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추억

디딤돌 2005. 5. 10. 16:12
 

《에코데믹》, 마크 제롬 월터스 지음, 이한음 옮김, 북갤럽 2004


작년 12월까지 아파트 18층의 아이들을 괴롭혔던 모기가 올해는 4월부터 극성이다. 전문가는 지하집모기 때문이라는데, 겨울에도 아파트를 떠나지 않는 그 모기가 전에 없이 우리 주변을 전천후로 맴도는 까닭은 무엇일까.

 

모기가 가장 극성일 때, 잘 나가는 미시 연기자를 동원한 텔레비전은 더욱 강화된 오렌지 향 모기약을 광고했다. 거대 선박을 타고 수개월 이동하는 과정에서 상하지 않게 하는 농약을 흠뻑 묻히고 우리나라로 들어온 미국산 오렌지는 값이 참 싸다. 그래서 그런가. 요즘 돼지갈비 식당들은 이쑤시개 찾는 손님에게 서비스로 하우스 참외 대신 내준다. 오렌지는 요즘 왜 쌀까. 일본에서 거부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농약 때문에 거절당한 오렌지를 우리에게 헐값에 넘겼다는 것이다.

 

그런 향이 좋다고, 이웃이 꽉찬 좁은 엘리베이터에서 웽웽 대는 모기를 향해 사정없이 모기약을 분부하는 연기자는 오렌지가 잔뜩 담긴 봉투도 끌어안았다. 그리고 향울 음미하며 활짝 웃고, 모기 소리에 찡그렸던 이웃들도 함께 웃었다. 눈에 엑스표가 그려진 모기는 물론 후드득 떨어졌고. 인간의 승리일까. 다소 코믹한 광고에 속는 시청자들은 그리 생각할지 모른다. 그 모기약 광고, 올해도 유효할까.

 

에코데믹은 합성어다. 환경을 뜻하는 ‘Eco’와 풍토병을 뜻하는 ‘Endemics’을 조합해 ‘Ecodemics’, 즉 ‘생태병’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인간이 저지른 환경변화에 의해 과거의 질병이 무섭게 돌변하고, 타 지역의 풍토병이 인간의 이동수단을 타고 들어와 감당할 수 없게 창궐하는 현상을 에코데믹으로 해석한다.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적응하는 병원성 미생물의 《에코데믹》 현상을 눈치채지 못한 채 전전긍긍하는 인간에게, 인간의 백신 기술은 환경보전 없이 미생물을 이길 수 없다고 저자는 경고한다.

 

《에코데믹》에서 지적하는 광우병, 에이즈, 한타바이러스들 뿐 아니다. 묵은 살충제에 끄떡없는 지하집모기, 바퀴, 개미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농작물에 살충제와 제초제를 듬뿍 뿌리는 가축 사료에도 항생제를 넣더니 자신의 몸에도 잔뜩 처방한다. 언제까지 견딜 수 있을까. 다음 세대의 건강을 위한 복음서인 《에코데믹》은 현 세대 인간의 반성을 촉구한다. 내일을 위한 오늘의 환경보전을 강력히 요구한다. (2005 환경책 큰잔치)