해 비난을 자초한 적 있다. 반감기, 다시 말해 핵분열로 방사성 물질의 양이 반으로 줄어드는 기간이 자그마치 24천년에 달하는 플루토늄은 알파선을 내놓는다. 입자가 큰 알파선은 종이도 뚫지 못한다지만 몸 안에 들어오면 사정이 달라진다. ‘지옥의 신이라는 별명답게 1그램으로 60만 명을 폐암으로 사망하게 만들 정도의 방사선을 내뿜는다. 100만 킬로와트 핵발전소 한 기에서 해마다 1톤 이상의 플루토늄이 사용 후 핵연료에 포함된 상태로 배출되고 우리나라에는 23기의 핵발전소가 현재 가동 중이다. 얼마 전까지 일본의 54기가 그랬고, 100여 기의 미국이 현재 그랬다.


우리 정부는 일본 일부 현에서 해산물의 수입을 금지할 뿐, 다른 농산물이나 가공식품의 수입은 허용한다. 심지어 방사성 물질에 오염되었을 가능성이 높은 건축폐자재까지 재활용 명분으로 가져와 시멘트 소성로에 넣고 태운다. 워낙 많은 불특정 다수에 피해를 안길 테니 인과관계를 파악할 수 없지만, 우리 신축건물들은 안전하다 확신할 수 없다. 암 환자가 들어나더라도 인과관계를 따지기 어려우니 안전하다고 우길 수 있지만, 시민의 안전은 방치될 따름이다. 해산물이 큰 걱정이지만 일본산만이 아니다. 일본 해역을 회귀하는 어류를 우리 해역에서 잡았더라도 판매가 허용된다. 그런 대표적 생선이 겨울철 제주도에서 잡아 회로 즐기는 방어다. 후쿠시마 해역에서 한동안 몸집을 키운다.

 

 

3. 황해도 위험하다

 

아직 황해는 안전하다. 일본과 우리나라를 회유하는 어류가 황해로 들어오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수많은 어패류의 산란장이자 터전인 황해는 갯벌을 뭉텅뭉텅 개발한 이후 어획고가 크게 줄었어도 아직 풍요롭다. 하지만 위태롭다. 하구언으로 담수의 일상적 유입이 차단되고 4대강 사업으로 육지의 모래와 개펄이 바다로 나가지 못한다. 그뿐이 아니다. 바다모래의 과다 채취로 산란장이 줄어들건만 전력산업의 집요한 조력발전 추진으로 해안의 갯벌이 유실될 위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까지 열거한 걱정은 애교에 불과하다. 치명적 위험 요소가 도사리고 있다. 바로 핵발전소다. 우리와 중국의 핵발전소들이 황해를 둘러싸고 있지 않은가.


황해의 갯벌은 품이 넓다. 바닷가에서 10킬로미터 이상 넓게 펼쳐져 있고 깊이가 20미터를 넘는 곳이 많다. 동식물성 플랑크톤에서 다종다양한 조개를 비롯해 오징어와 문어, 고등어와 넙치, 그리고 대구, 농어, 우럭, 삼치, 갈치, 조기와 민어 들이, 갯벌로 형성된 조간대에 깃들어 있다. 정약전의 자산어보를 펼쳐보라. 헤아리기 어렵게 그 종류와 수가 많다. 세월의 품도 넓다. 백두대간의 고생대 지층에서 비롯된 모래와 개펄이 굽이치는 강물을 따라 사시사철, 억겁의 세월동안 흘러들었다. 가장 늦게 자리를 잡은 사람도 갯벌이 있기에 역사와 전통을 해안에서 이어올 수 있었다. 식물성 플랑크톤이 탄소동화작용으로 생산하는 산소와 그 과정에서 제거하는 이산화탄소는 지구온난화를 효과적으로 예방하며 어패류의 탄산도 그만큼 예방해준다. 완만하게 펼쳐지며 고즈넉한 풍광을 언제나 제공하는 갯벌은 해안의 재해를 완충할 뿐 아니라 사람의 인문적 폭을 넓혀준다.


