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추억

디딤돌 2005. 9. 1. 14:18
 


《새만금 새만금》, 허정균 지음, 그물코 2003년



‘온 세상의 생명평화와 새만금 갯벌을 살리기 위한 삼보일배’가 조용히 마무리된 이후, 환경단체는 한동안 길을 찾지 못했다. 삼보일배 이전, 짱뚱이 영정을 앞세운 ‘새만금 유람단’이 부안 계화도에서 서울 광화문까지 걸어도, 환경단체들이 인사동 문화광장에서 부당성을 알려도, 싸늘했던 민심이었다. 그런데 삼보일배는 달랐다. 2003년 봄을 온전히 눈물로 적시게 한 삼보일배는 탐욕으로 물들었던 우리의 어리석은 마음을 울렸다.

 

삼보일배 초기, 날씨만큼이나 싸늘했던 민심은 참가 행렬이 늘어나면서 녹아들었다. 하지만 불 지펴진 시민들의 반대 목소리에 당황했는지 개발세력은 간척사업을 기정사실로 만들기 위해 더욱 집요했고, 대안을 찾아보자는 해양학자와 시민단체들의 거듭된 진정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농업기반공사는 밤샘 공사를 거듭하여 4공구마저 틀어막았다. 그리고 “제방공사의 90퍼센트 이상이 진행되었다”고 천명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던가. 서울행정법원의 공사중지명령이 다시 불 지핀 반대운동의 열기. 하지만 시민들에게 맹목적으로 각인된 이른바 ‘90퍼센트 완공설’은 환경운동가의 발목을 잡는다. 불합리하게 시작된 새만금 간척공사에 얽힌 문제를 시민들에게 일목요원하게 설명할 수 없을까. 공사 발주와 과정에 얽힌 부조리와 탈법과 편법과 속임수, 과거 정권이 각색한 억지를 알려야 하지 않을까. 실체를 조금만 들여다보아도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분노를 참기 어려울 텐데.

 

허정균은 과연 부안사람답다. 고향에 대한 애정이 ‘갯벌이 사람을 살린다’라고 부제를 단 《새만금 새만금》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분노를 담고 있는 그의 글은 긍정적이다. 고향에 스민 문화와 전설을 아스라이 떠올리고, 고기 잡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던 어릴 적 땀 냄새를 더듬으며 희망을 잃지 않는다. 매립 해안선에 묻힌 갯벌은 철새들만 몰아내지 않는다. 곰소만의 조기잡이, 위도파시의 흥청거림, 하제포구의 세노야 노랫소리를 기억해낸다. 그리고 우리네 삶터였던 갯벌이 아직 죽지 않았다고 말한다. 부정한 정치권의 선심공약으로 잉태된 새만금 간척공사가 사기극으로 점철돼 예까지 왔지만 아직 숨결을 유지하고 있다고 힘주어 강조한다. 삼보일배 정신을 되새기며 새만금 일대의 터전을 지켜내자고 따뜻한 목소리로 권유한다.

 

간척공사가 중단되고 바닷물이 다시 순환하여 갯벌이 보전된다면 그가 언급한 농합을 다시 볼 수 있지 않을까. 한 마리만 잡아도 집안 식구가 실컷 먹었다는 그 농합, 희귀종일 테니 한번이라도 만나고 싶다. 갯벌이 보전되면 문화도 살아날 터, 하제포구에서 그와 만나 ‘세노야’를 목 놓아 부르고 싶다.

 

《새만금 새만금》은 ‘90퍼센트 완공설’의 허구만을 밝히는 게 아니다. 허황된 개발 논리를 곱씹어보고, ‘대안 개발’이 아닌 ‘대안적 삶’, 즉 스스로 가난해지는 ‘자급자족의 삶’을 생각하게 한다. 콩팥과 허파가 그렇듯, 맑은 피가 다시 돌기 시작하면 새만금 갯벌도 금방 살아날 것이다. 어패류는 알을 낳고, 하천수를 자연정화하는 갯벌은 산소를 줄기차게 내보낼 것이다. 그때 고향의 문화도 다시 일어설지 모른다. 《새만금 새만금》은 그 전환점의 기틀이 돼 줄 것이라 믿는다. (발간 예정 서평집 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