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동물

디딤돌 2010. 3. 17. 01:18

아직 첨벙 뛰어들 정도는 아니지만 바닷물이 제법 따뜻해졌다. 주꾸미는 주당들이 고개를 저을 정도로 살이 단단해졌을 것이다. 바닷물이 따뜻해졌으니 말쥐치들이 알을 낳을 텐데, 알 낳기 전에 그물을 조심해야 한다. 쥐포를 위해 어린 개체도 서슴지 않는 사람은 망목이 촘촘한 그물을 선택하지 않던가. 한데 언제부턴가 쥐치잡이 그물에 해파리가 먼저 들어오기 시작했다.

 

작년 여름 해파리의 위력은 대단했다. 섬과 섬 사이의 바다에 점점이 떠 있는 양식장 주위를 어슬렁거리던 해파리가 해안을 배회하기 시작했는데 잘난 척하며 한길 넘는 곳까지 헤엄치던 관광객이 있었고, 해파리는 그의 다리를 이따금 휘감았지만 작년엔 달랐다. 한여름에는 물보다 사람이 많은 해안으로 진출, 첨벙대는 이의 맨살을 가차 없이 공격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휴가철이 지난 지하철에 채찍 맞은 듯 울긋불긋 멍이 든 팔과 다리를 그대로 노출시킨 젊은 여성이 더러 눈에 띈 건 해파리 탓이었다. 오죽 따끔했으면 옷으로 가리지 못했을까.

 

어릴 적, 친구가 생일 축하한다며 ‘도깨비 상자’를 전한 적 있다. 도깨비 얼굴이 달린 용수철을 눌러 넣은 뒤 뚜껑을 살짝 닫은 그 상자는 여는 순간 깜짝 놀라게 했는데, 해파리의 촉수에는 도깨비 상자와 비슷한 주머니가 피부 아래 잔뜩 배열돼 있다. 도깨비 상자는 놀라게 할 뿐 몸에 상처를 남기지 않았지만 해파리의 도깨비 주머니는 인정사정없다. 주머니 속에 숨긴 날카로운 침은 강한 독을 포함하기도 하니 웬만한 물고기들은 죽거나 기절한다. 해파리의 흐늘흐늘한 촉수가 맛난 먹을거리로 착각하고 다가오는 물고기는 그만 해파리의 밥이 되고 말 것이다.

 

해파리의 몸에 숨긴 도깨비 주머니를 학자들은 ‘자포’(刺胞)라고 말한다. 칼을 숨긴 주머니라는 뜻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자포 속의 도깨비의 정체는 작은 압정이라고 해야 할까. 촉수의 피부 아래에 무수히 장착된 자포는 기회를 엿보는데, 물고기가 다가와 촉수를 건드리면 자포의 뚜껑이 열릴 터. 순간 독침 비슷한 압정이 느닷없이 찌를 테니 괴로운 물고기는 몸을 움츠리며 다른 자포를 건드릴 것이다. 그러면 더 많은 독침이 찌르겠지. 놀란 물고기가 달아나려할수록 압정과 용수철에 이어진 촉수가 단단히 휘감을 테고, 몸부림치다 그만 기절하거나 숨을 거두고 말 것이다. 그 다음은? 상상에 맡기겠는데, 지난여름, 많은 해수욕객이 그 고통을 당하게 된 것이리라.

 

납량특집 영화는 사람을 잡아먹는 거대한 해파리를 해안에 출몰시킨다. 한적한 해수욕장에서 수영을 즐기던 관광객들은 일순 공포에 휘말리겠지만 사실 사람을 해칠 정도의 자포를 가진 해파리는 거의 없다. 현실에서 희생된 이는 자포의 독성보다 느닷없는 고통과 공포에 놀라 정신을 잃었기 때문이겠지. 그래서 물에 빠진 게지. 물론 종류에 따라 자포에 찔린 피부가 변색될 수 있고 옷에 쓸리면 상처부위가 한동안 따가울 게다. 독성 가진 작은 침이 무수히 박혔으니 오죽하겠는가. 하지만 자포를 그만큼 잃은 해파리는 생명이 위태로워졌을지 모른다. 이제 무슨 수단으로 먹이를 사냥할 텐가. 사람이 버린 음식 쓰레기를 찾아 공연히 해변으로 다가갔다가 봉변을 당한 꼴인데, 사람들은 해파리에 일말의 동정심도 베풀지 않는다. 졸지에 ‘공공의 적’이 되었다.