갯벌이 살아 있다면 조상이 그래왔듯 상당한 식량을 세세연년 자급할 수 있다. 하구언과 4대강 사업 구간의 대형 보가 철거된다면 어획고는 차차 회복될 게 틀림없다. 신공항과 신도시와 공단으로 개발된 갯벌은 당장 어쩔 수 없더라도 새만금의 제방을 개방하면 효과가 눈에 띌 텐데, 황해안의 수많은 발전소에서 막대하게 토해내는 온배수가 문제다. 갯벌의 생명현상을 방해한다. 석탄이나 액화천연가스를 태워 만든 고온 고압의 수증기는 발전터빈을 돌리고서 물로 식어 보일러로 되돌아가야 하는데, 그때 수증기를 식혀야 한다. 발전소는 바닷물로 수증기를 식힌다. 수증기를 식힌 막대한 바닷물은 온배수가 되어 바다로 돌아가는데, 핵발전소는 석탄화력발전소의 두 배의 온배수를 쏟아낸다. 3도 이상 수온이 오른 온배수는 해양 생태계를 교란시킬 뿐 아니라 태풍을 끌어들일 수 있다.


프랑스는 58기의 핵발전소를 가동하지만 사고확률은 우리보다 낮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발전소를 관리 운영하는 주체와 감시 통제하는 주체가 완전히 분리되었을 뿐 아니라, 통제권한으로 운영주체를 압도하기 때문인데 사고 사실을 감추기에 급급한 우리는 아니다. 감시 통제 기관이 발전소 건설 운영하는 주체에 종속돼 있으니 부정부패와 거짓보고가 만연돼 있고 시설 교체 시 불합격 설비와 부품을 무모하게 사용한다. 설비와 부품의 시험 성적표까지 위조하지만 처벌은 미미하거나 없다. 환경단체에서 감시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지만 접근을 통제하는 까닭에 실상을 파악하기 어렵다.


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고리 핵발전 1호기의 노심은 현재 대단히 위험하다. 중성자를 30년 넘게 두드려 맞으면서 압력용기 강철의 취성이 매우 약해졌다. 영하의 물이 갑자기 쏟아져 들어와도 끄떡없던 강철이 지금은 섭씨 100도의 물이 들어가기만 해도 유리처럼 깨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정상으로 가동할 때 넘어가겠지만 지진이나 해일로 전력이 급작스레 멈출 때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고온의 물로 높은 압력으로 공급하지 못하면 압력용기가 깨질 테고, 물이 공급되지 않으면 사용 중인 핵연료가 수천도로 치솟으며 들어붙을 수 있다. 후쿠시마와 같은 폭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해석인데, 영광핵발전소는 언제까지 안녕할 수 있을까? ‘한빛으로 개명한 영광핵발전소의 설계수명은 곧 종료되지만 우리 핵동맹은 고리나 월성처럼 연장할지 모른다.

 

 

4. 우리 곁의 중국 핵발전소

 

만약, 만약에, 영광의 핵발전소에서 후쿠시마처럼 7등급 이상의 사고가 발생한다면? 우리는 황해를 거의 영원히 잃게 된다. 고리핵발전소가 폭발하면 그 순간 반경 30킬로미터 이내의 모든 재산 가치와 봉급생활자의 월급도 즉각 사라지겠지만 바다는 남는다. 물론 오염되지만 동해로 확산되며 희석될 테니 수십 년 뒤 회복될 수 있다. 수심이 낮고 확산이 느린 황해는 아니다. 갯벌 깊숙하게 오염될 우리 서해안은 회복을 꿈꿀 수 없다. 중국의 핵발전소도 걱정이다. 머지않아 설계수명에 근접할 텐데, 핵발전소를 감시하는 시민단체는 중국에 없다. 통제와 감시가 얼마나 엄격한지 알기 어렵다. 부쩍부쩍 늘어나 어느새 21기를 가동하는 중국이 황해 연안에 얼마나 많은 핵발전소를 추가할지 아무도 모른다. 100기가 넘을 것이라는 소문이 흉흉하다.


우리 정부가 중국에게 핵발전소의 안전관리를 요구할 수 있을까? 그런 요구가 온다면 중국은 얼마나 어이없어 할까. 위험천만한 핵발전소의 수명을 거듭 연장하는 국가가 아닌가. 아직 이렇다 할 사고가 없는 중국이지만, 이제까지 핵발전소의 폭발은 발전소 개수와 밀접했다. 수명이 긴 발전소일수록 더 위험했는데, 핵발전소의 설계수명은 30년을 넘지 못한다. 황해의 수명은 시방 핵발전소에 저당되었다. 우리의 삶도 저당되고 말았다. (해양문화, 아시아퍼시픽해양문화연구원 발행, 2014년 통권 1, 56-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