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천

디딤돌 2009. 8. 11. 16:30

 

태풍 모라꼿의 여파로 큰 비가 내리는데 기상대는 해일을 예고한다. 중국으로 상륙한 뒤 열대성 저기압으로 약화된 모라꼿이 우리나라에 강우를 안기는 건 다량의 따뜻한 습기가 우리나라 상공의 차가운 공기와 만나기 때문이라고 분석하지만 육지로 상륙하면 소멸되던 태풍이 왜 이번에는 우리나라에 유난스럽게 비를 뿌리는 지, 설명이 부족하다. 모라꼿이 대만에 퍼부은 3000밀리의 강우는 일찍이 들어 본 적 없는 기록이다. 순식간에 3미터에 달하는 물이 폭포수처럼 떨어지자 발생한 산사태로 한 마을이 통째로 매몰된 것으로 외신은 보도하는데, 태풍이 이처럼 강화된 것은 아무래도 지구온난화 이외로 설명이 안 된다.

 

바닷물의 온도를 상승시킨 지구온난화는 태풍의 위력을 두 배 이상 높였고 열대성 저기압이 빈번하게 우리나라로 넘어오게 만들었지만 공포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을 것이다. 태풍 뒷자리의 빗줄기가 집중호우가 되는 일도 늘어나겠지만, 기상학자들이 해일과 너울성 파고를 거듭 예고하기 때문이다. 태풍을 따라 오는 해일이나 너울은 한여름의 해수욕장에 운집한 관광객에게 아쉬움을 던지고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해안 저지대의 침수보다 무서운 공포는 방파제를 넘은 거대한 파고가 도시로 밀려들어올 경우에 발생할 수 있다. 요즘 관객몰이가 한창인 영화 <해운대>는 그 실상을 잘 보여준다.

 

최근 동해안을 드물지 않게 덮치는 너울은 해안의 상가와 시설물을 휩쓸어간다. 해안에서 부서지는 파도와 달리 소리 없이 다가오는 해일이나 너울은 해안의 폭이 좁은 동해에서 피해를 가중시키지만 서해안에 피해를 준 사례는 드문 게 사실이다. 드넓은 해안의 갯벌에서 부셔지거나 완충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매립으로 해안이 좁아졌거나 사라지면서 사정이 달라질 수 있다. 다행스럽게 아직 태풍이 서해안으로 상륙하는 경우는 드물었지만 앞으로는 모른다. 이미 아열대로 바뀐 우리나라 중부해안을 타고 드넓었던 갯벌이 사라진 해안을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수많은 어패류의 산란장이자 터전인 갯벌의 생태적 가치를 이 자리에서 새삼 거론할 필요는 없겠다. 인천에 주거를 정한 시민이라 해도 바다와 갯벌을 가까이 다가갈 기회가 거의 없어 특별한 느낌은 부족하겠지만, 바닷물이 차오르면 수평선이 보이고 빠지면 지평선이 드러나는 갯벌은 보는 이에게 아스라한 고향과 같은 정서를 심어준다. 겨울이면 시베리아 등지에서 찾아오는 숱한 오리 종류의 철새와 봄과 가을철이면 하늘을 덮듯 들리는 도요새 종류의 나그네새들이 인천의 갯벌에서 생명을 만끽해왔다. 지금 도시축전으로 북적이는 송도신도시도 광활했던 갯벌이었다. 갯벌이 사라진 만큼 철새가 줄어들었고 시민들은 생태적 가치와 고향의 정서를 빼앗겨야 했지만 거기에서 그치는 게 아닐 것이다.

 

태풍의 강도를 높이는 지구온난화는 화려한 송도신도시의 내일을 걱정스럽게 하기에 충분하다. 기후 전문가들이 5년 내에 다 녹을 것으로 추측하는 빙원은 북극해에서 멈추지 않고 그린란드까지 이어질 텐데, 그린란드의 얼음이 모두 녹으면 해수면은 평균 7미터 이상 상승할 것이라고 한다. 그린란드의 빙하가 모두 녹으려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문제는 육지와 접촉하는 부위의 빙하가 먼저 녹을 경우 발생할 것이다. 빙하가 바다로 미끄러져 들어가면서 갑자기 상승하는 해수면은 해안의 곡창지대와 도시를 거대한 해일과 너울로 뒤덮을 거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해수면보다 그리 높지 않은 송도신도시와 인천공항은 시방 대책에 충실한가.

 

친환경 미래도시를 앞세우는 송도신도시는 북적거리는 참여자들에게 최첨단과 초고층을 현란하게 자랑한다. 태양과 같은 친환경에너지를 소개하는 건 좋지만, 에너지 과소비 없이 존립 자체가 불가능한 휘황찬란한 조명과 최첨단 초고층빌딩을 자랑하는 건 안쓰럽다. ‘동아시아 ·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 사무국’을 유치하고 송도11공구의 남은 갯벌마저 매립하려는 송도신도시에서 미래는 암울하기만 하다. 태풍 뒤의 집중호우는 도시축전 마당에도 예외가 아닌데, 해안의 신기루 같은 개발 현장에는 팡파르만 가득하다. (인천신문, 2009.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