 

공공의 적의 대표는 단연 노무라입깃해파리다. 바다가 따뜻해질 무렵 동중국해에서 우리나라를 향해 이동하는 그 해파리는 출발할 때 삿갓 같은 머리가 3에서 15센티미터에 불과하지만 제주도를 거쳐 동해안이나 서해안의 어장에 당도하는 늦여름이면 머리가 1미터에 무성한 촉수가 5미터에 달하고 무게가 200킬로그램을 넘을 정도로 거대해진다. 우리 바다의 유기물을 블랙홀처럼 흡수하고 촉수에 걸리는 물고기들을 닥치는대로 잡아먹기 때문일 것이다. 간혹 2미터 이상의 갓 뒤로 늘어뜨리는 촉수가 10미터를 훌쩍 넘으며 무게가 1톤에 달하는 녀석들이 걸려 그물을 못 쓰게 만들 뿐 아니라 어장을 황폐화한다고 어민들을 울상 짓게 한다.

 

노무라입깃해파리의 출현이 점점 빨라진다고 한다. 다른 곳보다 두 배 높게 뜨거워진 우리 바다는 2000년 언저리 이른 여름마다 그 해파리를 초대하기 시작했는데, 애초 6월에 동중국해를 출발하더니 이제 5월 중순부터 행차에 나선다는 게 아닌가. 제주도 일원 바다가 예년에 비해 섭씨 2도 정도 올랐다더니 그 탓인가. 5월 말이면 제주 연안에 출현할 노무라입깃해파리가 휴가철 다가오기 전에 우리 해역으로 확산될 것으로 예상하는 국립수산과학원은 주의를 당부하지만, 어민과 관광객들은 딱히 주의할 게 없다. 조업을 포기하거나 다른 곳으로 휴가를 떠난다면 몰라도.

 

말쥐치를 남획하면서 해파리가 부쩍 늘었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된다. 천적이 없다면 해파리든 말쥐치든 먹이가 보장되는 만큼 늘어나는 건 당연한데, 해파리가 요즘처럼 늘어난 주요 원인이 말쥐치 남획에 있을까. 말쥐치든 뭐든 남획은 분명히 재고해야 하겠는데, 정작 해파리를 주식으로 즐기는 물고기는 말쥐치가 아니라 3미터의 뭉뚝한 몸을 자랑하는 개복치다. 식용이 아닌 개복치는 어민들이 외면하건만 왜 해파리는 폭증이라 해야 할 만큼 늘어난 걸까. 모래와 갯벌로 형성된 우리 동해안과 남서해안이 지나치게 매립되거나 개발된 데 이유가 있는 건 아닐까. 어린 해파리는 바위처럼 단단한 구조물에 한동안 붙어 있다가 조건이 맞으면 해파리로 떨어져 더운 바다로 이동하며 성장하고 번식하는데, 매립과 개발이 만든 거대한 제방과 방조제는 해파리의 유생이 붙어 있기 알맞다. 게다가 발전소 터빈을 식힌 온배수가 쏟아지지 않은가.

 

해파리 공포는 일본도 우리와 비슷한지 해파리가 출몰하는 바다를 공유하는 우리와 일본의 지방자치단체들은 해파리 퇴치를 위한 연구와 바다 쓰레기 청소에 함께 나서겠다고 한다. 그와 별도로 우리 정부는 ‘농어업재해대책법’의 어업 재해 범위를 고쳐, 어민들이 받는 해파리 피해를 어느 정도 보상해주겠다고 나섰다. 그나마 다행인데, 갯벌 매립과 해안 개발을 자제하겠다거나 바다의 수온을 낮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다. 해파리 불러들인 탐욕을 반성하자는 목소리는 없다는 거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제 5월의 해파리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른다. (전원생활, 2010년 5월호)

 
 
 

생태계·동물

디딤돌 2009. 9. 2. 10:47

 

올여름 서해안의 화두는 단연 해파리로 보인다. 따뜻한 해류를 타고 들어오는 노무라입깃해파리는 먼바다에서 서해로 들어오면서 몸집을 늘려 날개가 2미터에 이르고 무게만 1톤에 가깝게 커질 뿐 아니라 강한 독성을 띄는 촉수를 수 미터나 늘어뜨려 보기에 섬뜩할 정도다. 노무라입깃해파리만이 아니다. 전에 쉽게 볼 수 없었던 크고 작은 해파리들이 마침 활발해야 할 멸치어장에 떼로 나타나 어민들을 울상짓게 하고 한여름 해수욕장에 출몰해 관광객들을 당황하게 만들 정도라고 하소연한다. 남의 일이 아니다. 김장철 젓갈가격이 오를 것이다.

 

직장인들의 반짝 휴가철이 지난 8월 초, 지하철 계단을 오를 때 눈에 띈 한 젊은 여성의 다리는 해파리 촉수에 휘감긴 흔적으로 처참했다. 남의 시선을 의식할 테니 치마를 자제하고 싶었겠지만 옷과 접촉할 때 느끼는 고통 때문인지 상처부위를 바지로 가리지 못한 모양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뒤엉켜 첨벙이는 바닷가까지 밀려왔다 자신을 건드리는 사람의 다리를 휘감는 해파리 때문에 여름철 관광산업이 위축되고, 걷어올리는 그물에 해파리만 무겁게 걸려드는 바람에 어업 피해가 이만저만 아니라지만, 해파리에 그 책임을 물을 수 없다. 타고난 습성이 그런 해파리로서 다른 도리가 없을 게 아닌가.

 

이미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했듯, 해파리가 이처럼 우리 바다를 출몰하게 된 주된 이유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바다의 수온 상승이다. 우리 바다는 벌써 아열대화되어 전에 없었던 보라문어나 맹독성 별복이 올라오고 그렇게 많았던 명태와 대구는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해파리의 천적으로 알려진 쥐치가 남획으로 드물어진 상황에서 점점 따뜻해지는 우리 바다는 거침없이 늘어나는 해파리에게 안전한 서식조건을 마련한 셈이다. 게다가 연근해를 뒤덮듯 설치한 양식장마다 사료 찌꺼기와 배설물이 흘러나오니 해파리의 먹이는 넘칠 지경이 아닌가. 우리 바다에 해파리가 늘어날 조건은 해파리가 만든 게 아니다.

 

‘민관 합동 해파리 퇴치작전’을 펼치는 정부에서 기름과 인건비를 적극 지원하면서 어장마다 하루에 수백 톤의 해파리를 잡아없애는 가운데, 국립수산과학원의 전문가는 “바닷물의 기온이 떨어져 해파리의 증식이 줄어드는 10월 말이나 11월 초까지는 해파리 떼로 인한 어업인들의 피해가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견했다고 한다. 이에 정부는 해파리가 소멸할 때까지 모니터 요원을 배치해 해파리의 발생과 예상 이동경로를 감시하여 어로작업에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긴장을 늦추지 않겠다고 다짐했다는데, 내년에는 어떨지. 이런 현상이 해마다 반복되거나 심화된다면 대책 세우기 쉽지 않을 것 같다.

 

텔레비전으로 방영된 어민들의 퇴치작전은 절박하기만 한데 해파리의 습성을 충분히 고려한 것으로 보이지 않아 안타깝다. 그물이 터질듯 잡아올린 해파리를 잘게 잘라 바다에 버리는 게 아닌가. 개체의 생명을 마친 그 해파리는 본능적으로 막대한 알과 정자를 방류할 테고, 알과 정자가 수정돼 플랑크톤으로 떠돌던 해파리가 바위에 붙으면 수온이나 먹이가 적당해질 때를 기다렸다 성장해 퍼질 것이다. 해류를 따라 들어오는 해파리와 더불어 화력발전소나 핵발전소의 온배수로 더욱 따뜻해지는 우리 해안에서 태어나는 해파리까지 더해진다면 인근의 어장과 해수욕장은 올해보다 끔찍할 수 있다. 따라서 건져올린 해파리는 육지에서 처리해야 바람직하다. 퇴비로 활용하는 외국의 사례를 참조할 수 있지 않을까.

 

‘폴립’이라 해서 단단한 바위에 붙어야 성장해 퍼질 수 있는 해파리는 바위가 없고 수많은 어패류들이 플랑크톤을 먹어치우는 서해안의 갯벌에서 생존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전면적인 매립으로 천적이 드물어졌을 뿐 아니라 폴립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 다시 말해 제방과 방파제가 해안에 줄을 잇지 않았던가. 결국 해파리가 늘어난 환경은 우리가 조성한 것인데, 그 대책은 무엇이어야 하나. 거듭된 갯벌 매립인가, 수온을 상승시키는 발전소 증설인가. 철새의 생존을 위협하는 송도11공구 매립과 수도권 대기질을 악화하는 영흥도의 유연탄화력발전소 증설은 해파리 증가와 무관하지 않다. (기호일보, 2009.9.11)

 
 
 

생태계·동물

디딤돌 2009. 7. 18. 16:42

 

지금이야 카페리도 뜨고 가까운 노화도와 다리가 연결되었지만 삼사년 전만 해도 완도군 보길도로 가려면 완도나 해남 땅끝에서 여객선을 타고 노화도를 거쳐야 하는데, 간혹 노화도에 내려 작은 배를 갈아타야 할 때도 있었다. 그럴 때 귀찮더라도 보길도는 꼭 찾아야 했다. 다도해국립공원의 명소이기 때문만이 아니다. 바닷물이 들고 날 때마다 달그락거리는 갯돌로 유명한 예송리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상록수림과 감탕나무가 있고 윤선도가 어부사시사(漁父四時詞)와 한시를 쓰던 부연동과 세연정이 원형을 보전하지 않던가. 그런데 최근까지 보길도 주민들은 그런 자부심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지 못한다고 생각해왔다.

 

논이 넓은 농업과 용광로에서 사용하는 납석 광산업이 활발한 노화도는 인구 6천명의 읍 소재지로 성장했지만 윤선도가 보길도를 찾을 때만해도 방치된 무인도였다. 현재 보길도보다 유권자가 많아 발원권이 강해진 노화도에 이렇다 할 관광자원이 없어도 깨끗한 숙박시설이 몰려있는 건 보길도가 코앞이기 때문이고, 관광객들이 노화도에 짐을 풀고 보길도를 다녀오곤 했는데 보길도 주민은 그래서 불만이었던 거다. 돈은 노화도에서 쓰고 쓰레기만 내려놓는다는 거였다. 카페리가 다니는 요즘이야 사정이 달라졌을 테지만 여행자를 사로잡던 눈맛과 입맛은 그대일 것이다.

 

보길도 일원의 별미는 뭐니뭐니해도 전복이다. 그도 그럴 것이 완도 주변 바다는 전복 양식장으로 빼곡하지 않던가. 양식장의 망태기에서 방금 끌어올린 전복을 손님 앞에서 어슷하게 숭숭 썰어 내놓는 전복은 다른 곳에 비해 클 뿐 아니라 신선해 아작아작 어금니에 힘을 주며 씹을 때마다 특유의 향이 입 안 가득 퍼지는데 가격까지 저렴하다. 어찌 마다할 수 있으랴. 선착장의 식당에서 권하는 전복을 지갑이 허용하는 만큼 주문하면, 어쩌면 평생 먹은 양보다 많은 전복의 맛과 향을 뇌리에 각인하게 되리라.

 

울퉁불퉁한 패각으로 등을 덮는 전복은 넓적한 발로 바위를 천천히 기며 미역이나 다시마와 같은 두툼한 갈조류를 갉아먹는 연체동물이다. 타원에 가까운 등껍질 좌우에 불룩 튀어나온 다섯 개의 구멍으로 호흡하며 수심 낮은 깨끗한 바다의 암초에 붙여 사는데, 거기에 해조류가 많지만 천적도 적지 않다. 집요한 불가사리와 문어는 물론이고 돔이나 가오리의 눈에 띄지 않아야 한다. 그래서 어린 전복은 바위틈을 고수하고 30센티미터 가까운 전복은 등에 작은 굴이나 홍합과 이끼를 붙여놓았다. 다가오는 천적은 바위의 일부로 착각할 게다. 하지만 그건 바다 속의 오랜 천적일 따름이고, 느닷없는 인간 앞에서 속수무책이다. 넓적한 발에 힘을 주어 바위에 착 달라붙기 전에 칼날을 쓰윽 밀어넣지 않던가.

 

겨울에도 바다가 따뜻한 제주도에는 전복의 사촌인 오분자기가 산다. 10센티미터를 넘기지 않는 밋밋한 등판은 7쌍의 호흡용 구멍을 뚫어놓아 쉽게 구별되는데, 요즘 점점 드물어진다. 아직 양식이 불가능한데 씨를 말릴 정도로 잡아들이기 때문이다. 어느 텔레비전에서 흥미롭게 소개되면서 각종 해물과 된장을 넣어 끓이는 오분자기뚝배기가 관광객에게 인기를 끌자 오분자기돌솥밥까지 덩달아 개발되니 그만 보이는 족족 해녀의 망태기에 들어가게 되었다는 게 아닌가. 오분자기가 동난 식당에서 미안한 마음에 어린 전복을 듬뿍 넣으면서 자연산 전복마저 제주 앞바다에 드문드문한 실정이라고 한다.

 

오분자기라. 전복과 거의 구별이 안 되는데 조상은 왜 생뚱맞게 오분자기라 이름을 붙였을까. 자개와 무슨 관계가 있는 건 아닐까. 사실 참전복이나 말전복과 마찬가지로 홀로그램 같은 진주 빛 영롱한 무늬를 갖는 오분자기 껍질의 안쪽은 예부터 자개의 재료로 사용해왔다. 오분자기에 무기질이 많아 어린이 골 형성이나 노인의 골다공증에 좋다던데, 껍질에 무슨 특별한 효능이 있는 건가. 대부분이 탄산칼슘인 전복의 껍질은 3퍼센트가 넘는 유기질을 포함하고 적은 양의 마그네슘과 철, 그리고 요오드를 함유해 간의 기운을 북돋으며 눈에 좋다는데, 오분자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껍질 째 넣어 뚝배기로 보글보글 끓이는 오분자기나 전복이 몸에 좋은 건 불문가지!

 

가장 비싼 죽으로 가끔 알현하던 서민들도 인공종묘배양기술로 양식이 흥하게 된 이래 싸구려 횟집에서 덤으로 맛볼 수 있게 된 전복. 타우린이 많아 피에 좋고 흡수가 잘 돼 임산부와 환자의 원기회복에 그만인 전복은 여름에 더욱 좋다며 복중의 삼계탕에 넣는 풍조가 생겼다. 그만큼 생활에 여유가 생긴 모양이다. 그래서 완도 앞바다는 여객선이 다니는 길만 빼놓고 양식에 여념이 없다. 문제는 그 정도가 지나치다는 거다. 태풍이 불면 뒤집혀 양식장이 아수라장으로 변하는데, 양식장 그물을 탈출한 전복은 쓰레기 범벅이 된 바다에서 생존을 마감할 수밖에 없다. 태풍으로 바다가 뒤집어져야 갈조류가 바위에 싹트고, 그 자리에 알을 낳아 후손을 잇던 전복에게 태풍이 무서워진 것이다.

 

캐나다 동쪽 해변, 바위가 드러나는 갯벌에 조금만 걸어 나가도 손바닥 크기의 전복이 와글와글 많았다던 해양학자는 요즘 거기에도 보기 어려워졌다고 한다. 한 마리만 잡아도 벌금이 수천 달러에 이를 정도기 된 건 순전히 한국인 때문이라고 덧붙인다. 그리 전복이 좋은가. 결혼을 앞둔 한 청년은 꿈에 전복에서 휘황찬란한 진주를 보았다며 인터넷에 해몽을 의뢰했다. 한데 해몽이 가슴을 부풀게 한다. 진리를 상징하는 진주는 단순히 재물이나 횡재를 넘어 태어날 아이가 당대의 빛을 발할 인재가 된다는 게 아닌가. 반드시 실현될 테니 나중에 연락을 바란다는 해몽에 어떤 확신이 묻어나는데, 그만큼 우리네에 전복이 특별하긴 한가 보다.

 

최근 전복을 많이 양식하는 바다에 독성이 강한 해파리가 떼로 습격해 어장이 쑥대밭 되었다고 언론이 보도했다. 새우젓을 담그는 육젓을 눈앞에 보며 조업을 포기해야 하는 어민은 태풍으로 바다가 뒤집혀야 해파리가 없어지리라 기대하는데, 그물을 들어올릴 수 없을 정도로 해파리가 몰려드는 건 지구온난화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지구온난화는 태풍의 시기와 그 규모도 바꿔놓았다. 가을철이 와야 우리나라를 향하는 태풍의 위력이 전에 없게 강해졌는데, 그때 양식 전복 어장이 위험해진다. 이래저래 인간의 욕심이 화근이 되었다. (전원생활, 2009년 9월호)

전복이야기에 시장기가 도는군요. 언제 한 번 저렴한 횟집에 가서 맛 좀 보시자구요. 해파리를 돈이 되도록 개발하면 좋을텐데여. 혹시라도 신종 의약품 원료라던가.. ^^*
그럽시다. 미리 연락만 주시지요! 그리고 그물이 터질 듯 잡히는 해파리는 같은 그물에 걸린 생선들을 못쓰게 만들어 놓고 그물마저 버려놓아, 해파리가 가득 들어간 그물은 바로 찢어 해파리만 버리고 그물도 나중에 버리는 모양입니다. 그 해파리를 그물 째 수거해 어민 지원과 어족자원 보호 측면에서 정부에서 수매한 뒤 해파리를 퇴비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하면 좋을 텐데, 이렇다할 움직임이 없네요. 해파리를 의약품으로 연구하기 위해 아직 어마어마한 양을 잡을 것 같지는 않아요. 여긴 동글님의 독무대로군요. 제 글에 논쟁거리가 결핍돼 있나 봅니다.
디딤돌님의 글에 논쟁을 붙으려는 이가 있을까요? 그러지 못함은 스스로 부끄러운 건 아는 사람들이겠지요. 그렇다면 그나마 다행이구요...ㅡ.ㅡ
내수면에서는 외래어종이며 생태계의 폭군으로 일컬어지는 베스 블루길등 육식성 어종을 지자체에서 잡는 어업인들로부터 일정한 금액으로 수매하는 정책을 하고 있습니다만... 외래어종 퇴치정책의 첫 발걸음 이라고 볼 수 있지요 바다의 어민들에게 애를 먹이는 해파리 휴일 저녁 9시 뉴스가 끝나고 지금 이시간에도 KBS 방송에서 방영하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